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6.6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
“계율, 선정, 지혜를 닦는 방법”

안녕하세요. 오늘은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두북 수련원 대중은 4시에 일어나 4시 30분에 새벽예불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법당에서 대중과 함께 예불을 한 후 5시가 되어 촬영 준비를 해둔 수련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수련실에서는 가사를 벗고 예불 없이 바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기도 방법에 대해 안내했습니다.

“오늘은 예불 없이 바로 기도를 시작하겠습니다. 장소에 따라 기도를 하는 방법이 다른데요. 저는 지금 두북 수련원에 머물고 있는데, 여기는 아침 기도를 4시 반에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예불을 다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예불 없이 천일결사 기도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서 법문을 하겠습니다.”

스님은 나직한 목소리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어스름한 창밖에서 간간히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부처님 법 만난 것을 기뻐합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옴을 알아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오늘은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며 조용히 108배 정진을 했습니다. 방석에 무릎이 닿는 소리만 반복해서 들렸습니다.

108배, 명상, 경전 독송을 차례대로 했습니다. 오늘 독송할 경전의 내용은 부처님께서 바이샬리에 머무는 마지막 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렇게 뱌이샬리에 머무실 동안에도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여러 가지 가르침을 설하셨다.
이것이 계율이니라.
이것이 정신 통일이다.
이것이 지혜이니라.
또한 계율을 두루 닦은 정신 통일에는
큰 과보와 이익됨이 있고,
정신 통일을 두루 닦은 지혜에도
큰 과보와 이익됨이 있나니.
이렇게 지혜를 두루 닦은 마음은
애욕·생존·견해·근본 무지 등의 번뇌로부터
바르게 해탈할 수 있는 것이니라.”

이어서 정토행자의 서원, 보왕삼매론, 사홍서원을 한 후 기도를 모두 마쳤습니다.

카메라 앞으로 돌아앉은 스님은 오늘 염불을 하지 않고 소리 없이 기도를 한 이유에 대해 설명한 후 기도를 통해 수행하는 방법을 이야기했습니다.

“기도 잘하셨습니까? 오늘은 아침 예불을 하지 않고 삼귀의와 수행문으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또 절을 할 때도 관세음보살을 부르지 않고 했습니다. 늘 하던 대로 하지 않으면 조금 어색하고 뭔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행 중이거나 공항이나 호텔에서 기도를 할 때는 예불식으로 기도를 하기가 어렵고, 또 염불을 하면서 기도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 기도한 것처럼 하면 어디에서든 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염불을 하는 기도 vs 소리 없는 기도

염불을 하면서 기도를 하는 것에는 찬반양론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오랫동안 관세음보살이라는 염불을 해왔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아주 익숙합니다. 그리고 대중이 함께 할 때는 화음을 맞추어서 소리를 내면서 하면 기도를 할 때 힘이 납니다. 특히 3천 배를 하거나 장시간 기도를 같이 할 때 다 같이 소리를 내면서 하면 염불 소리가 큰 힘이 됩니다.

동시에 염불 기도의 문제점은 기복적인 것처럼 느껴지기 쉽다는 겁니다. 또 관세음보살 염불 문화는 한국 문화이기 때문에 외국 사람들이 따라 하기 어렵습니다. ‘관세음보살’이라고 따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바로키테스바라(Avalokitesvara) 보디 사트바’라고 따라 해야 하는지, 명칭의 통일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정토회의 천일결사 기도는 염불을 하면서 해도 되고, 아무 소리 없이 자신의 명심문을 돌아보며 해도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기도를 하는 원래의 취지는 수행문을 기준으로 하루의 생활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내가 성불의 길을 가는데 장애가 되는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가?’

이렇게 살피면서 ‘아, 이 부분을 놓쳤구나’하고 알아차리고 돌아오고, 또 ‘다시는 놓치지 않아야겠다’ 하고 다짐하는 것이 참회입니다.

엎드려 절을 하는 이유

‘내가 옳다’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누워있다가도 앉게 되고, 앉은 사람은 일어서게 되고, 일어선 사람은 고개를 쳐들고 눈을 부릅뜨게 됩니다. 이게 곧 내가 잘났다는 몸의 표현입니다. 그런데 ‘제가 잘못했습니다’ 할 때는 부릅뜬 눈을 감고, 들었던 고개를 숙이고, 더 반성할 때는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조아리게 됩니다. 절은 곧 하심을 한다는 몸의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으로 절을 하지 않고 몇 배 했는지 횟수를 세는 것에만 집착하면 절이 하심의 표현이 아니라 다시 ‘네가 많이 했나, 내가 많이 했나’, ‘네가 잘했나, 내가 잘했나’ 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립니다.

자꾸 돌이키면서 절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몸만 숙여지지만 나중에는 마음도 따라 숙여지게 됩니다. 뻣뻣하고 교만심이 강한 사람,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은 절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보들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생배추처럼 뻣뻣한 마음이 절인 배추처럼 숙여져야 합니다. 생배추 잎은 뻣뻣하지만 쉽게 부러집니다. 반면 절인 배추는 부러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드러우면 오히려 오래갑니다. 우리 마음은 조금 뻣뻣한 편입니다. 그래서 절을 하면서 마음을 부드럽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절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절을 하는 가운데 자기를 돌아보고, 알아차리고, 놓쳤으면 원래 자리로 돌아오고,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참회의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이어서 오늘 독송한 경전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독송한 경전의 내용은 부처님께서 바이샬리에 머무는 마지막 날 계정혜 삼학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입니다. 수행자는 불법승(歸依僧) 삼보(三寶)에 귀의(歸依)하고,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닦아야 합니다. 계율을 청정히 지키고, 선정을 깊이 닦고, 지혜를 증득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번역하기를 선정(禪定)이라는 단어를 ‘정신통일’이라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계정혜, 즉 계율, 선정,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계율(戒律)을 청정히 지키는 방법

계율을 청정히 닦는 사람은 한량없는 공덕이 생기고,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 손실이 생깁니다. 있던 것이 나가게 되고, 들어오려는 이익이 오지 않게 됩니다. 있던 것이 나가는 것은 현재의 이익에 손실이 생긴다는 뜻이고, 들어오려는 것이 못 들어온다는 것은 미래의 이익에 손실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멈추어야 합니다. 반대로 이익이 되는 행동은 하기 싫더라도 기꺼이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가진 이익에 손해를 끼치고 들어오는 이익을 막는 행위 중 첫 번째가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말과 행동입니다. 이런 말과 행동은 모두 내가 가진 것을 버리는 행위이고, 들어올 이익을 막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어떠한 경우에도 다섯 가지 계율을 잘 지켜야 합니다.

첫째,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지 말라.
둘째, 어떠한 경우에도 남의 물건을 빼앗거나 훔치지 말라.
셋째, 어떠한 경우에도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하지 말라.
넷째, 어떠한 경우에도 거짓말이나 욕설을 하지 말라.
다섯째, 어떠한 경우에도 술을 먹고 취한 행동을 하지 말라.

이 계율들은 모두 상대방을 괴롭히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나에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 자신에게 손해 나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세 가지 계율을 더 지켜야 합니다.

첫째, 내가 아무리 부자이고 재물이 많다고 하더라도 사치하지 말고 검소하게 살아라.
둘째, 내가 아무리 지위가 높다고 하더라도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살아라.
셋째, 내가 아무리 즐겁고자 하더라도 마음이 들뜨는 쾌락은 추구하지 말라.

이 말은 늘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고요함을 유지하라는 겁니다. 즉, 마음이 들뜨거나 흥분되지 않도록 하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수행자가 지켜야 할 여덟 가지 계율입니다. 내 삶의 일상에서 이 중 하나라도 놓쳤을 때 ‘아, 놓쳤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계율을 청정히 지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사미 10계, 비구 250계, 비구니 348계 등이 있습니다. 이런 추가적인 계율들은 오계와 팔계에서 조금 더 나아간 보다 세세한 계율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토회에서 발심 행자는 18 계본, 서원 행자는 40 계본을 기준으로 참회를 합니다.

선정(禪定)을 닦는 방법

계율을 어기게 되는 때를 가만히 살펴보면 마음에 어떤 욕망, 성냄, 어리석음이 확 일어날 때입니다. 거기에 따라 자기도 모르게 말과 행동이 튀어나오는 겁니다. 그런 마음의 흥분이 일어나도 말과 행동으로 옮기지 말라는 것이 계율입니다. 선정을 닦는 것은 마음 자체가 흥분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늘 깨어있어야 합니다. 항상 고요하게 깨어있어서 마음의 흐름을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 선정입니다.

이번 주에 읽게 되는 경전에는 선정에 대한 말씀이 계속 이어집니다. 우선 몸의 동작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도 몸을 알아차리는 것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미세한 느낌들을 알아차리고, 온갖 감정이 일어나는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법과 진리를 늘 알아차립니다. 이렇게 몸, 느낌, 마음, 법 이렇게 네 가지를 알아차리는 것을 ‘사념처관(四念處觀)’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남방불교에서 말하는 위빠사나 수행입니다. 선정을 닦으라는 것은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면서 늘 네 가지에 깨어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혜를 증득하는 방법

이러한 선정을 통해서 지혜를 증득하면 한량없는 공덕이 있다고 말합니다. 지혜는 몸과 마음, 그리고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것을 말합니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아차리는 것이 지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거기에 ‘좋다’, ‘나쁘다’ 하는 상(相)을 지어서 꿈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혜는 꿈에서 깨어나서 늘 진실에 기초하는 걸 말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욕망, 성냄, 어리석음에 의한 것으로부터 벗어나서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계정혜 삼학을 닦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후 바이샬리를 떠나 벨루바나로 가십니다. 벨루바나는 대나무 숲, 죽림(竹林)이라는 뜻입니다. 그 해에는 가뭄이 심해서 대중이 한 곳에 모여 살며 걸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대중들에게 한 사람 한 사람씩 이 마을 저 마을로 흩어지도록 하고, 부처님과 아난존자만 벨루바나 마을에 머무셨습니다. 그곳에서 아주 죽을 뻔할 정도로 몸이 아프셨습니다. 그렇지만 부처님은 ‘우기인 안거 기간 동안 열반에 들면 대중이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생각하시고, 정신을 가다듬고 수명을 조금 연장하셨다고 합니다. 몸은 무상(無常)한 것이기 때문에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기 마련이지만, 기계가 고장이 나도 수리를 하면 조금 더 사용할 수 있듯이 수명을 조금 연장한 것입니다. 이를 유수행(留壽行)이라고 합니다.

나는 대중을 이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유수행을 통해 수명을 몇 개월 연장하시고, 안거가 끝나자 다시 대중을 모아서 ‘3개월 후 열반에 들겠다’ 하시며 열반을 선언하셨습니다. 부처님의 병이 깊어지자 아난다의 근심도 깊어졌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이 건강을 조금 회복하시고 일어나니 아난다는 ‘저는 큰 걱정을 안 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다면 분명 대중들에게 사전에 말씀하실 텐데, 아무런 말씀을 안 하셔서 제가 별 걱정을 안 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대중을 이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중을 이끈다고 생각하면 다음 후계자는 누가 해야 하고, 부처님이 열반하시고 나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지만, 부처님은 대중을 이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승의 손안에 숨긴 채 비밀로 누군가에게 전해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 것이 있다면 열반에 들기 전에 누군가를 불러서 ‘이것이 마지막 법이다’라고 할 텐데, 이미 법에 대해 모든 것을 설했고 따로 더 전할 것이 없었습니다. 대중 모두가 각자 자기 정진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고, 법에 의지하라’

이것이 그 유명한 ‘자귀의(自歸依) 법귀의(法歸依)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이라는 법문입니다. 항상 자기 몸을 알아차리고, 자기 느낌을 알아차리고,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고, 법을 알아차려서 자기 정진을 해야지 남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자기에게 의지하라는 말은 자기 마음대로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어떤 대상에 의지하지 말고 늘 자기 정진을 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늘 진리에 의지해야지 진리 아닌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 꿈같은 환상, 욕망, 성냄, 어리석음, 재물, 지위, 명예에 의지해서 살면 목숨이 다할 때 편안해지지 못하고 괴롭게 살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맥락을 잘 알고 읽으시면 설령 모르는 용어가 한두 개 있을지 모르지만, 부처님의 말씀은 어렵지 않습니다.”

경전의 배경과 부처님의 설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경전의 내용이 더 깊이 있게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2차 백일기도 입재식, 여름 명상수련, 일반인을 위한 수행 법회에 대해 차례대로 설명한 후 법문을 마쳤습니다.

“오늘이 제10차 천일결사 중 첫 번째 백일기도 90일째입니다. 이제 열흘만 지나면 100일이 됩니다. 다음 주 일요일에는 1차 백일을 회향하고 2차 백일 입재를 하게 됩니다. 그러니 앞으로 남은 마지막 일주일 동안 바짝 정진을 하시기 바랍니다. 앞에서 조금 빼먹은 날이 있다고 하더라도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겁니다. 그러니 남은 일주일이라도 빠지지 말고 정진하시고, 토요일에 한 번 더 보고 일요일 입재식에 다 같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특히 이번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대구 시민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저는 대구 수성법당에 가서 입재식 법문을 하려고 합니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서 하면 좋겠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앉아야 하니까 수성법당 정토회 회원들만 현장에 참여하고, 여러분은 소속 법당이나 각자 집에서 온라인으로 10차 천일결사 1차 백일을 회향하고 2차 백일에 입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차 백일 입재식을 다 같이 모여서 하지 못해서 2차 백일 입재식 때는 다 같이 모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막상 2차 백일 입재식도 모여서 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날 듯하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으니까 코로나 사태가 끝날 것이라는 전제로 계획을 세우지 말고,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되어도 상관없이 우리는 일상을 살아간다는 관점을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 여름 명상수련의 참가 자격

몇몇 단체들은 6월부터 수련을 재개하는 경우가 있지만 정토회는 6월까지는 수련을 모두 취소하고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7월에는 온라인으로 명상수련을 할 계획입니다. 저는 문경 수련원에서 명상을 하고 여러분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일주일 동안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한 사람들만 신청을 받을 겁니다. 새벽 4시에 기상해서 밤 9시 반까지 정진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진 사람들만 신청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자기 집에서 명상을 못하는 사람들은 시골에 있는 빈 집을 구하는 등 수련 기간 동안 일체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참가 자격이 주어집니다.

명상수련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졌는지를 확인하고 나서 신청을 받아들이는 것이지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신청이 되는 건 아닙니다. 4박 5일 동안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온전히 명상에만 집중해서 수련을 할 수 있는 사람들만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번 여름에는 온라인 명상수련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지금 온라인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천일결사 기도, 수행법회, 불교대학과 경전반 수업입니다. 다음 주부터는 정회원이 아닌 일반인들도 들을 수 있는 수행법회를 개설합니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인연을 맺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생활하세요. 다음 주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스님이 합장을 하고 마무리 인사를 하자 생방송 카메라에도 불이 꺼졌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인근에 있는 산소에 풀을 베기로 했습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예초기와 갈퀴를 챙겨 산소로 향했습니다. 산소에 도착하니 풀이 마구 자라 있었습니다. 풀 숲 속에서 먼저 절을 올리고 예초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왱’하는 소리와 함께 예초기 날이 빠르게 돌기 시작하고, 엔진에서 탁한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입구에서부터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며 풀을 벴습니다. 90도에 가까운 경사에서도 균형을 잡으면서 풀을 다 벴습니다.

두 시간 내내 예초기를 돌리고 나니 산소 주변이 훤해졌습니다.

“일한 보람이 있네요.”

스님은 왕생극락을 발원하며 절을 올리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오후 2시에는 국립공원 관리공단 이사님 한 분을 만나서 경주 국립공원 내에 있는 천룡사 복원을 하는데 따른 공원관리법에 대해 조언을 들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왜 천룡사를 복원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삼국유사에 ‘이 터는 명당이라 천룡사가 흥하면 나라가 흥하고, 천룡사가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저의 은사 스님이 도문스님이시고, 그분의 스승이 동헌 스님이시고, 또 그분의 스승이 독립운동가 용성조사님이십니다. 용성조사님의 유훈 가운데 하나가 이곳 천룡사에 다시 절을 세우라는 겁니다. 일제시대에는 나라의 독립을 기원하기 위해서였고, 그 이후에는 통일과 새로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이 절을 복원해야 한다는 겁니다.

도문 큰스님께서는 천룡사 복원을 위해 50년 전부터 평생을 바쳐 애를 써오셨어요. 오래전부터 이 임무를 저에게 맡기시려고 하셨는데, 저는 불교 대중화에 집중을 하다 보니 큰스님의 뜻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큰스님이 이제 연세가 많으셔서 더 이상 제가 미룰 수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용성 조사님의 유훈에 열 가지 중에 앞에 다섯 가지가 불사와 관계가 있습니다. 첫째, 가야 불교 초전 법륜 성지를 잘 가꾸어라. 그곳은 창원 봉림사지입니다. 둘째, 신라 불교 초전 법륜 성지를 잘 가꾸어라. 그곳은 구미 아도모례원입니다. 셋째, 백제 불교 초전 법륜 성지를 잘 가꾸어라. 그곳은 우면산 대성사입니다. 넷째, 고구려 불교 초전 법륜 성지를 잘 가꾸어라. 그곳은 중국 집안 초문사인데, 도문 큰스님이 중국을 몇 번이나 방문해서 복원하려고 애를 썼지만 중국 정부가 허가를 안 해줘서 못했습니다. 용성 조사님의 다섯 번째 유훈이 천룡사 복원입니다. 천룡사 복원은 남북통일을 발원하는 호국의 의미가 큽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 이사님은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봉화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지난번 삼척에 수해복구 하러 갔을 때 주워 온 드럼통 화덕을 가지고 올게요.”

오후 4시에 봉화로 출발한 스님은 밤 10시가 되어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스님이 봉화 수련원에 다녀오는 사이 봉사자들은 두북 수련원의 녹이 슨 대문에 새로 페인트칠했습니다. 반짝반짝 새로 단장한 대문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더 반갑게 환영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한 후 저녁에는 온라인 일요 명상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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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

횟수가 아닌 마음으로

2020-06-21 16:22:27

이필남

스님의 하루는 너무나도 알파고 의미있어 경외심이 듭니다.

2020-06-15 14:36:46

김현숙여래심

흐트러진 몸과 맘 계정혜 삼학으로 알아차리며 다시 세웁니다

2020-06-15 12: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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