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북미지회
해외 첫 선거 이야기!

온라인 정토회로 정식출범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되었습니다. 해외는 이번 정식출범이 내 손으로 소임자를 선출한 첫 선거였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큰 의미가 있습니다. 투표하는 사람도 후보자도 사뭇 진지하고, 열기로 가득했던 북미지회의 첫 선거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지회장이 된 변사또

모든 선거를 1박2일에 걸쳐 진행한 국내와 달리, 해외는 시차로 인해 모둠장, 지회장 선거를 일주일 먼저 치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육부터 선거까지 일정이 바쁘게 진행되었고, 실수 없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긴장감도 컸습니다. 모둠별 교육을 마치고, 미리 후보자를 뽑는 연습을 해보는 사전 리허설 날이 되었습니다.

가상 모둠장 후보는 흥부, 놀부, 제비, 박씨, 가상 지회장 후보는 홍길동, 춘향이, 이도령, 변사또였습니다. 원하는 후보를 선택하고 제출을 누르는 방식이라 몇 분이 투표했나, 혹 못한 분은 없나를 살피던 중 다 같이 박장대소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지회장으로 변사또가 당선된 것입니다. 그 덕에 처음 해보는 선거에 긴장한 마음을 날릴 수 있었습니다. 진짜 선거에서는 도덕성도 겸비한 사람을 뽑자고 서로 다짐하며 예행연습을 잘 마쳤습니다.

사전리허설 중인 뉴저지모둠
▲ 사전리허설 중인 뉴저지모둠

내 손으로 장을 뽑는 소중한 시간, 참여자들의 소감

묘명법사님(선관위원장) 임명에 익숙해 있다가 처음으로 선거를 하니 설렘이 있었습니다. 누가 가장 적합한 모둠장이고 지회장일까, 활동가 수가 턱없이 모자라는 북미지회라 10차 마무리까지 모둠장과 지회장의 역할이 특히 중요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선거에 임하는 마음이 진지해짐을 느꼈습니다. 막상 선거를 진행해보니 그간 해외는 특별한 상황이고, 회원 수가 적다고 한국과 달리 임명제로 일관해온 과거를 되돌리고 싶을 만큼 모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선거로 뽑힌 '장'들의 당선 소감에서는 뽑아준 회원들에게 감사하며 자발적이고 기쁜 마음으로 활동하겠다는 약속이 있었습니다. 겹겹의 겸임을 맡아준 분들이라 그 소감들이 더욱더 고마웠습니다. 모둠원들은 내 손으로 장을 뽑는 주체자로서 모둠장과의 협조와 화합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특히 좋았습니다.

북미지회 모둠장 당선인들 (윗줄 가장 오른쪽 묘명법사님)
▲ 북미지회 모둠장 당선인들 (윗줄 가장 오른쪽 묘명법사님)

최은희 님(지부 진행요원) 해외에서 처음 치러지는 선거에서 해외지부 진행요원이라는 낯선 소임을 제안받았을 때 ‘선거하는 기간에만 하는 것이니 어렵지 않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소임을 받았습니다. 교육을 받고 자료를 들여다보고 일정 등을 살펴보면서 결코 가볍게 받을 수 있는 소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게다가 해외지부는 북미, 아태, 유럽의 다양한 나라에 있는 분들과 함께해야 했고, 시차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각 모둠의 리허설에 참여하기 위해 잠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처음 하는 선거이니 리허설을 통해서 선거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본 선거보다 더 긴장된 마음으로 리허설에 참여했습니다. 한국보다 일주일 먼저 선거를 치러야 해서 진행자료 등을 우리 실정에 맞게 변경해야 했기에 리허설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본 선거를 치르니 리허설에서는 언급조차 없던 일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속에서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해하고 협력하여 선거를 잘 치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신정민 님(지회 진행요원) 처음에 공유된 자세한 선거자료를 여러 번 읽어보았음에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설명회를 들으면서 윤곽은 알 수가 있었지만, 해외는 한국보다 일주일이 빨리 선거가 시작되어 마음이 조급했습니다. 선거 리허설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각 모둠에서 못하는 분이 한 분씩은 있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고민하던 법사님 생각도 납니다. 혹시, 여러 번 재선거를 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도 들었습니다. 막상 선거가 진행되면서 참관으로 들어가서, 선출을 통해서 대표가 선출되고, 당선자들의 소감도 듣고 밝은 얼굴로 축하하는 도반들의 얼굴을 보니, 저도 기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엘에이모둠 (윗줄 왼쪽부터 이노숙 님, 신정민 님, 최은희 님)
▲ 엘에이모둠 (윗줄 왼쪽부터 이노숙 님, 신정민 님, 최은희 님)

이노숙 님(모둠 진행요원) 저는 선거기간 동안 북미 서부지역 모둠 진행요원 소임을 맡았습니다. 특별히 힘든 점을 꼽자면, 북미 서부지역은 세 모둠이 있는데, 모둠 선거 진행요원은 저 한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선거 리허설 시간 정하는 것부터, 제가 속한 모둠 외에 다른 지역 모둠은 모둠원들을 잘 알지 못해 의견을 모으는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선거 리허설 때, 방법을 몰라 묻는 분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리허설이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덕에 선거 당일에는 절차상으로는 무난히 진행되었지만, 시애틀 모둠에서 모둠장으로 선출된 도반이 개인 사정으로 수락을 하지 않아 삼의제를 거쳤습니다. 그럼에도 모둠원들이 그 도반이 모둠장을 맡아줄 것을 계속해서 원해, 결국에는 이 사안이 자격심사위원회로 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안타까웠습니다.

오렌지카운티모둠
▲ 오렌지카운티모둠

이혜숙 님(시애틀 모둠장) 저는 이번에 북미지회 시애틀 모둠장으로 선출된 이혜숙입니다. 저는 딸아이 산후조리를 도와주느라 조금 늦게 전법모둠에 합류하였습니다. 전법활동가로서 맡을 수 있는 소임은 모둠장만 남아있었지만, 제가 모둠장을 하기엔 역량이 모자란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한 모둠원들은 3개월 휴가계를 내고 한국방문을 계획 중인 다른 도반에게 투표하였습니다. 그 도반은 머무는 곳이 일정치 않고 여러 사정상 이번에 모둠장 소임은 어렵다고 하였으나, 저희 모둠원들은 그럼에도 그 분만한 분이 없다고 여겨 여러 번 권하였습니다. 이 과정이 결국에는 삼의제를 거치고 자격심사위원회로 회부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모두가 당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모둠원이 추천한 도반은 서원행자이니 한 단계 아래인 발심행자로 전법활동은 계속하려니 생각했고, 그 도반도 휴가 다녀와서 전법활동가로 재미나게 해보겠다며 휴가에 들어갔습니다. 그후 자격심사위원회에서 그 도반의 계위를 전법활동가가 아닌, 일반회원으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도반의 거절 사유를 듣고도 하라고 밀어붙인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 같아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충분한 숙의를 하지 못한 부분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첫 선거였음에도, 그 도반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또 한 번 많은 것을 배우는 귀한 첫 선거였습니다.

시애틀모둠(가운뎃줄 가장 왼쪽 이혜숙 님)
▲ 시애틀모둠(가운뎃줄 가장 왼쪽 이혜숙 님)

서원행자에서 일반회원으로

서원행자에서 일반회원이 된 도반의 이야기는 아마도 이번 선거 최대의 논란거리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한 달가량 지난 그 일의 당사자인 북미지회 이원심 님에게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희망리포터: 안녕하세요! 현재 한국에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으신가요?

원심 님: 미국 이민 생활 20년째입니다. 이민 생활이 스트레스였는지 아니면, 나이가 든 건지 당뇨가 심해졌습니다. 고국에서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자는 소박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남편과 상의했고, 6개월간 지내보고 결정하자는 의견일치로 10월 1일부터 친정 언니가 사는 강릉에서 우선 한 달 정도 지내보자는 생각에 와있고요, 곧 남쪽 여수나 통영 쪽으로도 가보려 합니다.

휴가계를 제출하고 한국에 머물고 있는 이원심 님
▲ 휴가계를 제출하고 한국에 머물고 있는 이원심 님

희망리포터: 선거 후, 지도법사님께서 법문 중에 원심 님 경우를 언급하시면서, 얼떨결에 전 세계적으로 그 모둠 선거 과정이 알려졌습니다. 그때 상황을 직접 들려주시겠어요?

원심 님: 맞습니다. 얼떨결에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경우도 있구나!’ 하고 공부거리가 되어서 썩 나쁘지 않습니다. (웃음) 저는 지난 8월 초에, 시범기간 모둠장 소임과 불교대학 돕는이 역할이 끝나는 10월 1일 날짜로 3개월간 휴가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도반님들과 나누기 시간에 이런 제 계획을 충분히 나누었다고 생각했고(충분하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었음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제가 모둠장으로 선출되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선거에 들어가니, 제가 모둠장으로 선출이 되었고, 거절해야 하는 미안한 마음으로 당황스러웠습니다. 분명히 휴가 신청서도 제출했고, 정해진 장소가 아닌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하고, 시차도 있고 해서 모둠장 소임에 집중이 힘들 것 같아 삼의제를 거치면서도 결국 거절했습니다.

희망리포터: 정토회 오랜 활동가십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분별하는 마음이 일지는 않으셨는지요? 지금 마음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원심 님: 법문 듣고 수행을 하니 나 스스로 가벼워짐이 좋아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11년이란 시간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분별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면 거짓이고요, 모든 걸 공부거리로 삼아 빨리 돌이킬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봉사 소임이 없으니 당연히 일반회원으로 있다가, 교육받고 전법활동가로 다시 복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재수하듯이 재교육받는 것도 기억력이 짧은 나에겐 나쁘지 않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자질이 부족하여 일반회원으로 계속 있으라 하면 또 그렇게 하지요. 그 상황에 맞는 봉사를 하면 될 것 같고요, 가볍게 그냥 가볍게 살려고 합니다.

도반들과 '새로운 100년' 북토크 중에 (가장 왼쪽 이원심 님)
▲ 도반들과 '새로운 100년' 북토크 중에 (가장 왼쪽 이원심 님)

희망리포터: 또 다른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원심 님: 그간 봉사자를 공정하게 직접 뽑는 직접선거에 대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전법활동가 중 누구라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고민 없이 투표했습니다. 역시나 가문의 영광이라고 수락 소감을 밝히며 흔쾌히 소임을 받아주신 도반님들,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이런 분들이 하나 둘 모여 정토회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직접선거를 참여해 보니 내가 주인이라는 소속감도 더 깊어진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처음 시도한 직접선거가 이 정도로 원활히 진행됨은 이 또한 묵묵히 소임을 맡은 봉사자분들 덕분임을 알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북미지회 전법활동가 25명
▲ 북미지회 전법활동가 25명


해외는 이번 정식개편으로 시범기간 5개이던 지회가 2개 지회로 몸집을 대폭 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미 동부와 서부가, 아태와 유럽이 하나의 지회로 가게 되어 몇 시간의 시차는 당연시되는 말 그대로 글로벌한 해외지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물리적인 거리는 멀리 있지만, 도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성큼 다가섰음을 느낍니다.

“도반은 수행의 전부입니다. 해외지부 화이팅!”

글_편집_박승희(해외지부/북미지회)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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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안

최근 기사에 연결된 링크를 통해 다시 읽어보니 지난 1년이 10년 같습니다. 어려운 시간 함께 해온 도반님들의 마음 느껴져 뭉클합니다. 그 자리에서 인연따라 늘 함께 하시는 이원심 보살님 감사합니다!

2022-11-16 10:24:44

서영수

이런 분들이 모여 지금의 정토회가 있구나 알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오래오래 안녕하세요:)

2021-12-04 17:35:33

금광화

법회에서 자주 들었던 선거 사례 주인공을 만나 반가운 마음이고, 자세하고 다양한 시선에서 볼 수 있어 재밌습니다~^^ 한국에서의 여행 잘 보내시고~ 다음에 일상으로 돌아간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2021-11-06 07: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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