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대구지회
뿌리가 튼튼한 나무

‘그 도반은 전법 활동을 하기 전에 전법을 거절하거나 마음 불편해할 분들에게 먼저 참회의 삼배를 합니다. 모든 활동에 진심을 담아 열심히 하는 도반에게 감동하여 정토행자의 하루 주인공으로 추천합니다.’라고 지회장은 추천이유를 밝혔습니다.

추천한 이유를 들으니 대체 어떤 사람일지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주인공의 연락처를 저장하고 SNS에 실린 사진을 본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2백여 장의 사진에는 마라톤 완주, 자전거 국토 종주, 철인 3종경기 모습과 각종 대회인증서와 메달 그리고 스님의 희망편지가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넘치는 활력으로 전법의 꽃을 피우는 정희도 님의 수행담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관점만 바꾸면

제가 법륜 스님과 정토회를 만난 것은 너무 다니기 싫던 회사 덕분이었습니다. 2018년 당시 30대 중반이던 저는 회사에서 겪는 일들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또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이 나이에 백수가 되면 어떡하지? 다들 자리 잡고 잘 사는데 도대체 나만 왜 이럴까?’ 고민에 빠졌습니다. 제 인생이 마치 침몰하는 배와 같아서 좌절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30대 백수’ 키워드로 유튜브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았습니다. 법륜스님은 저와 비슷한 처지의 질문자에게 ‘관점을 바꾸면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그 말씀이 어찌나 귀에 쏙쏙 들어왔던지 누워있던 저는 어느새 앉아서 듣고 있었습니다. 금세 스님의 말씀에 빠져들었고 며칠 동안 계속 즉문즉설을 들었습니다. 마침내 정토불교대학 안내를 보고, 바로 입학했습니다.

2020년 인도 성지순례에서 법륜스님과
▲ 2020년 인도 성지순례에서 법륜스님과

알고 보니 다름 아닌 나

제 부모님은 어려서 공부를 잘했다고 합니다. 두 분 다 머리가 좋기로 소문나서 결혼할 때 주변 사람들이 아마 자식은 영재가 나올 거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저는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었고 공부도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제 할 일을 잘하고 일찍 결혼해 화목한 가정을 꾸린 누나에 비해 저는 늘 걱정만 끼치는 부족한 아들이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꼭 일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빈둥거리는 저를 더는 지켜보기 힘들었던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저는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하는 회사생활은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일은 나 혼자서 다 하는 것 같고, ‘내가 옳고 상대는 틀렸다’라는 생각이 점점 머릿속을 꽉 채웠습니다. 결국,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조건이 더 나은 회사를 찾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매일매일을 싸움닭처럼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화난 얼굴이었고, 회사에서 쌓인 화를 집에 와 부모님에게 풀기도 했습니다. 줄담배를 피우고 술 마시는 날이 점점 늘어만 갔습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항상 외부와 남 탓으로만 돌리던 저는 심지어 사주를 보고 점집을 찾아다녔습니다. 제 문제인 줄 모르고 이곳저곳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닌 수행문 속의 어리석은 사람이 다름 아닌 ‘바로 나’였습니다.

부처님 오신날, 개인 점등식 인증샷
▲ 부처님 오신날, 개인 점등식 인증샷

운동도 수행하는 마음으로

방황하고 좌절하던 35살의 여름, 저는 문득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계속 실패해 왔던 금연도 마지막 도전이라는 절박함으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금단현상으로 불어나는 살도 빼고 삶에 활력도 불어넣고자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자전거 국토 종주, 마라톤, 수영, 철인 3종 경기에 이르기까지 한동안 운동에 미쳐 보았습니다. 그러나 허전한 마음은 여전히 채워지질 않았습니다. 스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서 제가 운동하면서도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듯 남과 나를 분별하고 비교하며 욕망을 채우려 하기 때문인 것을 알았습니다. 그제야 운동하는 관점을 바꾸어 제 도전에 집중할 수 있었고,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대구 철인3종경기 자전거 종목
▲ 대구 철인3종경기 자전거 종목

2022년 6월 처음 철인3종경기 하프코스에 참가했을 때의 일입니다. 수영과 자전거 코스를 마치고 마지막 달리기 코스에 접어들었을 때, 너무 힘든 나머지 그만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이건 아니다! 도저히 못 할 것 같다!’ 물러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릿속에 ‘하기로 한 것은 하기 싫어도 그냥 해보는 것이 수행’이라는 스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마치 한배 한배, 정진하듯이 있는 힘을 다해 한 발씩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 순간 저는 연도에 서서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과 함께 달리는 선수들, 이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습니다. 결승점에 도달했을 때, 저는 포기할 뻔했던 힘든 완주를 수행의 관점으로 해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대구 철인3종경기 달리기 종목
▲ 대구 철인3종경기 달리기 종목

봉사는 스스로를 돕는 일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불교대학 청년반 진행자 소임으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전법활동가 교육 돕는 이와 실천 활동 꼭지에 이어 지금은 불교대학 청년반 담당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반 담당 소임은 반에 소속된 각 조의 진행자, 돕는 이, 학생을 두루 살피고 지원하는 역할입니다. 저는 늘 소임을 가볍게 받지 못해서 반 담당 소임은 더욱 부담스러웠습니다. 소임을 하면서도 제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소임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장하거나 잘하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저를 알아차리고, 스스로 한계 지어놓았던 역량을 조금씩 넓혀 나갈 수 있었습니다. '소임이 복'이라던 선배 도반의 말이 저에게 진심으로 와닿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청년불교대 반담당 소임자 교육(아래 줄 맨 오른쪽)
▲ 2023년 청년불교대 반담당 소임자 교육(아래 줄 맨 오른쪽)

소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공동 정진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꾸준한 시간에 정진하지 못했던 저는 ‘공동 정진은 내가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하지만 반 담당 소임 덕에 공동 정진 영상발표를 맡으니 저절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으로 제 정진 습관을 바꾸었고, ‘봉사는 결국 스스로를 돕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저는 3교대 근무를 합니다. 새벽 근무 중에 공동 정진 시간이 되면 저는 사무실 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고 정진합니다. 여전히 직장 일과 소임이 겹쳐 힘들 때면 하기 싫고 물러서는 마음이 올라오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소임과 정진이 마음의 근육을 키워나가는 운동이라는 이치를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모닝콜 해주며 함께한 도반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23년 청년불교대(5반) 학사운영회의(아래 줄 맨 오른쪽)
▲ 23년 청년불교대(5반) 학사운영회의(아래 줄 맨 오른쪽)

전법의 씨앗을 심다

저는 수행자의 가장 큰 덕목이 전법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기록을 남겨보자는 생각으로 네이버 블로그 ‘도군의 안식처’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만인 전법 기간에는 제 경험을 토대로 블로그에 불교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주 1회씩 꾸준히 올렸습니다. 먼저 지회 도반들이 관심을 두고 지지해 주었고, 검색하다 제 글을 보았다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3천 명이 넘는 구독자가 다녀갔습니다. 블로그에 불교 수행에 대한 질문이나 정토불교대학에 관심을 두는 댓글을 달았던 이들이 나중에 불교대학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전해 올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전법의 씨앗을 심을 수 있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 '도군의 안식처'
▲ 블로그 '도군의 안식처'

또 일만인 전법 기간에 지회 도반들과 ‘정희도와 함께라면’이라는 소모임을 만들어 함께 전화 전법을 했습니다. 전화 한 통 할 때마다 먼저 삼배를 올린 후 전화를 걸었습니다. 절하며 잘할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고 불편해할 상대에게 미리 참회했습니다. 이렇게 먼저 삼배를 한 후 전법을 하니 망설임과 부담감이 훨씬 줄었습니다. 또 불편해하는 상대의 마음마저 이해하게 되어 한결 가볍게 전법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아도모례원에서 동대구지회 도반들과(맨 왼쪽)
▲ 아도모례원에서 동대구지회 도반들과(맨 왼쪽)

존재만으로 감사한 어머니, 든든한 도반 아버지

어머니는 지금 제 활동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하고 어서 장가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제가 이런 말에도 버럭 화를 냈겠지만, 이제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방긋 웃으며 위로를 건네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수행 덕분에 어머니의 마음과 언어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칠순을 맞이한 어머니가 점점 아픈 곳이 많은데 건강하게 제 곁을 오래 지켜 주었으면 합니다.

아버지는 제 정토회 활동을 보고 법륜스님에게 관심을 두더니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경전대학까지 개근으로 졸업하였습니다. 지금은 일반 회원으로 사료편찬위원회에서 봉사합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네가 법륜스님 제자가 되었으니, 앞으로 너를 걱정할 일이 없어졌다. 네가 수행자로서 오계를 지켜나간다면 분명 바른길을 찾아갈 것이고, 무엇보다 네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리라는 믿음이 생겼다.”라고 하는데 눈물이 왈칵 솟았습니다. 부모님 속을 썩였던 지난 나날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지금, 아버지는 제가 정토회 활동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되는 든든한 도반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 부모님과 함께

2차 만일결사 종주의 그날까지

정토회와 인연 맺은 5년을 되돌아보니, 스스로 생각해도 많이 변했습니다. 이런 변화된 모습은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좋은 스승을 만났고 함께 하는 도반들이 늘 곁에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저는 과거처럼 좋은 직장과 좋은 차 그리고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제는 그런 것들이 부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에 만족하니 편안합니다. 제게 주어진 모두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배웠다는 게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순간순간 어리석음에 사로잡힙니다.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여 지혜와 덕을 쌓아 법명 혜덕(慧悳)이 부끄럽지 않은 수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저의 서원은 앞으로의 30년, 2차 만일 결사를 끝까지 종주하는 것입니다. 그때는 제 나이도 지금의 스님만큼 되어 있을 것입니다. ‘떨어져 나가지만 말고 붙어만 있어라!’는 스님 말씀을 새기며 도반들과 손 꼭 잡고 함께 이 길을 가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염원인 만인이 평화롭고 행복한 그 날까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따르겠습니다. "아직 매우 부족한 저를 정토행자의 하루에 세워 다시 한번 성장하게 도와준 지회장님과 도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3년 부처님오신날, 아도모례원 신천 모둠원들과(맨 오른쪽)
▲ 23년 부처님오신날, 아도모례원 신천 모둠원들과(맨 오른쪽)


오랜만의 인터뷰 소임에 중압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다 2차 만일결사 입재 이후 아픈 것을 핑계로 새벽 수행하지 않는 제 모습을 돌아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수행담을 쓰면서 정작 자신은 수행하지 않는다면, 주인공의 진정성을 글 속에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까 자책이 일었습니다. 부담감을 떨치고 기사를 제대로 쓰려면 수행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달여 다시 수행하면서 글 쓰는 내내 ‘소임이 복이다.'라는 말을 저 또한 되뇌고 있습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고목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운동으로 단련된 건강한 몸과 정신을 바탕으로 부처님의 가르침까지 받은 정희도 님은 앞으로 전법활동가 뿐만 아니라 정토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것입니다. 제가 기사를 쓰는 내내 느낀 점은 정토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었습니다.

‘가자, 가자, 가자!
바퀴는 굴러가고 강산은 다가온다’
정희도 님이 참가했던 4대강 국토 종주 자전거 길의 출발점에 새겨져 있는 글입니다. 저는 이미 정희도 님의 마음에 새겨져 있을 이 말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가자, 가자, 가자!
법륜은 굴러가고 행복은 다가온다’

글_배병갑 희망리포터(경남지부 거제지회)
편집_박은영(대전충청지부 천안지회)

전체댓글 71

0/200

안창준

2차만일결사 희도님이 있어 든든합니다
함께 할수있어 감사한마음입니다_()_

2023-07-05 12:39:30

김태웅

감동입니다

저도 2차 만일결사를 종주하면 90살이 넘는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수행 정진하렵니다

가세 가세 저 언덕으로 건너가세.
저 언덕으로 건너가서 깨달음을 이루세.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2023-07-01 08:00:29

손익연

정희도님의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든든한 도반이 되어서 해주신 말씀이 감동입니다! 2차만일 전법의 디딤돌이 되어주실 청년 정희도님!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2023-06-29 06:56:32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동대구지회’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