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대구지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후회하지 않게

세 자매가 매일 화상으로 만나 즉문즉설을 듣고 나누기했습니다. 6개월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듣고 나눈 이야기는 60대 중반인 언니에게 편안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화면 속 자기 모습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힘들었던 나누기도, 행복학교1 때의 불편했던 기억을 언니는 자연스럽게 극복하며 온라인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지금은 동생, 조카, 언니, 아들 모두 도반이 된 위정숙 님의 가족 전법, 지인 전법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어머니와 세 자매의 나들이(윗줄 두 번째)
▲ 어머니와 세 자매의 나들이(윗줄 두 번째)

집착하고 원망하며

아이 둘 키우면서 초등학교도 집 근처 일반 초등학교가 아닌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고, 학원도 승용차에 직접 태워 다녔습니다. 아이들이 마칠 때까지 3시간씩 기다리며 아이들에게 집착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97년 IMF 때 남편의 사업체가 힘들어졌습니다. 제가 회계를 맡아 하면서 10년 정도는 그런대로 겨우 꾸려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받아 놓은 어음은 휴지가 되었고, 공사 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해 부도가 났습니다. 건물도 남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남편을 원망했습니다. 남편과 갈등이 심해지면서 이혼까지 결심했습니다.

약 대신 부처님 법을 처방해주신 의사선생님

가세가 기울고, 회사의 회계일도 벅찼습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사춘기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게 한꺼번에 닥쳐오니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마음 지치고 온 몸도 아팠습니다. 잘 먹지를 못해 체중이 12kg나 빠졌습니다. 전국에 잘한다는 병원을 여기저기 다니면서 치료도 받았습니다. 그러다 지인에게 소개받아 거제도에 있는 한의원에 갔습니다. 원장님이 저의 상태를 보고 메모지에 책 제목을 적어 주면서 꼭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법륜스님의 《금강경이야기 상.하》이었습니다. 읽고 또 읽으면서 눈물이 왈칵 나서 펑펑 울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마음의 병이란 걸 알고 약보다 마음 다스리는 처방을 주셨구나 싶습니다. 그 후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연을 들으러 다녔습니다. 한날은 강연 마치고 출입구에서 스님과 마주쳤습니다. 합장하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의 맑고 고요한 모습에서 청빈이라는 말이 연상되었습니다. 검소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믿음이 생겼습니다.

불교대학 진행자 조별활동 달성토원 답사(오른쪽 두 번째)
▲ 불교대학 진행자 조별활동 달성토원 답사(오른쪽 두 번째)

그동안 나를 위해 살았으니 이제부터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야겠다

10년간 이 절 저 절,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녔습니다. 기도할 때 수행문의 내용이 바로 저였습니다. 좋다는 병원 치료도 다 해보고 종교도 바꿔가며 다녀봤지만 아무 효험이 없었습니다. 먹지 못하고 기력도 없이 몸은 아프고 그렇게 긴 세월을 보냈습니다. 친정 부모님은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마음수련에 다니고 기체조도 하면서 건강이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몸이 회복되면서 아팠을 때를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은 늘 공허함이 있었습니다. ‘나는 건강을 찾았으니, 다른 아픈 사람도 이 운동을 해서 건강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운동을 지도하는 생활체육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공허함이 없이 사는 길

죽음의 문턱을 지나온 지난날을 돌아봤습니다. 내 주장이 강하고, 고집 세고, 내 옳다는 생각과 애쓰는 마음으로 뜻대로 안 될 때는 화를 많이 냈구나, 내 성질대로 하고, 그동안 나한테 좋은 것 먹이고 입히고 누리며 잘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만약 그때 생을 마감했다면 후회했을 것들을 생각하며 이제부터 그 반대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길은 없을까? 공허함이 없이 사는 길은 이길 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2016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때 같이 운동하던 회원도 제가 희망편지를 보내고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 할 수 있다" 얘기 하면서 입학까지 결정하게 되어 함께 나란히 같은 법당에 입학해서 지금은 도반으로 수성 지회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공부할 때 담당해 주신 분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공부도 재미있었지만,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었습니다. 끝나고 나면 공양간에서 정성스럽게 차려준 공양은 최고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경전반 하면서 시작해서 불교대학 담당을 3년간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으로 경전반 진행자, 전법 행자 교육진행자, 지금도 불교대학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행복학교 홍보중 대구 신천 강변 정자에서(오른쪽 두 번째)
▲ 행복학교 홍보중 대구 신천 강변 정자에서(오른쪽 두 번째)

멀리 보면 공부보다 행복이 우선

저는 오 남매 중 넷째로 태어나 언니, 오빠, 동생, 가족들 모두 두루 잘 소통하며 지냈습니다. 동생은 아이들 키우면서 가장 힘들 때 저와 전화로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중 제일 먼저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지금 이대로 살면 죽음이 눈앞에 왔을 때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는 이미 늦어. 지금은 모르고 살지만 눈 감을 때 알게 돼”라는 말에 동생은 정신이 번쩍 들어 3일간 자기 삶을 돌아보면서 입학을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군 복무로 해병대 지원했을 때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근심 걱정으로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었는데 한순간 휩싸인 감정들이 탁 내려놓아져서 신기했다고 했습니다. ‘언니 덕분에 불교대학 공부하고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 공부의 중요함을 알게 됐다’ 했습니다. 동생이 불교대학 입학할 때 시누이도 자주 통화하면서 같이 입학했지만, 중도에 그만두게 되어 지금은 즉문즉설 주소 줄 보내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조카도 동생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힘든 고비를 넘겼습니다. 저의 집에 오라고 해서 밤늦게까지 속마음을 충분히 나누었습니다. 엄마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다 내놓으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이렇게 힘든데 학교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모는 네가 지금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동생은 엄마지만 이 정도로 힘든 줄 몰랐습니다. “6개월만! 1년만 좀 참아라” 했으니 조카의 힘든 마음과 동생의 부모 된 마음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동생에게는 조카가 많이 힘들어하니까 먼저 쉬도록 해주고 아이 마음부터 헤아려 주라고 했습니다. 사회에 나가기 전 진로에 대해서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충분히 살핀 뒤에 공부해도 늦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 후 민간에서 운영하는 마음 수련학교 1년 과정 공부하면서 홀로서기가 되었습니다. 사춘기가 지나고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우뚝 서게 되어 잘 안되는 것도 스스로 극복해나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현충일 대전 현충원 아버지 성묘 중(맨 왼쪽 정숙님)
▲ 현충일 대전 현충원 아버지 성묘 중(맨 왼쪽 정숙님)

돌부처는 이제 그만

언니는 절에 오래 다녀서 종교적인 면이 많았습니다.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온라인 행복학교에 먼저 등록했습니다. 그러나 화면에 보이는 본인 얼굴이 적응되지 않았고 나누기도 어려워했습니다. 시간도 없고 형부가 못하게 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중도에 그만두었습니다. 마침 동생이 불교대학 수업을 하고 있어서 언니한테 “언니야 즉문즉설은 너무 재미있는데 같이 듣고 나누기할까?” 그렇게 매일 화상에서 동생과 세 자매가 6개월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났습니다. 동생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힘들어했는데 동생이 나누기할 때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잘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부러워했습니다. 그 후 언니도 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60대 중반의 언니는 나누기를 많이 부담스러워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렇게 하면 돼. 별거 아니야. 언니 나이에 이 정도 하는 사람 없어.” 하며 잘한다고 칭찬했습니다. 그렇게 경전대학까지 무사히 졸업했습니다. 지금은 새벽 기도며 수행 법회도 놓치지 않고 잘하고 있습니다. 형부가 예전에는 돌부처한테 그렇게 절해도 하나도 안 바뀐다고 했는데, “덕분에 제대로 된 불법을 만나서 고맙다.” 했습니다. 세 자매가 도반이 된 게 가장 큰 행복입니다.

광화문에서 전쟁반대 운동중
(가운데 정숙님)
▲ 광화문에서 전쟁반대 운동중 (가운데 정숙님)

보시 중에 가장 큰 보시는 법 보시

아들은 엄마가 꾸준히 변함없이 수행하는 모습과 변화된 모습이 감동이다고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착하다고 해서 꾹 참고 억눌린 게 있어서 혼자 극복해 보려고 책도 많이 읽고 했지만, 욱하는 게 있다 보니 제어되지 않았습니다. ‘스님의 하루’ 읽다가 화에 관한 내용을 캡처해서 아들에게 보내주었습니다. 그 문구를 보고 마음에 깨달음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혼자서 괴로움이 쉽게 해결되지 않았기에 스스로 결정해서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요즘은 친구, 지인들, 사촌들이 모였을 때도 전법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오빠는 작년에 입학하려고 했지만, 건축 일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어서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생활은 안정되어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허망함을 느낄 때가 있으니까 마음공부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큰오빠는 젊은 시절 출가의 큰 뜻을 품었으나, 어머니의 반대로 마음을 접고 현재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부처님 법 공부하는데 적극적인 지지를 해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여의치 않지만, 함께 하는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경전대학 진행자 주례회의(윗 줄 맨 오른쪽)
▲ 경전대학 진행자 주례회의(윗 줄 맨 오른쪽)

시댁 형제들이 모였을 때 조카가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습니다. ‘청춘 톡톡’을 보내주면서 또래 친구들의 고민과 세상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동서, 형님, 조카들한테도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전법을 했습니다. 딸이 아직 법 공부를 시작하지 않아서 소외된 느낌이 있었는데, 공부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하면 된다고 편하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남편은 제가 화내지 않는 변화된 모습에 놀라웠다고 했습니다. 시간 여유가 없어서 아직 공부는 시작하지 못했지만, 아들과 차 타고 다닐때는 즉문즉설을 들으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법을 만나는 인연도 괴로움이 많은 사람이 먼저 만나게 되니 모든 게 좋다 나쁘다 할 게 없다는 법문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지인들만 전법했는데 가족들한테도 이 좋은 법을 전하려면 정성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가족들도 법의 인연을 꼭 맺고 싶다는 원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금강경 책 내용에 ‘보시 중에 가장 큰 보시는 법 보시’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 법이 위대하게 느껴졌습니다.

불교대학 담당할 때 학생과 거리모금 중(오른쪽 정숙님)
▲ 불교대학 담당할 때 학생과 거리모금 중(오른쪽 정숙님)

쉬는 도반도 손잡고 같이

기도하는 중에 건강이 좋지 않은 분이 생각났습니다. 제 지인들에게 행복학교 같이 해보자고 연락해서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한 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코로나 오기 전 오프라인으로 행복학교를 마쳤습니다. 그중 한 분은 불교대학을 졸업했지만 쉬고 있었습니다. 다시 행복학교를 시작으로 행복 시민으로 활동하면서 전법홍보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또 한 분은 지금은 돕는 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행복학교로 시작해서 불교대학을 졸업했지만 쉬고 있어서 제가 불교대학 담당할 때 청강생으로 다시 공부하면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컴퓨터 사용에 어려움이 많아 카페에서 만나 배우면서 극복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인연 맺어진 분들이 지금 행복한지 살피는 마음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제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다 아팠던 경험이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힘든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가을 불교대학에 세 분이 입학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내민 손길이 괴로움이 없는 길로 함께 손잡고 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세상은 덧없다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부처님의 유언을 떠올리며 그 당시의 부처님은 만나지 못하지만, 현세의 부처님으로 삶의 본보기가 되어 주시는 스님을 거울삼아 지금처럼 전법하면서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개인이 봉사나 보시를 하는 게 쉽지 않은데 정토회는 장이 다 만들어져 있으니, 덤으로 사는 인생이기에 이 좋은 법을 누구나 만날 수 있게 귀한 인연 맺어가고 싶습니다. "한 사람이 수행자가 된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는 법사님 이야기를 새기며 전법하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맨 오른쪽)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맨 오른쪽)


늘 온화한 모습에 원래 타고난 성향인 줄 알았습니다. 노력으로 바꿀 수 있으니 부처님 법이 정말 위대함을 느낍니다. 가족 전법의 원을 세우고 방법을 연구해서 꾸준히 전하는 모습에 그 결실이 크게 다가옵니다. 아파 본 경험이 오히려 큰 재산이 되어 아프고 힘든 사람들에게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고, 법 공부로 행복을 전하며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는 표현이 더욱 감동입니다. 저의 불교대학 담당해 주신 분이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뷰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분들이 정토 행자의 주인공이라 매번 놀라움으로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지금까지 제게도 손잡아 주심에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글_이재선(희망리포터 동대구지회)
편집_이정선(경남지부 진주지회)


  1. 행복학교 법륜스님 행복학교는 온라인에서 일주일에 한 시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고 진행자와 참가자가 행복을 배우고 연습하며 '내 것으로 만드는 체험의 장'입니다. 행복학교는 종교를 떠나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행복학교 신청: http://hihappyschool.com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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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

거제 어느병원 의사분이 금강경을 전해주셨을까요?
전법이 이런것이군요. 고맙습니다.
한분께 전해진 법으로 이렇게 세상이 더 밝아지고 있다니 고맙습니다. 수행소감읽으니, 읽는 이도 마음 밝아집니다. 고맙습니다

2022-09-07 09:08:22

박은지

내내~오래오래~이어 나가시길 응원합니다
저희도 도전함 해봐야 겠어요~

2022-08-27 10:47:05

정희도

감동적인 사례담 잘 읽었습니다. 정말 우리들은 기적같은 인연으로 함께 살고있지 않나 다시 한번 생각이 드네요~^^저도 법보시 꾸준히 이어가봅니다.

2022-08-25 13: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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