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전주지회
참회와 수행으로 구제한 내 인생

조용하지만 법당 활동에 언제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김두환 님. 자활담당, 교육연수담당, 경전반 돕는이 소임 등 정토회 봉사를 두루 한 주인공이지만 막상 수행담을 풀어놓으니 뜻밖의 반전이 있습니다. 화려한 세속의 욕망과 탐욕에 빠져 살던 주인공이 정토회를 만나 어떻게 ‘반전 인생’을 살게 되었는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민족의 기상 앞에 선 김두환 님
▲ 민족의 기상 앞에 선 김두환 님

순탄할 것 같았던 인생길

저는 바닷가와 멀지 않은 시골 마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4남 1녀 중 맏이로 조용한 시골 소년이었습니다. 가난하지만 엄한 아버지 덕에 집안은 대체로 큰 문제 없이 평탄했습니다. 다만 가난한 살림살이에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목소리가 커지고, 툇마루 옆 굴뚝을 부수는 것으로 뭔가 모를 당신의 분을 표출하였습니다. 유년 시절 저는 그런 아버지가 좀 무서웠습니다.

집안 형편 때문에 부모님의 권유로 공고에 진학했고, 대학을 포기하고 바로 사회에 진출하였습니다. 몇 군데 직장을 거쳐 대표적인 공기업에 입사했습니다. 집안 어른의 소개로 아내를 만나 가정도 꾸렸습니다. 대학을 포기한 아쉬움이 가슴 한편에 있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받아들였습니다. 공기업에 들어가고 결혼까지 했으니 순탄한 인생길이 열리는 듯 보였습니다.

방탕한 생활, 불량한 인생

하지만 회사의 공사부서에서 근무하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동료들과 어울리며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술과 낚시, 주식투자 그리고 여자 문제까지 방탕한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주말에도 아이들과 놀아주기는커녕 일 핑계 대며 밖으로 돌았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손에 넘겨지고 아내의 불만과 의심은 커졌습니다. 엄하면서도 성실했던 아버지 영향인지, 가장으로서 ‘나만 잘하면 된다’, ‘내가 일해서 가족만 책임지면 된다’라는 가부장적인 사고로 저 자신을 합리화했습니다.

결혼 생활 15년이 지날 무렵부터 ‘불량한 생활’로 부부관계에도 금이 갔습니다. 저는 아내를 싫어하고 아내는 저에 대한 배신감을 못 이겨 결국 기절해서 119를 부르고 응급실에 갈 뻔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아내는 배신감에도 끝내 이혼 얘기를 하지 않고 화를 참다 폭발한 것입니다. 아내가 혼절하는 모습과 옆에서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내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심리상담도 받으며 도움 된다고 하는 수련단체 활동도 참가해보았지만 와 닿지 않았습니다.

법사님과 수련 중인 김두환 님
▲ 법사님과 수련 중인 김두환 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느껴져

‘인생 전환하기’, ‘위기 극복 방법’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발견했습니다. 재미있고 공감이 갔습니다. 밤새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들었습니다. 이혼하더라도 미움과 원망이 가득한 채 원수같이 헤어지면 자식에게 대물림될 수 있다는 법문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까지도 ‘어떻게 하면 아내에게 더 상처를 주지 않고 이혼을 할까?' 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음의 장1>을 신청했지만 두 번이나 취소했습니다. 망설여졌고 두려웠습니다. 신청 세 번째만에 겨우 <깨달음의 장>을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답답했고, 확연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 답답함의 원인은 잘못을 인정하지만, 내면의 고민을 밖으로 보여주기 싫어하는 저의 부끄러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누구인지 그리고 제가 어떻게 사는 사람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는 있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마치고 법사님과 동기들의 추천으로 2015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입학은 했지만, 수행이 뭔지 불교대학에서 배워보겠다는 생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냥 '졸업이나 해보자'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4박 5일 바라지와 새벽 예불 및 발우공양 체험은 마음의 안정을 찾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정토회를 다니면서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도 하고, 저 자신이 위로받는 느낌도 조금씩 들었습니다.

도반들과 불교대학 홍보활동 (맨 왼쪽)
▲ 도반들과 불교대학 홍보활동 (맨 왼쪽)

참회와 이해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다닌 효과라면 방탕했던 생활이 자연스럽게 서서히 멈춘 것입니다. 술과 담배, 바다낚시, 그리고 여자 문제 등이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되었습니다. 경전반 법문을 들으며 처음으로 희열을 느꼈습니다. 한결같이 솔선수범하는 부처님의 평범한 일상에도 그렇게 위대한 진리가 녹아 있음을 알았습니다. 동기들과 도반으로서 짜증 섞인 말투와 시비 속에서 차츰 친해지고 여자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로 인한 가정의 불행이 아이들에게 대물림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참회와 반성의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저의 욕망대로 산 결과로 아내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이대로 살면 나에게 남는 게 무엇일까, 이대로 부부관계를 끝내면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 남을까?' 고민하니 여기서 멈추고 참회하는 방법이 최선이었습니다. 저의 잘못을 인정하고 마음을 열고 아내의 관점에서 이해해 보았습니다. 아내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제가 마음을 여니 마주하고 대화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빠라는 권위로 문제를 지적하고 서먹했던 아이들과도 지금은 대화도 하고 제가 먼저 의견을 묻고 경청도 합니다.

함께 나아가는 부부도반

수행정진 하면서 저의 까칠하고 욱하는 성격, 내면에 숨어있는 은밀한 성격을 알았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지난날의 빗나간 삶을 참회하고 반성하니 저의 마음이 편하고 가벼워졌습니다. 이제는 괴로움에 빠진 누군가를 도와주는 삶을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저와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목표도 챙겨봅니다.

우리는 부부도반, 아내의 경전반 졸업식에서 무릎 꿇다
▲ 우리는 부부도반, 아내의 경전반 졸업식에서 무릎 꿇다

저의 권유로 불교대학에 입학한 아내는 삼수 만에 졸업하였습니다. 딸도 저의 권유로 불교대학에 입학하였지만 중도하차 하였습니다. 아내는 한쪽 기관지가 나빠 폐 절제 수술을 하고 난 후 다른 사람들보다 호흡이 어렵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밝은 모습으로 작년에 경전반을 졸업했습니다. 아내는 이제 저와 함께 나아가는 도반이자 '집보살'입니다. 저는 수행하면서 옳고 그름이라는 상에 빠질 때가 많은데 아내는 그런 저의 모습을 받아주고 포용합니다. 조금 늦게 마음공부를 시작한 아내지만 어리석은 저의 모습을 포용하니 수행자로서 도량이 저보다 한 발짝 앞서 나간 느낌입니다. 아내에게 시비하고, 제 기대를 요구하는 저를 알아차릴 수 있는 점은 부부도반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한줄이 빛이 되길

그동안 자활담당, 총무대행, 그리고 작년에는 수원에서 전주로 내려와 교육연수담당, 올해는 경전반 돕는이 소임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임을 일로 받아들였으나 돕는이 봉사를 통해 도반들의 나누기와 법문이 새롭게 들리고 저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토회를 만나 저의 인생이 가벼워지고 가정의 평화를 이루어냈듯이 괴로움에 빠진 또다른 누군가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되는 수행자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최근에는 장수 죽림정사에서 뜻깊은 봉사활동을 마쳤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면서 연등을 설치할 법당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실천지 중의 하나인 죽림정사에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여 얼떨결에 연등 설치작업 총괄소임을 하였습니다. 법사님의 제안을 받고 가볍게 마음을 냈으나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많은 연등을 설치할 구조물과 봉사자 그리고 비용 절감이 필요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비용도 절감하면서 더 쉽게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죽림정사 연등설치 봉사
▲ 죽림정사 연등설치 봉사

비용을 줄이면서 남녀 봉사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연등 설치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경남지부와 전주지회에서 60~70명의 도반이 참여한 덕분에 3일 만에 3,300여 개의 연등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도반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도반들이 마음을 내면 연등이 아니라 태산도 움직일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작업하면서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마치고 나니 뿌듯함과 보람이 선물처럼 다가왔습니다. 소임이 복이고 저를 성장시켜가는 자양분임을 알았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 한때 불량했던 저의 인생이 방향을 틀고 가정을 지켜냈습니다. 까칠한 저를 만나 사느라 고생한 아내는 “아직 철들려면 멀었다”고 저에게 말합니다. 제가 만든 인연 때문에 저와 인연 맺은 많은 사람이 불행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이제 반복된 인생을 살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도 꾸준한 수행정진이 어렵지만 스승과 도반을 믿고 가보고자 합니다. 가다 보면 언젠가 어느 곳에서는 더 변화한 저를 만날 수 있으리라 상상해봅니다.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삶을 향해...


꺼내 놓기 어려운 개인사를 가볍게 내어놓은 김두환 님께 감사합니다. 더불어 위기를 극복하고 부부도반으로 함께하는 주인공의 인생사를 들으니 인생 반전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정토회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 없었을 수도 있었다”는 말에 불법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함께 수행자의 길을 가는 부부도반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같은 도반으로서 저도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글_이종명 희망리포터(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편집_허란희(강원경기동부지부 수지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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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심

솔직한 수행담 감동입니다. 멋지십니다.

2023-09-05 13:43:17

산나무

김두환님 대단합니다
잔잔한 내용에 힘이 잇네요^^

2021-06-09 22:50:00

보리

대단하십니다.
용기를 얻었습니다.

2021-06-08 13: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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