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오디오북
오디오북-화광법사님 세 번째 이야기

화광법사님이 문경에 있다가 두북에 자리 잡은 건 2004년 8월 28일입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위치한 두북 정토마을은 본래 법륜스님이 다녔던 초등학교였습니다. 폐교가 된 건물을 현재는 한국JTS의 노인복지 및 청소년 수련 시설, 구호 물품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깨달음의 장>이 열리기도 했지만, 경주 지진의 여파로 지금은 법사님 혼자 상주하며 수련원을 관리하고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일과 수행의 통일

두북 정토마을 나무 아래서 법사님
▲ 두북 정토마을 나무 아래서 법사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합니다. 모든 정토행자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새벽기도를 합니다. 기도를 마치면 곧장 밭에 일하러 나갔다가 8시 30분쯤 아침 공양을 하러 들어옵니다. 그리고 이어서 농사일과 JTS 물품보관 창고를 비롯한 두북 수련원을 관리하는 일이 계속됩니다.

지난 15년간 참 겁도 없이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드니 그런가, 작년부터 혼자 있으면 약간 두렵고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또 찰나에 사라지니까 괜찮습니다. 나이 먹으면 정신력이며 육신도 약해지는 거니까요.

두북에는 매주 각 법당에서 봉사를 하러 옵니다. 주로 봉사점수 모자라는 사람들이 오지요. 불교대학 주간반에서는 동네 어르신 댁 방문해서 청소하고 목욕 봉사를 합니다. 봄, 가을마다 13개 마을 어르신 경로잔치를 열고요. 불교대학 저녁반과 경전반 학생들은 수련원 관리, 청소, 풀 뽑기를 하고 농사일을 돕습니다.

두북에서 자라나는 농작물
▲ 두북에서 자라나는 농작물

저는 봉사자들이 농사일을 다 알고 온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봉사자들이 일을 하라 하면 거꾸로 해버리는 거예요. 밭에 가서 뭐 뭐 하라고 하고 나중에 가보면 벌써 저지레를 해놨어요. 도라지 뽑고, 더덕 뽑고, 콩 뽑고, 파 뽑고 다 뽑아버려요. 그걸 보고 제가 심장병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저께는 병든 고춧대 뽑으라니까 남의 밭에 땡초를 다 뽑아놨지 뭐예요. 아침에 밭 주인이 다 물어내라고 했지요. 일을 하기 전에 저에게 물어보면 되는데 저지레를 다 해 놓고 물어보는 겁니다. 처음에는 가슴이 철렁거렸습니다. “이러다가 내가 심장병 걸립니다.” 그랬더니 스님이 “몰라서 그렇지 않으냐” 하시더군요. 요즘은 경전반 팀장급들이 오니까 좀 낫고 또 잘못해 놓더라도 그냥 ‘그렇게 했구나’ 합니다. 인도네시아에 쓰나미가 닥치고, 일본에는 지진이 나서 온 마을이 없어지는 상황인데, 밭에 작물 조금 잘못 뽑았다고 난리 날 거 있나 싶습니다.

봉사하러 온 도반들과 함께(앞 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법사님)
▲ 봉사하러 온 도반들과 함께(앞 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법사님)

사실 제가 정토회에서 기도를 반듯하게 잘 배워서 죽을 때까지 염불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농사꾼이 다 됐어요. 처음에는 스님한테 분별도 냈지요. 그러다가 ‘내가 일하기 싫구나.’ 하고 알아차렸고. 지금은 ‘농사하기를 너무 잘했구나.’ 합니다. 스님 보면 해외로 다니시다가도 농사 시작하면 땀을 철철 흘리면서 하시잖아요. 제가 15년간 농사일을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어른들이 가지고 온 콩 한 됫박도 함부로 못 받아먹겠더라고요. 많은 경험과 사람들의 고통 속에 제가 있습니다. 피와 땀을 흘리지 않고는 입으로 들어가는 게 없습니다. 그전에는 알음알이로만 청산유수고 경전을 다 외우고 다녔는데 지금은 다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몸으로 체험한 것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본인이 체험해야 합니다. 알음알이는 다 소용없습니다.

밝게 빛나는 두북의 하늘
▲ 밝게 빛나는 두북의 하늘


내일 이 시간에 법광법사님의 네 번째 이야기가 찾아옵니다.

낭독_고정석
글,사진_대구경북지부 희망리포터
편집_온라인.홍보팀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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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분

체험이 진짜죠
공감합니다
도라지 파등 다뽑았다구요^^
이해됩니다

촌에서자란내가 서울학생들이 호두가 나무에달렸다고 호들갑떠는 모습에 어처구니없어했답니다.

2023-10-11 08:22:06

김민서

몸으로 체득된것은 잊혀지지않는다는 법사님말씀 소중하게 간직하고 수행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12-10 18:43:00

태홍

잘 들었습니다. 알음알이로 아는 저를 반성합니다.

2020-01-04 20: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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