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구미지회
나도 행복할 수 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기분 좋은 미소를 가진 구미지회 영주모둠 이가현 님입니다. 아이로 인해 아픈 마음을 달래보고자 정토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어떤 아픔이 있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이가현 님.

누구나 웃으면서 살 수 있음을 직접 체험하고 나니 많은 사람에게 “'이 길이 정말 좋은 길이다, 함께 가자!”고 적극적으로 전법할 수 있었답니다. 모든 것이 아이가 주고 간 선물이라 여기고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감동의 이야기 지금 소개합니다.

울산법당 도반들과(왼쪽에서 세 번째)
▲ 울산법당 도반들과(왼쪽에서 세 번째)

한 마음 두 사랑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었지만 그 빈자리를 느끼지 못할 만큼 가족과 친지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습니다. 엄마와 할머니 두 분(친할머니, 증조할머니) 모두 한 마음으로 저를 사랑해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표현은 달랐습니다. 유리그릇 다루듯이 애지중지 돌봐주셨던 할머니. 아버지 없는 자식을 더 바르게 키우고 싶으셨던 엄마. 엄마는 할머니가 저를 너무 오냐오냐 대하셨기에 본인까지 그러면 안 되겠다 하여 오히려 더 엄하게 하셨습니다.

한집에서 함께 사는 어른들의 태도가 극과 극이라서 말과 행동에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같았기에 특별히 힘든 것 없이 건강하고 평범하게 자랄 수 있었습니다.

자상함의 이면

남편은 한 직장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였습니다. 동료들이 먼저 둘이 잘 어울리겠다고 사귀기를 권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보수적인 유교 집안에서 자라 남자가 주방에 들어오면 큰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우리 집안의 남자들과는 달랐습니다. 이런 모습에 점점 더 반하게 되었고 결국 결혼을 했습니다.

연애하며 함께 직장생활 할 때는 남편의 그런 자상한 면이 좋았는데 결혼을 하고 보니 마찰이 생겼습니다. 잦은 회식으로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화가 났습니다. 남편에게 술 많이 마시지 말고 일찍 들어오라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남편은 막내아들로 이쁨받으며 자랐지만 형과 누나에게 간섭을 많이 받고 살아왔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아내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권리라며 잔소리를 많이 했습니다. 남편에게는 그게 스트레스였고 가끔 다툼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두북어르신 나들이 봉사(맨 왼쪽이 남편,맨 오른쪽 이가현님)
▲ 두북어르신 나들이 봉사(맨 왼쪽이 남편,맨 오른쪽 이가현님)

아픈 아이를 보내며

1991년 2월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100일이 지나가면서부터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돌이 되어도 걷지 못하는 등 발육상태가 늦되었습니다. 아이가 5살이 되어서는 자주 경기를 하는 등 조금씩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해서 병원 생활을 많이 했습니다.

남편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픈 아이와 가정까지 돌봐야 하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 술까지 많이 마시니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아이가 13살이 되던 해에는 남편마저 병이 나서 치료를 받기 위해 1년간 휴직을 했습니다.

그때 저는 아이는 아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돌봐야 해서 그야말로 정신없는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도 포기하고 싶지 않을 소중한 내 아이지만 잦은 수술을 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아이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그만 고통받고 고통 없는 곳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남편이 1년 휴직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 생활을 하던 중, 2005년 14살의 어린 아들은 고통 없는 곳으로 갔습니다.

아이를 보내고 나니 그동안 못 해준 것만 생각나고 처음에는 눈물도 나지 않고 이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하필이면 아이가 위급한 시기에 아픈 남편을 돌보느라 아이에게 온전히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생각에 '당신만 아프지 않았더라면 아이가 그렇게 안 되었텐데'라며 남편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49재를 마치고도 마음이 편치 못해 이 절 저 절 다니면서 천도재를 많이 지냈지만 제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습니다.

법륜스님에 대한 궁금증

2008년 불교방송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나왔습니다. '저런 스님이 있었는데 나는 몰랐네' 하고 유심히 보며 '법문을 저렇게도 하시네' 생각했습니다. TV 초파일 특집에 나온 법륜스님의 법문을 들은 후에 스님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건강을 회복한 남편은 복직했고 저도 학교에 아르바이트 자리가 생겨 일하러 다니면서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명예퇴직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습니다. 남편이 다니는 직장은 본인이 원하면 계속 다닐 수 있는 좋은 곳이었습니다.

'아이 때문에 힘들었고 이제 조금씩 안정되어 생활이 되려고 하는데 직장을 그만둔다니...' 화가 났습니다. 홧김에 한마디를 하니 남편이 불같이 화를 내고는 저에게 3일 동안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내가 진짜 하면 안 되는 말을 했구나' 생각하고 마음을 돌이켰고 결국 남편의 뜻을 따랐습니다.

아쉽기는 했지만 돈 때문에 욕심을 냈다면 그때 남편이 건강을 잃었을 것 같아 '명예 퇴직한 게 참 잘한 선택이었구나' 지금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남편의 의견을 받아줘서인지 남편은 정토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주는 삶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남편은 등산을 자주 했고 남편이 속한 산악회에 울산 정토회 대표 김용주 님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김용주 님과 남편은 함께 산행했는데 두 사람은 우연히 법륜스님 이야기를 했답니다. 그리고 법륜스님이 울산법당에서 직강을 하신다는 소식을 듣었습니다. 바로 2009년에 울산법당에서 8주 동안 열린 직강 법회였습니다.

문경수련원에서 법사님과(왼쪽)
▲ 문경수련원에서 법사님과(왼쪽)

마음의 먼지를 치우기 위해

울산법당에 가보니 법당은 200여 명의 사람이 꽉 찼습니다. 한 질문자가 남편과 사이가 안 좋았는데 스님께서 하라는 대로 하니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그래서는 완전히 해결 안 되고 깨달음의 장1에 가서 말끔히 청소를 해야 한다. 청소로 비유하자면 지금은 큰 물건은 치웠는데 바닥에 먼지는 남아있다. <깨달음의 장> 수련을 통해 비로 깨끗이 쓸어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제 귀에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여름이 지난 9월17일날 깨달음 장을 신청했습니다.<깨달음의 장> 수련을 통해 그야말로 깨져버렸습니다. 절에 가서 천도재 했던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고, 깨달음의 장 수련은 딱 내 마음이 일으킴을 안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수련을 마치고 한 달 후 <깨달음의 장> 바라지를 신청했습니다. '수련을 많이 하면 더 빨리 좋아지나? 더 빨리 괴로움이 없어지나?' 하는 마음에 <나눔의 장2> 수련도 했습니다.

밥 보다 더 중요한 것

2010년 3월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미 <깨달음의 장>, <나눔의 장> 수련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스스로 아상이 강하기 때문에 남들이 꺼리는 봉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화장실 청소를 지원했습니다. 불교대학 공부가 있는 날이면 일찍 가서 청소하는데 화장실이 커서 여름에는 땀을 뻘뻘 흘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재활용 분리수거 담당을 맡게 되었는데 너무 까다로운 소임이었습니다. 다른 활동가들은 컴퓨터에 앉아서 봉사 활동을 하는데 나만 뒤 편에 쪼그리고 앉아서 하려니 '내가 이거 하려고 불교대학 왔나?' 하면서 확 집어 던지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도 지금 집어 던지고 가면 다음 주에 불교대학 공부하러 올 용기가 없었기에 그럴 때마다 꾹 참고 했습니다.

경전대학 졸업 이후 아침 10시에 법당에 와서 저녁 5시에 가라고 하는 총무님과 많이 싸우기도 했습니다. '왜 가정주부를 밥때가 되면 밥하러 보내 줘야지 왜 안보내 주냐'며 불만을 가졌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밥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남편 마음을 헤아려서 편하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불교대 특강수련 바라지(왼쪽에서 두번째)
▲ 불교대 특강수련 바라지(왼쪽에서 두번째)

3000배를 하며 깨달은 것

경전대학 졸업 후 전법팀장 대행 소임을 맡으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던 중 남편의 고향인 영주로 이사했습니다. 당시 영주지역에는 법당이 없어 불교회관 건물을 빌려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300강 이후에 전국적으로 법당을 개설하는 시기였습니다. 울산법당에서 활동한 이력을 알고 있던 대경지부 사무국에서 저를 영주법당 불사자로 적극 추천했고 저는 영주법당 불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영주에서 불사를 시작해서 법당 개원했습니다. 처음에는 활동가들이 없어 혼자서 여러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교육과 회의도 많아 영주에서 대구까지 자주 갔는데 아침에 가서 밤늦게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경전 대학 졸업 후부터 아침에 300배 정진을 하고 있었기에 정진을 하면서 하기 싫은 마음을 돌이키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쩔쩔매며 배워가면서 하고 있는데 원칙적이라며 이런저런 비난을 받을 때면 힘이 들었습니다. 이게 마음이 일으킨다는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으로 잘 안 되었습니다.

돈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 니 울산에서 여기까지 올라와서 고생한다.” 하며 인정해 주지는 못할망정 이것저것 잘못한 것을 지적하니 서운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것을 극복하고자 아침에 하는 300배는 부족하다 싶어 2015년에 3000배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1000배를 할 때는 온갖 생각이 다 났습니다. ‘나는 한다고 했는데 내가 뭘 잘못했나?’, ‘나는 믿고 도와주시겠지 하고 의지하는 마음이 있는데 도와 주기는 커녕 나를 비난하다니...’ 문제의 원인을 계속 밖에서 찾으며 예전 기억의 필름들이 무한반복을 했습니다. 두 번째 1000배를 할 때 밖을 향하던 마음이 조금씩 내 안으로 돌아오게 되었고마지막 1000배를 하며 이게 나의 문제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저렇게 웃을 수 있구나

그러면서 제 안에 있는 여러 업식 중 하나의 업식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내가 어릴 적에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자랐기에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업식이 있구나’ 이런 것이 다 인정받으려는 업식으로 인해서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정토회 활동이 직장생활처럼 아침에 가서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가니 명예퇴직을 한 남편과 저의 역할이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돈을 벌기 위해 집에 늦게 오고 했는데 저는 돈을 써가면서 활동을 하게 되면서 뒤바뀌어 체험하니 남편의 예전 마음마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남편에게 숙이니 남편도 그런 저의 마음을 받아 정토회 활동하는 것을 든든하게 지지해 주고 있습니다.

행복학교 진행중(윗줄 왼쪽)
▲ 행복학교 진행중(윗줄 왼쪽)

다른 활동가들이 '아들을 보냈는데도 저렇게 웃으며 다닐 수 있구나' 하며 놀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행복학교3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행복학교 참가자들은 정토회와 인연이 늦을 뿐이지 이미 스님의 즉문즉설을 많이 듣고 생활에도 적용하고 환경실천도 잘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을 진행할수록 행복해하는 모습이 뿌듯하기도 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하는 행복연습을 통해 제가 더 배우는 중입니다.

저처럼 불법을 만나지 못해 시간 낭비, 돈 낭비하는 분들이 한 명이라도 불법을 만나 행복해 지길 바라며 행복을 전하는 전법활동가로 꾸준히 덤덤히 나아가겠습니다.


이가현 님과 저는 고향이 같아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고향 얘기를 한참 했습니다. 고향이 같으니 왠지 친근하고 편해서 이후의 인터뷰가 자연스럽게 흘러갔습니다. 이가현 님의 3000배 정진은 많은 활동가에게 감동을 주고 영주법당의 연례행사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는 행복할 수 있다'라는 불법의 가르침을 또 한 번 마음속에 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글_정태남 희망리포터(대구경북지구 구미지회)
편집_허란희(경기동부지구 수지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2. 나눔의 장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평화로워지는 4박 5일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참여자만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음. 

  3. 행복학교 행복해지고 싶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종교적 의식이나 프로그램을 배제하고, 법륜스님의 행복 메시지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며,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지는 연습을 함께 하는 곳.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12강 구성으로 진행되고 있음.
    행복학교 신청: http://hihappyschool.com 

전체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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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애

이가현님 울산법당에서 간혹 뵈었는데, 어느날 안 보였는데,영주에서 많은 봉사를 했군요?
대단하십니다.
화이팅 입니다.

2022-12-06 07:57:22

서영수

이가현 회원님 수행담을 읽으며 이런저런 감정이 올라옵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감히 짐작조차 못하겠어요. 줄타는 업식이 움직입니다. 딱 한 번 밖에 갈 수 없고 먼지를 말끔히 청소할 수 있다는 깨달음의 장에 가보자고 마음먹기가 제게는 너무 두렵고 아프고 어려웠습니다. 요즘은 참가하고 싶어도 참가할 수 없어 다행스럽기도 하네요ㅋㅋㅋ 모두 오래오래 안녕하세요:)

2021-12-04 17:27:58

권오상

공덕화 보살님에 수행담을 읽으면서 참으로 마음아프고 힘들었던 시기가 그려집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수시로 대구 지부와 이웃법당 부총무 대행까지 맡아서 해주셨던 고마음을
지금도 가슴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항상 밝게 미소짖는 모습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2021-11-06 16: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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