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오디오북
오디오북-화광법사님 첫 번째 이야기

오늘은 고단한 산중생활 속에서 문경수련원 불사를 이어온 화광법사님의 이야기입니다. 이절 저절을 다니다가 우연히 맺은 인연으로 차츰 정토회에 젖어 들어간 화광법사님. 30여 동안 한결같은 수행의 길을 걸어오신, 그 여정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두북 정토마을에서 화광법사님
▲ 두북 정토마을에서 화광법사님

이산 저산, 이절 저절 헤매던 시절

저는 일찍이 불교와 인연이 있어 젊을 때부터 절에 가서 스님들과 차를 마시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 절 저 절, 이 산 저 산' 유형이었죠. 한 번은 법륜스님이 ‘이 절 저 절 다닌 사람 손들어보라’ 하실 때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자주 어울리던 도반 다섯 명이서 해인사, 파계사 등 주변 유명한 데는 다 다녔어요.

그때는 산중불교였고 스님들 말씀도 경전 법문이었는데, 많이 들으니 아주 입만 살아서 다녔습니다. 자기 마음을 봐야 하는데 그건 모르고 말이에요. 그 때 출가하고 싶어서 해인사에 갔더니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자식들 다 키우고 오라고. 그래서 다른 절에 애들과 같이 출가하려고 데리고 갔더니, 또 안 된다고 그러데요.

1998년 어느날

도반들과 어울려 법문을 들으러 다니던 1988년도 어느 날에 대구 서문시장에서 최석호 법사님(現 법륜스님)이 생활법문을 한다는 현수막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생활법문이라는 명칭도 생소한 때라 궁금해서 도반 다섯 명과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일반 스님과 참 다른 법문이어서, 제게는 훨씬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법문이라는데, 왜 이렇게 어렵게 하나 싶었습니다. 그때까지 제가 듣던 법문과 달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같이 간 도반 한 명이 스님께 질문을 했는데 스님이 대답을 참 상세하게 해주셨습니다.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예시도 들고 풀어서 설명하면서 차근차근 답변해 주셨지요. ‘법륜스님이 일반 스님들과 참 다르구나.’ 하는 것을 그 때 확 느꼈습니다.

당시는 삐삐를 사용하던 때라 스님께 '대구에 오시면 꼭 공양 대접하고 싶다'고 제 번호를 드렸습니다. 후에 스님이 대구에서 법문을 끝내고 서울로 가시려고 하니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스님 오늘은 저희 집에 묵으시지요?” 하고, 스님께서 좋다고 하셨는데 갑자기 제 마음이 막 불편한 겁니다. 집 청소도 안 했지, 누추하지, 괜히 말했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서 스님이 “아무래도 오늘 늦게까지 일이 있어서 보살님 집에 못 갈 거 같다”고 하셨습니다. 불편한 제 마음을 바로 꿰뚫어 보신 거였죠.

담담하게 지난 시간을 이야기하는 법사님의 모습
▲ 담담하게 지난 시간을 이야기하는 법사님의 모습

나를 보지 않던 시절

어느 날은, 제가 딸하고 심하게 싸우던 와중에 스님이 법사님들과 함께 집에 찾아오셨습니다. 딸하고 싸우고 있는 모습을 스님과 법사님들이 가만히 서서 한참을 보고만 계셨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아닌 거로, 스님 대접할 생각은 안 하고, 철딱서니 없이 계속 딸하고 싸웠습니다. 지켜보시던 스님이 “딸한테 의지처는 못 돼주고 계속 싸우네.”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에 저는 그만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절인 배추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산중 스님들의 법문을 듣고 말은 천상유수로 떠들면서 전혀 나를 못 보던 시절이었습니다.

스님이 저에게 “딸한테 의지처가 못 돼준다” 그러셨을 때, 사실 마음에 분별이 나서 ‘다시는 저 법사님 안 봐야지’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삭발하고 법복을 딱 입고 나타나시니 마음이 출렁였습니다. 머리를 기르고 계셨을 때는 스님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그랬는지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분별하던 그 마음은 어디 가고, 스님이 '어디 어디 오너라' 해서 갔더니 <깨달음의 장> 6차, 또 '어디 어디 오너라' 해서 갔더니 <나눔의 장> 1차, 또 '어디 어디 오너라' 해서 가면 <일체의 장> 1차! 자석처럼 뭐든지 스님이 만드시는 대로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두북 정토마을의 전경
▲ 두북 정토마을의 전경


내일 이 시간에 법광법사님의 두 번째 이야기가 찾아옵니다.

낭독_고정석
글,사진_대구경북지부 희망리포터
편집_온라인.홍보팀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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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분

절인배추처럼 그말씀 이해됩니다.

저도 종로2가 조계서앞에서 법륜스님하고 불러놓고 스님께서 곧바로 뒤돌아보시며 예 하시는데 할말을 잊고 대답을 못하고 가마니있었지요
지금도 얼굴이 확근걸입니다.

2023-10-11 08:05:36

태홍

고맙습니다. 1988년 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신 법사님의 지금이 참 멋지십니다.

2020-01-05 16:19:49

홍경숙

스님 새해에는 더욱더 건강하시고 나날이 행복하시고 액기스 같은 좋은법문 부탁드립니다
상대를 그냥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고
편안이 나를보고 내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지 가만이 들여다
보겠습니다

2020-01-02 21: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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