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대연법당
지금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합니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지쳐가는 힘든 시기, 대면 인터뷰를 할 수 없어 고민인데 메일과 화상으로 편하게 진행해 보자고 흔쾌히 제안해주는 김현희 님. 두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학교1 진행, 가을불교대학 해외반 진행 등 정토회의 다양한 봉사활동을 9년째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목소리와 온라인을 통한 만남만으로도 온전히 전해지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괴로웠던 시간이 밑거름되어 행복한 현재가 되기까지 김현희 님의 수행담을 지금 들어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남편과 갈등으로 너무 힘들었던 저는 심리상담소에 다녔습니다. 상담이 끝날 무렵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 물음이 수행의 길로 들어서는 첫걸음이었습니다. 평소 말하길 좋아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저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귀 기울이기보다 제 주장을 더 많이 하는 편이었습니다.

도반들과 행복학교 거리 홍보(오른쪽 세 번째)
▲ 도반들과 행복학교 거리 홍보(오른쪽 세 번째)

어느 날 독서회 회원들과 차를 마시다 자연스레 남편과의 갈등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회원 중 한 분이 ‘근처에 새로운 정토법당이 생기니 가보라’고 권했습니다. 남의 이야기는 잘 안 듣던 저였지만 '잘 모르는 누군가가 날 위해 이야기 해주는 거면 얼마나 안타까워서 그럴까. 한번 가보고 안되면 그만 두자'라는 마음으로 2013년도에 대연법당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정토회와 인연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사랑 고파’ 병

어린 시절 부모님은 사업하느라 항상 바빴습니다. 사랑으로 키웠지만 저에게 관심을 줄 물리적 시간은 항상 부족했습니다. 사춘기가 되자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과 관심은 친구에게로 향했습니다. 그 집착을 친구들도 부담스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친했던 친구들과 만나도 아는 척하지 않는 상황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 집착하고 상처받는 제 모습이 싫어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남자와의 사랑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첫눈에 사랑에 빠져 5년간 연애 끝에 결혼했습니다. 서로 좋아하지만 적당히 거리가 있고, 저를 차갑게 대하는 모습이 집착하기 싫은 제 요구와 맞아 떨어졌습니다. 결혼 후 남편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똑같이 바쁘고, 저와 아이들에게 무관심했습니다.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을 마시고 들어왔고 폭언을 하기 일쑤였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괴로워졌습니다.

시누이와 대화를 하면서 시부모님이 평탄하지 못한 결혼 생활을 했고, 남편도 힘들게 자라왔음을 알았습니다. 사랑받고 싶어 결혼했는데 남편은 사랑을 줘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일곱 살이나 많은 남편에게 사랑받기는커녕 무한한 사랑을 줘야 한다니, 받아들이기 싫고 힘들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날 거리모금 봉사활동
▲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날 거리모금 봉사활동

나를 붙잡아 준 아이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친정이 있는 부산에 내려오면서 우리 부부는 더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친정 부모님 사업과 연관된 일을 하니 남편은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저에게 원망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남편도, 아이도 버리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특히 남편을 닮은 큰애를 보면 화가 났습니다. 과보는 머지않아 나타났습니다. 큰애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학원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큰애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으니 잘 알아보라는 거였습니다. 당장 학교로 찾아갔더니 큰애는 괴롭히는 친구들을 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싫다는 표현도 웃으면서 하니 친구들이 더 괴롭혔던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하는 행동이 괴롭히는 거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큰애는 저의 윽박지름과 화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몇 년 후 둘째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됐을 때, 물건을 훔치다 들켰다고 문방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봉사하던 중 바쁘게 집에 갔더니 아이는 없었습니다. 결국 저녁 7시쯤 집 근처 놀이터에서 아이를 찾았습니다. 얼굴이 시커멓게 되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와 눈이 마주쳐서 둘이 함께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때 둘째가 저에게 일 년만 같이 있어 달라고, 시간을 함께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관계 회복을 위해 남편만 바라보았더니 아이들은 그렇게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실무총괄 봉사(왼쪽)
▲ 법륜스님 즉문즉설 실무총괄 봉사(왼쪽)

드디어 퍼즐이 맞춰지다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고 저도 영어 공부한다는 핑계로 4주간 필리핀에 갔습니다. 너무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저에게는 남편이 없는 곳이 천국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이 답답함을 <나눔의 장2>에서 내어 놓았습니다. 그때 "남편과 푸닥거리를 해야 합니다. 함께 살려면 당연히 해야 해요. 무서워하지 마세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그거였습니다. 3년간 남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맞춰 주려고 했던 것이 진정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한 것이 아니라 그냥 참고 애썼던 것임을 알았습니다. 몇 년간의 냉전, 같은 집에 살아도 아는 척도 하지 않고 대화하지도 않는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푸닥거리를 할까 고민하던 그때 행복학교 수업에서 스님법문 한 구절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그 사람 생각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지 그게 다 맞는다는 건 아니에요."

'아! 난 여태까지 남편의 말이 맞다고 억지로 생각하려 했구나'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남편은 맞고 제가 틀리다 생각하니 제가 없어지는 것 같아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남편과 저의 생각, 행동들을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봐야 했습니다. <나눔의 장>에서 들은 '푸닥거리'는 제 생각과 마음을 상대방이 틀렸단 생각 없이 전달하라는 것이었음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볼때마다 새로운 영상

행복학교 수업을 진행한 지 올해 5년째입니다. 똑같은 영상을 반복해서 보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볼 때마다 들리는 부분이 다릅니다. 화가 나려고 할 때 "그게 화날 일이에요?"라는 스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5년째 진행하다 보니 웃는 얼굴로 편안하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남편의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들을 때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5분만 이야기해도 싸웠던 우리는 이제 3시간을 대화해도 싸우지 않습니다.

남편이 끊임없이 쏟아내던 친정 식구의 험담도 그렇게 몇 년 그냥 들어주다 보니 더는 하지 않습니다. “고마워'',“사랑해”라는 말을 꾸준히 아이들에게 하다 보니 사춘기로 접어드는 큰애, 작은애도 집에 있으면 엄마에게 먼저 다가오곤 합니다. 가족들에게 애정 어린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행복학교 숙제야. 좀 도와줘"라며 그냥 합니다.

행복학교 진행을 하면서 진정한 소통은 듣고 표현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편, 엄마, 언니, 올케언니 등등 대상을 넓혀 연구보고서를 작성해 마음 표현하기 연습도 했습니다.

행복시민 캠프 참가자들과 함께(왼쪽 첫 번째)
▲ 행복시민 캠프 참가자들과 함께(왼쪽 첫 번째)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준비하는 미래

요즘 저의 꿈은 새로운 만일결사3에서 필요한 인물이 되는 것입니다. 2년 뒤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행복학교를 진행하고 싶어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제 영어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음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것에는 잘 들어주는 것이 최고임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모르면 묻고, 실수하면 나중에 고치면 된다 생각합니다.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실수투성이의 부족한 사람임을 받아들이고 가볍게 해나가고 싶습니다. 정토회와 인연으로 배우게 된 부처님 가르침과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하루하루 올바르게 사는 것이 나중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았고, 진정으로 저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지금 있는 그대로 편안합니다.


대상별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가며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방법을 연습했다는 김현희 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역시 세상에는 공짜가 없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한번 가볍게 해볼 수 있겠다”라는 용기가 납니다. 배움과 노력 끝에 지금은 남편과도,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사춘기 아이들과도 대화하는 즐거움에 행복하다니 듣는 희망리포터의 마음마저 따뜻해졌습니다. 가볍게 마음을 나누어준 김현희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_강문주 희망리포터(해운대정토회 대연법당)
편집_허란희(용인정토회 용인법당)


  1. 행복학교 행복해지고 싶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종교적 의식이나 프로그램을 배제하고, 법륜스님의 행복 메시지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며,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지는 연습을 함께 하는 곳.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12강 구성으로 진행되고 있음.
    행복학교 신청: http://hihappyschool.com 

  2. 나눔의 장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평화로워지는 4박 5일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참여자만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음. 

  3. 만일결사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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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왕

훈훈한 수행담 잘 읽었습니다. 저는 남편과 대화를 해보려고 하면 세 마디 안에 단절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제 마음 속에 이야기를 담거나 묻어둔 채 지내게 됩니다. 돌덩이처럼 굳어진 업식이 쉽게 녹여지는 게 아닌 것을 알기에 부단히 수행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1-02-07 13:06:02

박신영

꾸준한 봉사와 마음으로 다른사람을 받아들이기까지 현희님이 진심이 글속에 한껏 묻어남니다 스님말씀처럼 들뜨지않는 마음을 내려면 더 부지런히 수행에 임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2-06 06:29:40

나사랑

(그사람말이 그렇다는거지, 다맞다는건아니예요.)
지금이라도 도우미를 하건 알바를 하건 본인이 나가 벌어서 떳떳하게 사세요. 진정으로 지금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합니다!

2021-02-04 23: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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