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광명지회
진격의 삼 남매, 일과 수행 접수하다

광명지회에는 아주 특별한 도반들이 있습니다. 가족 중 무려 다섯 명이 동시에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 중, 삼 남매는 십 년 가까이 수행, 보시, 봉사를 실천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 정토불교대학 담당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삼 남매의 막내, 서순자 님의 수행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오빠의 권유로 시작하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2012년 3월이었습니다. 지금도 형제, 자매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함께 일한 지 십 년이 넘어섰을 때였습니다. 그 당시, 올케언니가 광명시 하안동에 개원한 정토회 광명 법당에 다녔습니다. 오빠는 저녁 시간에 한 가지 배워보자며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오빠의 뜻에 따라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작은 언니, 남동생, 조카 그리고 저까지 총 다섯 명이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몇 달 전에 예약해 놓은 제주도 여행 때문에 불교대학 입학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불교대학 첫 수업부터 경전반을 졸업할 때까지 다섯 명 모두 개근했습니다.

처음 불교를 배우는 길에 들어서다 보니, 수업 시간에 접하는 단어나 용어들이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정토회는 복을 구하는 종교 집단이 아니라, 수행자의 모임, 수행공동체다”라는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처음에는 도통 몰랐습니다. 이 말이 저 말 같고, 저 말이 이 말 같았습니다.

불교대학 첫 수업 후 나누기는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조를 구성해서 빙 둘러앉아서 자기소개할 때 머쓱했고, 마음 나누기 때는 조리 있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었습니다. 다른 도반들의 나누기를 들으면서 살짝 커닝하기도 하면서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경전반 졸업식에서 수행 도반인 가족과 함께 (오른쪽에서 두 번째 서순자 님)
▲ 경전반 졸업식에서 수행 도반인 가족과 함께 (오른쪽에서 두 번째 서순자 님)

무슨 비밀이 그리 많아?

정토불교대학 2학기에 졸업의 요건 중 하나인, <깨달음의 장1>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한 가족 구성원은 같은 조에 편성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 당시 문경 정토수련원의 수련장이 네 개라서 저를 제외한 가족 네 명이 먼저 <깨달음의 장>에 다녀왔습니다.

수련을 다녀온 후 네 명은 저를 빼고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뭐야? 무슨 얘기하는데?”라고 물으면 “너도 갔다 오면 알 수 있어”라는 대답만 했습니다. 무슨 비밀이 그리 많아서 얘기해주지 않는지 궁금했습니다. 제가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후에는 일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함께 수련한 1053차 도반들과는 십 년째 같은 밴드에서 소소하게 수행 이야기를 나누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천 직지사에서 깨달음의 장 3주년 기념 (오른쪽에서 두 번째 서순자 님)
▲ 김천 직지사에서 깨달음의 장 3주년 기념 (오른쪽에서 두 번째 서순자 님)

언제나 불법 안에 머물다

제 가족은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반에서 공부하면서 각자 조그마한 소임을 맡았습니다. 저는 정토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맡았습니다. 처음에 컴맹에 기계치라서 못하겠다고 했더니, 컴퓨터를 잘 다루는 학생이 저를 돕도록 짝지어 주었습니다.

경전반에서 학생으로 공부하고 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동시에 하다 보니 어느덧 이 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바쁘고 정신없던 그 당시 함께 공부했던 도반들과는 지금도 요양원 봉사를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아마도 힘들었던 시절을 함께 보낸 도반들이라 그런지 사이가 돈독합니다.

요양원에서 공연 봉사 중 (왼쪽에서 세 번째 서순자 님)
▲ 요양원에서 공연 봉사 중 (왼쪽에서 세 번째 서순자 님)

2016년, 가족과 함께 운영하는 회사를 확장해서 많이 바빠졌습니다. 또한, 선배 도반들이 나누는 말에 분별심 생겨서 살짝 마음이 피곤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 인사동에 생활한복매장을 개점하면서 정토회 활동을 잠시 쉬었습니다.

그래도 불법과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던 건지 어느 날부터 인사동 매장 근처에 있는 조계사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사 고시에 응시하고 포교사가 되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지금도 남부구치소 교정교화팀에서 포교 활동하고 있습니다. 3년 동안 정토회에서 꾸준히 한 수행이 몸에 배어 있었는지 조계사에 다니면서도 정토회에서 하듯이 쓰레기 분리수거 등 환경을 위한 활동들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종교 저 종교, 이 절 저 절 찾아다니며 행복과 자유를 구하지만,’ 수행문의 한 구절같이 이 절 저 절 돌아다니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사실, 조계사에 다니면서도 저는 늘 정토회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작은 언니와 남동생이 계속 정토회에서 활동했고 함께 공부했던 도반들이 행복학교2 진행자여서, 저도 간혹 임진각 새벽기도나 행복학교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동북아 역사 기행과 인도 성지순례 참가를 계기로 이 세상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음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든지 지금 여기에서 모두가 행복하기임을 배웠습니다. 비록 시절 인연으로 조계사에 다녔지만, 항상 불법 안에 머물러 있었던 저는 떠난 적이 없으니 다시 돌아온 것도 아니고 오고 간 적도 없음을 알았습니다.

일을 내려놓고 떠난 깨우침의 길

동북아 역사 기행 중 안중근 의사 단지동맹비 앞에서
▲ 동북아 역사 기행 중 안중근 의사 단지동맹비 앞에서

친구의 권유로 평화재단 통일 의병이 되어 2018년 8월, 동북아 역사 기행에 다녀왔습니다. 동북아 역사 기행 동안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일제 강제노역을 피해 아버지는 압록강을 건너 만주 목단강을 향해 갔다고 합니다. 광활한 만주 들판을 바라보면서, 만주에서 살다가 홀어머니와 동생들이 있는 고향 경남 하동으로 귀향한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생전에 아버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지 못해서 죄스러운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2020년 1월, 가족들의 도움으로 미리 잘 준비하여 인도 성지순례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장기 여행이라서 남아있는 일에 대한 걱정이 앞섰습니다. 처음 일을 놓고 여행을 간 경험이 4박 5일의 <깨달음의 장>이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일하는 작은 회사였지만, 많은 몫의 일을 제가 하곤 했습니다. 눈 뜨면 출근하고 해가 지고 달이 뜨면 퇴근해서, 집은 그야말로 잠만 자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일에 집착했고, 제가 아니면 안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 제가 일을 놔두고, <깨달음의 장>, 동북아 역사 기행과 인도 성지순례까지 다녀왔다니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길에서 본 인도와 네팔은 저 어릴 적 1970년대 한국의 농촌 같았습니다. 아직도 신분제도 아래서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를 보면서, 지금 제가 얼마나 행복한지 깨달았습니다. 많이 가지지 않아도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중 법륜스님과 함께
▲ 인도 성지순례 중 법륜스님과 함께

동북아 역사 기행과 인도 성지순례를 마친 후, 함께 공부했던 도반들의 권유로 광명지회 행복학교 봉사 소임으로 자연스럽게 정토회 활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경전반 담당이었던 작은 언니 덕분에 청강생으로 경전반 공부를 다시 하면서 발심행자3 전법교육도 받았습니다.

나의 거울을 만나다

2018년 인사동 매장 고객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3년 연애 끝에, 2020년 9월, 제 나이 쉰다섯에 '먹어봐야만 쥐약인 줄 안다'는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생활에서 처음으로 벽과 부딪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십 년 동안 정토회 보살들에게서 들었던 많은 고민이 한꺼번에 저에게 쏟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와중에 통일 의병 교육받고, 2021년 봄 정토불교대학 돕는 이와 가을 경전대학 돕는이 소임을 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때 돕는이 소임을 하지 않았다면 결혼생활은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들이 많습니다. 똥고집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노처녀, 노총각은 서로에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남편은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추어주는 거울입니다.

여전히 제가 옳다는 생각이 강하고 남편에게 바라는 마음이 많습니다. 쉽지 않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보고, 있는 그대로 저를 인정하는 연습을 꾸준히 합니다. 이제 겨우 한걸음 ‘있는 그대로 사실을 보기’를 향해 전진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 남편과 함께

삼 남매, 정토불교대학 담당이 되다

2022년, “만 명 정토불교대학 입학시키기, 전법행자를 전원 진행자로”라는 구호 아래 거의 모든 전법행자들은 정토불교대학 진행자 소임을 맡았습니다. 오빠, 작은 언니, 그리고 저는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하는 정토불교대학 진행자 소임을 요청받았습니다.

약간 망설였습니다. 십 년 전 정토불교대학을 담당할 때도 컴퓨터 작업이 부담스러웠는데, 지금도 컴퓨터와 기계는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때마침 필요했던 노트북을 조카가 결혼선물로 사줬습니다. 또한, 컴퓨터 조작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하니, 컴퓨터를 잘하는 돕는이와 조를 짜주었습니다. 그렇게 주변의 도움으로 화요일마다 정토불교대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빠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주간반 정토불교대학 수업을 진행하고, 작은 언니와 저는 오후 8시에 저녁반 정토불교대학 수업을 진행합니다. 셋이서 소통하기 위해 텔레그램 방을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안내할 사항을 먼저 확인한 사람이 텔레그램 방에 올리고, 그 안내 사항을 각자의 정토불교대학생 소통방에 안내한 후에, 삼 남매 텔레그램 방에 그 안내 결과까지 공유합니다.

아침에 첫 인사말을 “오늘 ‘일상에서 수행 연습’ 올렸냐?”라고 나누며 서로 “하하하!” 웃기도 합니다. 수요일에 저희 삼 남매는 바쁩니다. 이것 저것 챙겨서 학생들과의 소통방에 게시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삼 남매가 텔레그램 온라인 소통뿐만 아니라 매일 한 직장에서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챙겨주니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수업 리허설 중 (상단 오른쪽 서순자 님)
▲ 정토불교대학 수업 리허설 중 (상단 오른쪽 서순자 님)

삼 남매와 함께하는 일상이 수행

일상이 수행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현재 저희 삼 남매는 그 말씀을 실천 중입니다. 같이 일해온 지 25년. 가족끼리 일하는 장점도 있지만, 그동안 스트레스, 화, 짜증이 많았습니다. 오빠, 언니의 짧은 감탄사나 목소리 만으로 '저 사람이 화가 났구나, 짜증이 올라오는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요즘은 한 사람이 화를 냈을 때 “그것이 화낼 일입니까?”라고 다른 누군가가 말하면, 서로 얼굴 보고 웃습니다. 한순간 돌이키면서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연습을 합니다. “네가 먼저 짜증 내는 말투로 그랬다고오”, “내가 언제 그랬냐구우”, “오빠가 먼저 그랬지이?” 이렇게 아이들처럼 주고받고 웃으면서 또 한고비 넘깁니다.

이번 정토불교대학 진행을 작은언니와 동시에 맡고 함께 공부하고 수행하면서, 알콩달콩 이야기꽃을 피우고 서로를 알아 갑니다. 특히 작은 언니의 삶을 살짝 들여다봅니다. 늘 긍정적이고 천사 같은 작은 언니. 언니는 할머니에게 구박받고 아버지에게 맞기도 했다고 합니다. 공부할 때면 일해라, 여자가 배워서 뭐 하냐는 말을 들었답니다. 언니의 이야기에 “난 그런 적 없었는데, 난 행복했던 기억밖에 없는데.”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쓰레기를 지금까지 움켜쥐고 살다가 요즘에서야 놓았어. 넌 긍정적이라서 행복한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거야.”라며 저에게 칭찬과 용기를 줍니다.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홍보 중
▲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홍보 중

오빠는 제가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아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람입니다. “아직도 안 보이냐구우!”라고 가끔 저에게 말할 때가 있습니다. 남들은 다 저를 보는데 아직도 저만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아침부터 정규방송 라디오가 아닌 법륜스님의 법문이 종일 공장 안을 채웁니다. 남의 이야기는 잘 들리고 이해할 수 있는데, 안타깝지만 가족과 형제, 자매에게는 잘 안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이유를 밖이 아니라 자신 안에서 찾기 위해 저의 삼 남매는 오늘도 함께 수행합니다.

아난다 존자의 질문에 부처님께서 주신 답변이 생각납니다. “좋은 도반을 만나서 같이 도를 닦는 것은 절반 도를 이룬 것이 아니라 도의 전부를 이룬 것과 다름없느니라.” 삼 남매, 우리는 좋은 도반입니다.


인터뷰에서 서순자 님은 남들보다 힘들게 인생을 살지 않았고 무탈하고 평범하게 살아서 자신의 수행담은 특별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형제, 자매와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직장에서 종일 함께 일하고 수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 같지 않습니다. 일과 수행을 하나로 삼아서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담담히 정진하는 서순자 님의 수행담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앞으로 펼쳐질 삼 남매의 활약과 수행 이야기가 벌써 궁금합니다.

글_김용태 희망리포터(인천경기서부지부 광명지회)
편집_성지연(강원경기동부지부 경기광주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2. 행복학교 법륜스님 행복학교는 온라인에서 일주일에 한 시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고 진행자와 참가자가 행복을 배우고 연습하며 '내 것으로 만드는 체험의 장'입니다. 행복학교는 종교를 떠나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행복학교 신청: http://hihappyschool.com 

  3. 발심행자 정토회 정회원은 발심행자, 서원행자, 결사행자로 구분됨. 수행, 봉사, 보시 활동을 기준으로 하며, 회원가입 신청서를 제출해야 함. 발심행자 3년 후 서원행자 자격이 갖추어짐.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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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하

늘 유쾌하신 도반님! 잘보았습니다

2023-09-18 11:21:47

해들

도의 전부를 이룬 좋은 도반 삼남매, 명문가입니다.

2022-09-22 08:38:02

김정은

고맙습니다

2022-09-08 07: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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