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오디오북
오디오북-월광법사님 네 번째 이야기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정토행자의 길

정토회 와서 마음공부하지 않았다면, ‘남편 못살게 하고 아들 들들 볶고 결국 내가 괴로워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자식에 대한 집착도 많고, 남편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그랬거든요. 이제는 세상의 은혜를 알게 되니 가족, 스승, 도반, 친척, 친구, 선배, 후배, 옛날 직장 동료, 성주사와 한마음 선원 주지스님과 신도님들, 거리에서 모금과 서명에 동참해 주신 모든 분들, 일체중생, 자연의 은혜에 참 고맙습니다. 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전에는 제가 아들을 판사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 와서 판사 만들려는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대신 아들에게 정토회를 말하니까 아들이 “엄마, 엄마가 나한테 바라는 게 판사에서 정토행자로 바뀐 거 아세요? 판사가 좋을 때는 판사 하라고 하다가 정토행자가 좋으니까 정토행자로 집착이 그대로 갔어요.”라고 했습니다. 깜짝 놀라서 미안하다 했습니다. 그래 놓고 가끔 메시지를 보냅니다. 요즘은 ‘내가 더 부지런히 수행 정진해야 아들이 이 길을 올 수 있지 않겠나. 부처님도 자기 아들에게 물려주었듯이 이게 가장 큰 유산이다.’ 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목포신항 콘테이너 법당에서 기도하는 월광법사님
▲ 목포신항 콘테이너 법당에서 기도하는 월광법사님

반대는 해도 며느리가 자랑스러운 시어머니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 되고 4월에 학교를 그만다닌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래, 그만 다녀라. 엄마 아는 사람 중엔 초등학교 문 앞에도 못 간 사람도 많은데, 너는 고3까지 다녔으니 됐다. 그만 다녀라.” 했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너무 화가 나셨습니다. "우리는 옛날에 그 가난 속에서 아이들을 다 대학에 보냈는데, 너는 아무것도 어려움이 없으면서 맨날 걸뱅이(거지)가 되어 돈 통이나 들고 다니고, 뭐가 어려워서 그런 짓을 하러 다니냐. 손자도 안 돌보고." 그렇게 소리치셨어요. 시어머니께 그 소리를 들을때는 미운 마음이 들어서 한동안 갈등했지만, 나중에는 손자 대학 못 보내서 죄송하다고 손잡고 울면서 참회했습니다.

제가 팽목항에 좀 오래 있으면서 피부가 까맣게 탔습니다. 그때 시어머니를 뵈러 요양병원에 갔는데, 옆에 할머니한테 “저 며느리가 팽목항인가 뭐신가 저 있어 가지고 저래 꼬라지가 더럽다 아이가.” 하셨어요. 그런데 다음에 가니까 옆에 할머니가 콩나물국이라도 끓여 주라고 5만 원을 주었다며 받아주셨습니다. 한 번은 인도에 무슨 사고가 났을 때 시어머니를 뵈러가니 “너 인도 안 갔나? 그 사고 난 데” 하시는 것을 보고,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반대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워하시는 것을 알게 되어 고마웠습니다.

앉아서 망상 피울 시간이 없다

팽목항에 처음에는 기도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기도하는 사람은 거기에서 잘 수가 없었습니다. 봉사를 해야 된다 해서 낮에는 기도하고 밤에는 화장실 청소를 했습니다. 나중에는 유가족 식당에서 라면 끓여주는 일 했습니다. 식당에서 봉사 조금 하고 낮에는 천배씩 절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그랬죠. 현장에 가니까 기도가 더욱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앉아서 망상 피울 시간도 없었고 갱년기도 언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안산 다문화센터 3주년 기념 - 개원식 현수막 재활용
▲ 안산 다문화센터 3주년 기념 - 개원식 현수막 재활용

다문화 센터 원장이 되어

안산에는 여러 나라 외국인들이 많이 와 있습니다. 아시아권이다 보니깐 동남아 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많습니다. 스님께서 해외 나가시면 그 나라 스님들께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한국에 가면 안 좋은 거 배워가지고 온다. 종교 바꿔 오고 술 먹는 거 배우고 고기 먹는 거 배워 온다. 우리 나라 사람들 좀 챙겨달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안산에 다문화 센터를 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안산 다문화 센터 원장 소임을 맡아 3년이 지났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이 오시면 법회도 하고, 그 나라 문화공연 장소나 연습 장소로 빌려주기도 합니다. 한국에 적응하면서 생기는 어려운 일이나 법률상담, 아픈 사람들 병원 진료도 하고, 한국어 교육, 다문화 가정의 어려운 일을 살펴서 한국 생활에 도움될 수 있는 일들 하고 있습니다.

다문화센터 나비장터에서 백악관 청원운동 앞줄 왼쪽 두 번째 월광법사님
▲ 다문화센터 나비장터에서 백악관 청원운동 앞줄 왼쪽 두 번째 월광법사님

그동안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 난다고 할 때, 그 친구들이 ‘한국에 전쟁 나면 안 된다. 우리 한국에 돈 벌러 왔는데 전쟁 나면 우리는 어디로 가냐’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도 ‘한국에 돈 벌러 온 사람들이 평화롭게 일 하려면 평화운동을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평화 대회 때는 스리랑카 스님들과 근로자들, 태국 여성들이 함께 참가했습니다. 올해 초 평화협정 청원 서명에는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스님들과 근로자들을 직접 찾아가 서명을 받았고, 그 외에도 네팔, 페루, 베트남과 같은 다양한 나라에서 오신 분들이 적극 동참해주셨습니다.

또 우리가 도움만 주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도 복을 지을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다문화 거리에서 JTS 거리모금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나비장터에서 넘쳐나는 물건들을 좀 더 필요한 곳에 가져가라고 해서 나비장터도 한 달에 한 번씩 하고 있습니다.

여기 안산에 동남아권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보니 사람들이 드나들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센터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오고가니 혈액순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같이 소통하는 공간. 그래서 이 센터가 생긴 게 참 잘된 일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왔다갔다 교류하고 흑인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지면서 고정 관념을 깨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 존재만으로도 참 소중하다. 저는 이런 공간을 열어주신 스님께 감사합니다. 또 JTS를 후원해주시고 자원봉사에 참여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저는 다문화센터에서 재미나게 놀고 있습니다.

JTS 거리 모금에 동참해주신 동남아 근로자들, 앞줄 왼쪽 네 번째 월광법사님
▲ JTS 거리 모금에 동참해주신 동남아 근로자들, 앞줄 왼쪽 네 번째 월광법사님

환하게 웃으시는 월광법사님
▲ 환하게 웃으시는 월광법사님

법사님 말씀 들으니 분별했던 마음이 부끄럽습니다. 매일 아침 독송하는 보왕삼매론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정토회도 법사님도 여러 겁을 겪어 일을 성취해 나아가듯 '정토행자의하루'도 하루에 한 걸음씩 대중에게 다가가기를 바라봅니다.

낭독_고정석
글,사진_경남지부 희망리포터
편집_온라인.홍보팀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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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연

법사님 감사드립니다
듣는내내 울컥하여 눈물이 쏟아집니다^^

2020-01-18 09:01:34

태홍

잘 들었습니다~ 법사님의 소중한 이야기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1-03 20:17:55

지혜화

듣는 내내 숙연해집니다.
정토행자를 유산으로 물려주시겠다는 마음, 그래서 더 부지런히 수행정진하시고 기다리시겠다는 법사님!!
마음깊이 새겨듣게 됩니다.

2020-01-03 10: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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