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구미지회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일 년

10차 년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날 법당 총무를 맡았습니다. 유난히 바쁜, 3년 같은 1년을 보낸 구미법당 최성선 님의 좌충우돌 총무이야기 들어볼까요?

새물정진 중 두북수련원 논에 피 뽑기
▲ 새물정진 중 두북수련원 논에 피 뽑기

저녁만 되면 불안한 셋째 딸

저는 어릴 때부터 부모 말 잘 듣는 소심한 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열 살 어립니다. 아버지는 상주 사람인데 부산에서 놋그릇 만들며 사업이 번창했습니다. 돈 벌어 남동생을 대학교까지 보냈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은 챙기지 않고 자기 형제들 챙기는 아버지한테 불만이 많았습니다. 이후 스테인리스가 등장하여 사업이 기울며 점촌으로 이사해서 장사했습니다. 큰 오빠와 큰 언니는 부산 고모 집에서 공부하고, 작은오빠, 작은 언니, 저, 동생은 점촌에서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매일 술 마시고 들어오니 어머니는 속상해서 불평합니다. 그 말이 듣기 싫었는지 아버지는 어머니와 자주 싸웠고 가끔 주먹까지 휘둘렀습니다. 저녁만 되면 ‘오늘도 싸울 텐데’ 하는 생각에 불안하고 힘들었습니다. 부모 사이가 좋지 않아 눈치껏 알아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고집이 센 지도 모릅니다.

6남매 중 둘째 언니가 제일 똑똑하고 공부도 잘했는데 중학교도 보내지 않아 늘 불평했습니다. 저는 공부도 잘못했는데 늦게 태어난 덕분에 고등학교까지 다녀서 언니한테 미안했습니다. 공부 잘한 언니가 더 많이 공부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작은 언니가 제일 잘 살아 다행입니다.

백일 기도 입재식 맞이 봉사(왼쪽이 최성선 님)
▲ 백일 기도 입재식 맞이 봉사(왼쪽이 최성선 님)

아버지를 보며 술 마시지 않는 남자랑 결혼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술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성실하고 착하고 자상하고 이야기도 잘하지만 욱하는 성질이 있어 화를 잘 냈습니다. 무척이나 가정적이어서 퇴근하면 곧바로 집에 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친구를 만나지도 않고, 술을 마시고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남편이 참 좋았는데, 정토회 활동하면서 장애물로 여겨졌습니다. 저녁에 회의 등 일정이 있으면 남편 눈치가 보였습니다. 자기와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고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남편도 좀 바뀌었습니다.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집에서 활동하니 남편은 금요일이면 친구를 만나 놀다 늦게 들어옵니다. 주말에는 제가 일정 있으면 혼자 텃밭에 갑니다.

경전반 특강수련 때 문경수련원(앞 줄 오른쪽 최성선 님)
▲ 경전반 특강수련 때 문경수련원(앞 줄 오른쪽 최성선 님)

정토회와 인연 맺어 준 복덩이 아들

남편과 큰 문제 없이 경제적 안정을 찾고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자퇴하겠다고 했습니다. 너무 놀라 한 달만 다녀보자고 했지만, 아들은 닭장 속에 있는 것 같아 답답하고 힘들다며 결국 자퇴했습니다. 으름장을 놓거나 달래도 보았으나 소용없었습니다. 그 후 아들은 우울증으로 고생했는데 도저히 아들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깥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부모교육도 받고, 독서토론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도움받았다고 하는데 변화도 없고 와 닿지 않아 2년 정도하고 그만두었습니다. 아들과 대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조금이라도 아들 마음을 받아주었더라면’ 하는 후회와 엄마 노릇 제대로 못 한 어리석음을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불교 TV를 통해 정토회를 알게 되어 수행법회를 갔습니다. 인연과보에 대한 법문을 듣고 남편과 아들에게 참회기도를 했습니다. 아들 덕분에 정토회를 알게 되어 고마울 따름입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아들은 검정고시를 봐서 대학교에 다니다, 종교 수업 시간이 싫어 그만두고 다시 수능 봐서 철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지금 아들은, 제가 정토회 활동으로 바쁜 줄 알면 스스로 밥도 챙겨 먹고, 입에 맞는 반찬이 없으면 외식을 합니다. 엄마를 배려하는 마음이 보여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어느 때는 반야심경을 춤추면서 랩으로 불러주어 박장대소했습니다. 이 모두가 부처님 가피입니다.

법륜스님 희망 강연 봉사
▲ 법륜스님 희망 강연 봉사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 잘못하면 뉘우치고

봉사하는 게 정말 재밌고 좋았습니다. 문경수련원에서 한 통일릴레이 기도, 불교대학 홍보, JTS거리모금, 강연 봉사, 법당 행사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평생 살림만 한 탓인지 법당에 가서 공양하고, 이야기 나누고, 홍보하는 것이 마냥 좋고 살아갈 힘을 주었습니다. 9차 소임 회향 차 문경수련원에 가서 땀 흘리며 3천 배를 했습니다. 앞에 나가 소감 발표를 하니 총무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깜냥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총무를 맡았습니다.

온갖 걱정에 몇 날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워 몸무게가 7킬로나 빠졌습니다. ‘남편 덕에 20여 년을 집안 살림만 했는데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메일도 보낼 줄 모르는 컴맹에다 모둠에 대해서도 이해를 잘못했습니다. 누가 질문하면 답변을 못 해 아주 답답하고 막막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도반들 덕분에 어려움을 넘겼습니다. 총무 하면서 컴퓨터와 일을 배울 수 있어 고맙습니다.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 잘못하면 뉘우치면 된다는 ‘지광당 십훈’을 깊이 새깁니다. 엎어지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묵묵히 나아가는 수행자로 살겠습니다.

문경수련원 김장 봉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최성선 님)
▲ 문경수련원 김장 봉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최성선 님)

옳다고 고집하는 나를 알아차리다

총무를 하면서 법당 사회활동 지원담당이 정토회 복지상을 받았을 때가 제일 기뻤습니다. 마치 제가 상을 받은 것처럼 뿌듯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남편의 반대가 더 심했습니다. 어느 날은 노트북으로 화상 회의를 하는데, 빨리 끝내지 않는다고 화를 내면서 노트북을 엎어버렸습니다. 그때도 남편 마음을 받아주지 못하고 미워하기만 했습니다. 다음 날 새벽기도를 하는데, 화난 남편 마음이 이해되어 참회했습니다. 더불어 넘어지고 엎어진 만큼 얻는 게 많았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법당을 정리하면서 선배 도반의 노고와 정성으로 수행할 수 있었음을 알게 되어 더욱더 고마웠습니다. 이제는 제가 고집이 센 것을 알고, 순간 옳다고 고집하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소임이 복이란 말을 실감합니다. 아직 법당 물건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아 소임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인생의 주인으로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여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행복한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도반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달서정토회 총무들과(앞에 파란 조끼입은 최성선 님)
▲ 달서정토회 총무들과(앞에 파란 조끼입은 최성선 님)

통일의병대회(뒷줄 왼쪽 최성선 님)
▲ 통일의병대회(뒷줄 왼쪽 최성선 님)


최성선 님의 소임이 복이라는 말에 뜨끔합니다. 소임을 맡기려 하면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지는 자신을 많이 반성했습니다.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무엇이든 “예”하는 정토행자가 되기를 발원합니다.

글_전현숙(대구경북지부 구미지회)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구미지회)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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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

저 역시 소임이 복이라는 말에 뜨끔합니다.
총무 시킬까봐 무서워 요리조리 피하던 때가 있었거든요.
시키지도 않을터인데 미리 겁먹었던 내가 가소로워 웃어 봅니다.

2021-05-16 09:01:53

금강지

와~~ 아드님의 반야심경랩이 궁금하네요 ㅎㅎ
광주에서도 다녀가신 보살님
반가운 소식에 감사합니다

2021-05-15 13:53:44

김정희

ㅋㅋㅋㅋ 반야심경 랩으로 춤추는 아들 정말 궁금합니다.

2021-05-15 07: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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