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 정토행자상 수상자
세계전법팀은 뭐해요?
세 번째 이야기

오늘은 ‘2023년 정토포교상’을 수상한 세계전법 팀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영어불교대학 2 과정 담당 정민경 님과 지원담당 박성희 님을 소개합니다.

가볍게 시작한 무거운 소임

영어불교대학 2 과정 담당 정민경

저는 세계전법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영어불교대학 2 과정이 개설되면서 담당자로 합류했으니 이제 8개월쯤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세계전법팀이 포교상을 받아 팀원으로서 이런 글을 쓰게 되니 영광이면서도, 조금 창피합니다.

세계전법팀에 오기 전에는 그 이름도 어려운 ‘교육개발위원회 불교대학분과 영어불교대학 기획팀’에서 소임을 했습니다. 개강 전에는 준비하느라 분주하지만, 막상 학기가 시작되면 ‘아~ 끝이다, 이제는 운영하는 분들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편한 마음으로 다음 기수를 준비했습니다.

맨 왼쪽 정민경 님
▲ 맨 왼쪽 정민경 님

그래서 영어불교대학 운영을 맡을 때 망설였습니다. ‘직접 운영하는 소임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큰 역할을 맡아도 되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팀장님이 많이 도와주실 거고, 반담당님들 사무를 보조하는 정도의 소임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겨우 마음을 냈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운영회의, 반담당회의 뿐만 아니라 돕는이 부재 시 대체 수업, 진행 멘트와 PPT 만들기, 웹자보 준비 등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패키지로’ 제 소임이 되었습니다. 가볍게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무거웠습니다.

경계를 넘는 실마리

소임을 유독 무겁게 느낀 이유를 말씀드리려면 제 소개를 더 해야 합니다. 저는 늘 수행의 필요를 일깨워주는 남편과 딸, 수행 없이도 그냥 저를 편하게 해주는 예쁜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가정주부로 단조로운 일상을 살고, 아이가 자라면서 이제 가족들에게서도 제법 안정을 얻습니다. 저는 마음이 어떤 경계에 부딪히는 것이 두려워, 제 주변에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를 줄였습니다.

뉴욕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써밋(Summit) 전망대에서 정민경 님
▲ 뉴욕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써밋(Summit) 전망대에서 정민경 님

세계전법팀에 합류했을 때를 돌이켜 봅니다. 팬데믹 후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줄었습니다. 평온했지만 고립되었고, 자존감과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새로운 일을 하거나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팀원들과 일하는 것 자체는 할만했습니다. 재미도 있고, 보람도 많이 느꼈습니다. 오히려 저 같은 초보랑 같이 일하느라 다른 팀원들이 고생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하는 것, 영어불교대학 기획팀과 운영팀 모두에 속해 있다 보니 가끔 두 팀의 의견이 다를 때 마음이 불편한 것, 돕는이를 대체하여 수업에 들어가는 것 등에서 종종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새로운 경계를 만난 것입니다.

대체 돕는이로 처음 참여한 수업이 영어불교대학의 입학식이었습니다. 현지인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만나고 영어로 나누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이것도 지부 담당이 하는 일인가?’
‘정토회는 나에게 왜 시련을 주나?’

이런 생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너무 많이 떨어서 수업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누가 들으면 돕는이가 아니라 무슨 진행자를 한 줄 알 것입니다.

그런데 학기 말 즈음, 하루에 대체 돕는이를 세 번 한 적이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세 번째 수업에 들어갈 때는 제법 편한 마음이 되어, 저도 놀랐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어느날 일반회원 봉사자 수련에 참석했습니다. 강아지를 안고 법문을 듣고 있는데, 유수스님이 “요즘 사람들은 경계에 부딪힐 때 뛰어넘으려 하지 않고 집에서 강아지만 쓰다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완전히 공감했습니다.

영어불교대학 2 과정 담당 소임 덕분입니다. 이 소임은 저를 새로운 경계에 부딪히게 했고, 스님의 말을 실제로 체험하게 했으며, 무엇보다 제 마음을 들여다보게 했습니다.

2022년 정토사회문화회관 옥상에서 도반들과 (오른쪽에서 두 번째 정민경 님)
▲ 2022년 정토사회문화회관 옥상에서 도반들과 (오른쪽에서 두 번째 정민경 님)

우선 '새로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알았습니다. '싫고 두려운 일도 자꾸 하다 보면 괜찮아 진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봉사자들이 서로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모습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용기'를 얻었습니다. 의견 차이가 있을 때 다른 팀장이나 진행자들이 의논하는 모습을 보고, '내 의견이 소수 의견에 속할 수도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이처럼 소임은 매일 새로운 배움과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다 적고 보니, 정토회에 돈 한푼 내지 않고 이렇게 많이 배우고 가서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영어불교대학 2 과정은 올여름에 개강합니다. 2 과정까지 마쳐야 비로소 정토회 회원이 될 수 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외국인 회원이 생겼습니다. 세계전법을 이끌어 갈 외국인 회원이 첫걸음을 떼는 것처럼, 제 마음도 다시 경계를 넘을 것입니다.

함께 해서 행복한 길, 그리고 사람

지원담당 박성희

저는 2차 만일과 함께 국제지부 지원국 세계전법팀의 지원을 맡았습니다. 지난 3주간 소개한 이 멋진 도반들과 매주 온라인으로 만납니다. 제 소임은 이들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팀원들은 모두 해외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 동부와 서부 시간, 호주 시드니 시간에 맞추어 삽니다. 덕분에 한국에는 없는 ‘서머타임(Summer time)’이 언제 시작하는지 배우고, ‘추수감사절’이 얼마나 큰 명절인지를 느낍니다.

불법은 2006년에 접했지만 정토회를 만난 것은 2011년입니다. 늦은 나이에 박사과정을 하며 학교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중에,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스님 법문을 비디오로 시청하고 '마음나누기'를 하는 것이 생소했습니다.

어느날 친구가 갑자기 “나 불교 공부를 해야겠어”라고 하기에 저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처음에는 법륜스님만 보였는데, 곧 수면 아래의 빙산처럼 어마어마한 도반들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박성희 님에게 처음 법을 전한 Dilusha(오른쪽 두 번째), 함께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한 친구(맨 오른쪽)
▲ 박성희 님에게 처음 법을 전한 Dilusha(오른쪽 두 번째), 함께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한 친구(맨 오른쪽)

세계전법 팀은 정말 잘 통합니다. 주말이면 3시간씩 회의를 해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나만 빛나고 싶은 세상’에서 혼자 일하고 혼자 살다, 지금은 늘 도반들과 함께 만들고 함께 성장해 갑니다. 

저는 여전히 게으르고 놀기를 좋아합니다. ‘일이 더 늘어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마음 한쪽에 늘 있습니다. 그래도 이 마음을 그냥 두고 봅니다. 과연 소임이 복입니다. 정토회 소임을 통해 감사하고 감동하면서, 제 속이 얼마나 좁은지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에서 (오른쪽 박성희 님)
▲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에서 (오른쪽 박성희 님)

모두 나의 일입니다

작년에 인도성지순례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순례길을 떠나더라도 영어불교대학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다음 학기 교육도 잘 준비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인도로 떠나기 전까지 차질 없이 소임을 해야 하는데, 성지순례의 차장 소임을 맡아 순례까지 준비하려니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때 팀원들 모두가 저를 배려해 주었습니다. 영어불교대학 운영을 지원하는 사람은 세계전법 팀장, 영어불교대학 담당, 그리고 지원담당인 저까지 3명뿐입니다. 이렇게 3명이 매주 만나 수업 준비를 합니다. 달랑 3명뿐인 자리에서 제가 빠지는 것인데, 남은 도반들이 그 소임을 기꺼이 분담했습니다. 잘 다녀오라는 인사와 함께 말입니다.

'평범한 직장에서라면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습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나의 일 남의 일 할 것 없이 모두 나의 일'로 삼아 해내는 것은 참으로 귀한 경험입니다. 팀원들 덕분에 인도성지순례 차장으로 순례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이 함께한 2024년 인도성지순례에서(아래 왼쪽에서 두번째 박성희 님)
▲ 외국인이 함께한 2024년 인도성지순례에서(아래 왼쪽에서 두번째 박성희 님)

법륜스님이 외국인이라면

법륜스님의 법문을 쉽게 들을 기회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직장 일로 해외에서 지내보니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정토회 법당이 하나도 없는 곳에 살면서, 제가 ‘당연하다’ 여겼던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만약 스님이 영어를 쓰는 외국인이었다면 해외로 더 많이 다녔을 테니 우리가 한국어로 쉽게 법을 접할 기회도 적었을 것입니다. 스님이 한국어를 쓰고, 한국어가 제 모국어인 게 참 좋습니다. 

세계전법 팀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분들을 위한 소임’을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부처님 법에서 우리와 같은 감동을 얻을 때, 우리도 감동합니다. 부처님 말씀은 시대와 공간을 넘어 2600년 전으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인도에서 한국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한국에서 다시 세계로 나아갑니다. 그 복된 소임의 일부를 맡아 기쁩니다.

세계전법팀을 응원해 주세요!
▲ 세계전법팀을 응원해 주세요!


이상으로 세계전법 팀 다섯 도반의 이야기 연재를 마칩니다. 주변에 혹시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친구’가 있다면, 영어불교대학과 영어강연을 꼭 추천해 주세요!

글_국제지부 지원국 세계전법팀
편집_이승준(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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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열

저는 생활고에 시달리는데요 제 계좌로 2000원만 주시먄 안될까요 우리은행 1002-247-914466최선열

2024-04-28 15:37:43

행복학교

잘읽었습니다
저도 법륜스님이 한국인이시고
법문을 들을수있어 제가 한국에서 태어난것이 정말 감사한마음입니다

세계 여러곳에서 수고하신분들의 정성처럼
와국인들도
스님의 법문 만나시길 기원합니다

2024-04-16 14:07:10

보현

고맙습니다

2024-04-14 1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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