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남울산지회
법당에서의 마지막 소임

울산 법당은 10년이 넘는 세월을 한 곳에 있다 보니 정리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정리하는 아쉬움과 많은 물품 정리와 원상복구 문제까지 수많은 일 들을 3개월이 지나도록 도맡아 해 온 도반들이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도반들이 한꺼번에 봉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맡은 책임감으로 울고 웃으며 봉사를 했던 도반들의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여정을 들어보았습니다.

연등 철거 작업
▲ 연등 철거 작업

김병탁 님

법당정리 총괄소임을 맡아 달라는 전화에 전기 설비도 잘 모르고 경험도 없었기에 약간은 망설였습니다. 곧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흔쾌히 받아 들였습니다. 화상회의로 봉사일정을 계획하고 모둠장들의 협조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예상보다 진도가 안 나가고 중간에 출가 연반절 300배 수련과 겹쳐 법당정리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철거중인 법당에서, 김병탁 님
▲ 철거중인 법당에서, 김병탁 님

저녁 봉사자가 한 명도 오지 않고 전화도 없는 날은 혼자서 사다리 위에 올라가 법당 천장에 달린 연등 고리 제거 작업을 하면서 ‘혼자 해야 하나’ 하는 마음과 ‘다들 사정이 있겠지’ 하는 다양한 마음을 보았습니다. 전기며 에어컨 등 몰랐던 기계들을 상황이 닥쳐 조금씩 알아 가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법당의 많은 짐들을 두북 수련원으로 옮겨놓은 날은 여러 도반들이 도와주었습니다. 두북수련원에 도착해 보니 전국에서 온 짐들이 이미 운동장에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다음날 비가 온다고 하니 두북 수련원 팀장 도반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혼자 지게차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도반들은 그냥 돌아설 수 없어 누군가 주고 간 초코파이를 하나씩 나눠 먹고 수련원 짐 정리를 함께 했습니다. 밤 10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해 뒤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법당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 법당으로 바뀐다는 관점을 잡고 나니 서운함도 사라졌습니다. 법당을 새로 냈던 선배 도반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법당에서 수행할 수 있었듯이 언제나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도반들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법당정리 봉사자들
▲ 법당정리 봉사자들

박상욱 님

처음 법당을 정리한다는 말을 듣고 법당을 만들 때의 노고를 생각 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랜 시간 소중한 도반들과 함께하며 정들었던 법당의 물품들을 모두 정리할 때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반면, 그동안 법당이 있었기에 도반들과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든 것 같아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불상을 불단에서 내리는 작업을 할 때는 정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긴 시간 법당을 지켜왔던 불상이 불단에서 내려와 하얀 천으로 포장되어 벽면 한쪽에 놓여 있는 모습은 볼 때마다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불단 철거중인 박상욱 님
▲ 불단 철거중인 박상욱 님

그렇게 불상은 포장을 했지만, 불단의 길이가 너무 길고 무거워 7층에서 1층까지 내리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습니다. 옥상으로 올려 중장비를 사용하려니 경비문제가 생기고 엘리베이터에는 길어서 들어가지 않으니 분리해서 계단으로 옮기는 방법 외는 없었습니다. 모든 도반들이 안 된다고 했지만, 사람의 힘이 대단함을 알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힘을 모아 무사히 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보람이었습니다.

많은 일과 힘든 일을 장시간 하다 보면 서로의 의견이 잘 맞지 않을 때도 있는데 사사로운 감정 없이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는 도반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에어컨 철거비용 견적에 깜짝 놀라서 우리가 철거하자고 의견을 내었습니다. 에어컨 본체와 실외기를 분리하는 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을 땐, 두북 수련원에서 인연 맺은 도반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에어컨도 철거하고 경비도 절감했습니다. 그 고마운 마음이 아직도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법당정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이것을 어떻게 끝내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도반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협조로 이젠 끝이 보이고 마무리만 하면 됩니다. 이번 봉사를 하면서 사람의 힘이 정말 무섭다는 것을 알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조성옥 님

법당 물품 사진을 찍어 올리는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이 많았습니다. 물품을 나비 장터에 올려서 파는 일도 하며 오래된 물건들은 폐기하는 과정에서 지원팀장님과 의논하여 하나씩 해결 해 나갔습니다.

불상 포장작업을 마치고
▲ 불상 포장작업을 마치고

불상을 두북 수련원으로 보낼 준비를 하면서 ‘내 마음도 이렇게 허전한데 노보살님들 마음은 어떨까’ 하는 마음에 노보살님들께 연락하여 함께 불상을 내릴 때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소임으로 통화를 할 때는 제 의견도 충분히 내어놓고 서로 의견도 맞춰가며 일의 순서도 정하고 마음도 맞추는 큰 경험을 했습니다. 이제는 어떤 일이라도 내 의견을 내고 듣고 맞춰가는 것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번 소임을 통해 불편하면 하기 싫어 먼저 도망부터 가는 제 업식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자존감도 많이 높아졌습니다. 봉사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조성옥 님(왼쪽)
▲ 조성옥 님(왼쪽)

봉사자가 없을 때는 분별심도 올라오고, 때로는 어렵고 힘들어 도망가고 싶었지만, 법당에서 하는 마지막 소임임을 알아 열심히 했습니다. 이제는 도반들을 법당이라는 공간에서 만날 수 없어 허전함도 있지만, 도반들과 함께 봉사할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정희진 님

법당 물품 정리 첫 회의 때 총무 도반은 주간과 저녁 회원들이 불사를 하듯이 법당정리에 모두 참여하여 모두가 주인 된 마음을 지닐 수 있도록 관점을 잡아 주었습니다.

나비 장터 모바일 소통방을 개설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물품과, 두북 수련원에 보낼 물품, 분리수거할 물품으로 구별하였습니다, 법당정리를 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사용한 물품이 정말 많고도 많았다는 것과 참 깨끗하고 알뜰히 잘 사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행자는 짐을 쌀 때도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되새기며 법당의 물건들을 정리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은 봉사자들이 4명~5명 정도만 모일 수 있어 법당정리를 더욱더 길고도 긴 여정으로 만들었습니다. 간혹 법당 봉사자들이 많이 와서 6층과 7층으로 나누어 정리를 할 때면 저절로 흥이 나서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정희진 님(왼쪽)
▲ 정희진 님(왼쪽)

시간이 지날수록 법당정리 일은 소임을 맡은 봉사자들의 몫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봉사를 할 때는 재미있고 신나서 고단함도 잊었지만 갈수록 봉사자가 확 줄어드니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쳐 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이 아프고 법당정리를 하면서 얻은 발과 손등의 염증은 병원을 다녀도 차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법당을 사랑하며 지키고자 했던 그 많던 사람들이 막상 법당에서 필요로 할 때면 쓰일 마음이 없다는 분별심도 올라왔습니다. 그 마음은 저를 지치게 했고 수행자로서의 관점을 놓치고 있다는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매일 법당정리를 하러 나갈 수 있었던 이유도 결국은 함께 하는 도반들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법당에 쓰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매일 눈으로 확인하니 지금 쓰일 수 있다는 감사함과 소중함을 알기에 오늘도 법당정리에 가볍게 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함께 하는 도반들의 수고로움과 애틋함을 알기에 나 또한 기쁜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며 오늘도 잘 쓰이겠습니다.

서희숙 님

울산 법당은 직할 법당으로 두 층을 사용했던 터라 법당 규모도 크고 법당정리도 만만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법당을 닫을 때도 법당을 열 때와 같이 많은 도반들이 함께 정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우리가 함께하던 공간을 기억하며 한 분도 빠짐없이 울산 법당 모든 분들과 같이 마무리를 하고 싶었습니다.

에어컨 철거와 다용도실로 사용하던 6층 남자 화장실 복구와 7층 바닥 복구 등 생각대로 안 되는 일도 많았지만 많은 봉사자분들이 마음을 내어 함께 해 주셔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특히 조성옥 님이 부처님 불상을 포장하실 때는 노보살님들과 함께하셔서 법당을 정리하는 서운한 마음도 살펴드린 것 같아 좋았습니다. 아직 7층 바닥이 마무리되지 않아 미진한 마음은 있지만, 도반들과 늘 함께하며 받는 고마운 마음으로 힘든 일들은 모두 덮이는 것 같습니다.

법당정리 봉사를 마치고(오른쪽 세 번째 서희숙 님)
▲ 법당정리 봉사를 마치고(오른쪽 세 번째 서희숙 님)


함께 울고 웃으며 수행하던 법당을 닫는 순간까지도 책임감으로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 해 준 도반들 덕분에 법당정리도 이제는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오랜 시간 함께 한 소중한 도반들과의 추억을 영원히 기억하며 이제는 개인 법당에서 자유롭고 행복한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그동안 울산 법당 도반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글_신인숙(부산울산지부 남울산지회)
편집_김난희(홍보시스템팀 정토행자의 하루)

전체댓글 10

0/200

박미정

잘쓰일수있어 항상 감사함을 알고 갑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성불하십시요 _()__()_

2021-05-18 21:28:19

김미현

법당 정리 하신 도반님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자기집 자취방도 정리하면 이삿짐이 엄청나다고 합니다. 6~7층 원상복구 말로만 들어도 힘드네요
불상 정리하면서 노보살님과 함께한 이야기 감동입니다. 옆에 놓여져 있는 불상 볼때 마음이 짠했다는 박상욱 거사님 소감에도 가슴이 찡합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2021-05-18 20:58:14

이두희

법당 정리를 하며 일어난 많은 분별심들이 너무나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행자의 자세를 유지하며 끝까지 울산법당 봉사자들의 힘으로 법당 정리를 마무리했다는 점
감동입니다 고생하신만큼 훌쩍 성장하신게 느껴집니다 감사드립니다

2021-05-18 11: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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