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관악지회
섭식장애를 넘어 정토행자의 길로

홍미경 님은 어디를 가나 외모가 눈에 띄는 화려한 사람이었습니다. 외모를 가꾸기 위한 소비와 사치에 시간과 에너지를 바치고 살았던 홍미경 님. 하지만 이런 외모와 달리 섭식장애라는 문제를 안고 힘들게 살았습니다. 건강한 삶을 찾아 나서던 중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이제는 스님 법문을 실천하며 정토행자가 된 홍미경 님을 소개합니다.

불교대학 첫 시간의 눈물

2014년 여름, 회사업무로 친하게 지내던 지인과 〈깨달음의 장1〉을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저는 정토회나 법륜스님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평소 재미있게 보던 드라마의 작가 노희경 씨가 〈깨달음의 장〉을 다녀왔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지인은 불교대학을 다녀야 〈깨달음의 장〉을 갈 수 있다며 같이 다녀보자고 했습니다. 2014년 서초 법당 가을 불교대학 토요 반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첫 강의 날 정근과 희사 시간에 참회계를 하는데 눈물이 주르룩 쏟아졌습니다. 정근과 희사가 거의 끝날 무렵에야 겨우 진정이 됐습니다.

홍미경 님
▲ 홍미경 님

당시에는 왜 눈물이 나왔는지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니 저는 그동안 억눌린 설움이 터진 것입니다. 오랫동안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고 살았습니다. 저는 먹는 것에 대한 강박으로 20대부터 30대 중반까지 섭식장애를 겪었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매우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섭식장애를 오랫동안 앓았습니다. 사회생활, 인간관계도 힘들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외모에 대한 지나친 욕망

섭식장애의 시작은 대학에 들어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또래 여대생들이 대부분 그렇듯 외모에 관심이 커지면서 다이어트를 시작했습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서 여름방학이 오기 전에 매우 달라진 외모를 자랑할 수 있었습니다. 날씬한 외모에 학교 친구, 선배들은 물론이고 어디를 가든지 주목받았습니다. 그것이 발단이었습니다. 나의 외모를 유지하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 커서 밥은 한 톨도 먹지 않고, 매일 블랙커피 몇 잔과 비스킷 몇 조각만 먹고 지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뭔가를 더 먹어야 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속이 불편했습니다. 또, 머릿속에서 먹은 것을 토해야 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올라와 결국 토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날들이 지속됐습니다.

불교대학 담당자 시절, 졸업식날
▲ 불교대학 담당자 시절, 졸업식날

살아있는 존재의 기본 욕구는 먹는 것인데, 저는 오히려 먹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 시달렸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정신병입니다. 그나마 학교에 다닐 때는 그런대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졸업 후 직장 생활하면서는 먹지 않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 같이 먹는 점심시간에 저는 혼자 커피만 마시거나 과자만 조금 먹고 있으니, 이내 회사 전체에는 과자만 먹는 ‘돌아이’가 입사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와 먹는 자리가 있거나, 회식 자리가 있으면, 큰 고통이었습니다. 미팅 때문에 뭔가라도 먹는 날에는 미팅 시간 내내 먹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안절부절못하는 지경이었습니다.

초파일_마야부인 왼쪽 첫 번째
▲ 초파일_마야부인 왼쪽 첫 번째

무언가를 먹으면 먹은 것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니까 토하게 됩니다. 자다가도 뭔가 많이 먹었다는 생각이 나면 밤에도 일어나서 토합니다. 충분히 토한 후에야 안심이 됩니다. 위에 뭔가 들어있으면 불편합니다. 토하고 나면 얼굴과 목 전체 모세혈관이 터져서 빨갛게 되고, 온몸이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얼마나 자주 손가락을 넣어서 토했던지 제 손가락에는 굳은살이 박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자연과의 조화를 찾아 불교대학으로

더 큰 문제는 섭식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위염에다 두통, 변비, 생리 불순, 탈모까지 건강상 문제는 다 열거하기 힘듭니다. 결국 이에 따라 저를 돌아보게 되고, 외모가 아닌 다른 것으로 제 존재를 채우는 것에 관심을 돌렸습니다.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보다 내면의 아름다움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갔습니다.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된 것도 그런 관심의 연장선이었습니다.

행복학교 홍보중
▲ 행복학교 홍보중

불교대학 입학 전까지 지독한 섭식장애는 이겨냈지만, 여전히 남들과 함께 뭔가 먹어야 하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함께 먹는 떡이며 과일에는 손도 안 댔고, 공양간에서 다 함께 식사해야 하는 자리는 늘 피했습니다. 물론 조금씩 좋아지기는 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 후 간 〈깨달음의 장〉에서는 주어지는 대로 깨끗이 닦아 먹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지금은 회사에서 점심 먹을 때도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양만 덜어서 싹싹 다 먹습니다. 가끔 아직도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올라오면 그때마다 '먹기 싫구나. 또 버릇이 나오는구나'하고 지긋이 저 자신을 바라봅니다.

더이상 소비하지 않습니다

현재 저는 행복학교 진행과 모둠장 소임을 하고 있는데, 봉사가 재미있습니다. 제 삶은 직장과 집과 정토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모님과 사는데, 직장 외에 남는 시간은 봉사로 채워져 있습니다. 다른 것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더 이상 소비도 하지 않습니다. 명품과 옷과 신발, 장신구를 모두 나눠주고, 더 이상 사지 않습니다. 신발도 구두와 운동화 몇 켤레만 남겨두었습니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못하는 소극적인 저는 이제 불교대학 홍보, 행복학교 홍보 무엇이든 당당하고 가볍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이든 당당하고, 가볍게

특히 회사 관계자들에게 제가 정토회에 다닌다는 사실을 ‘커밍아웃’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불교대학 홍보나, 행복학교 홍보할 때, 업무 관계자들에게는 카톡 보내는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서원 행자교육을 받으며 지금은 전법을 가볍고, 당당하게 합니다. 연락을 받은 이들이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안부도 묻고 좋은 글귀가 담긴 희망 편지도 전하니 고마워했습니다. 의외의 반응이었습니다. 물론 불편해하거나 보내지 말라고 정중히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불편한 마음이 일어나기보다는 '아, 싫구나' 하고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제 마음을 봅니다.

제가 봉사를 계속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은 봉사를 통해 저 스스로가 성장하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멀쩡한 척했지만 속은 곪아 터졌던 이전에 비해 지금 저 자신이 괜찮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스님의 법문대로 실천하니 조금씩 저절로 변하는 것이 제 삶의 비결입니다.

경전반 팀장소임_문경에서 왼쪽 두 번째
▲ 경전반 팀장소임_문경에서 왼쪽 두 번째


씩씩한 홍미경 님과의 인터뷰는 현재가 과거를 만든다는 말이 실감 나게 했습니다. 과거의 고통도 현재의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재확인하는 인터뷰였습니다.

글_이경분 희망리포터 (서울제주지부/관악지회)
편집_조미경(경남지부/김해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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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미경님~~~
많은 어려움을 겪으시면서 이만큼 성장하셨군요~
곱게 곱게 자란 여린 꽃같이 느껴졌었어요~
부지런히 수행정진 하시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이 더 강한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홍미경님! 파이팅!!!

2022-08-24 14:44:46

견조 백창열

이렇게 정토행자의 하루에서 만나니 반갑네요.
몸과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찡하지만
잘 극복해나가시는 모습또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저는 이야기로 듣지만 실제 경험한이가 느끼는 것은 정말 힘든것이라 잘 이겨내신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수행하면서 삶이 괜찮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말씀에서 저도 더 부지런히 수행정진해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겠습니다

2022-08-22 08:16:08

이은서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을 주네요.ㅎㅎㅎ
감사합니다.^^

2022-08-20 21: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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