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강원경기동부지부
행복해 보이려고 하니 괴로웠던
향형법사님 첫 번째 이야기

강원경기동부지부에서 활동하던 활동가 중에서 처음으로 법사가 나왔습니다. 향형법사님이 처음에는 “난 수행이 별로 되지 않아 본보기가 될 것 같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별 이야기 아니라고 하지만 법사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역사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궁금해지는 향형법사님의 인생 1막을 시작합니다.

진정한 참회는 여러 생명을 살리는 것

2006년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학부모이자 같은 절에 다니던 도반이 책 한 권을 주었습니다. 아들이 시험을 못 봐 속상해서 조계사에 갔다가 법륜스님의 《스님 마음이 불편해요》가 눈에 띄어 샀다고 했습니다. 친한 친구 셋이서 책을 같이 읽었습니다. 절에 다녀도 스님을 존중하는 마음도 없고, 불법에 대해서 아는 것도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그 책 중 ‘날씨에 우리가 맞춰야지, 우리가 날씨를 바꾸지 못 한다.’라는 법문과, 마지막에 나오는 '똥' 법문을 보고 굉장히 시원하고, 해결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인터넷에서 정토회를 검색해서 그다음 주 수요일 서초법당으로 찾아갔습니다. 친한 도반들과 함께 갔는데, 정토회는 일반 절과 달리 법당에 스님이 없고 영상으로 법회를 하는데도 참 신선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법륜스님에게 아기 유산에 관한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진정한 참회에 대해 법문했는데 그동안 제가 생각했던 것과 매우 달랐습니다. 스님은 ‘한 생명을 그렇게 했으면 만 생명을 살리는 것이 바로 참회’라고 했습니다. 북한에도 인도에도 살릴 생명은 많다고 했습니다. 저는 바로 인도 JTS에 가입했습니다. 《월간 정토》지에서 백만 원이면 손 펌프 한 개를 설치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천일결사 기도금에 얼마를 더 보태어 모으고, 형편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삼보수호비도 마음을 더 내었습니다. 그 당시 형편에서는 큰 금액을 냈습니다. 스님 법문은 제게 가피였습니다.

행복강연 봉사중(민원소임)
▲ 행복강연 봉사중(민원소임)

당장 행복할 수 있는데 행복해 보이려고 하니 괴롭다

법륜스님 법문을 찾아 듣고, 정토회 홈페이지에 있는 모든 걸 봤는데 정말 구구절절 옳고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정토회에 믿음이 생겼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하기 싫어도 할 수 있고, 하고 싶어도 하지 않는 것.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같이 있어도 귀찮지 않은 것 등 이런저런 글귀가 스며들었습니다. 법에 푹 젖어 든 것입니다. 불교대학을 하려고 물어보니 경전반까지 2년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절 불교대학은 6개월이었는데 너무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빨리하고 싶어서 욕심이 났구나’ 알아차렸습니다.

저는 윤리 도덕에 비중을 두고 산 사람이라 남에게 보이는 행복을 중요시했습니다. 종교를 가지다 보니 더 반듯한 가정을 가꿔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남편이 술을 좋아하니 괴로워서 절에 다녔습니다. 남편이 술 마시고 일하는 걸 감추려는 반면 그런 남편을 이해해야 한다는 이중성에 더욱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정토회 와서 그런 게 자신을 얼마나 속박하는지 알았습니다. ‘당장 행복할 수 있는데 행복해 보이려고 하다가 행복하지 않다’라는 법문을 듣고 그게 바로 괴로움의 큰 원인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법문이 제 삶을 바꾸었습니다.

남편이 술 마시는 사실을 그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괴로우니 남편을 괴롭혔습니다. 술 마실 거리인 안주를 제공한 셈입니다. 그러다가 알코올 중독자 가족 모임에 갔습니다. 거기서 남편에게 반응하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집중적으로 그 내용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먼저 온 선배들이 고통을 극복한 경험을 나누는 것이 정토회와 비슷합니다.

남편이 단주한 후에 정토회를 왔으나 남편에 대한 미움이 싹 가시지는 않았습니다. 남편을 미워하는지도 몰랐는데, 선지식한테 갔더니 남편을 미워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불법 공부는 미워하고 싫은 사람이 있으면 살생 업을 짓는 거다”라는 말씀과 “불자 되어 수행 법요집으로 공부하고 기도하며 잘 살라”고 했습니다. 겉으로는 착한 척하면서 미움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걸 아니 기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 기도 중 남편이 단명할 것 같아 미안해 많이 울었습니다.

같은 모습이어도 모르는 사람은 훌륭하고, 내 남편은 창피하다

불교대학 다닐 때 시작해서 3년 동안 매일 300배를 하며 집중 개인 기도를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지만, 한순간에 딱 없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때 기도문이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진실한 불자가 되겠습니다. 당신 미워하지 않겠습니다. 당신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 무병장수하십시오.’였습니다. 그렇게 계속 기도했더니 밑 마음에 있던 미움도 싹 가셨습니다.

전에는 남편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자기개발은 하지 않고 시간 낭비하는 것 같아 싫었습니다. 그게 미움인 줄 모르고 사랑하니까 그런다고 착각했습니다. 스님 법문을 듣고 사람이 싫으니 텔레비전 보는 것도 싫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실은 제가 가해자였는데 남편은 자기가 가해자라고 생각해서 제가 하자는 건 다 따라 했습니다. 불교대학도 입학했다가 시간이 안 맞아 관뒀다가 제가 경전반 졸업하고 돕는이 할 때 다시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대기업 다니다 그만두고 트럭을 몰았습니다. 몸이 많이 고단했는지 수업 시간에 입 벌리고 코를 골며 잤습니다. 너무나 창피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결혼 전 조계사 수요법회 다닐 때 일이 생각났습니다. 법회 듣는데 한 남성이 고단했는지 코를 골았습니다. 그때는 제가 ‘저렇게 피곤한데도 법문 들으러 왔구나’라고 생각하며 거룩하다 여겼습니다. 그 순간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똑같은 상황인데 다른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라 여기면서 내 남편은 창피하게 여겼던 저를 본 것입니다. 그날도 펑펑 울었습니다.

지금까지 정말 잘못 살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갖고 있던 책을 다 버렸습니다. 책을 볼수록 삶에 적용하기보다는 허깨비 보듯 머리로만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남편한테 미안함과 고마움이 물 밀듯 밀려왔습니다. 대기업 다니다 트럭을 모니 본인도 힘들 텐데, 저는 그걸 부끄러워해서 차를 타는 것조차 피했으니 말입니다. 그 이후로는 흔쾌히 트럭도 함께 타고, 남편에 대한 거리감도 없어졌습니다.

애들한테 그런 얘기를 했더니, 사실은 자기도 같은 마음이었는데 엄마가 괜찮다고 하니 자기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이것도 부처님 가피라고 생각합니다. 그 뒤로는 애들 앞에서 나 잘났다고 하던 것도 사라졌습니다. 그랬더니 애들도 아버지를 존경합니다. 큰아들이 대기업 다닐 때, 트럭 모는 아버지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고 합니다.

혹독한 갱년기, 108배의 기적으로 딛고 일어서다

정토회 올 무렵 갱년기를 심하게 앓았습니다. 이명증도 오고 이가 아파 음식을 씹을 수도 없었습니다. 노화 과정이라 그랬던 것 같은데, 그때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설사가 낫지 않아 병원 입원도 했습니다. 당시 《108배의 기적》이란 책을 읽고 죽을 때까지 108배를 하자고 원을 세웠습니다. 그렇게만 해도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정토회에서는 매일 기도하게 되어 있으니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불교대학 입학할 즈음 입재식이 있었는데 며칠 늦어 입재를 못 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기도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알면 알수록 정토회가 지향하는 길이 바르고, 불법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 같아 온 마음을 다했습니다.

정토회 온 지 9년쯤 되었을 때 다리에 깁스했습니다. 그것이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운영하던 학원을 접고 정토회에만 전념하니 번뇌도 없고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잘 살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정토회를 위해 쓰인 게 아니라, 정토회를 잘 써서 건강하게 인생의 황금기를 잘 보낸 것입니다. 어느 사이 갱년기 증세가 사라졌고 감기조차 거의 앓지 않았습니다.

대기업 다니던 아들이 ’백일출가‘를 한 까닭은?

애들은 대학생때부터는 집을 나가서 살았습니다. 애들이 집에 오면 법륜스님 이야기를 하니 너무 싫어했습니다. 자꾸 그러면 집에 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정토회 와서 첫 초파일이라 《우물을 벗어난 개구리》란 청소년용 책에 좋은 글을 써서 줬습니다. 그런데 열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애들이 싫어하면 그때그때 계속 돌아보았습니다. 큰아들이 트위터를 하며 김여진을 통해 정토회를 알았고, 스님께 질문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가족 전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바뀌는 것임을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제가 변한 걸 보고 큰애가 <깨달음의 장1>을 갔습니다. 그러더니 대기업에 다니던 어느 날 ‘이러다간 영원히 돈만 추구하며 봉사할 기회는 없을 것 같다’라며 백일출가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새벽에 나가 저녁 늦게 오니 돈은 많이 벌어도 그게 다는 아니다.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생각에 무척 반가웠습니다. 큰애 여자친구 부모가 그 말을 듣고 “너도 이해 못 하겠지만 너희 부모는 더 이해 못 하겠다. 애가 간다면 막아야지 잘한다고 하냐?”라고 했답니다. 형이 가니 동생도 가겠다고 해서 차례로 백일출가를 다녀왔습니다.

양극화 사회에서 하위 몇 퍼센트로 살고 싶진 않다던 아이가 백일출가를 마치고 인도봉사도 일정기간 하고 오더니 자기를 낮춰서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선택했습니다. 현재 정토회 활동은 하지 않지만, 저희 활동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법사 수계 받으러 갈 때는 “엄마는 성공하신 거예요”라고 했습니다. 학원 운영을 그만두고도 돈 때문에 괴롭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주차 일을 했는데 새벽 4시에 나갈 때는 늘 새벽 2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도시락을 싸줬습니다. 제가 돈을 잘 벌 때는 피곤하니까 저녁도 시켜 먹으려 하고, 숙이지 않고, 마음대로 했는데, 돈을 안 버니 자연스레 숙였습니다. 그러니 남편은 인정받는 것 같고 제가 숙이니 돈 벌 때보다 더 좋아했습니다. 돈은 한순간에 날아간다는 걸 주위에서도 봤고, 직접 경험도 했기에 집착이 떨어졌습니다.


향형법사님의 수행담은 총 3회로 발행 예정입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글_도경화(대구경북지부 구미지회)
편집_권영숙(서울제주지부 서초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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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내가 만든 남편상에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속으로 미워하는 마음 참회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3-03-31 13:31:33

신윤희

다시 읽어도 좋습니다♡

2023-03-28 03:40:34

세등명

제가 품은 그 마음이 칼이 되어 상대를 무참히 찌르고 찔렀다는걸 글을 읽다 알게 됐습니다.
참회의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그때 그 마음 참회합니다.
제가 가는 길의 방향과 마음가짐 점검하게 해주시는 글 감사합니다. 합장_()_

2023-01-05 00: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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