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일산지회
정토회 35년 단골입니다

36년 전 사촌 언니의 권유로 비원포교원에 와 지도법사님의 반야심경 강의를 듣고 그날로 정토인이 되신 박명기 보살님을 소개합니다. 이만 일이든 삼만 일이든 그것은 그저 매일의 연속일 뿐이라고 담담히 말씀하시는 것에 수행의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사는 바쁜 일상에서도 정토회를 선택하여 지혜를 닦으신 보살님의 혜안과 35년을 하루 같이 수행하신 꾸준함에 존경을 표합니다.

연화회 가을 나들이_위에서 세 번째
▲ 연화회 가을 나들이_위에서 세 번째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불교

지금까지 정토회밖에 모릅니다. 그때는 중앙불교 교육원 비원포교원이라고 했습니다. 다다미 열 평에 회원도 열 명 정도였습니다. 좋은벗들의 권영선님의 어머니가 제 육촌 언니입니다. 그 언니가 스님의 강의를 추천하여 갔습니다. 35년 전인 1987년 같습니다. 이전에는 불교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점치는 곳도 부처님을 모시고 있어 불교를 미신으로 생각해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스님의 반야심경 강의를 듣고 불교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임을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다른 어떤 곳에도 한눈 안 팔고 지금까지 정토회에 있습니다.

그 당시는 시어른 두 분, 아이들 4남매, 저와 남편 8식구와 살았습니다. 10시면 법문 들으러 포교원에 갔다 끝나면 어른들 점심 드려야 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왔습니다. 내가 좋으니 들으러 간 것입니다. 반야심경을 시작으로 지도법사님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에 반해 다른 여지 없이 그저 스님의 말씀을 따라 했습니다. 아이들 가정환경조사 쓸 때 이전에는 종교 없음이라 했는데, 이후로는 당당하게 ‘불교’라고 썼습니다.

저 아이는 나무라면 비상이다

한약 건재상 하는 아버지 덕분에 어렵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났고, 7남매 중 중간 자식으로 부모님께 사랑도 듬뿍 받았습니다. 학교에도 선생님들에게 잘한다는 칭찬만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본래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칭찬만 받아야지 잘못했다는 말은 절대로 들으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 시어른 모시고 남편을 따라야 하니 제가 잘났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결혼 초에는 스트레스가 많아 혈압이 올라갔습니다. 남편이 ‘춥다 문 닫아라’ 하는데 나는 더워서 문을 열었습니다. 내가 잘났다고 생각에 내가 옳다는 생각이 아주 강했습니다. 시어머님도 ‘저 아이는 나무라면 비상이다(야단맞는 것이 죽을 만큼의 독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잘못했다고 하면 제가 팍 토라지는 것을 보시고 며느리의 장단점을 다 파악하고 계셨습니다. 혈압이 높아 우황청심환을 매일 먹었습니다

저는 신앙적인 부분이 아닌 담마에 치중했습니다. 스님의 말씀이 이치에 맞았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라'는 말씀에 감동받았습니다. 시집살이 하며 내 생각과 다른 것이 많았습니다. 스님의 누구나 다 다르다는 말씀에 '그래. 다르다. 다 다르다.' 되뇌었습니다. ‘내 잘난 것을 내려놓고 다름을 인정하라’를 명심문으로 삼았습니다. 제 생각이 옳다는 생각에 스트레스 받고 괴로웠는데, 다름을 인정하라는 법문을 듣자 곧 와 닿았습니다, ‘아 바로 이거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 그래. 다르다. 다름을 인정하자. 나에게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만 옳다는 생각을 고집하지 말자 하며 살았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금방은 못 고쳤지만, 항상 염두에 두니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았습니다.

각해 보살님을 만났는데 ‘보살님은 자기는 반드시 잘해서 상을 타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지금 혈압병이 생겼어요. 절도 못하겠네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그렇구나 하고 인정했습니다. 아들도 ‘엄마는 공주병이 있고 누구에게든 가르치려는 태도가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저는 스스로 겸손하게 산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들의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그래도 어르신들께 사랑도 많이 받았고, 아이들 다 무난히 잘 자라주었고, 제가 좋아하는 정토회 잘 다니고 참말로 복 많게 살았습니다.

연화회 가을 나들이_감포 앞바다 대왕암
▲ 연화회 가을 나들이_감포 앞바다 대왕암

지금도 연습 중

지금 실버타운에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30년 넘게 환경운동 하는 단체에서 듣고, 보고 한 것이 한없이 많은데, 그곳에 사시는 분들의 평균연령이 86세고 90 다 되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분들이 음식을 많이 담아와서 안 먹고 내버리는 것을 보고 분별심이 났습니다. 도의 근본이 분별심을 버리는 건데, 내가 또 분별심을 내는 것을 알았습니다. 실버타운의 본부장에게 먹을 만큼만 가져오게 표지를 붙이자고 건의했더니, 노인분들에게 교육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늙은 사람 못 고칩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제가 괴로우니 포기하고 살지만, 가끔 문득문득 안 먹으면서 뭐 하러 많이 가져오나 하고 분별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마음에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그분들을 고칠 수 없기에 ‘이것도 다른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자’라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자, 내가 옳다는 생각을 버리자’라고 한 것이 제일 큰 소득입니다. 저의 좌우명이고, 명심문입니다. 정토회에 35년을 다녔지만, 오래 다녔다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흐르는 대로 살았습니다. 월간정토, JTS, 등 후원금 내는 것은 모두 평생회원입니다. 1차만일이 끝나고 2차만일이 시작하지만, 그저 흐르는 대로 사는 것이지, 끝난다는 생각, 시작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습니다. 날마다 날마다 그냥 사는 것입니다. 다른 절에 열심히 다니는 시누이가 제가 정토회 밖에 모른다 하며 제가 ‘편식한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 기도하러 가자 청해도 안 갑니다. 제가 지금까지 배운 것도 다 실천하지 못하는데, 다른 거 배운다고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이게 좋은데, 뭘 또 구하겠습니까?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제가 저를 생각해볼 때 저의 단점은 담마에 치중되어 있고. 신앙심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입학시험 치를 때도 기도한 적이 없습니다.

정토회는 내 삶 그 자체

연화회 가을 나들이_불국사에서_위에서 두 번째
▲ 연화회 가을 나들이_불국사에서_위에서 두 번째

2016년 남편이 치매 진단받고 3년 후 돌아가셨습니다. 곧이어 큰아들도 심근경색으로 죽었습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는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정토회는 제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저의 삶 그 자체입니다. 특별히 다른 것이 없습니다. 회향 때면 아, 기도비 낼 때구나 합니다. 다른 생각 별로 없습니다. 2차 만일기도 시작이라고 딱딱 끝내고 다시 시작하고 하지만, 저에게는 매일의 연속일 뿐 새로움도 아닙니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정토회와 함께 살지만, 의식하지 않습니다, 제 생활은 정토회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2만 일이든 3만 일이든, 날짜가 지나가는 것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생각할수록, 제가 정토회를 선택하기는 했지만,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고, 제가 복 많은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불만이 있었어야 다른데 더 좋은 곳을 찾죠. 정토회 들어와 제가 만족하는데 다른 곳을 찾겠어요? 죽는 날까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정토회 있으면서, 기쁘고 행복할 때가 많았습니다. 행사 때 마다, 제가 잘났다고 앞장서서 이런 일 저런 일 많이 했습니다. 지장부 팀장을 하며 재 올리는 바라지도 많이 하고, 바느질도 많이 했습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소감문을 쓴 것이 정토지에 몇 번 실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정토회에 오래 다닌 묵은 단골입니다.


시어른 모시고 아이들 4명과 사느라 법문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신 박명기 보살님. 당당히 나는 묵은단골이라시며 활짝 웃으셨습니다. 일차만일 시작과 끝을 매일 그날그날을 산다는 그 말씀에 단골의 정취가 느껴졌습니다. 단골이니 입재식에 오실 것 같습니다. 정토회에 오래 있으면서도 법문 들으러 오는 그 마음 어떤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정토회 35년 단골입니다. 65년 단골이기를 기원합니다.

글_최미영 희망리포터(서울제주지부 서초지회)
편집_서지영 (강원경기동부지부 수원지회)

전체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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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흔들림 없는 한결 같은 마음.
부럽고 감사 합니다~~~^^

2023-08-20 14:24:53

고원향

묵은단골 보살님의 삶이 참 담담하여 좋습니다.
배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12-30 19:10:45

윤혜숙

이만일이든 삼만일이든 그저 매일의 연속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남습니다. 담담하게 써내려가신 글이 저에게 깊은 가르침으로 다가오네요. 감사합니다.

2022-12-06 08: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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