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 정토행자상 수상자
20년 나의 황금기

2024년 1월 입재식에서 환경상을 수상한 구로지회 이정숙 님을 만났습니다.
집에서 일반 쓰레기봉투는 1년에 1~2장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음식 쓰레기는 옥상 텃밭에서 거름으로 쓰고, 자투리 천 얻어 방석과 같은 물품을 만들어 지회에 보시합니다.

입재식 전날 수상자라는 연락을 받아 거절할 틈 없어 창피한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세상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의 환경 운동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실천하면 더 이상 오염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환경에 대안을 제시하는 이정숙 님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부처님이 어떻게 복을 주지

10년 동안 절에 다녔습니다. 공양을 올리고 부처님을 믿으면 복을 주는 기도와 법문을 들었습니다. '부처님이 어떻게 복을 주지?' 마음속에 늘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라디오 불교방송에서 서초법당 개원 기념 법륜스님의 백일법문을 들었습니다. 법문은 기억나지 않지만 눈이 번쩍 뜨이고 내가 가지고 있던 의구심이 풀렸습니다. 라디오 법문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서 듣고 또 들었습니다.

2023년 봄 정토사회문화회관 모둠 활동(왼쪽 첫 번째 이정숙 님)
▲ 2023년 봄 정토사회문화회관 모둠 활동(왼쪽 첫 번째 이정숙 님)

2000년 1월, 서초법당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수요 법회에서 법륜스님의 법문을 직접 들었습니다. 테이프 법문을 신청하면 일주일 한 번 집으로 받는데 하루 이틀 늦으면 왜 안 오냐고 독촉 전화도 했습니다. 법문을 들으면 그 순간에는 '맞아 맞아' 하며 깨달은 것 같고 가르침대로 할 것 같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렸습니다. 법문을 반복해 들으니 무거운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몸도 좋았습니다.

엄마 거기 가서 변했잖아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남편 벌이도 적었습니다. 자녀 둘을 키우며 월세와 전세로 살았습니다. 집 장만은 꿈에도 생각 못 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만 많았습니다. 친하게 지낸 지인이 다급하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정확한 사람이라 의심 없이 전세금 반 정도의 큰 금액을 교육보험 대출을 받아 빌려줬습니다. 몇 년 동안 빌린 돈을 주지 않아 속을 끓였습니다. 바보 같은 짓이라며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우울하고 무기력해서 사람들을 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못난 나를 구박하고 괴롭혔습니다. 살림하는 데 몸이 힘들고 아프다는 핑계로 가족들에게 아침 식사를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디 아픈 데도 없었습니다.

2018년 한반도 평화협정 운동에 참여한 이정숙 님
▲ 2018년 한반도 평화협정 운동에 참여한 이정숙 님

2000년 9월 가을 불교대학을 다녔습니다. 법문을 듣고 나누기하며 나를 있는 그대로 알았습니다. <나눔의 장>에서 많이 나누고 풀어내고, <정일사> 통해 나를 많이 내려놓았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법문 듣고 오면 누워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활기차고 짜증도 덜 내니 가족들이 좋아했습니다.

활동이 많아져 저녁에 늦게 들어오고 일주일씩 문경에 있다 오니 남편이 "가려면 오지 말고 거기 살아라." 하며 심하게 반대했습니다. "엄마 거기 가서 변했잖아. 보내줘."라는 지원군인 작은딸 말에 남편은 저를 어쩔 수 없이 보내줬습니다. 활동하면서 남편의 실직과 자녀의 자퇴 문제도 있었지만, 정토회와 함께했기 때문에 그 어려움들을 쉽게 넘어갔습니다.

에코샵의 탄생

2003년 불교대학 졸업 후 환경사업부 우편물 정리로 첫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환경사업부로 소속해 봉사를 조금씩 늘려갔습니다. 한 달 한 번 실무자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환경 공부하고 실천 방안도 의논하며 공유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활동했습니다.

2018년 99주년 3.1운동 기념대회에서
▲ 2018년 99주년 3.1운동 기념대회에서

매일 나오는 일회용 쓰레기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과 일회용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알았습니다. 일회용이 많은 여성들 생리대를 천 기저귀로 만들었습니다. 아기 기저귀로 쓰는 원단을 끊어 크기별로 잘라 박음질해서 사용했습니다. 불편한 점을 개선해 날개형 본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이용해 중앙을 두껍게 만들어 박음질했습니다. 100% 수작업으로 만든 면 생리대를 도반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구마다 법당 생길 때 30개씩 방석을 만들어 보급했고 지금은 필요한 분들에게 한두 개씩 만들어서 보시하고 있습니다.

시장 가면 물건을 비닐봉지로 담아주어 장바구니가 소용없었습니다. 망사 커튼이 유행하던 시절 지인이 버리는 천을 구해 그 원단으로 거름망을 만들었습니다. 물기 있는 건 거름망으로 사용하지 못하니 방수 원단을 사서 만들었습니다. 도반들과 하나하나 만들다 보니 에코샵이 탄생했습니다.

2024년 정토불교대학 홍보(가운데 이정숙 님)
▲ 2024년 정토불교대학 홍보(가운데 이정숙 님)

공부를 하니 실천할 수밖에 없다

2004년 가을 정기봉사로 자연스럽게 '빈그릇운동' 10만 명 서약 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지금은 음식쓰레기를 동물 사료로 만들고 있지만 그 당시 음식물 쓰레기는 김포매립지에 묻었습니다. 쓰레기 과부하로 김포시에서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는다 해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매립지를 다른 곳에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음식물 쓰레기 없는 생활이 중요했습니다.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고 천 원 동참금을 내면서 나와의 서약을 했습니다. 10만 명 달성 후 2005년 1년 동안 100만 명 서약 운동을 했습니다. 학교에 가서 학생들 교육하고 서명받고 주말에 지자체에서 하는 큰 행사장 캠페인에 참여하여 서명받았습니다. 뒤돌아볼 틈 없이 활동했습니다.

집에 있을 땐 전혀 몰랐는데 환경 공부를 하니 환경 실천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버리는 음식물 양도 많았고 처리 비용 금액도 4천억 정도로 만만치 않았습니다. 음식을 실은 8톤 트럭을 빈틈없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쫙 세우는 양입니다. 버려지는 음식만으로 굶주리는 북한 동포가 충분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양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쓰레기 제로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 덕분에 체력도 좋아지고 스스로 지탱할 수 있는 마음의 힘도 생겼습니다.

옥상 텃밭의 소박한 즐거움


이정숙 님의 옥상 텃밭
▲ 이정숙 님의 옥상 텃밭

초창기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밭에 묻어 퇴비로 사용했습니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가는 길에 밭에 묻어 달라 부탁했습니다. 종량제 봉투가 몇 푼이나 한다고 구박도 받았습니다. 지렁이를 분양받아 집에서 키웠습니다. 처음에는 고추 한 포기 심어 화분 한 개로 시작했습니다. 음료수, 고추장, 된장 그리고 조청도 직접 만들어 먹다 보니 엿기름 찌꺼기가 많이 나옵니다. 옥상 화분에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사용하고 야채를 키우니 화분은 하나씩 늘어나 지금은 스무 개 정도 됩니다.

정토회 만나 쓰레기 분리배출을 생활화했습니다. 그때 당시 단독 주택에 네 가구가 살았습니다. 귀찮아도 분리배출해야 하는데 쓰레기봉투에 들어가 과태료가 여러 번 부과되었습니다. 이웃들은 분리배출을 잘하는 저를 빼고 과태료를 나눠 냈습니다.

지금은 남편과 둘이 살아가고 있어 쓰레기가 나올 일은 거의 없습니다. 자녀들이 사다 준 영양제 캡슐, 택배 박스 테이프, 생선 뼈 등 분리수거 할 수 없는 쓰레기 정도입니다. 옆집에서 쓰레기 반만 버린 봉투에 끼워 넣거나 이사 가고 올 때 사람들이 재활용품과 함께 넣은 봉투를 분리하고 배출해서 쓰레기봉투를 재사용하고 있습니다. 내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새 종량제 봉투를 사지 않는다는 마음입니다.

포기하지 않으니

물 절약하기 위해 보일러실에 세탁기를 놓고 헹굼물을 받아 썼습니다. 좁은 공간이라 턱이 높은 곳에 고무통을 올려 사용하다 물이 넘쳐 세탁기가 고장이 났던 적도 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세탁기 이용할 때 세탁 헹굼 작동 후 그 물을 받아 화장실 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환경 실천은 귀찮고 안될 때가 많습니다. 바쁜 와중에 여름에는 음식이 상해서 버릴 때도 있었습니다. 옛 어른들이 음식 남겨 버리면 나중에 죽어서 네가 다시 먹어야 한다는 말씀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온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버려지는 음식을 많이 줄였습니다. 10가지 항목을 정해 사고 싶어도 안 사고 하나하나 항목을 확인하고 실천합니다. 물론 느슨해질 때도 있었습니다. 두부 사러 갈 때 통을 깜박 잊어버리면 일회용을 한 번씩 쓰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100% 다 된 건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고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냥 합니다.

2023년 모둠 활동 (왼쪽 첫 번째 이정숙 님)
▲ 2023년 모둠 활동 (왼쪽 첫 번째 이정숙 님)

정토회에서 20년은 나의 황금기

지구는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서 빌려온 것이고 잘 보존된 상태로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심각한 위기 상황을 누군가 만든 것이 아니라 많이 쓰고 많이 사는 것이 잘 산다는 잘못된 인식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잠깐의 편리함 때문에 사용하는 일회용품이 만든 위기 상황임을 자각하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지인은 "이정숙 님은 처음 봤을 때 고개도 못 들고 다녀 이상한 사람이었는데, 정토회에서 정말 많이 변한 사람이다."라고 말합니다. 나누기로 나를 많이 드러낸 만큼 몸과 마음도 가벼웠습니다. 주변을 살피고 후손을 위해, 타인을 위해 활동하는 게 보람 있습니다. 정토회에서 20년은 나의 황금기였습니다. 고맙습니다.

함께 인터뷰 참석한 희망리포터 김진희, 엄태숙 님 의견을 모아 직접 영상을 보면 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아 영상 요청했습니다. 흔쾌히 응해주시고 만들어 주었습니다.

3단 설거지 보다 쉬운 설거지 하기. 한 바가지로 머리 감기 정토행자라면 쉽게 할 수 있는 물 절약 영상을 소개합니다.

▲ 물 아끼는 쉬운 설거지

▲ 물 아끼는 머리 감기


인터뷰 전 에코붓다 홈페이지 검색했습니다. 환경상품으로 환경을 지키는 자원활동가 이정숙 님 사진들을 보며 놀라움과 궁금한 마음이었습니다. 스스로 좋아서 직접 실천하는 생생한 이야기로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귀찮고 불편해도 환경 실천 그냥 합니다.

글_ 김정은 희망리포터(서울제주지부 구로지회)
편집_김난희(강원경기동부 원주지회)

전체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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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숙

그냥 따라만 하면 물절약 될 몇 가지가 읽힙니다만 지금은 말고 나중에 하며 미루는 제가 보입니다
꾸준히 실천해오시는 모습이 빛이 납니다 👍 👍 👍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잘 전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4-04-23 18:57:26

김태권

정말 반갑고 또 잘 읽었습니다. 보살님~~
설거지 머리감기 확실히 배웠습니다.
지구를 지킨 몇 인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4-22 19:31:04

보광행

옥상 텃밭..저도 따라하고 싶은데 .. 엄두가 안났는데 이 글 읽고 다시 용기를 내 보겠습니다~
글쓴이 김정은님 반갑습니다~ 나눔의 장 동기~~♡
환경 실천 팁도 얻고 나장 동기도 만나고.. 오늘 일진이 참 좋습니다~

2024-04-22 10: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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