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감사하지 않을 일이 없다

김범진 님은 본인이 하려고 했던 사회활동이 정토회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알게 된 후, 정토회 공동체라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겠다는 기대로 백일출가에 도전했다고 합니다. 행자 생활 중 주변 눈치를 보며 자책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여실히 보고 나서, 도반들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여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려 했고 그러면서 스스로 발전하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제는 회향 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공동체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함께 보실까요?

어릴 적 응어리진 마음의 상처

13살에 부모님이 이혼했다. 나는 아버지 집, 동생은 고모 집에서 살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두 번 재혼했다. 아버지는 첫 번째 새어머니와 사업을 하다가 사기를 당하였고,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부부 싸움이 잦아졌다. 결국에는, 방송을 타서 세상에까지 알려진 가정폭력이 발생했다. 이후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을 의식했다. 나는 타인의 눈치를 보고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사람으로 변했고, 새어머니와 친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커져 다시 내 마음의 상처가 되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혼자서 밥을 차려 먹는 등 독립심을 키우려 노력했다. 하지만, 오히려 남의 눈치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친어머니와는 10여 년 동안 연락 없이 지내다가 군 복무를 마친 후에 다시 만났다. 어머니는 그동안 재혼해서 아들을 낳았고, 나에게 갑자기 5살 막냇동생이 생기게 되었다. 어머니와 동생을 만난 날, 어릴 적부터 있던 가슴속의 무겁고 부정적인 무언가가 흘러 나가는 것을 느꼈다. 동생에게 자랑스러운 형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고, 그러려면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범진 님
▲ 김범진 님

정토회가 사회활동을?

2011년 독서 모임을 통해 정토회를 처음 알았다. 독서 모임의 주최자가 정토불교대학의 졸업생이었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아 책을 읽고 나면 마음 나누기를 했다. 법륜스님의 책을 읽고, 즉문즉설도 함께 들으면서 사람에 대한 불신이 깊었던 나도 행복해질 수 있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2014년에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다. 회사 일로 바빠서 졸업은 하지 못했고, 2017년도에 다시 재입학했다. 그때, 이전에 알지 못했던 정토회에 대해 알게 되었다. 바로 사회활동을 한다는 점이었다. 지인들과 함께 창업한 회사에서 일했는데 수익의 일부분을 주위 아동센터에 기부하고, 기아대책기구에도 기부해서 인도의 학교 짓기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정토회도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관심 있게 보았다. 몇 년 전에 참여했던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 당시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수익 창출과 더불어 사회기부·봉사를 함께 하는 것을 회사 모토로 삼았는데, 기부를 줄이고 수익을 늘리려고 하면서 초기 회사의 가치관과 이어지는 사업들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런 일들로 회사와 갈등이 생겼고 결국 그만두었다. 그즈음 백일출가를 알게 되었고, 정토회 공동체에 산다면 내가 온전하게 하고자 했던 것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백일출가에 지원하였다.

태풍피해 긴급 구호(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김범진 님)
▲ 태풍피해 긴급 구호(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김범진 님)

백일출가에 입재하다

만 배를 하고 백일출가 행자생활을 시작했다. 소임을 한 가지씩 정하였는데 나는 부공양주 소임을 지원했다. ‘부공양주 역할은 성불 아니면 회향’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도반들의 분별심을 받아내야 해서 힘든 일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마음공부를 많이 할 수 있다는 반장님의 말에 손을 번쩍 들어서 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얼마 가지 못해서 '부공양주 소임을 괜히 한다고 했나? 내가 부공양주를 지원하지 않고 다른 도반이 했다면 소임을 더 잘했을 텐데…. '라는 후회가 올라왔다. 게다가, 같이 일하는 도반들에게 잘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했다.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고 남에게 의지하는 습관이 백일출가 프로그램 중에 여지없이 드러났을 때는 스스로 자책도 했다. 할 수 있는 일을 당당하게 하기보다 지레 겁내고 피했던 자신을 명확히 되돌아볼 수 있었다. 묘수법사님도 이것을 인지하셨는지, ‘대중을 보살피며 살고 스스로 의지처가 되어 큰 사람이 됩니다. 자기 경험의 세계에만 머물지 말고 큰 세계로 나갑니다.’라는 기도문을 주셨다.

인생의 주인이 되고 싶어서 백일출가에 지원했는데, 뜻대로 안 풀린다고 자책하는 자신에게서 모순을 느꼈다. 그때부터 정신을 차리고 수첩을 준비해서 도반들에게 부공양주 역할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또한, 공양간1 담당 팀들이 모여서 회의할 때, 공양간 관련 아이디어나 피드백에 귀를 기울였다. 잘 안되는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고 잘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런 마음 자세로 임하니 똑같은 상황이 생겨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항상 내 세계 안에만 머무르고 못 하면 자책하였는데, 역할을 맡으면 조금 더 해보고자 노력했고 잘하지 못하더라도 배우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게 되었다.

행자원 남산 순례(뒷 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범진 님)
▲ 행자원 남산 순례(뒷 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범진 님)

저절로 드는 감사의 마음

정진하면서 한 번씩 참회의 눈물이 났다. 부모님께서 나한테 하신 요구들에 대한 내 마음을 잘 살펴보니 나도 똑같이 부모님께 ‘요구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 부모님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다. 여기서 공부를 더 하게 된다면 갈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나 자신도 이해하며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에 있는 게 마음도 편했고, 스스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니 백일만 하고 끝내는 것보다 이 생활을 유지하면서 좀 더 지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백일출가를 마치고 공부를 더 하기로 결심하면서 정토수련원에서 백일출가 스태프로 봉사했다. 백일출가에서 매일 들었던 도반들의 피드백을 상기하면서 봉사 소임에 적용하니, 스스로 점점 발전하는 것을 느꼈다. 과거에는, 내 생각과 경험 안에 갇혀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고 흘려들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같은 말이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앞으로 상담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상담사가 되려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능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돌이켜보면 많은 도반이 나에게 도움을 주었다. 발목을 다쳤을 때 걱정해 준 도반, 자기 소임이 빨리 끝났다며 지원하러 와준 도반, 올바르게 절하는 자세를 알려준 도반이 있었기에 백일출가에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공덕으로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문경수련원 고라니 밭에서(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범진 님)
▲ 문경수련원 고라니 밭에서(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범진 님)

살면서 꼭 지켜야 할 네 가지

공동체 회향 후 2년 가까이 회사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반년 가까이 다니다가도 안 맞는다고 생각되면 그만두었다. 심리적으로 적응을 잘 못했던 것 같다. 공동체를 회향하면서 법사님께서 나가면 네 가지를 지키면 좋겠다고 하셨다. 첫 번째, 매일 정해진 시간에 수행하라. 두 번째, 건강을 잘 챙겨라. 몸과 마음을 잘 챙기고 난 후 세 번째, 내가 생존할 수 있는 것들, 예를 들면 직장을 안정되게 가져라. 마지막 네 번째, 봉사하라고 말씀하셨다.

공동체 회향 이후에 받았던 봉사 소임이 ‘오시수행’이었다. 다섯 시에 함께 공동 정진하는 프로그램으로 청년특별지부에서 처음 시작하였다. 새벽에 일어나서 도반들에게 전화하고 다섯 시에 같이 정진하는 프로그램의 꼭지를 맡다 보니, 내가 안 일어나면 진행이 안 되었다. 이 소임으로 꾸준하게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고 생활의 중심이 잡혔다.

아침에 수행하고 회사 출근하면 이전보다 마음을 단단히 먹게 되어서 그 이후에 다니게 된 회사는 지금까지도 계속 다니고 있다. 힘들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아침에 정진하면서 다시 되돌아보고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런 시간이 쌓이면서 나를 믿고 단단하게 심지를 굳힐 수 있었고 지금까지 다섯 시에 일어나 정진할 수 있었다.

옥수수 보내기 캠페인(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범진 님)
▲ 옥수수 보내기 캠페인(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범진 님)

따뜻함을 알려준 공동체

공동체를 떠올리면 좋았던 기억들이 많다. 가족이 생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릴 적에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내 곁에서 떠나갔다. 그래서 외로움을 많이 탔다. 하지만 항상 억누르고 살아왔다. 그러다 공동체에 들어와 살면서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을 많이 배웠다. 발을 다쳤을 때 도반들이 치료해 주었고, 소임 끝났다며 나를 도와주러 왔으며, 절 자세를 가르쳐 주었던 도반들의 도움이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회사와는 다르게 공동체에서는 아프면 쉬라고 했다. 아플 때는 도움 받아야 하는 존재이고, '있는 그대로’괜찮은 존재'라고 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분들께 받았던 은혜와 그때 다가왔던 따뜻한 마음들을 마음에 새기며, 나도 누군가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하였으며 발원 또한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공동체에서 그런 따뜻함과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을 많이 배웠다.

서울의 밤하늘에서는 거의 안 보이던 별들을 문경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이 볼 수 있다. 하늘에 별이 많은 것을 서울에 있을 때는 잘 몰랐던 것처럼, 잘 몰라서 감사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임을 깨달았다. 어릴 적 마음의 상처도 정토회로 가는 작은 디딤돌이었고, 괴로움이 없는 삶으로 나아가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감사하지 않을 일이 없다.


이 글은 <월간정토> 2023년 6월호에 수록된 백일출가 31기 김범진 님의 수행담입니다.

글_김범진(백일출가 31기)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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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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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아침 정진이 힘들어 넘어진 나를 돌아보는 계기 되었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2024-02-29 19:15:34

길미숙

수행담 잘 보았습니다.
정토회 수행 덕분에
감사하지 않을 일이 없음을 아는 나날이
고맙고 행복합니다.

2024-02-28 18:40:02

풀꽃

김범진님 진솔한 수행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멋지세요 ~~ 짝짝짝

2024-02-28 14: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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