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8.4. 농사일, 안거 공청회
"출가공동체가 보시를 받지 않는 자급자족을 실현해 간다면"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농사일을 하고 공동체 수행 대중과 안거 공청회를 했습니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스님은 먼저 비닐하우스에 들러 참깨를 살펴보았습니다. 사람 키만큼 자란 참깨 줄기에 하얀 꽃이 피고 씨방이 여물고 있었습니다.

“이제 참깨 머리를 따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동네 어르신 말씀이 그래야 참깨가 잘 여물 수 있다고 하네요.”

농사 담당자에게 할 일을 알려주고 스님은 낫을 들고 사면에 풀을 벴습니다.




스님은 빠르게 낫질을 했습니다. 한쪽 사면이 금세 말끔해졌습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일을 하니 잠깐 사이에 해도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낫질을 마치고 스님은 농사 창고에서 잠시 땀을 닦은 후 다시 풀을 베러 나갔습니다.

이번에는 수로까지 자란 덩굴을 정리했습니다.




논둑에 남은 덩굴도 정리했습니다.

농사 창고 뒤편 수로 근처에도 풀이 가득 자라 있었습니다.


비닐하우스 주변에 다시 자란 풀들도 정리해주었습니다.

“얼마 전에 풀을 벴는데 금방 자랐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자라는 걸까?”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온갖 정성을 쏟는 농사는 뜻대로 안 될 때가 많은데 풀은 참 알아서 잘 자랍니다.

이 곳 저곳 풀을 베다 보니 울력이 끝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용한 도구를 깨끗이 닦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오후 2시 30분부터는 공동체 수행 대중과 함께하는 공청회에 참석했습니다. 안거를 시작하고 나서 벌써 8번째 공청회 시간입니다. 오늘은 각 모둠 별로 두 가지 주제가 공통으로 주어졌고, 모둠 별로 선택해서 토론한 주제들도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출가공동체가 향후 보시를 받지 않는 자급자족을 실현해 간다면?’입니다.

먼저 모둠 별로 토론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다양한 의견과 제안들이 쏟아졌습니다.

  • 자급자족을 하려면 비누 만들기, 미싱 하기, 이런 소임을 맡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 농사를 지을 때 1인 1작물을 담당해서 계속 전문성을 쌓아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 우리가 생산할 수 없는 것도 많은데, 현실적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지 의문이 듭니다.
  • 자급자족의 일환으로 공동체가 수익사업을 해서 그 수익금으로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면 될 것 같습니다. 수익금의 일부는 북한 옥수수 보내기와 같은 사회 운동에 지출해도 좋겠어요.
  • 먹는 것은 농사를 지어서 확보하고, 필요한 물건은 사람들이 쓰지 않는 물건을 재활용해서 쓰면 될 것 같습니다.
  • 자급자족한다고 방향이 정해지면, 헌 옷 리폼하기, 수제 두부 만들기, 면생리대 만들기 등 점점 확장되고 구체화되는 것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 식용유, 조미료, 다시마, 해조류, 마요네즈, 우유, 소금, 설탕, 견과류, 두부, 빵 등은 자급자족이 어려울 것 같은데, 영양 불균형으로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 보시를 받지 않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재능 보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 공동체가 농사, 재활용, 출판, 수련을 많이 진행해서 수익을 마련해가는 것도 자급자족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재활용 유통 사업을 할 때 단순히 창고만 활용할 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서 보관과 이동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연구해보면 좋겠어요.
  • 농사, 중고물품 거래 등 유사한 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있는데 우리 공동체가 이런 사업을 했을 때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스님은 발표 내용을 경청한 후 왜 출가공동체가 대중의 보시를 받지 않고 자급자족을 실현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오늘 이 주제를 토론 거리로 던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대중 활동가들이 점점 성장하면서 이제는 정토회 안에 대중 공동체와 출가공동체가 역할을 분담할 때가 되었다는 겁니다.

출가공동체의 비전

한국사회가 민주화되기 전에는 대학생들이 노동 현장에 가서 노동운동을 하고, 농촌에 가서 농민운동을 했습니다. 그 후 민주화가 되고 나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성장해서 이제 노동운동은 노동자들이 하고, 농민운동은 농민들이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학생들이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위장 취업을 하는 일은 완전히 없어졌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정토회도 그동안 대중이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대중이 해야 할 일을 출가공동체 성원들이 대신하거나 함께 해왔습니다. 그러나 1차 만일결사를 마무리하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대중이 많은 성장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대중 운동은 대중이 하고, 출가공동체는 대중이 못 하는 일을 다시 찾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직장 생활과 가정생활을 하면서 수행과 사회 실천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도저히 못 할 일이 무엇이냐 하는 겁니다. 둘째, 출가공동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 하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제는 대중 공동체와 출가공동체가 역할분담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출가공동체에서 해왔던 많은 일들을 이제 대중 공동체로 넘겨줘도 된다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연구해야지 아이를 갖지 않은 출가공동체에서 그 일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잖아요. 통일 운동 역시 앞으로 통일이 되었을 때 이득을 볼 사람들이 해야지 출가공동체가 해야 할 이유가 없어요. 통일된 세상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인데, 아이를 가진 사람들이야말로 통일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활동들을 모두 대중이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서 할 수 있게 넘겨주고, 출가공동체는 대중이 아직 못하는 일과 출가공동체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일을 하자는 거예요.

여러분도 죽을 때까지 맨날 밤샘하면서 허우적거리며 살 수는 없잖아요. 이제 출가공동체의 일상적인 일을 찾아야 합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안정된 생활을 해나가자는 거예요. 예전처럼 직접 어떤 일을 대신해주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대중 공동체가 지향하는 모델이 되어줌으로 해서 대중에게 힘을 줘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할 수 있고 인류의 미래 문명에도 유익할 것인가 하는 겁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의식입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방식이 가져온 변화

둘째, 대중과 역할분담을 하지 않고 출가공동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실제로 그 일을 하기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습니다. 모든 사업을 온라인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출가공동체가 굳이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거예요.

원래는 2차 만일결사부터 대중 공동체와 출가공동체의 역할분담을 하려고 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방식으로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 때문에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오늘 토론 주제를 제안한 것이지 젊은 사람들을 시골로 데려와서 힘들게 하려고 제안한 건 아니에요. 많은 사람들이 출가공동체에 정말 들어오고 싶을 정도로 출가공동체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우리가 해야 우리의 정체성이 생길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출가공동체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헌신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해도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출가자의 본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농사와 재활용 사업이 경쟁력 있는 이유

그럼 출가공동체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첫째, 깨달음의 장과 나눔의 장 등 각종 수련과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겁니다.

둘째, 공기와 물이 맑은 곳에서 적당한 운동도 하면서 바쁘지 않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일 중에 수행과 겸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일은 ‘농사’입니다. 농사는 비교적 다른 일에 비해 수행과 가장 잘 결합할 수 있는 일이에요. 농사는 환경운동이 될 뿐만 아니라 전체 공동체의 건강과도 관계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미래에 닥칠 큰 위기는 식량 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위기가 닥쳐왔을 때 정토회 회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 미래 산업으로써 농업을 새로 개발해보자는 거예요.

재활용 유통사업은 첫째, 환경운동 차원에서 해보자는 취지입니다. 대량 생산되고 대량 소비되면서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니까 ‘가능한 한 번 생산된 것은 한 번 더 쓰기 운동을 해보자’ 하는 차원에서 재활용 유통 사업을 해보는 겁니다. 그리고 모든 재활용품을 창고에 다 모을 수는 없어요. 기업이 갑자기 부도가 났을 때 대량의 물건들이 나오면 모를까, 대부분 가정집에서 나온 물건들은 가능한 온라인 상에서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나가야 할 겁니다. 특히 사무가구는 창고에 보관해야지 사무실이나 집에 보관하고 있으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정토회가 갖고 있는 자원봉사 시스템은 재활용 유통 사업에 굉장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마치 회사처럼 우리가 트럭을 갖고 가서 물건을 다 싣고 와야 한다면 경쟁력이 없어요. 우리가 하는 재활용 유통 사업이란 자신이 내놓는 물건은 그 자신이 창고까지 갖다 주도록 하는 겁니다. 정토회 회원들이라면 다 본인이 창고까지 물건을 갖다 주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예요. 그리고 이웃에서 버려진 물건이 나왔다고 했을 때도 정토회가 갖고 있는 자원봉사 시스템에 의해 그 지역에 사는 정토회 회원들이 그 물건을 창고까지 갖다 주는 겁니다. 정토회 안에는 이런 자원봉사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는 거예요. 만약 회사처럼 운영한다면 직원들 월급 주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이렇게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확보된 재활용 물건들과 우리가 생산한 농산품이 정토회라는 조직을 기반으로 해서 전국적으로 유통이 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대중으로부터 돈을 보시받지는 않지만, 대중에게 마음이 행복해지는 수련을 제공하고 그들의 재능은 보시받을 수 있는 거예요. 복을 빌기 위해서 돈을 내는 것을 대중으로부터 받지 않는다는 것이지 우리의 정당한 노동으로 인한 수익은 괜찮다는 겁니다. 자급자족한다고 해서 바나나까지 우리가 생산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건 구입해서 먹어야죠. (모두 웃음)

단순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라 체험하는 곳

앞으로는 환경운동을 할 때도 이곳 수련원에 와서 직접 체험하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곳 수련원은 단순히 강의만 하는 환경운동이 아니라 어떻게 소비를 줄여서 사는지를 견학하고, 자신들이 먹는 농산물을 직접 생산해 봄으로 해서 ‘정말 아껴서 써야겠구나’ 자각할 수 있게 하는 교육장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마음에 대한 수련만 했는데, 이제는 생활 방식을 바꾸는 수련을 해야 해요. 이곳 수련원에서 며칠을 살고 돌아가면 집을 더 간소하게 바꾼다든지, 먹는 것과 입는 것을 줄인다든지,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는 수련원이 되어야 합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그중에는 스님의 설명을 들었지만 그래도 아직 자급자족을 왜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왜 자급자족을 해야 하나요?

“미래를 생각할 때 수행을 중심으로 간다는 것에는 충분히 동의가 되지만, 자급자족을 중심에 두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직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급자족에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농사와 수련을 결합시켜서 농사 수련을 진행하는 데에 에너지를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사도 여러 가지 종류를 재배하기보다는 몇 가지를 대량으로 재배하는 게 효과적이거든요. 왜 자급자족이 중요한가요?”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돈을 받아서 쓰고 있으면 자립하지 못했다고 하잖아요. 그것처럼 공동체 성원들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고 하면서 대중의 보시에 의해 삶을 살아간다면 그것은 자립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중이 보시한 돈은 가난한 사람을 돕는다든지, 대중이 사용하는 공간을 마련한다든지, 이런 곳에 사용해야 합니다. 공동체가 먹고사는 데에 대중이 보시한 돈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예요.

그래서 건물이 없으면 그냥 허름한 곳에서 살면 되지 우리가 사는 집을 대중이 보시한 돈으로 짓지는 말아야 합니다. 만약 대중이 보시한 돈으로 지은 집에 여러분이 살게 되면 그 돈을 낸 대중은 ‘내가 보시한 돈으로 수행자들은 나보다 더 좋은 집에 사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이 부분이 제가 대중에게 가장 미안한 점입니다. 우리가 대중에게 검소하게 살라고 말을 하지 않으면 괜찮아요. 그러나 늘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을 해놓고 정작 우리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으면 대중이 실망한다는 겁니다. 대중들 중에는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착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말이 앞서기보다는 우리들의 삶이 대중이 와서 보기에도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대중이 사는 수준보다 우리가 사는 수준이 조금 더 낮아야 합니다. 그래야 대중의 마음속에 보시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아, 내가 조금이라도 더 절약해서 검소하게 사는 공동체에 보시를 해야겠다’

이런 마음이 들어서 대중이 우리에게 보시를 하더라도 그 돈은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분이 스님에게 좋은 옷 사서 입으라고 돈을 보시했다면, 좋은 옷을 사는 데에 그 돈을 쓰는 게 아니라 굶주리는 북한 동포들을 돕는 일에 사용하고 자신은 검소하게 살 때 돈을 낸 사람도 더 큰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고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자는 게 아니에요. 삶을 좀 검소하게 사는 게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다는 겁니다.

정토회는 그동안 이렇게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대중의 보시가 끊이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던 겁니다. 대중들이 보시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대중은 보시를 하되 대중이 보시한 돈을 우리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가능한 우리의 노력에 의해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첫째, 먹는 것은 농사를 직접 지어서 먹으면 돼요. 우리가 재배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생산물 중 일부를 판매해서 수익을 얻고, 그 돈으로 구입해서 먹으면 됩니다.

둘째, 돈을 주고 옷을 사서 입는 것은 대중의 보시를 받는 것이지만, 대중이 입지 않는 옷을 우리가 세탁해서 입는 것은 대중의 보시를 받는 것이 아니에요. 대중이 사용하지 않는 신발을 신고, 대중이 사용하지 않는 가구를 우리가 사용하면 된다는 겁니다. 대중이 내어놓은 재활용품 중에서도 판매가 되는 좋은 물건은 판매를 하고, 판매가 안 되는 것만 골라서 우리가 재활용해서 쓰자는 거예요.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분소의를 입었던 정신입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이 사셨던 방식입니다.

농사 수련도 대중이 참여하는 주말 프로그램으로 적극 개발해 나가야 합니다. 농부 학교를 열어서 한 개의 조를 책임질 사람은 전문적인 농사 교육도 시키고, 주말마다 많은 대중이 수련원에 와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겁니다. 여기에 식품 가공 공장을 만들어서 농산물을 가공해서 제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넓은 의미의 ‘자급자족’이란 우리가 번 돈으로 먹고살지 남한테 도움을 받아서 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한 사업으로는 농사뿐만 아니라 수련, 재활용 유통, 출판과 같은 사업들도 다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이렇게 자립해서 살고 있습니다.

좁은 의미의 ‘자급자족’이란 우리가 먹을 것을 우리가 생산해서 먹는다는 뜻입니다. 이건 100퍼센트 실현할 수가 없어요. 자급자족이라는 원칙 하에 연간 식단을 미리 짜서 거기에 맞게 채소를 심어야 합니다. 또 채소가 나오는 제철에 맞게 식단을 짜야합니다. 이렇게 농사와 식단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서 일정한 양을 계속 먹으려면 얼마 정도의 면적에 어떤 씨앗을 며칠 단위로 뿌릴지 전부 계산을 해서 세부 계획을 세워야 해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과일의 종류별로 과수원을 다 만들 수는 없어요. 비교적 쉽게 재배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재배하고, 조금 전문성이 요하는 작물인데 일회용인 것은 과수 농장과 계약을 해서 직접 구입해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다 생산할 필요는 없고 일부는 위탁 생산하고 그것이 유기농이라는 검증을 우리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행공동체에 더해서 생산공동체로 나아가고, 더 나아가 휴식까지 겸한 웰빙 공동체까지 만들면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즉문즉설도 앞으로 계속 확산은 되겠지만 이제 대중에게 신선하지는 않거든요. 앞으로는 즉문즉설뿐만 아니라 농사 수련이라든지 역사 순례라든지 다른 아이템을 계속 개발해야 합니다. 환경운동도 온라인 상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메시지를 주면 대중이 그것을 실천하고 인증샷을 올리는, 이런 가벼운 방식들도 새롭게 개발해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답변을 다 하고 난 후 마칠 시간이 되자 스님은 다시 한번 공동체 수행 대중을 격려하며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욕망을 갖거나 지위를 가지려고 하면 이곳에서 오래 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검소하게 잘 살면 이런 삶에 대한 수요가 다시 생길 거예요. 곧 있으면 직업이 없는 사람이 다수가 되는 세상이 될 겁니다. 주는 돈 받아서 빈둥거리며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가 곧 도래해요. 그러나 욕망을 갖지 않으면 사는 게 갈수록 좋아져요. 사회보장제도가 점점 갖춰지기 때문에 사실은 노인 복지는 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이런 연구를 잘하면,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일을 또 하나 개척하게 되는 거예요. 지금까지 정토회가 통일 운동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일들을 개척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 기술이 보편화가 될 겁니다. 지금까지는 온라인 분야에서 정토회가 비교적 앞서 있었지만, 앞으로는 온라인 분야에 엄청난 자본과 인력을 투자하는 단체들이 많아질 거예요. 그러나 그들은 콘텐츠가 부족합니다. 대부분 문화를 가지고 상업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정토회는 좋은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많습니다.”

공동체 수행 대중은 삼배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저녁 8시에는 저녁 예불을 한 후 분과별로 모여서 오늘 하루를 보낸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과 수행법회 생방송을 한 후, 오후에는 운문사 학인들을 위한 수행 상담 법문을 하고, 저녁에는 공동체 대중과 공청회를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6

0/200

김현숙여래심

향후 100년 너머의 정토회 구상과 운영까지 내다보시는 법륜스님 강건하세요

2020-08-24 21:40:29

전미리

자급자족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8-11 13:01:56

정혜영(보리화)

안녕하세요
스님!
정토회와 소소하지만 가볍지 않은 인연을 간직한 불자입니다.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에 재활용품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리더인 저희 단체 역시 1년에 한 번 봉축행사에서 아.나.바.다 장터를 열어 그 수익금으로 장학금 전달을 해 오고 있었습니다.
찾아 뵙고 의논드리고 싶습니다.
두북 수련회로 찾아가면 뵐 수 있을까요?

2020-08-08 11:44:06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