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여수법당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여수 법당 교육 연수 담당자, 문지현 님은 체구가 작고 목소리도 조용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있는 듯 없는 듯 고요하게 보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문지현 님이 소리 없이 부산스러워졌습니다. 갑자기 존재감이 커진 느낌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지현 님을 그렇게 변하게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함께 나누어 보겠습니다.

병들어가던 내 인생

저의 고향은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입니다. 전라도에서 계속 살다가 남편이 승진과 함께 발령이 나서 울산에서 4년 반 정도 살았습니다. 그 당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즐겨 들었는데, 지인이 정토회 불교 대학에 같이 입학해서 공부하자고 청했습니다. 고민하다가 한참 크는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정토회 불교 대학 입학을 포기했습니다.

울산에서 살 때 시댁 문제로 남편과 갈등이 심했습니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시부모의 집 마련을 돕고, 시아주버니 그리고 시동생까지 경제적으로 돕고 있었습니다. 퇴직 공무원인 시아버지는 아들 네 명의 대학원 교육을 돕고 한 명의 아들에게 집까지 마련해 주느라고 노후 자금은 이미 다 써버린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시부모는 유독 둘째인 저의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했습니다. 남편은 결혼해서 독립된 가정을 이루었음에도 부모의 모든 경제적 부담을 여전히 떠안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남편은 부인인 저에게 자신의 월급 내용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부모를 먼저 챙긴 다음 자신의 가정을 꾸려가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정 경제 문제에 대해서 남편은 부모로부터 심리적인 독립을 하지 못했고, 부인인 저의 의견을 무시하며 너무 고집스러웠습니다.

2019 가을 불교대학 졸업 갈무리(왼쪽에서 두번째)
▲ 2019 가을 불교대학 졸업 갈무리(왼쪽에서 두번째)

남편 형제 중에서 우리집 형편이 제일 괜찮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내가 어디까지 희생하고 양보해야 하지? 나는 왜 주기만 해야 해? 왜 시댁 식구들은 우리가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왜 나만 참고 감당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마음은 답답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어서, 원망과 분노가 켜켜이 쌓이면서 제 일상은 흩어지고 제 인생은 병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눌러 놓았던 감정이 폭발하는 날이면, 그 감정이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되었습니다.

해결책을 찾아서

저는 좋은 부모 밑에서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제 부모는 제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는데 제가 제 아이에게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중심을 잡고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해!’라는 결심으로 무언가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음 안정에 좋다는 요가를 해보고, 개인 심리 상담과 집단 심리 상담도 받았습니다. 심리 상담자가 힘들었겠다고 말해주면서 저의 상황과 감정에 공감해주었을 때, 마음이 진정되고 문제가 해결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한편, 반핵·탈핵 운동,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활동, 작은 책방 운동과 같은 사회 운동에 전념해 보았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식사 준비와 대접하는 봉사 활동도 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할 때는 잠시 내면의 힘을 얻은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고, 답답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후로도 해결책을 찾아 여러 다른 시도를 해보던 중, 울산에서 여수로 이사를 왔습니다. 불현듯, 예전에 포기했던 정토회 불교대학 입학이 떠올랐습니다. 여러 시도 중 하나로 생각하며 정토회 불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 날

첫째가 아들, 둘째가 딸인 제 아이들은 ‘엄마는 언제 가장 행복했어?’라고 자주 물어봅니다. 항상 ‘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라고 대답합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저의 대답에 수긍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아이들이 ‘우리 집에서 엄마가 가장 행복한 것처럼 보여’라고 말합니다. 덧붙여서, 아이들이 ‘나도 지금이 행복하고, 앞으로도 행복할 거야’라고 말합니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가족과 함께
▲ 지리산 노고단에서 가족과 함께

맞습니다. 이제야 진정 지금이 제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 덕분에 제가 이렇게 행복을 누리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시댁과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날, 어떤 깨달음을 얻어서 그날부터 바로 변화한 것도 아닙니다. 정토회 불교 대학을 다니고, 경전반 공부를 하면서, 〈깨달음의 장〉1을 경험하면서, 정토회의 여러 행사와 모임에 참여하면서, 그리고 여러 도반 덕분에 조금씩, 시나브로, 저도 모르게 변한 것 같습니다.

선배 도반의 삶으로 깨우치다

무엇보다도〈깨달음의 장〉에서의 경험이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남편 그리고 시댁 어른들을 두고 며칠 동안 온전히 저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가 바뀌지 않으면, 평생 괴로움에 절어서 힘들게 살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도반의 권유와 응원으로 마침내 〈깨달음의 장〉에 참가할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이후로 마음이 가벼워지고, 조금씩 삶의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밉기만 했던 남편이, 불교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베풀며 사는 사람으로 보여서 존경하는 마음마저 생겼습니다.

2019 가을 경전반 입학식(앞줄 오른쪽 첫번째)
▲ 2019 가을 경전반 입학식(앞줄 오른쪽 첫번째)

그리고 저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선배 도반들의 삶이었습니다. 모든 도반이 각자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꺼이 베풀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그동안 내 것이 아닌 것들을 내 것이라고 움켜쥐고 살았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또한, 저절로 마음이 움직여서 선배 도반들을 따라서 수행과 정토회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이제는 저도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 인생의 온전한 주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조금씩 꾸준히 변하다 보면, 마음에 걸림 없이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봅니다.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수행자

예전의 저는 부모와 남편에게 의지하면서 살았습니다. 또한,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과 힘을 쏟으며 아이들을 제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았습니다. 불법을 배우고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제가 쏟은 사랑이 집착과 괴로움을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가족의 울타리를 비롯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습니다. 가족에게서 저의 행복을 찾으려 하지 않겠습니다. 저를 위한 시간을 더 많이 내고, 저를 돌보는 일에 더 집중하려 합니다. 저의 자유와 평화가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웃음을 준다는 것을 체험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수행자의 길을 걸어서 제 인생의 오롯한 주인이 되겠습니다.

2020년 5월 부처님 오신 날
▲ 2020년 5월 부처님 오신 날


어느 날부터 눈에 띄었던 문지현 님. 스스로는 소심하고 잘하는 것 하나도 없다고 말하지만, 아무리 봐도 못하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자신은 그릇이 되지 못한다고 겸손해합니다. 문지현 님의 원(願)인 그 어느 것에도 의존하거나 예속되지 않은 삶을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라는 정토회의 명심문 같은 삶을 이루길 응원합니다.

글_신규호_희망리포터(광주정토회 여수법당)
편집_성지연(서초정토회 서초법당)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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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수

감동적인 수행담 감사합니다

2021-04-27 23:16:21

김정희

꾸준히, 조금씩, 시나브로 변해서 오늘에 이르른 선배 도반님의 말씀 새겨 듣습니다.
저도 법문 들을 때는 세상을 다 들 것처럼 좋고 다 알것 같은데...막상 현실에서는 미움이 올라오고 화가 올라와서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역시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였군요.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모든 것으로 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말씀 저도 다짐합니다.

2021-04-27 07:20:47

현광 변상용

참 많은 것을 해 보셨네요. 돌고 돌아 정착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제가 도반님 입장이었다면 열불이 나서 뭔가 사단이 났을거 같아요. 몇년차 수행자라는 사람이 이런데 당시에 오죽하셨나 싶네요.
잘 견뎌내고 지금은 행복하시다니 안도가 됩니다 ㅎ 꾸준할 행복 응원할게요~

2021-04-26 11: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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