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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팀은 세 명의 봉사자로 구성되었는데 그중 저는 전 시간으로 역사 학교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았습니다. 현재 서울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저는 버스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광고를 보고 정토회와 인연 맺었습니다. KBS 홀에서 스님의 법문을 직접 들으며 당시 괴롭던 마음이 해소된 경험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스님의 유튜브 즉문즉설 영상을 더 찾아서 보고 정토회 활동가로 참여했습니다. 이후, 더 깊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군대 가기 전 백일출가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전역 이후, 저는 배우고 싶은 마음에 평화재단에서 꾸려지던 청년팀으로 합류했습니다. 당시 평화재단에서는 청년 주력 사업으로 법륜스님과 유명 인사들이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청춘콘서트와 청년역사학교, 그리고 역사 기행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그 중에 역사 관련 소임을 맡았습니다. 2017년 가을부터 시작한 저의 역사 소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저에게 역사 학교는 매우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고되고 힘든 일이기도 했습니다. 아사달이 불국사의 석가탑을 지을 때 3년 동안 부인도 만나지 못하면서 지었다고 들었는데, 저도 그런 지향점을 가지고 했습니다. 역사 학교 영상에 자막도 넣고, 나누기 주제와 방향성에 대해서 토론도 하느라 바쁜 가운데 공동체 구성원들과 단체 울력도 자주 생겼습니다. 하지만 역사 학교 관련 업무에만 매몰되는 것보다 그렇게 여러 일에 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더 힘이 났습니다. 덕분에 더 넓게 보는 시야가 길러져 역사학교 업무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수 인원으로 역사팀을 꾸려 가고 역사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2022년 역사 학교를 준비하며 3주 정도 되었을 때 ‘앞으로 6주를 더 어떻게 하지?’ 하는 막막함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저는 광활했던 우리 역사를 아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또 역사 공부를 함으로써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도 처음부터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역사를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창 시절 저는 국가대표선수가 꿈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역사, 사회, 정치에 관심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정토회를 만나고 경주 역사 기행에 참여했는데, 법륜스님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역사 공부에 흥미가 붙었습니다.
제가 처음 공동체 생활은 2015년 백일출가였습니다. 그 이후 군대 문제로 절 밖으로 나가야만 했습니다. 군대 가기 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았으니 문경에서 지내다 가라는 행자 반장님의 권유가 있었지만 이를 뒤로 한 채 밖으로 나왔다가 군대를 갔습니다.
전역 후 다시 문경의 문을 두드렸으나 절을 의지처로 삼는 것을 꿰뚫어 보신 법사님은 절 밖에서 독립해 살아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습니다. 그 후 절 밖의 삶에 적응하며 ‘아 이렇게 밖에서 지내도 괜찮겠구나’ 하던 시점에 유수스님에게 ‘절에 들어와서 한번 살아볼래?’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약간의 저항감이 있었지만 애초에 절에 들어와 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서울 서초 정토회관에서 생활하며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절에 들어가 살려 할 때는 의지하려는 마음이, 밖에 나가 살 때는 그곳에 안주하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공동체에 살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저는 추운데 다른 사람은 문을 열어둔다거나, 하는 사소한 일로 부딪히게 되는데 그럴 땐 가볍게 이야기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말을 꺼내려고 하다가도 가슴이 탁 막혀서 말이 잘 안 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 가볍게 이야기해야 가슴도 답답하지 않고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가볍게 이야기를 못하는 건 그걸 꼭 해야한다고 붙잡고 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가볍게 이야기 하는 게 수행과제라서 일상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합니다. 제가 가벼워지니 상대방의 이야기도 잘 들렸습니다.
서울회관은 도심 속에 있어서 언제든지 중독적인 음식이 유혹합니다. 공동체 계율 중에 비닐에 든 빵을 먹는 것은 환경오염을 시키는 것이고, 계속 맛있는걸 사먹어도 맛에 탐닉하는 것이라 보통은 혼자서 참회하곤 합니다. 한번은 도반이 '선물'이라고 알려준 것이 있었습니다. 내용은 발우공양 시간에 숟가락 소리가 나게 밥을 먹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당황스러웠지만 이후 다시 살펴보니 진짜 그랬습니다. 그 이후로 '내가 모르는 나'를 알게 해준 그 도반을 스승으로 삼았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모든 사람이 도반들을 애정으로 살펴주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또 생활속에서 법사님들이 알려주는 부분, 도반들과 맞추어 가는 노력들을 통해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수행 정진하여 어느 정도 개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역사를 공부하게 되니 사회문제에도 많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을 하는데 사실 국민들의 대다수는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현재 우리의 시대 과제가 평화와 통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청년들이 역사 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하면 일제강점기 때와는 달리 현시대의 과제가 무엇인지 깨어있게 되고 자부심도 생길 거라 믿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데도 보탬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기도문대로 다 되진 않지만 안되니까 꾸준히 할 뿐, 세세생생 수행 정진하며 살고 싶습니다.
글_청년특별지부 기획 서포터즈 이하윤, 한상훈
편집_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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