정토행자의 하루

[특집] 정토행자상 수상자
세계전법팀은 뭐해요?
두 번째 이야기

오늘은 ‘2023년 정토포교상’을 수상한 세계 전법 팀의 김미선 님과 장미아 님을 만나봅니다. 김미선 님은 영어불교대학 1 과정을, 장미아 님은 영어천일결사를 맡고 있습니다.

모두의 때와 장소가 다른 세계 전법 팀 회의 (시계방향으로 윤희정, 박성희, 장미아, 김미선, 정민경)
▲ 모두의 때와 장소가 다른 세계 전법 팀 회의 (시계방향으로 윤희정, 박성희, 장미아, 김미선, 정민경)

연습하는 내향인

영어 불교대학 1 과정 담당 김미선

국제지부 세계 전법 팀 영어불교대학 1 과정담당 김미선입니다. 저는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습니다. 영어 강연과 생방송 진행 꼭지, 아시아태평양 지회 영어불교대학 진행자도 겸하고 있습니다.

2021년 중순부터 영어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소임을 받으며 ‘네’ 했지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왜 내게 맡기셨을까?’

저는 MBTI 검사결과가 ’98% 내향형’으로 나옵니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면 손에 든 종이가 덜덜덜 떨려서, 종이를 내려놓고 손을 감출 강단을 찾아다닙니다.

‘어차피 온라인이고 내가 만날 사람들은 화면 속에 있으니 괜찮겠지!’ 라며 염려를 내려놓으려 했지만, 막상 사회를 해보니 신경 쓰이는 게 많았습니다. ‘멘트할 때 “솔” 톤을 지향하라’고 여러 번 배웠지만, 저는 그 “솔” 톤이 너무 어색했습니다. 억지로 해봤지만 더 경직되고, 결국 슬금슬금 “미”나 “레”의 낮은 톤으로 내려왔습니다.

어느 날 강연 두 시간 전이었습니다. 아침 7시에 리허설을 하는데 제 목소리가 어지간히 잠겼던지, “미선 님 지금 너~~~무 차분하니까, 가서 신나는 노래라도 좀 듣고 오면 어때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습니다.

사회를 보는 제 모습이 궁금해서 유튜브 다시 보기를 틀었다가 마음이 불편해서 꺼버렸습니다. 스님의 모습이나 목소리에 비해 제 것은 음질도 화질도 영 좋지 않아서, 마이크와 카메라도 새로 샀습니다.

제 발음이 또렷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간장 공장 공장장’의 영어판인 “She sells seashells by the seashore.”를 읊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너~~~무 차분한 나 말고, 명랑한 사람이 하면 솔 톤이 그냥 나올 텐데…' 싶어서 못내 아쉬웠습니다.

영어 강연 사회를 보는 김미선 님(맨 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
▲ 영어 강연 사회를 보는 김미선 님(맨 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

연습 연습 또 연습



1-10차 천일결사 개편을 맞아, 영어강연 사회를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이 소임은 저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불편했습니다.

그러다 인도 성지순례에 갔는데, 처음 뵙는 도반들이 인사를 건네 왔습니다. “앗! 화면에서만 보던 분 아니에요?.”라며 반가워 하고, “수고 많다.”는 격려도 해주었습니다. 줌(Zoom) 실강에서 늘 국제지부 도반과 몇 안 되는 현지인들만 오붓하게 만나니, 정작 이 영상을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부끄러우면서도 뿌듯했습니다. ‘아…강연을 영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더 많지. 사회를 본 게 참 행운이었구나.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2년 INEB에서(맨 아래 김미선 님, 왼쪽 세 번째 정민경 님, 맨 뒷줄 남색 자켓 윤희정 님)
▲ 2022년 INEB에서(맨 아래 김미선 님, 왼쪽 세 번째 정민경 님, 맨 뒷줄 남색 자켓 윤희정 님)

2022년 INEB 때는 ‘오프라인 강연 일정’ 문구를 보고 심장이 덜컹 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온라인 강연을 진행 해오기는 했지만, 나는 분명 내향적이고 대중 앞에서는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인데!’라고 생각하며 문경에 도착했습니다.

사회자 멘트는 몇 줄 되지도 않는데 연습하러 부랴부랴 강당에 갔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안녕하세요." 한마디 했더니, 스피커를 타고 돌아오는 제 목소리에 제가 놀랐습니다. 다른 팀들이 분주하게 각자 일정을 준비하는 강당에서, 혼자 마이크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 어색했습니다. 그래도 스스로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여러 번 연습했습니다.

그렇게 문경에서 강연을 진행한 것이,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강연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유가 생기자 비로소 질문자들의 환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피곤한 일정이었지만, 마음에 감동을 꾹꾹 담아왔습니다.

생기있게

얼마 전 나눔의 장1에 참석했습니다. 마지막 날 나누기를 마치자 법사님이 “미선 님은 80된 할머니 같아요. 누가 미선 님을 40대로 보겠어요.”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갑자기 무슨 말씀인지 어리둥절 했습니다. “30대 후반이긴 하지만..., 저는 아직 30대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런저런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다 보니 단순한 나이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곧 ‘생기없이 강연을 진행하는’ 제 모습과 연결되었습니다. 제게는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니 어쩌겠나’라는 합리화와, 2년 넘게 이어온 소임에 안주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수련에서 돌아와 첫 강연을 준비하면서, ‘생기있게’ 사회를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강연을 마치자 도반들이 “생기있게 잘 했다.”라고 칭찬했습니다. 머쓱하고 뿌듯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나중에 법사님으로부터 "보기 좋았어요.”라는 말씀을 전해 들었습니다.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물론 일부러 저를 보러 오신 게 아니고 법륜스님 법문 들으시러 오셨겠지만, ‘법사님들이 늘 보고 계시는구나’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문경 수련원에서 생기 있는 김미선 님(오른쪽)
▲ 문경 수련원에서 생기 있는 김미선 님(오른쪽)

잘하는 대로 못하는 대로

영어불교대학 1 과정 담당을 시작할 무렵에는 막막했습니다. 제가 처음 소임을 받았던 영어 불교대학 1 과정 3기는 결석률이 높았습니다. 4기로 가면서 학생들 숫자가 줄어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4기를 마치면서 유례없이 높은 84% 이상의 졸업률과 전체의 4분의 1이 개근한 수료 현황 시트를 보니 가슴이 뛰었습니다. 심지어 이번 5기는 학생 수가 늘었습니다. 역시 ‘연연하지 말자’ 싶습니다.

영어불교대학에는 수많은 사람의 노고가 함께 합니다. 누가 혼자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혼자 잘못해서 안 된 것도 아닙니다. 잘하는 대로, 못하는 대로,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이번 영어 불교대학 5기도 만나보겠습니다.

작은 기적

영어 천일결사 담당 장미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시, Gibbons Park 8.15 광복절 기념식 행사에서 오고무 공연 중인 장미아 님
▲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시, Gibbons Park 8.15 광복절 기념식 행사에서 오고무 공연 중인 장미아 님

코로나 보살 덕에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하던 2020년 가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영어불교대학 진행자를 거쳐 영어천일결사 소임을 받은 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캐나다에서 장애인 복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 온 지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돌봐야 할 자녀가 없고, 퇴근 후에는 직장 일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교육과 봉사 소임을 계속할 수 있으니 제 상황이 고맙습니다.

사실 지난 20여 년 동안, ‘자녀를 가지고 싶다’라는 집착을 놓을 수 없어서 우울하고 힘들었습니다. 술에 의지해 괴로움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을 만난 후, 그 집착을 내려놓았습니다. 바뀐 게 없는 현실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는 것이, 제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이끄는 이가 아니라 돕는 이

북미유럽지회와 아태지회에서는 각 지회의 세계 전법 담당과 현지어권 그룹장들이 천일결사 정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들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료나 문서 등을 제공하는 한편, 영어 천일결사자들이 정진을 꾸준히 잘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영어 입재식2을 준비하는 일도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한국어 경전의 영어 원본을 찾아 좀 더 이해하기 쉬운 현대 영어로 재번역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영어천일결사 입재식 법문 다시 듣기(맨 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 장미아 님)
▲ 영어천일결사 입재식 법문 다시 듣기(맨 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 장미아 님)

소임을 맡았을 때, ‘지부 지원 담당’이라는 역할의 의미를 오해했습니다. 그래서 각 지회 세계전법담당님들의 필요를 해결해 주는 ‘지원자’의 역할보다, 영어천일결사 업무를 지회에서 잘 운영하도록 ‘내가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회의에서 제 기대와 실망, 난처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버렸습니다. 곧바로 참회했지만, 이 일은 소임에 임하는 자세를 돌아보고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원 담당’이 해야 할 일은 어디까지나 지회의 현상을 파악하는 토대 위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일들을 ‘지원’하는 것이지,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끄는 것이 아님을 배웠습니다.

니카라과에서 남편과 함께 장미아 님
▲ 니카라과에서 남편과 함께 장미아 님

모자이크로 피운 꽃

2021년 4월부터 정식으로 영어 입재식이 진행되었지만, 입재자가 조금씩 늘어난 것은 2차 만일결사3가 시작되고부터입니다. 정토불교대학을 통한 입재가 조금씩 늘어 났습니다.

영어불교대학 2 과정이 개설된 후 첫입재였던 지난 1월에는, 무려 20명이 신규 입재자로 등록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이 입재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입장수락을 맡은 도반이, “이제 다 들어오셨겠지…생각하면 또 들어오고, 또 들어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토불교대학의 오랜 경험을 잘 계승하고 국제지부의 성격에 맞게 끊임없이 특화하는 영어불교대학 운영팀, 방향을 잡아주는 법사님들, 그리고 무엇보다 최전방에서 직접 5개월간 학생들을 이끌어 주는 정토불교대학의 꽃! ‘진행자와 돕는이’ 여러분의 정성 어린 봉사 덕분입니다.

정토회의 일들은 어느 한 사람의 노력이나 헌신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도반의 숨은 노력이 모여 비로소 불을 밝히고 꽃을 피웠습니다. ‘Together, we are a Mosaic Buddha(우리는 모자이크 붓다입니다.).’라는 명심문을 직접 체험하는 가슴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지회 세계 전법 담당 회의(시계방향으로 장미아, 김혜진, 윤희정, 차영미)
▲ 지회 세계 전법 담당 회의(시계방향으로 장미아, 김혜진, 윤희정, 차영미)

도반이 복이다

제가 재번역한 영어 경전을 접하는 현지인 천일결사자들을 보면서, 역으로 제 반응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경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제가 이 경전을 직접 집필한 양 들뜹니다. 경전의 한 부분을 콕 집어 스님께 질문을 할 때는 ‘혹시 내가 번역을 잘못한 것 아닌가?’하는 조바심이 한 웅큼 올라옵니다.

‘소임을 나로 착각한다.’라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소임이 복이다.’, ‘수행과 봉사가 하나다.’ 라는 스님의 말씀이 조금씩 와닿습니다.

처음 지부 담당을 맡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처음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가르쳐주신 윤희정 님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언제나 웃으며 호탕하게 소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임을 놀이로 한다’는 말의 의미도 알게 되었습니다.

뭐든 소심하게 하나하나 따지고, 기대에 못미치면 나와 너를 탓하는 업식을 가진 제게 좋은 본보기입니다. 도반 덕분에 집착을 내려놓는 법을 조금씩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세계 전법 팀 특집 기사 마지막 편은 다음 주 금요일에 이어집니다.

글_국제지부 지원국 세계전법팀
편집_이승준(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1. 나눔의 장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평화로워지는 4박 5일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참여자만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음. 

  2. 입재식정토행자 천일결사를 백일 단위로 나누어 매 백일 마다 함께 모여 수행을 점검하고, 새롭게 백일기도를 시작하는 의식. 

  3. 만일결사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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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영

김미선님과 장미아님,
멋집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2024-04-12 09:22:06

자재왕

갖고 있는 영어실력으로 잘 쓰이는 모습,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습니다.

2024-04-11 11:50:02

반야지

감사합니다.🙏

2024-04-08 15: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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