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4.21. 1차 천일결사 5차 백일기도 입재식, 부탄으로 출국
“꾸준히 정진해야 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2차 만일결사, 1차 천일결사 중 제5차 백일기도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에는 아침 일찍부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봉사자들이 북적거렸습니다. 스님은 아침 8시에 평화재단을 찾은 손님과 대화를 나눈 후 9시 30분에 행사가 열리는 지하 대강당에 자리했습니다.

타종, 예불, 반야심경을 봉독 한 후 사회자 김병조 선생님의 활기찬 인사와 함께 5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극복하고 바로 이 땅에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실현하고자 큰 서원을 세우고 시작한 2차 만일결사가 벌써 4백 일이 지나고, 5백 일에 접어들었습니다. 국내외에서 7천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큰 박수와 함께 입재식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먼저 정토회 대표 전해종 님이 무대 위로 올라와 인사말을 했습니다.

“정토회 천일결사자 여러분, 오늘은 부탄 말로 인사해 볼까요? 꾸주장뽈라!(안녕하세요!) 오늘은 2차 만일 결사의 다섯 번째 백일기도 입재식입니다. 어릴 때 저희 어머니께서는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100일 동안은 6월 13일 만인 대법회에 집중할 때입니다. 우리는 지금 한반도의 평화와 국가 통합,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또 지난 백일 동안 불교대학 모집을 잘 마쳤으니, 이제는 행복학교 홍보에 집중해서 대한민국과 전 세계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이어서 지난 100일간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펼쳐진 많은 활동들이 15분의 영상 속에 알차게 담겼습니다.

다음은 지난 백일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해 온 대전충청지부 권순녀 님의 수행 사례담을 들어보았습니다.

“... 깨달음의 장에 갈 무렵, 저는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올라오는 공격적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감정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을까요?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풀 수 있을까, 온통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고 절박했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자녀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를 내려놓는 마음으로, 필리핀 민다나오 봉사를 떠났습니다.

... 제가 집착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집은 잘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만 수행할 뿐이었습니다. 2014년 8-2차에 입재한 후, 지금까지 10년간 하루도 수행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수행하기 전에는, 모든 것이 남 탓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압니다. 모든 건 제가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억울할 것도, 괴로울 것도 없습니다.

6개월간의 봉사를 마치고 필리핀에서 돌아올 때 마음 깊이 발원했습니다. ‘내가 봉사하고 싶은 곳이 아닌, 내가 필요한 곳에서 잘 쓰이겠다’고 말입니다. 바로 그곳이 문경수련원에서 공양바라지하는 일이었습니다. 7년째 깨달음의 장 공양 바라지 팀장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행하면서, 또 흔들리고 휘청거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이 길이, 얼마나 좋은지 알기에, 흔들리고 출렁이면서도, 한 발 내딛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뚜벅뚜벅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객석 곳곳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수행이란 무엇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4차 백일기도 회향식

이어서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을 모시고 제1차 천일결사 제4차 백일기도 회향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지난 백일 동안 가장 잘한 일

“정토행자 여러분, 오늘은 정토회가 2차 만일을 시작하고 5번째 100일 기도에 입재하는 날입니다. 지난 100일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잘한 일은 지난 100일 동안 꾸준히 수행 정진한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잘한 일은 이 좋은 법을 널리 전한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독려해 주신 분들, 현재 불교대학을 잘 운영하고 있는 전법회원들 그리고 행복학교에 많은 인연을 맺어준 분들, 행복학교를 잘 진행하고 있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분들의 노고와 공덕에 찬사를 보내며 큰 박수로 기쁨을 함께 나눕시다. (모두 박수)

그리고 세 번째로 잘한 일은 사회 실천활동입니다.ᅠ우리는 수행 정진과 전법을 기반으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실천활동을 했습니다. 물론 대외적으로 보고를 할 때는 이러한 실천 활동을 주로 보고하게 됩니다. 수행정진과 전법이 제일 중요하다 하더라도 바깥으로 그 성과를 표현할 만한 것이 적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JTS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파견되어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활동가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다 여러분들이 십시일반 보시를 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터키와 시리아에서는 지진 피해 지역에 긴급 지원을 한 후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리아에는 3,500명이 다니는 학교가 부서져 현재 한창 복구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대홍수 피해지역에는 1,000여 개의 핸드펌프를 설치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집 100여 채를 지었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불교대학 총장님이 정토회와 교류를 통해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여성들에게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골집을 떠나 도시에서 자취를 하면서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들이 힘들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할 기회를 줘도 대학에 다닐 형편이 못 된다고 했습니다.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아서 학비는 해결해도 생활비까지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해요. 그래서 JTS에서는 어떤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 여성의 교육을 위해서 여학생 기숙사를 짓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마 곧 기숙사가 완공이 될 거예요.

또, 지부별로 실천활동장소와 으뜸절도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이 여러분 덕분에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많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수행정진하고, 전법하고, 봉사하고, 보시해 준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모두 박수)

마지막으로 스님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심각한 결과를 이야기하며,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쟁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현재 국제 정세를 보면 대립과 갈등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선이 고착된 상태에서 계속 전쟁을 지속하면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이 전쟁에서 한쪽의 승리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는 국민감정과 정치적 필요로 인해 휴전을 하지 않고 계속 전쟁을 한다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침공으로 이스라엘에서 1500여 명이 희생되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팔레스타인에서는 3만 4,000여 명이 사망했어요. 무려 20배 이상 희생이 치러졌는데도 이스라엘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주변으로 전쟁이 더 확산될 위험마저도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는 몇 년 전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발생한 800만 명의 난민을 목격했습니다. 시리아 총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고향을 떠나 천막생활을 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전쟁은 이렇게 큰 고통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국전쟁을 겪은 지 70년이 넘다 보니 전쟁의 피해와 고통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까짓거 전쟁하지 뭐!’라고 생각하거나 ‘전쟁은 안 일어날 거야’ 이렇게 안일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러나 전쟁의 위험은 상존하고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 정토회의 최대 관심사는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이겼다고 하지만, 실제로 야당과 여당의 득표 수는 5%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정당별로 국회의원들이 당선된 지역구를 보면 동서가 마치 선을 그은 것처럼 나뉘어 있습니다. 지난 선거 결과보다 더욱 심해졌습니다. 국론이 이렇게 동서로 분열되어 있습니다. 국민 대통합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입니다. 이렇게 국론이 계속 분열되면 내전과 다름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또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지표를 보면 경제가 장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슷한 국면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70년간 전쟁 후 수많은 혼란을 딛고 여기까지 성장해 왔습니다. 지금의 혼란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면 국민이 대통합하고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개혁적 정책을 도입해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토회에서는 용성조사 탄생 160주년을 기념하여 한반도평화와 국민 대통합 그리고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기원하는 '만인대법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100일 동안 많은 노력을 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4차 백일기도를 잘 회향하고 5차 백일기도 입재식에서는 우리의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100일 동안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더욱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회향 법문을 마음속에 새기며 잠시 명상을 했습니다. 1부 회향식을 마무리하며 청년특별지부에서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몸을 던져 스러져갔던 과거의 청년들과 현대의 청년들이 만나 그 뜻을 이어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연을 본 후 20분간 휴식을 했습니다.

이어서 새로운 백일을 시작하며 예비 천일결사자 결의식을 진행했습니다.

“정토행자는 자기 생각을 바꾸어서 행복해지는 자기 변화와 사회를 바꾸어서 행복해지는 사회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며 수행, 보시, 봉사를 통해 이 땅에 정토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정토행자는 이 땅에 정토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10가지 약속을 해야 합니다. 첫째,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자 매일 새벽 5시에 정진하겠습니까?”


“예, 매일 새벽 5시에 정진하겠습니다.”

......

“여러분은 이제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이루기 위한 천일결사에 동참하여 정토행자로서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기존 천일결사자들은 수행자의 길로 동참하게 된 예비 천일결사자들을 힘찬 박수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예비 천일결사자들을 위해 발원 기도를 해주고 격려 말씀을 해준 후 결의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5차 백일기도 입재식

다음은 5차 백일기도를 시작하며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처음 입재하는 마음으로

“5차 백일기도에 입재하신 모든 정토행자님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입재'란 처음으로 마음을 내어 정진을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오늘 백일기도에 처음 입재한 신규 입재자와 마찬가지로 기존 입재자도 처음 입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입재한 지 오래되었다', '지난 백일 동안 제대로 정진하지 못했다' 또는 '나는 정진을 잘했다' 같은 지나간 과거의 생각을 모두 내려놓아야 합니다.

불교에서는 이 첫 마음을 '초발심(初發心)‘이라고 합니다. 법성게에서는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기만 하면, 그것이 곧 깨달음을 얻은 상태와 동일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아요. '마음'이란 끊임없이 변합니다. 금방 하겠다 해놓고 또 금방 하기 싫은 마음이 들어요. 이렇게 마음은 늘 변합니다. '똥 누러 갈 때 마음과 누고 온 후 마음이 다르다'는 말도 있잖아요. 입재할 때는 '나는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정진하겠다'라고 다짐하지만, 다음 날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하자'고 미루게 됩니다. 그래서 작심삼일, 결심한 마음을 삼일 동안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하잖아요. 그러나 이 처음 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쉽지 않지만,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게 쉬운 일이면 정진할 필요가 없겠죠. 불가능하다면 또한 정진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렵지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정진하는 것입니다.

꾸준히 정진해야 하는 이유

부처님께서는 '우리의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않다. 모든 까르마는 형성된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형성된 것은 변화가 가능하다는 뜻인데, 단순히 마음먹는다고 해서 내가 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만 먹어서 변할 수 있다면, 왜 옛사람들이 천성이라고 했겠어요? 천성은 바꾸기 매우 어렵습니다. 변화가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불가능하다고 하면 인생의 희망이 사라져요. 그런데 쉽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바뀌지 않을 때 좌절을 합니다. 실제로 나를 바꾸려고 해 보면 작은 습관 하나 바꾸기도 어려워요. ‘변화는 어렵지만 가능하다’ 이것이 사실입니다.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꾸준히 정진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행에 대해서도 욕심을 내요. 조금 노력해 놓고 크게 변하기를 바랍니다. 잘 안 되면 쉽게 포기해 버려요. 부처님께서는 출가 후 51년을 정진하고 열반에 드시기 전에 이렇게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세상은 덧없다. 부지런히 정진하라. 마치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여기서 ‘세상은 덧없다’라는 말이 세상이 허무하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덧없다’는 ‘무상(無常)’을 번역한 것입니다. 세상은 늘 끊임없이 변하니 ‘부지런히 정진해서 변화의 주인공이 되어라.’ 이런 의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수행하는 거예요.

수행을 한다고 해서 내가 금방 바뀌지도 않지만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성인이 돼서 형성된 습관은 꾸준히 깊게 수행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릴 때 형성된 성격은 보통 수행을 해서는 잘 변하지 않아요. 어릴 때 형성된 것은 마치 바위에 글이 새겨지듯 마음에 깊이 새겨져서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행의 목표는 그것마저도 지우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서 '아이고, 저 사람 성격이니까 그 정도는 이해하고 감내하자'라고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처럼 나에 대해서도 변화를 추구하되 현재의 나를 인정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주위에서 비난을 하면 ‘죄송합니다. 제 성질이 그렇습니다’ 하고 받아들이면 돼요. 그러면 내 성질에 문제가 있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변화하기를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에요. 부처님께서는 ‘쉽게 포기하지도 말고 너무 서두르지도 말라. 다만 꾸준히 정진하라’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백일기도를 하고, 천일기도를 하고, 만일기도를 하는 거예요.

이번 입재식에서는 기존에 입재했던 분들도 첫 마음으로 돌아가서 정진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수행이 잘 안 된다고 좌절하지 말고, 된다고 교만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되고 안 되고는 수행의 과정 중에 늘 있는 일입니다. 농구선수가 연습을 할 때 공이 골대에 들어가도 받아서 던지고, 안 들어가도 받아서 또 던지잖아요. 하루에 1시간씩 연습을 할 때 중요한 건 오늘 얼마나 골을 넣었느냐가 아닙니다. 매일 연습을 할수록 들어갈 확률이 점점 높아지는 것입니다.

오늘 정진을 하고 싶고 안 하고 싶고, 수행이 잘 되고 안 되고 이런 것에 연연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해진 것을 꾸준히 해나가면 사로잡힘이 적어지고, 괴로움이 줄어들고, 속박에서 점점 벗어날 수 있어요. 어느 순간에 확 깨달을 거라는 환상을 갖지 마세요. 꾸준히 정진하다 보면 어느 순간 비약적 도약을 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다가도 어느 순간 '아, 아무것도 아니네', '미워할 이유가 없네'라고 자각이 일어날 때도 있어요. 그렇다고 또 내가 다 깨달았다는 환상을 갖지도 말아야 합니다.

꾸준히 정진을 하다 보면 육체적으로 조금 고단해도 괴로움은 많이 줄어듭니다. 또 마음이 날 때는 엄청 열심히 하다가 마음이 가라앉으면 다 놓아버리는 식의 감정기복도 줄어듭니다. 나도 모르게 성질이 튀어나와서 다른 사람이 문제제기를 하면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부족합니다’ 라고 하면 돼요. 그러면 나에게 아직 문제가 있어도 타인과 관계를 잘 맺고, 세상을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적으면 물질에 대한 집착도 저절로 줄어듭니다. 여러분이 ‘물건에 집착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 집착하게 되는 이유는 마음이 허전하기 때문이에요. 마음이 충만하면 ‘누가 출세했다’ ‘누가 부자가 됐다’라고 해도 질투하지 않고, 부럽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잘 됐네. 좋은 일 많이 해라’ 하고 축하해 줄 수 있어요.

수행자는 자신이 자기 인생의 주인인 사람, 타인에게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사람입니다. 앞서 수행담을 발표하신 분은 자기의 한계가 있는 가운데서도 절을 놓치지 않고 봉사도 놓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해 왔습니다. 여러분은 수행을 하다가 원하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면 ‘왜 내가 기도하고 정진하는데 재앙이 닥칠까?’ 하고 좌절해요. 그러나 외부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다만 꾸준히 정진해야 해요. 환경이 바뀌지 않아도 나는 상관이 없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정진하다 보면 환경이 조금씩 좋게 변합니다. 이때 환경이 조금 좋아졌다고 ‘영험이다, 가피다’ 이렇게 생각하면 재앙이 다시 닥칩니다. 왜냐하면 좋음에 집착하면 바뀌는 속도가 더디거나 조금만 나빠져도 금방 좌절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수행해 봐야 소용없네’ 하고 포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자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기뻐해서는 안 됩니다. 즉, 어떤 탓을 해서는 안 돼요. 환경이 변하든 안 변하든 나는 다만 꾸준히 수행할 뿐입니다. 그래야 숨이 멎는 순간까지 흔들림 없이 수행자로 살아갈 수 있어요.

수행자에게 희생은 없습니다

이번 5차 백일기도에도 가장 중요한 일은 꾸준히 정진하는 것입니다. 정토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행이에요. 정토회원들이 수행은 안 하고 보시, 봉사, 사회활동만 하면 언젠가 정토회는 무너집니다. 자신을 알아주지 않으면 바로 ‘내가 그렇게 헌신적으로 일했는데 나한테 남는 게 뭐야?’ 이렇게 희생을 했다고 생각해요. 희생을 했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보상을 바랍니다. 수행자는 보상이 필요 없습니다. 수행자는 그 어떤 일도 다 나를 위해서 하기 때문입니다. 수행을 기초로 해야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수행을 해야 세상을 위하는 일이 나를 위하는 길이 됩니다. 그래야 내가 만족할 수 있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세상에서는 자기를 희생한 사람을 칭찬합니다. 그러나 수행자에게는 희생이 없어야 합니다. 세상을 위해서 아무리 많이 보시하고 봉사하고 노력을 해도, 세상이 알아줘야 만족한다면 행복할 수 없어요. 세상은 알아주기도 하고 알아주지 않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진을 꼭 해야 합니다. 지금 정토회에서 정진은 하지 않으면서 활동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아, 원수 되겠다’ 하고 걱정이 돼요. 그러니 이번 백일 동안 무엇보다 정진을 가장 우선해서 해야 합니다.

정진을 바탕으로 이 좋은 법을 널리 전해야 합니다. 또한 이 세상에서 가장 열악한 사람들의 삶을 돌보는 일을 해야 합니다. 지구상 한쪽 외진 곳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눔을 실천해야 해요. 기후위기 시대에 소비를 줄여 기후 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우리 후손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은 특별한 자선이나 헌신이 아니에요. 부모가 자식을 돌보듯 나의 행복을 위하는 길입니다. 이렇게 먼 미래와 뭇 중생을 생각하면 그만큼 내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그럴 때 자존감이 생기고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5차 백일기도 동안 무엇보다 정진에 집중하고, 행복학교 전법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또 6월 13일에는 국민대법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정말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롭기를 바란다면, 우리나라가 국론분열을 극복하고 국민이 통합하기를 원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대법회에 빠짐없이 참가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8월 다음 입재식까지 오늘 처음 다짐한 마음을 잊지 말고 꾸준히 정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큰 박수와 함께 새로운 백일을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다음은 이번 백일 동안 천일결사자 모두가 다 함께 실천해야 할 약속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백일에는 613만 인 대법회에 참석하고, 모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행복학교를 널리 확산시켜 보기로 했습니다.

613 만인대법회 발대식

입재식에 이어 만인대법회 발대식을 했습니다. 먼저 서울제주지부 낭독극팀과 만인대법회 퍼포먼스팀이 준비한 여는 공연을 보았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백여 년 전 3.1 운동이 일어난 일제강점기의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용성조사님과 33인이 독립선언서를 외치고 일본 순사들에게 잡혀가자 백성들이 일어나 대한 독립을 외쳤습니다.



“1919년 3월 1일부터 독립운동에 참여한 시민 약 200만여 명, 전체 인구의 10%에 육박한 수다. 일제의 무력 진압으로 사망한 사람 7,509명, 체포 구금자 46,948명,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의 간절한 외침이 있었다.

이제 1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가 응답한다. 열사 만 명을 모아 독립운동의 기틀을 마련코자 한 용성조사님의 뜻을 새겨 613 국민 대법회로 한반도 평화의 메아리가 백두에서 한라까지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지금, 한반도의 평화도 우리 국민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선포하노라!‘



공연에 이어 캄캄한 무대 위로 법륜스님과 법사단장, 대표, 전국 13개 지부장이 촛불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 암울했던 시대, 민족의 등불을 밝힌 시대의 선각자 백용성조사님, 그 불교중흥과 민족중흥의 큰 뜻이바로 여기 법륜스님께 평화와 통합의 불꽃이 되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개인은 행복하고, 사회는 평화로우며, 자연은 아름다운, 정토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자이크붓다, 우리 정토행자에게도 평화와 통합의 불꽃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자의 낭독에 이어 법륜스님이 촛불을 밝히고 법사단장, 대표, 13개 지부장이 차례로 불을 밝혔습니다.

“이제 이 불꽃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국민통합을 기원하는 불씨가 되어 전국 방방곡곡, 나아가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법사단장과 정토회 대표가 13개 지부장에게 평화의 불꽃을 전달하겠습니다.”

무대 위의 불꽃은 무대 아래로 전해졌습니다. 대중은 각자 휴대폰으로 불빛을 밝혔습니다.

“이 작은 불빛이 전국으로, 전 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다시는 전쟁 없는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이 화해하기를 발원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대한민국의 발전을 넘어온 인류가 행복해지길 발원합니다. 대한민국이 평화와 상생의 새로운 기운으로 다시 일어나기를 발원합니다.”

반짝이는 불빛 속에서 다 함께 만인대법회의 슬로건을 외쳤습니다.

“한반도 평화! 국민 대통합! 지속적 국가발전! 대한정국 800년! 미래로 가자!”

이로써 만인대법회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다음 입재식인 8월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다 함께 사홍서원과 산회가를 부르고 5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대전충청지부 회원들은 도반들과 함께 삼삼오오 흩어져서 각자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점심식사를 할 새도 없이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가서 부탄 내각장관, 왕실비서실장님과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 회의를 하며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 운영 주체와 구조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농번기가 다가오기 전에 농업용수 문제를 빠르게 개선하기 위해 재정 지원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또 MOU 체결 일정과 조건에 대해서도 상의했습니다.

2시 20분에 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자메이카 대사 대리 김진욱 님, 윤경숙 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3시가 넘어 일정을 마친 스님은 부탄에 가져갈 짐을 점검했습니다. 출국 준비를 마치고 오후 4시 30분에 정토사회문화회관 2층 카페에서 이번 부탄 JTS 방문단에 함께하는 전문가 세 분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임업 전문가 최원규 님, 상하수도 전문가 노기선 님, GNH 및 마을개발 전문가 박진도 님이 스님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랑 함께 가면 조금 고생을 해야 합니다. 스태프도 없이 저희들끼리 답사를 다녀야 해요. 누가 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짐도 나르고 해야 합니다.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습니다. 이미 각오를 하고 왔습니다.”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오후 5시 4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농업 전문가인 주형로 님을 만났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수하물을 부치고 탑승 수속을 했습니다. 탑승구로 향하기 전에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파이팅!”

탑승구에 도착하기 전에 식당에 들러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탑승구 앞에서 비행기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스님이 전문가 분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저희 JTS는 후원자들이 낸 기부금을 아껴 쓰기 위해서 항상 저가 항공을 이용합니다. 좀 고생스럽더라도 양해해 주세요. “

“예. 이미 잘 알고 왔습니다.”

다들 고단한 일정을 각오하며 힘차게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저녁 8시에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이륙 시간이 계속 연기가 되었습니다. 8시 5분에 출발하기로 한 비행기는 8시 40분이 되어 이륙했습니다.

스님은 비행기 안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조명을 켜고 원고 교정을 보았습니다.


내일은 중간 경유지인 방콕 공항에 도착하여 외국인 천일결사자들을 위해 방콕시간 새벽 2시부터 5차 백일기도 영어 입재식을 생방송하고, 다시 방콕 공항을 출발하여 부탄으로 들어갑니다. 부탄에 도착하면 팀푸에서 트롱사까지 하루 종일 이동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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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잘 읽었습니다.
역시 이 시대의 선구자이십니다.

2024-05-03 22:39:04

임영현

모든 실천활동의 근간은 수행임을 강조하신 스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지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04-26 22:43:33

옥자

스님,육체적으로 너무 무리하시는건 아닌지요..
부디 건강하시길 늘 기원합니다!

2024-04-26 16: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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