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제 나이 칠십을 넘겼습니다
모자이크 붓다의 한 조각

1차만일 회향에 1주일 앞서 정토행자 1차 만일 결사 회향 수련이 1박 2일 일정으로 랜선 법당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개인법당에서의 1박2일 전체수련은 정토회에서도 처음입니다. 1차 만일 회향수련 참가 소감 나누기로 경남지부 창원지회 배병갑 님과, 인천경기서부 인천지회 윤자형 님을 들어보겠습니다.

창원지회 배병갑 님

jts 거리모금 중, 오른쪽에서 두 번째 배병갑 님
▲ jts 거리모금 중, 오른쪽에서 두 번째 배병갑 님

만일 회향 세부 일정을 보면서 살짝 불편한 마음부터 올라왔습니다. “다섯 차례에 걸쳐 천 배를 해야 한다.” “왜 정토회는 무슨 수련만 하면 방아깨비처럼 절을 자꾸 시키려 할까?” 무릎 관절염에 허리 디스크까지 있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 공지 소통방에 시키는 데로 절은 다 못할 것 같다고 미리 알렸습니다.

그러나 막상 정진이 시작되니 천천히 하더라도 한번 해보자는 욕심이 은근슬쩍 생겼습니다. 그러나 1차에서부터 힘이 들기 시작하니 역시나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그러면서 정토회의 삼십 년 장엄한 역사를 보고 들으며 불모지나 다름없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이 땅에 오직 바른 불교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 온 스님과 선배 도반들의 회고담을 들으면서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저 기적같은 일들을 이루어 낸 힘은 그동안 쉼 없이 이어져 온 천일 결사의 기도와 정진으로부터 나오는 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분들은 저렇게 어려운 과정을 지나왔는데 나는 별것도 아닌 이 정진에서조차 과연 얼마만큼의 간절함을 담고 절을 하고 있는지 돌아다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배병갑 님
▲ 배병갑 님

입재 법문에서 스님은 수행은 첫째로 내가 우선 행복해야만 하며, 둘째로 내가 깨달아 지닌 수행의 관점을 다른 사람도 지녔으면 좋겠다는 전법이 따라야 하고 셋째로 온갖 차별화된 세상 속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라는 사회적 실천이 있어야 한다는 알기 쉽고 명쾌한 법문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수행은 한순간의 깨달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뿌리고 가꾸듯이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면서도 적극적이지는 못하더라도 떨어져 나가지만 말고 붙어 있으라고 웃으시면서 해주신 말씀은 마침 요즘 천일 결사 기도를 하다 말다를 반복하는 게으른 나를 두고 하시는 말씀 같아 일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4년 전 정토회를 만나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거치면서 시작한 나의 천일 결사 기도는 빠짐없이 해오지는 못해 내세울 것도 없지만 지나온 과정속에서 나를 많이 변화시켜 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도할 때마다 염송하는 반야심경 속의 늙고 죽음도 늙고 죽음의 다함까지도 없다는 불생불멸의 가르침은 일찍 딸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괴롭기 그지없던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고 수행문을 비롯한 기도문 속의 가르침은 내가 경계에 부딪힐 때마다 알아차림을 할 수 있는 지혜를 심어 주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하면서 눈곱을 떼어 내듯이 천일 결사의 수행은 날이면 날마다 어김없이 달라붙는 번뇌의 때를 많이도 씻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난생처음 1,000배를 하였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이마에서 솟는 땀이 번뇌를 씻어 내는 듯 절은 할수록 마음은 가벼워져 갔습니다. 오늘 선배 도반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지켜보면서 어쩌면 나는 이생에서 흉내조차 내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탁발하는 보살의 행낭에 보리쌀 한 줌이라도 보시하는 중생의 심정으로 정토회를 응원하며 살겠습니다. 제 나이 칠십을 넘겼습니다. 이제 저는 정토회 속에서 맑은 도반들을 만나 새벽 찬서리같은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을 따르며 곱게 물든 단풍처럼 잘 물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삼십 년 전 어느 한 수행자가 세운 원이 지금 정토회 속의 수많은 보살연들을 만나 만일을 이루어 온 기적, 그리고 다시금 이 만일의 기적을 이어가는 대열에 함께 서 있는 제 모습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겠습니다.

인천지회 윤자형 님

윤자형 님
▲ 윤자형 님

사실은 회향수련 즈음에 몇 개의 마감이 함께 들이닥쳐 ‘내가 과연 수련에 참가할 수 있을까?’부터 ‘이미 신청해버렸으니 참석은 하되 대충 해야겠다’까지 여러 가지 망설이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김이 빠져 있는 느낌이었지요. 그런데 막상 수련 일정이 시작되어 스님의 법문을 듣고 절하고, 정토회 역사를 돌아보고 절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회향수련 프로그램의 모든 면면을 제 삶에 받아들이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차 만일에 언제 참여했는지와 관계없이 정토회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해온 모든 활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라고 하신 스님의 말씀이 참으로 와 닿는 이유입니다.

온라인 정토불교대학에 재학 중이던 2021년 가을, 저희 조 진행자님의 권유로 10-7차 천일결사 입재식에 참여한 것이 1차 만일과 저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1차 만일의 맨 끝자락에 운 좋게도 합류하여 회향수련까지 함께하게 된 것입니다. 중간중간 200배 정진을 이어가며 정토회 만일결사의 30여 년 역사를 죽 살펴보는 동안 제 지나온 삶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2, 30대 때 대학교 학생회를 비롯해 여성주의 단체, 대안 대학 운동, 정당 활동 등에 참여하며 지냈지만 저의 성질머리 때문에 사적인 인간관계는 물론 대의를 바라보고 시작한 사회운동도 지속하기가 어려웠던 사람입니다. 불만이 있어도 그때그때 가볍게 표현하지 못하다가 느닷없이 엉뚱한 곳에서 폭발했고, 다른 사람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잠깐이나마 앙심을 품기도 했으며, 무엇보다도 처음에 가졌던 초심과 의욕을 마지막까지 죽 이어가는 것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젊은 법륜 스님과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지금의 공동체 법사님들, 그리고 수많은 재가 수행자분들이 지난 30여 년의 역사를 함께 일구어 온 과정을 들여다보며, 그분들을 존경하는 마음과 함께 ‘아, 내가 어리석어서 그 어떤 일도 제대로 이루어 내지 못했구나!’ 하는 참회가 일어났습니다. 또한 세상에 보탬이 되는 어떤 일을 꾸준히 해나가려면 무엇보다도 ‘수행적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되새길 수 있었어요. 제가 만약 사회운동을 하던 시기에 수행을 하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얼른 망상을 털어내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내가 하게 될 일들은 반드시 수행적 관점과 함께하여 내가 행복하고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회향수련이 끝나갈 무렵, 정토회 역사 영상 속에서와는 달리 이제는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무변심 법사님이 마이크를 잡은 채 잠깐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그동안 함께해온 정토회의 많은 분들을 떠올리신 것일까요? 그동안 정토회가 이루어 온 수많은 일들에 감격하신 것일까요? 감동적인 수행사례담을 들었을 때도 좀처럼 울지 않던 제가, 무변심 법사님의 그런 마음을 상상해 보다가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 저의 가장 큰 고민은 ‘내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답을 못 찾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지난 1년 반 동안 불교대학에 다니고 경전대학에 다니고 이제는 전법활동가 신청 교육까지 받으며 수행하여 다람쥐처럼, 토끼처럼 가볍게 살면 된다는 것을 알아 마음은 솜털처럼 가뿐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1박 2일간의 회향수련에 참가하는 동안, 마음은 늘 가볍게 하고 살아가되 1차 만일을 가꾸어 오신 선배 도반님들처럼 나도 정토 세계를 이루기 위해 모자이크 붓다의 한 조각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정토회가, 그리고 이번 회향수련이 저에게는 삶의 방향을 알려준 것입니다.


나이 칠십을 넘겼다는 배병갑 님의 말씀에 울컥했습니다. ‘나는 과연 칠십에 배병갑 님처럼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을까?’ 그러나 확신했습니다. 배병갑 님이 정토회에 있는 한, 저 또한 수행하며 남아있을 거라고... 앞서 밝혀 주는 등불이 있으니 말입니다. 또, 윤자형 님처럼 모자이크 붓다의 한 조각 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도반이 있으니 저도 빈 곳을 채우는 조각이 되어야겠다, 다짐합니다. 우리는 소중한 도반입니다.

글_배병갑(경남지부 창원지회), 윤자형(인천경기서부 인천지회)
편집_정토행자의 하루

전체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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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윤희

칠십대.. 치열하게 보내신 청년기..
모두 잔잔한 감동이 되어 내 마음을 따스하게 하네요^^

2022-12-12 08:34:32

안명순

감사의 글
10-7 천일결사 시작하며 지금까지정진 해 나가고 있지만
먼저 해 오셨던 선배님 처럼 해 나갈수 있을까 의문이 되네요 그냥 해 봅니다

2022-12-11 11:44:37

묘향심

회향수련에 참가하면서 감동을 받고 앞으로 나의 갈 길이 확고해진 시간이었습니다.
이 법을 이어 온 선배 도반님들의 노고를 깊이 새겨, 나도 이 법이 이어져 나가도록 보탬이 되겠습니다.

2022-12-11 09: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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