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사하지회
행복한 동행 나의 기도문

부산울산지부 사하지회 황옥선 님을 온라인에서 짝궁 리포터와 함께 만났습니다. 옥선 님은 크게 힘들었던 일도, 갈등도, 잘한 것도 없는데 기사 거리가 될 수 있겠냐며 부끄러운 듯 맑은 미소로 인사했습니다. 소임과 수행을 통해 지금의 삶이 더 가볍고 행복하다는 옥선 님이 무척 부럽고, 궁금해졌습니다. 그 이야기 속으로 함께 가 보겠습니다.

고마운 인연

2011년, 직장을 옮겼습니다. 옮긴 곳은 퇴근 후 시간적 여유가 있었습니다.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하고 있을 때, 지인이 법륜스님 법문이 통쾌하다며 함께 들어보자 권했습니다. 저를 데리고 간 곳은 복개천 옆 한 칸 방 '작은 법당'이었습니다. `이런 데서 법문하는 스님도 있나? 혹 사이비 종교 집단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불교도, 정토회도, 법륜스님도 잘 몰랐습니다. 법문이 좋았습니다. 지인은 불교대학도 입학했다기에 '나도 한 번 들어볼까?' 싶어 입학하고, 수행 법회도 바로 참석했습니다.

2019년 불교대학 홍보(앞줄 왼쪽 첫 번째 황옥선 님)
▲ 2019년 불교대학 홍보(앞줄 왼쪽 첫 번째 황옥선 님)

그때부터 지금까지 스님 법문을 듣고 있습니다. 스님 법문은 어리석음을 깨우쳐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제 삶의 나침반입니다. 법륜스님과의 인연이 참 고맙습니다.

금강경으로 수면 습관을 바꾸다

결혼 초엔 전업주부였습니다. 남편에게 맞추며 살았습니다. 남편은 집안에서 막내라 시댁과는 큰 갈등이 없었지만, 사업상 술자리가 잦았습니다.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셨고, 그다음 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늘 남편의 귀가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뒤치다꺼리를 해야 했지만 참고 살았습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남편과의 갈등이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장에서 근무했는데, 주문이 밀린 경우 주문을 다 맞추고 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남편의 늦은 귀가에 가사노동까지, 쌓여가는 피로로 일상이 점점 힘들었습니다. 남편에게 제 상황과 억눌린 불만을 말하면, 잔소리로 치부하며 더 큰 소리로 화를 내곤 했습니다. 남편의 태도는 변화가 없었고, 불교대학에 다니며 새벽기도도 시작해 힘겨웠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JTS 캠페인 중 황옥선 님
▲ JTS 캠페인 중 황옥선 님

경전대학 공부할 때입니다. 늦은 밤, 남편을 기다리며 수업 교재인 금강경을 읽고 있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살며, 새벽기도에 잘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왜 힘든 이 기다림을 반복하고 있을까?' 저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나는 뭘 하고 있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저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기다림'이란 틀 속에 '나'를 가둬 두고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남편의 늦은 귀가를 바꾸어보겠다는 욕심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음이 보였습니다. 그날부터 남편의 귀가에 얽매이기보다 자유로운 삶을 선택했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우리 집 어른이’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갑자기 잠 습관을 바꾸려니 처음엔 힘들었지만, 차츰 익숙해졌습니다. 결혼 후 바쁘고 힘든 삶을 살아내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저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부지런한 부모님을 닮은 새벽형 인간이었습니다. 그 후 제 일상은 남편의 술 문제와 늦은 귀가에서 자유로웠습니다. 남편이 늦는 날, 법문을 읽고 잠 오면 편안한 마음으로 그냥 잤습니다. 금강경은 제 행동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선택해라! 내하고 정토회 중에서

법당에서 봄불교대학 모둠장과 경전대학 진행자 소임을 맡았습니다. 수업 중 '15일 수행 맛보기'를 하는 날은 마치는 시간이 늦었습니다. 수업 후 배가 고픈 도반들과 법당에서 간식타임을 가졌습니다. 수업 중 할 수 없었던 수행 이야기와 정토회에 관한 질문, 평소에 하지 못한 개인적인 고민을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자연 귀가가 늦어지자, ‘어디서 뭐하냐'며 여러 번 전화를 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가시방석이었지만, 도반들의 즐거운 시간을 저로 인해 망칠 순 없었습니다.

2019년 모둠장의 날 모둠장들과(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황옥선 님)
▲ 2019년 모둠장의 날 모둠장들과(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황옥선 님)

어느 날 집에 들어서는데 남편의 기분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눈과 목소리를 내리깔고 심각한 어조로 조곤조곤 따졌습니다. "정토회가 뭐하는 곳이냐? 뭣 때문에 늦느냐?" 저는 주눅이 들고 심장이 마구 뛰어 진땀이 났습니다. 급기야 남편이 저를 향해 말했습니다.

“정토회가? 내가? 당장 선택해라!”

당시 남편은 사업상 중요한 입찰을 목전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는 입찰 보기 전, 한 달 동안 늘 새벽기도를 다녔습니다. 남편이 다니는 절에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그곳에서 매일 새벽, 각자 기도를 했습니다. 관세음보살 정근으로 절하며 제 생활을 참회했고, ‘오늘의 경전’을 소리 없이 읽으며, 법문이란 거울에 저를 비추어 보았습니다. 밖으로 향해있던 마음을 오롯이 안으로 돌려 저를 바로 세우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달 후, 남편은 입찰에 참여했고, 다행히 그 결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주변에서는 아내가 함께 기도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공을 제게로 돌렸습니다. 제 기도는 그게 아니었는데도 말입니다. 성공적인 입찰 이후, 정토회와 남편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말을 그는 더 이상 하지 않았습니다. 기쁜 마음에 ‘정말 감사합니다. 부처님!’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말하는 자명종

저는 7차 천일결사 중 5차 백일기도에 입재했습니다. 직장생활과 가사를 혼자 하려니 피곤하고 힘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새벽 정진을 빠지니, 나중에는 하기 싫어 핑곗거리를 만들고 점점 게을러졌습니다. 새벽기도를 빼먹은 날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우울했고, 일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불편함이 따라다녔습니다. ‘새벽기도는 먹고 자고 직장 가는 일처럼 내 일상이야, 그냥 하자! 해야 하는 일이야!’라고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런데 제 쓸데없는 고집 때문인지, 의지가 약해서인지, 결심이 실천으로 꾸준히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2019년 9차 천일결사 회향식때 3년 기도하고 받은 선물을 든 황옥선 님
▲ 2019년 9차 천일결사 회향식때 3년 기도하고 받은 선물을 든 황옥선 님

그러던 중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 일이 생겼습니다. 법륜스님이 백일기도를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수행자에게 상으로 스님이 사인한 책을 주었습니다. 제겐 맞춤형 당근이었습니다. ‘나도 저 책, 꼭 받아봐야지!’ 새벽 정진을 위해 자명종과 휴대폰 알람을 설정해 놓았습니다. 목표를 향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세 권의 책을 상으로 받았습니다.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부상으로 ‘말하는 자명종’도 받았습니다. 간혹 새벽에 일어나지 못할 때,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알람이 저리 울려 쌌는데도 못 일어나나!” 숨은 공로자인 남편입니다.

이제는 제가 수행과 소임을 잘해 낼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보며, 말없이 응원하는 든든한 지킴이입니다. 최근엔 정토회 기도나 수련원으로 갈 일이 생기면 운전기사까지 해 줍니다. 개인적 일정이 있어 법회나 교육을 할 수 없는 상황을 고민할 때면 “노트북 들고 가서 하지.”라고 조언합니다. 남편은 차츰 ‘내 편’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새벽 정진, 인생의 터닝포인트

저는 돈 욕심이 많았습니다. 돈을 아끼고 모아서 집도 빨리 장만하고, 여유 있는 노후 준비도 야무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반면 남편 생각은 '돈이란 쓰려고 버는 것'이었습니다. 지나친 지출에 대해 조언을 하면 저를 수전노 취급했습니다. 자연 돈 문제로 자주 다투었습니다.

2019년 9차 천일결사 1박2일 회향수련 3000배 정진후 문경대웅전 앞( 오른쪽 첫번째 황옥선 님)
▲ 2019년 9차 천일결사 1박2일 회향수련 3000배 정진후 문경대웅전 앞( 오른쪽 첫번째 황옥선 님)

새벽 정진을 하며 50여 년의 세상살이를 돌아봤습니다. 돈에 집착하고 욕망하여 남편과 늘 다투는 제가 보였습니다. 가진 돈에 만족할 줄 모르고, 부족하다고 여겼으며 ‘더 많이’ 갖기를 바랐습니다. 남편 말대로 돈을 움켜쥐고만 살았습니다. 꽉 쥐고 살았던 것은 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고집, 체면, 결점, 무수히 많은 것을 움켜쥐어 제 모자람을 숨겼습니다. 자신을 불만스러워하며 진정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새벽 정진을 통해 나를 낮추며, 세상의 가치관에 나를 맞추려 한 어리석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익과 손해만을 따지는 피곤한 계산을 버리고, 가볍게 사는 삶을 알았습니다. 또한, 제 앞에 소임이 왔을 때, 과거처럼 많은 생각과 갈등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나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피하거나 안 할 수 있는 핑계를 고민하는 대신, ‘네’ 하고 가볍게 받아들이면 ‘탁’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나의 기도문

코로나가 시작될 무렵 퇴직했습니다. 덕분에 그 해, 주간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학생 모집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적극적인 홍보로 수업이 시작되자 진행자가 부족했습니다. 법당의 주간업무를 맡을 사람도 없었습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사람이 없으니 소임들이 제게로 자꾸 왔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소임이 밀려올 때면 저는 제 기도문을 떠올렸습니다. ‘그냥 합니다. 가볍게 받아들이겠습니다.’

2023년 모둠활동 가기 전 전법활동가 도반들과(왼쪽에서 세 번째 황옥선 님)
▲ 2023년 모둠활동 가기 전 전법활동가 도반들과(왼쪽에서 세 번째 황옥선 님)

경전대학 진행 소임은 학생들과 함께 경전 공부를 다시 하게 되어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7명 입학해서 6명이 졸업했습니다. 그 중, 3명은 전법활동가로, 2명은 일반회원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새벽 정진도 꼭 참석하고 있습니다. 참 흐뭇합니다.

새벽 샘물정진, 사하지회 업무를 세분화하는 작업, 사하법당 출범과 마지막 정리 등과 같은 소임이 올 적에도 제 기도문을 제일 먼저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냥 했습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그리할 것입니다.

욕망과 욕심이 앞섰기에 사는 내내 크고 작은 다툼과 갈등으로 괴로웠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큰 굴곡 없이 살아온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불법 만나 수행한 덕분에 어려움도 괴로움도 ‘탁’ 놓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저의 삶은 자유롭고 행복하며 가볍습니다.


사진 속 옥선 님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그의 기도문과 선선한 수행이 만든 이 웃음이 참 부럽습니다. 시종일관 담담히 풀어낸 이야기에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지혜로운 선택을 보았습니다. 기사를 끝낸 지금, 제 머릿속에 자꾸 맴도는 말이 생겼습니다. ‘그냥 합니다! 가볍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갈등과 주저의 순간에,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와 자유롭고 행복한 삶으로 저를 이끌어 줄 것만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글_이혜정 희망리포터(부산울산지부 금정지회)
편집_이주현(부산울산지부 동래지회)

전체댓글 31

0/200

김수남

옥선님. 진정한 행복 만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2023-11-08 11:47:01

정세은

나누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자랑스런 정토행자님이십니다.
짱멋짐~

2023-09-04 21:20:03

행복하자

열심히 살아가시는 글 잘 읽었습니다.
굳건한 의지로 힘든 시간을 이겨내셨네요.
저도 바른길 가는 수행자가 되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8-31 09:22:57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사하지회’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