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 정토행자상 수상자
가보지 않은 길, 어찌 두렵지 않았겠어요?

저에게 통일특위를 하라고요? 시작할 때는 뒤로 숨고만 싶었다던 일산정토회의 윤순애 님. 이제는 “시민게시대를 싹 바꿨어요” “담배꽁초 줍다가 조례도 만들었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통일특위활동이 사회 변화는 물론 자기 성장을 도와주는 인생의 큰 선물임을 확신하는 윤순애 님. 그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사회에 눈을 뜨다

저는 진짜 사회 활동이나 변화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냥 직장 잘 다니고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토회에 다니면서 수행생활에 집중한 지 6년이 지난 후 통일특별위원회 (이하 통일특위)가 만들어졌습니다. 두려움이 있었지만 시작했습니다. 저는 학생운동이 치열했던 1980년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휴교령이 내려지고, 매일 시위가 이어졌지만 무서워 도망 다녔습니다. 미팅하러 다니거나, 공부만 하고 사회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교사가 된 후에도 사회, 정치 뉴스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오직 애만 잘 키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그랬던 제가 통일특위를 하게 되었으니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 이 통일특위 활동은 사회 변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제가 가지 않았던 길을 가야 한다는데 자신이 없어, 뒤에 숨고 싶었습니다. 행복학교 프로그램을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보고, 학생 참가자 모집하는 일 등은 누구나 겪는 일들이라 할만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와 관련된 스님 법문은 처음 듣는 이야기로, 제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끔찍하여, 이후로는 고기를 안 먹습니다.

윤순애 님
▲ 윤순애 님

금강경으로 만난 법륜스님

어머니는 저를 잉태했을 때부터 절에 다녔습니다. 96세인 지금도 새벽마다 금강경을 읽습니다. 엄마의 영향인지 저는 20대부터 불교에 관심이 많고, 전국의 사찰을 안 다녀본 데 없이 다 다녔습니다. 교직 발령 대기 중에는 아침마다 동네 법당 청소를 했습니다. 87년(또는 88년) 어느 날, 부산 송도 불교 장애인 시설에 봉사하러 가서 ‘정토지’를 보았습니다. '바른 불교, 쉬운 불교, 생활 불교'라는 문구가 너무 좋았습니다. 서암 큰스님의 법문도 있었습니다. 이 정토지가 너무 좋아 생일인 친구들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때는 연회비가 만원이었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는 야단법석 모임도 찾아갔습니다. 서암큰스님, 법륜스님(당시 최석호법사님), 각해보살님이 함께 할 때였습니다.

부산에 살 때는 출근 전에 절에서 108배와 예불, 출근해서는 반야심경을 사경하고, 퇴근 후에는 절에서 법문 듣는 생활을 했습니다. 97년 일산으로 이사 온 후로는 원각사에서 새벽예불을 했습니다. 제 나이 49살이고, 딸이 고3일 때 집에서 매일 108배하고, 금강경을 읽었습니다. 아이 공부를 감시하면서 금강경을 사경하다 '내가 금강경에 대해 아는 게 뭐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때 법륜스님이 동국대병원에서 법문을 했는데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님의 금강경 이야기 책을 구입하여 읽었습니다. 그동안 불교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 없이, 너무 기복적이었음을 깨우쳤습니다. 눈물흘리며 세 번 연속 읽었습니다. 책 뒤에 있던 〈깨달음의 장1〉 안내를 통해 정토회 홈페이지를 알았습니다. 홈페이지 안의 정토 TV 내용을 모두 봤습니다. 천일결사 수행담도 빠짐없이 읽었습니다. 제가 여태껏 너무도 몰랐음을 다시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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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행복시민모임 캠페인 중(왼쪽)
▲ 일산행복시민모임 캠페인 중(왼쪽)

남편의 실직, 아무 문제 없습니다

2009년 남편이 실직하였습니다. 즉문즉설에서 “남편이 실직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살길이 막막하다”라는 질문에, 스님이 “‘그동안 고생하셨어요’하고, 인제 여자가 벌면 되지. 그게 뭐가 문제인가요?”라고 했습니다. 딱 제게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2009년 일산의 가정법회에 나가며 4월 12일 6-5차 천일결사에 입재했습니다. 그 날을 제 생일로 삼고 있습니다. 다시 태어난 겁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입재를 안 빠졌습니다. 2011년 1월 1일 일산법당이 생긴 날부터 만 3년간 매일 새벽예불을 집전했습니다.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유수스님의 음에 맞춰 목탁을 쳤습니다. 그 후로도 새벽예불과 300배를 매일하고 있습니다. 20대부터 해서 몸에 배어있습니다. 경전반 다니며 불교대학을 담당했습니다. 일은 너무 많고 물어볼 곳이 없어 혼자서 다 했습니다. 주간 총무가 세 번 바뀌고, 정일사가 뭔지도 모르며 했습니다. 풋사과처럼 그냥 깡다구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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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특위를 하라고요?

어느 날 통일특위를 맡았습니다. 처음 하는 소임에 자신이 없어 주눅이 들었습니다. 막막하고, 사람 모으기도 힘들었습니다. 행복학교를 열려고 이곳저곳 공간을 빌리는 보따리 생활을 하다가 행복센터를 만들어 센터장을 하였습니다.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센터를 없앴습니다. 위의 모든 과정이 힘들었습니다만, 전체를 돌아보면 저는 큰 수혜자입니다. 야간불대, 새벽예불, 지부담당, 통일특위, 행복센타 등 온갖 것에서 처음이라는 혜택을 받았습니다. 행복 학교는 1차에서 3차까지 만들었고, 행복시민 모임도 만들었습니다. 모든 게 다 처음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촛불집회도 매주 나갔습니다. 통일특위 하면서 사회를 향한 관심이 커졌고, 행복시민과 함께 시민모임을 하며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예전보다 더 단단해졌습니다. 지금은 매일 뉴스를 들으며 정치에 많은 관심이 갑니다. 더불어서 예전에 있었던 열등감도 없어졌습니다.

시민 게시대를 싹 바꿨어요

쓰레기처리장 안 비닐하우스를 찾아가다
▲ 쓰레기처리장 안 비닐하우스를 찾아가다

행복학교 홍보지를 일산서구청 시민게시대에 붙이려 했더니 게시대가 지저분하고 더러웠습니다. 사진을 찍어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고쳤지만 마음에 안 들어 다시 전화하여 시정을 요구하니 깨끗하게 고쳐놨습니다. 깨끗해진 게시판을 볼 때마다 ‘우리가 바꿨다’는 뿌듯함에 으쓱했습니다.

다음 실천으로 코로나로 추석에 고향에도 못 가는 사람들과 쓰레기 줍기를 하였습니다. 쓰레기를 주우며 일산의 원마트 뒤쪽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동구청과 서구청의 경계여서 방치된 곳이었습니다. 믿지 못하는 공무원에게 사진 제보를 하였더니 서구청에서 싹 치웠습니다. '공무원을 칭찬합니다'라고 구청 홈페이지에 올려 공무원의 사기를 높여주었습니다.

해양쓰레기 1위, 담배꽁초

쓰레기 줍기를 하며 거리에 담배꽁초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큰 쓰레기는 눈에 뜨니 치워지는데, 담배꽁초는 이면도로와 구석에 있어서 치워지지 않았습니다. 담배꽁초 필터는 솜이 아니고 미세 플라스틱입니다. 가벼우니, 물에 빨리 떠내려가고, 바다로 바로 갑니다. MBC뉴스에서 해양쓰레기 1위는 담배꽁초 라는 보도를 보고 놀랐습니다. 그 담배꽁초 쓰레기를 물고기가 먹고, 그 물고기를 사람들이 먹고... 이 담배꽁초들이 바다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수구를 잘 관리해야 하는 데 잘 안 되고 있습니다. 하수구에 흙이 모여서 수풀밭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물이 흐르지 않아 범람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하수구 덮개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고, 모양도 각양각색입니다.

담배꽁초 캠페인
▲ 담배꽁초 캠페인

담배꽁초 캠페인 카드
▲ 담배꽁초 캠페인 카드

담배꽁초 앱을 만들어 조례 발의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를 계속 고민했습니다. 6박 7일 명상을 하면서도 '담배꽁초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니 '시의원을 만나야겠다'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명상이 끝나자마자 시의회 홈페이지를 검색하여 환경위원장을 맡은 김운남 의원을 찾아가 환경개선을 위한 온라인 시민모임 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회의를 위해 담배꽁초 앱을 만들어, 일산서구의 탄현동, 중산동, 덕이동의 하수구 사진들, 담배꽁초 쌓인 사진들, 느슨한 하수구 망 사진들, 지도와 영상도 만들어 모든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저희 발표에 수준이 높다고 놀라는 시의원에게 조례를 요구했습니다. 담배꽁초 수거함을 이면도로에 꼭 설치하고, 성북구가 하는 담배꽁초 수거 보상제를 실시하고, 하수구 덮개를 정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김운남 시의원은 시의회 시정연설에 우리가 만든 자료를 발표하고, 11월에 조례를 발의했습니다.

담배꽁초 캠페인
▲ 담배꽁초 캠페인

이재준 시장과 집행부는 우수관 철망 덮개를 주엽역, 대화역, 탄현동에 시범적으로 42개소에 설치하였으며, 추가로 빗물만 유입 가능한 빗물받이를 50여 개 정도 더 설치하여 환경오염 방지와 청결한 도로 환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한, 담배꽁초가 많이 버려지는 지역에 전용 수거함이 설치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고 「고양시 폐기물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수거 보상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2021.11.27. 경인자치신문

재능기부와 학생들의 참여로 다져지는 캠페인 활동

또 하나의 실천은 손수건 쓰기 운동입니다. 인천의 행복 시민이 재능 기부한 디자인으로 손수건을 만들었습니다. 중학생 나비 동아리와 함께 손수건 사용 캠페인과 담배꽁초 캠페인을 합니다. 2021년 12월부터 매월 셋째 주에 일산 문화광장 라페스타에서 캠페인 하고 있습니다. 행복 시민이 직장동료들을 데려오기도 하고, 나비동아리 학생들이 가족들과 같이 참석하여 캠페인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담배꽁초는 솜이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이라는 엽서도 만들었고, 담배꽁초를 줍기도 합니다.

나비동아리와 가족들도 동참하는 캠페인
▲ 나비동아리와 가족들도 동참하는 캠페인

통일 특위 활동을 하며 매주 회의를 하니 사회 변화나 복지에 눈뜨게 되어 다른 활동도 하였습니다. 고양시 일산시장 쪽 쪽방촌에서 여러 활동을 하였습니다. 보일러 기름을 넣어주고, 행복시민이 기부한 쌀로 시루떡을 만들어 따끈따끈하게 배달도 하고, 화분에 그림을 새겨서 반려 식물로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근래에는 덕양구 도내동 쓰레기더미 안 비닐하우스에 사는 분을 행정복지센터와 연결하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해주고 주거지도 마련해 주었습니다.

행복시민모임과 JTS와 함께한 복지활동
▲ 행복시민모임과 JTS와 함께한 복지활동

실천이 곧 수행

‘이런 것을 해서 무슨 변화가 생기겠나’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는 실천이 곧 수행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중산중학교에서 근무하며 2년간 전교생이 빈그릇운동을 했습니다. 빈그릇운동 수기 중 “내가 먹고 싶은 거를 다 가져와서 다 못먹고 버리게 되는데, 내가 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너무 욕심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 말처럼, 조금 줄여봄으로써 수행이 됩니다.

‘잘 안되는 것을 해서 무슨 보탬이 될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라도 하면 내 생활이 바뀌고 환경도 바뀌니 이것이 바로 수행과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스님은 환경파괴의 원인이 소비중독이라 했습니다. 단 한 가지에서라도 소비의 멈춤을 실천해 보는 것이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뀐 제 행동을 본 사람들이 자각하거나, 감화를 받음으로써 세상이 바뀔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시스템이 바뀌고 법이 바뀌면 큰 변화는 옵니다. 그러나 그 변화를 만드는 것은 우리들입니다.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사회적 요구가 생기고, 그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더 큰 변화가 생깁니다. 행복 시민이 많아지고, 실천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이 정치, 정치가 일상

행복시민 모임을 통해 배운 것은, 일상이 정치이고 정치가 일상이라는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들만의 힘은 계란에 바위 치기였지만, 시의원의 생각이 바뀌니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정책이 바뀌니, 살고 있는 사회가 바뀌는 뿌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직장생활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고 방법도 알고 있습니다.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법도 점점 세련돼지고 있습니다. 진정성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개선을 요구하여 변화를 만들어 낼 자신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몸이 약했는데 시민활동과 아이들과 나비 동아리 활동을 같이 하는 지금은 건강하고 자신감 충만하고 편안합니다. 활동, 직장, 정토회, 집이 각각이 아님을 알게 된 지금의 이 생활이 저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고, 제가 살아갈 길이고 희망이라 생각합니다. 시간을 조금밖에 못 내는 사람도 모임에 참여하기만 하면 같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 함께 하시죠~

쓰레기 줍기 운동,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윤순애 님
▲ 쓰레기 줍기 운동,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윤순애 님

글_임현주 희망리포터(인천경기서부 덕양지회)
편집_최미영(서울제주지부 서초지회)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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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

꾸준히 실천하는 모습 존경합니다~~

2022-09-16 10:02:44

문옥선

행복학교 진행자 수업에서 만나뵌 순애님
존경합니다

2022-08-25 16:23:24

보현

고맙습니다

2022-08-05 10: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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