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사하지회
수행으로 얻은 여유

오늘 소개할 정토 행자는 부산 울산지부 사하지회 실천 활동 담당 김진태 님입니다. 인터뷰이가 정해지기 전부터 '이번에는 기필코 직접 만나 인터뷰해야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김진태 님이 정토회 활동으로 워낙 바빠 약속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힘겹게 약속을 잡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서 제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습니다.

2023년 사하지회 1차 새 물 정진 중생사에서 (뒷줄 왼쪽 두 번째 김진태 님 )
▲ 2023년 사하지회 1차 새 물 정진 중생사에서 (뒷줄 왼쪽 두 번째 김진태 님 )

얼떨결에 불교대학

2017년 12월 부부 동반 모임 며칠 후 아내가 정토불교대학을 권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우리가 모임에서 만났던 어떤 분이 "정토불교대학에 다니며 예전보다 점잖고 괜찮게 변했다"라고 했습니다.

아내가 말한 그분은 부산 금정 법당의 집전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법당이 집 근처여서 한 번 가보았습니다. 법당 첫인상은 여법하였습니다. 퇴직이 가까워 시간 여유도 있어 자연스레 2018년 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아내가 말한 그분이 저를 잘 인도해 주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자립심 강한 아이

남동생과 저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부모님과 떨어져 경남 하동의 큰 집에서 자랐습니다. 형편 좋은 종갓집에서 저희 형제와 사촌 형, 누나들도 함께 살았습니다. 큰집에 사는 동안 큰어머님이 우리 형제를 차별 없이 대해 부모님의 부재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2020년 정일사 회향식 (뒷줄 오른쪽 두 번째 김진태 님)
▲ 2020년 정일사 회향식 (뒷줄 오른쪽 두 번째 김진태 님)

11살 때 부산에 사는 어머니가 저와 동생을 데리러 왔습니다. 그때부터 저희 형제는 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경남공고에 응시했고 덜컥 합격했습니다. 그 당시 기술계 학교는 인기 있고 경쟁률이 높아 저의 합격을 아무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네가 만약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동생은 중학교에 못 보낸다”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가난했습니다.

며칠 고민 끝에 '동생도 중학교는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고등학교 등록을 포기했습니다. 그 일로 인해 부모님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믿고 의지할 것은 나밖에 없다'라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마음이 불편했던 어머니는 여기저기 알아본 후 '고등공민학교' 야간에 저를 입학시켰습니다. 그곳에 가면 “공부도 시켜주고 취직도 알선해 준다”라고 했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곳으로 어머니가 이불을 싸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의지의 청년

야간 고등공민학교 학생은 아저씨들도 있었고, 그들 중에는 알코올중독자도 많았습니다. 그들은 매혈(피를 파는 행위)하여 술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경찰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학교를 피난처로 삼았습니다. 17살인 저는 나이가 제일 어려 학교의 잔심부름을 도맡아 했습니다.

2023년 천룡사에서 (뒷줄 왼쪽 첫 번째 김진태 님)
▲ 2023년 천룡사에서 (뒷줄 왼쪽 첫 번째 김진태 님)

어느 날 선생님이 교실에 와 저를 불렀습니다. “아무개가 아파 기숙사에 누워있는데 너를 찾는다”라고 했습니다. 기숙사에 가니 아무개가 “다리에 쥐 나고 어깨도 아프니 주물러 달라”라고 했습니다. 잠시 간호한 후, 교실로 갔는데 ‘그사이 시험을 봤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시험을 치르지 못해 영점 처리되었습니다. 전교 1등을 놓치고 싶지 않아 선생님을 찾아가 사정을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별일 아닌 듯 “너는 나이도 어리고 앞으로 잘하면 된다. 별거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고 억울했습니다. 너무 화가 나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공부도 재미있고 성적도 좋아 학교에 미련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평일은 직장에 다니고 일요일은 학교에 갔습니다. 가전 대리점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이 “등록금이랑 책값 내가 다 물어줄 테니 학교 다니지 말고 일해라”라고 했습니다. 저는 사장님의 말에 따라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결국 또 고등학교는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평소 '군대는 가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졸업만으로 군대에 갈 수 없어 기술병으로 지원하기 위해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운전병으로 군대에 갔습니다. 제대 후, 중학교 졸업으로 취직이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다시 입학했습니다. 수석 졸업으로 교육감상을 받으며 '형설지공'의 본보기로 지방 뉴스에도 나왔습니다. 딱히 ‘힘들다’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이 세상에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내가 헤쳐 나가야 한다. 남에게 의지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2023년 사천왕사지 통일정진 (오른쪽 두 번째 김진태 님)
▲ 2023년 사천왕사지 통일정진 (오른쪽 두 번째 김진태 님)

고지식한 중년

졸업 후, 금성사에 운전직으로 취직했습니다. 당시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회사에 업무용 차가 한 대 더 배정되어 운 좋게 취직했습니다. 그 후 결혼하고 안정적인 회사에 다녔지만, 배움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통대)에 입학했습니다.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동생의 영향으로 전자계산학과를 전공했습니다.

1986년 아시안 게임을 우리나라가 유치하면서 회사에 정보통신 분야의 일손이 더욱 필요했습니다. 그때 제가 방통대 전자계산학과를 다닌 것을 아는 상사가 “업무를 전환하라”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업무를 전환하여 IT 엔지니어로 18년 동안 일했습니다.

2023.12.22. 부산에서 인터뷰 후
▲ 2023.12.22. 부산에서 인터뷰 후

직장에 다니며 주위 사람들로부터 ‘고지식하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회식하거나 술 마셔도 다음 날 출근 시간 40분 전에 회사에 갔습니다. 전날 술 마셨다고 오전 미팅에 늦거나 지각하는 직원들에게 강하게 꾸지람했습니다. 어느 날 상사 매니저가 “세상을 좀 유들유들하게 살아라. 회식 다음 날 지각한 직원들 좀 눈감아 주라”라고 했습니다. 그때는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세상에 다 규칙이 정해져 있는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죠”라고 대거리했습니다.

정토회를 만나

정토회에 와서 무엇보다 저를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과민한 성격도 알았습니다. 두 딸에게, 특히 큰아이에게 엄격했습니다. “젓가락 잡을 때 어떻게 잡아야 한다. 식사 예절은 어때야 한다”라고 시시콜콜 가르쳤습니다. 나중에 크면 알아서 할 일들도 간섭하였습니다. 내가 받지 못한 부모 노릇을 자식들에게 한 저의 행동과 말이 딸들에게 스트레스였습니다.

2023년 사하지회 나비 장터 (왼쪽 첫 번째 김진태 님)
▲ 2023년 사하지회 나비 장터 (왼쪽 첫 번째 김진태 님)

화가 많고 성질이 급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술과 담배로 스트레스를 풀었더니, 결국 위암에 걸려 수술했습니다. 운동 열심히 하라는 의사의 권유로 수술 끝난 며칠 후 옆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새벽기도를 했습니다. 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고 음원에 맞춰 시작했으나, 몸이 좋지 않아 108배를 끝낼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목표를 음원에 맞춰 108배를 제시간에 마치는 것으로 정하고 매일 정진했습니다.

수행하며 제가 가장 많이 변한 점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여유가 생기니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이 많이 너그러워졌습니다. 화도 줄고 걱정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실천 활동하며 가장 놀란 점은, ‘안 될 것 같은 일도 결국에는 어찌어찌 해결된다’라는 것입니다. 제가 노심초사하고 간섭하지 않아도 문제가 그럭저럭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문제 삼는 저를 돌아보는 연습이 되었습니다.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법륜스님과 법사님은 물론 도반을 통해 배우고 받은 은혜가 큽니다. 지금은 시간 여유도 많아 어떤 소임이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기꺼이 하고 싶습니다.

위암 수술 후, “108배를 제시간에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라는 말을 듣고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 이렇게까지? 왜죠?'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하기로 했으니 눈 뜨고 살아있으면 그냥 한다'라고 대답할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아, 정토회엔 왜 이렇게 도인들이 많은 거야….' 하는 탄식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습니다.


글_홍정배 희망리포터 (서울제주지부 송파지회)
편집_최미영 (국제지부 아태지회)

전체댓글 35

0/200

보혠

고맙습니다

2024-02-11 09:37:59

오늘도행복

감사합니다.

2024-02-02 10:25:32

묘향심

어릴 때 상처 받을 일도 많았지만
잘 극복해서 수행자까지 되신 거사님
나누기 읽으니 삶을 알차게 살아오신 게
느껴졌 습니다.

2024-02-02 07: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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