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전주지회
한 겹 한 겹 양파껍질 벗기듯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니 늪에 빠진 것과 같았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을 때, 친정아버지 유품에서 발견한 법륜스님의 책을 인연으로 정토회와 만났습니다. 정토회를 만나 수행과 봉사를 계기로 억눌러 왔던 많은 감정들을 내려 놓게 되니, 몸과 마음에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정토회에 거듭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며 여여한 마음 다하여 죽을 때까지 수행정진 하겠다는 무애승 한은숙 님의 수행담을 나누어 봅니다.

영혼이 빠져 나간 듯 암울했던 중년 시절

대학에서 만나 26세에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였습니다.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이동하며 결혼 생활을 하였고, 소중한 딸 둘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IMF로 인해 남편은 당시 우리나라 굴지의 투자신탁회사에서 실직하게 되었고, 생계를 위한 과도한 주식투자로 내 집에서 월세로 가는 과정에서 빚더미에 앉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이성을 잃어 버렸고, 모든 것이 변해버렸습니다.

사업을 하고있는 친정 사촌오빠를 찾아가 남편을 취직시켰으나, 엎친데 덮친격으로 숨겨둔 다른 식구들을 알게 되었고 나에게 일방적으로 그들을 이해시키려는 남편에게서 인생이 뿌리째 흔들리는 고통을 맛보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딸들을 지켜야겠다는 일념만 남았고, 헤어지자고 하니 남편은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그 후 2012년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2년뒤 엄마마저 돌아가시니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떨어지는 듯 가슴이 저몄습니다. 딸들을 위해 살아서 딸들을 잘 키워야한다는 몸부림이 사회생활 속으로 뛰어드는 용기가 되었습니다.

군산법당 부처님 오신 날 행사중, 한은숙 님(왼쪽)
▲ 군산법당 부처님 오신 날 행사중, 한은숙 님(왼쪽)

친정아버지의 유품에서 발견한 법륜스님의 《금강경이야기》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즐겨 사용하던 책장에서 법륜 스님이 쓰신 《금강경이야기》를 발견하고 바로 정독으로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 뒤로 법륜스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2013년에 스님이 출연하신 즉문즉설 방송 시청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정토회에 입문하였습니다.

<나눔의 장>에 다녀온 작은 딸이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못하겠다는 말을 듣고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게 되었고, 그 <깨달음의 장>은 지금까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인생의 거대한 쓰나미였습니다. 그 공부를 더욱 깊이 있게 하고 싶어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잇따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불법에 관한 많은 이야기와 더불어 여러 선사님의 삶과 이야기를 많이 듣고 접했습니다. 불법이 자연스럽게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었기에 정토회로의 발걸음이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돌이켜 봅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저는 기복 신앙으로 물들어 있던 터라, 불보살님께 이것 달라 저것 달라 구걸하다시피 살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신도들과의 관계 선상을 오로지 사제와 신도들간의 상하 관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후에 정토회의 바른불교, 쉬운불교, 생활불교의 기치를 알고 나서야 인지하게 되었고 이 또한 충격이었습니다.

통일염원 300배 정진을 하고나서(앞줄 맨왼쪽)
▲ 통일염원 300배 정진을 하고나서(앞줄 맨왼쪽)

양파 껍질 벗기듯

천일결사 입재와 함께 절 수행을 하면서 100일 정도 지나니 나의 꼬라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직장생활과 엄마 아빠의 역할에 더해 정토회에서의 봉사로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며 많은 분별심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된다는 것이 힘들어 포기해버릴까 하는 분별심과 자괴감을 뒤로하고 하루하루 낙숫물이 바위 뚫듯이 하다 보니 1000일이 지나있었고, 양파 껍질 벗기듯이 저의 업식을 한 타래씩 벗겨 내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2019년 상반기 정일사 정진하며 지금껏 바윗돌처럼 눌려있던 남편과의 문제가 남편이 아닌 내 문제였음을, 남편으로 인해서 불행해졌다고 착각하고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그 순간 바윗돌은 사라지고 아무것도 아니었음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두 번째 쓰나미가 온 것입니다.

비로소 삶이 가벼워졌습니다. 가벼워지니 딸들을 출가시키면서 가끔 만났던 남편에게 대하는 말투가 딸들에게 대하듯이 부드러워졌고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있지 않으니 남편의 말들이 들렸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싫고 지겹다며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고 싶다고 말하는 남편의 얼굴이, 말들이 가슴으로 들어왔습니다. 순간 이 사람을 이대로 두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고 그가 한 불쌍한 인간으로 보였습니다. 내가 지은 매듭 내가 풀어야겠다는 마음과 죽을 때 후회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 손을 내밀었습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홍보중(오른쪽)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홍보중(오른쪽)

기다렸다는 듯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어 군산에 집을 장만하고 내려왔습니다. 소중한 두 딸이 우리 엄마가 많이 변했다는 말을 할 땐 '정토회 입문을 참 잘했구나' 하면서 숨이 다하는 날까지 수행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다져봅니다.

정토회를 만난 이후로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몸부림치다시피 수행했습니다. 중간중간 많이 힘들었지만, 종의 마음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내 인생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관점을 바꾸어 부정적인 사고에서 긍정적인 사고로 의식이 바뀌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며 매우 행복하게 변한 지금은 수행자의 관점에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한 땀 한 땀 장애물을 딛고 건너 만난 세계

2020년 2월 군산으로 이사와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시대를 맞아 큰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컴맹이나 다름없는 제게 커다란 장벽과도 같은 컴퓨터와의 씨름이었습니다. 모둠장에 법회담당과 불교대학 스텝, 행복학교 진행 소임을 맡으며 쌓여가는 업무 형태가 컴퓨터를 모르면 따라 갈 수 없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9차 천일결사 입재식 공연 (왼쪽 세번째)
▲ 9차 천일결사 입재식 공연 (왼쪽 세번째)

컴퓨터를 배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나씩 저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기능에 맡는 노트북을 새로 장만했고 기능들을 하나하나씩 익혀 나갔습니다. 장시간 모니터 화면을 보느라 눈을 혹사하니 어느 날 사물이 둘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비문증에 이어 망막 전막이라는 병명도 추가되었습니다. 지금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눈 보호 약을 먹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힘들었던 만큼 성취감도 컸습니다. 한 땀 한 땀 장애물을 딛고 건너서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양이 있으면 음이 있듯이 얻는 게 있으니 잃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좀 쉬어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지금은 매우 담담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소임에 임하고 있습니다.

내 성장의 디딤돌, 봉사

처음 정토회를 접했을 때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 불교대학 학생시절에 불교대학 담당과 경전반 담당 소임을 감사히 받아들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일요법회 담당을 맡았고, 전국 처음으로 일요 불교대학을 열어 담당 소임과 다음 해 일요 경전반 담당 소임을 맡았습니다. 남 앞에 나서는 것이 부담이었던 제게 큰 경험이 되었습니다.

소임을 하면서 남 앞에 서면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에 떨려 무슨 말을 할까 생각이 나지 않던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7대 행사 염불 소임을 처음 맡았을 때는 입안이 바짝 마르고 혀가 입천장에 붙는 긴장감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고 타인을 위해서 한다고 했던 것이 결국 나를 위한 일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9차 천일결사 회향식에서 춤공연을 마치고(맨앞줄 오른쪽 세번째
▲ 9차 천일결사 회향식에서 춤공연을 마치고(맨앞줄 오른쪽 세번째

도반들과 함께 때로는 혼자서 해 본 거리홍보 활동들은, 다만 알려줄 뿐이고 선택은 그들의 문제라는 것도 알게 해 주었고 모두가 나만 본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커다란 경험이자 내적 성장에 큰 디딤돌이었습니다. 특히 부족한 저에게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열려있는 정토회에 거듭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정토회 주관으로 진행하는 입재식 행사에 두 번이나 공연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경험을 했던 것도 저에게 잊을 수 없는 커다란 인생의 이벤트였습니다.

지금은 끊임없이 올라오는 생각의 소리들을 들으며, 부정적인 생각을 감사함으로 바꿈으로써 긍정의 미래가 됨을 알기에 정진중입니다. 숨이 다할 때 숨이 다하는 것을 여실히 지켜볼 수 있도록 알아차리는 것이 정진의 목표입니다. 또한 기력이 다할 때까지 할 수 있는 봉사의 끈을 잡고 가렵니다.

4명의 손주들의 할머니로, 행복하게 잘 살고있는 딸들의 엄마로, 평범한 아내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 행복이 정법 만나서, 정토회 만나서 , 스승님 법문을 들을 수 있어서였습니다.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고맙습니다.

노원법당에서 부처님오신날 행사(가운데)
▲ 노원법당에서 부처님오신날 행사(가운데)


군산법당에서 1인 2~3역을 해내는 무게감 있는 도반으로 기억되는 한은숙 님은 어떤 소임을 하던 큰 기운으로 분위기를 장악합니다. 오늘 인터뷰를 통해 한은숙 님이 수행과 봉사를 통해 괴로움을 벗겨내고 성장해 온 일대기를 들으며, 다른 도반들의 모범이 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도반으로서 그의 발자취를 따르고자 마음을 내어 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첫 희망리포터 소임으로 쓴 다소 부족한 기사이지만 한걸음 나아가는 계단이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입니다. 우리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감사합니다.

글_김경호 희망리포터(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전체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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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 전경병

도반님의 수행담에 제 삶을 되돌아보며 감사한 마음입니다.

수행담은 수확한 과일을 공짜로 얻어 먹은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11-08 18:48:44

이재희

한은숙보살님~반갑습니다.
보살님 덕분으로 불대경전 무사히 잘마치고 이제 조금씩 수행해나가고 있습니다. 보살님 만나 이야기 하고 싶네요
건강하세요

2021-07-29 14:05:12

김혜경

가장 가깝고 의지됐던 남편에게 느낀 원망심은 잘 내려놓기가 힘든 듯 합니다...그 원망심을 수행으로 편안하게 내려놓으셨다니 기적입니다...
수행이 이런 감동의 기적을 만든다는 걸 증명하여 알려주시네요...
사랑스런 은숙보살님~
고맙고 감사한 은숙보살님~~
보살님과 함께한 시간이 다 감사했고 좋았습니다.
공간은 떨어져있으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2021-07-29 10: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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