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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어렸을 때 돌아가시고 많이 배우지도 못했어요. 남편은 젊을 때부터 아팠구요. 애들은 어리고, 남편은 아프니 내가 돈을 벌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아파트 청소를 다녔어요. 그렇게 일을 하면서도 쉬는 날은 길상사며 다른 절들을 갔어요. 초하루 법회도 듣고, 반찬 봉사도 일주일에 한 번씩 했는데 일하면서 절에 다니기가 쉽지 않았어요. 더이상 일때문에 절을 아예 못 가니 마음이 불편하더라구요. 그런데 어느날, 딸이 법륜 스님을 알게 돼서 정토회 서초법당에 갔나 봐요. 이 정토회는 낮에 일하고, 저녁에 다닐 수가 있다는 거예요.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정토회 서초법당까지 가는데 1시간이 걸리는데도 환희심이 나서 다녔어요.
문경 바라지 같은 봉사는 못 했지만 2009년에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반에 다니면서 수행과 봉사를 했어요. 지금은 다리를 다쳐서 108배를 못 하고 주력만 하고 있지만요. 남들 다 하는 봉사를 내 형편때문에 많이 못 했지만 정토회에 안 온 것에 비하면 훨씬 낫잖아요. 한번은 친척들이 다 모여서 한 방에서 잤어요. 아침에 그 곳에서 수행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화장실에서 책 읽고 절하고 기도했던 기억도 나네요.
또 한번은 조계사 앞에서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있었어요. 법당별로 천막을 쳤는데 둘씩 짝을 지어주는 거예요. JTS모금 활동을 하라구요. 처음에는 많이 창피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가만히 서서 소리만 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돈을 내가 갖는게 아니잖아요. 그 마음이 드니까 창피함도 잊고 돌아다니면서 적극적으로 모금 활동을 했어요.
지도 법사님 법문 듣기 전에는 앞날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며 살았어요. 어디 가서 아파트 청소하러 다닌다고 말도 못 했고요. 근데 이제는 법문을 많이 들으니까, 내가 열심히 벌어 산다는 생각에 부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어요. 또 근심 걱정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들으니 집안에 불편한 일이 있어도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구요.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되지 싶더라고요.
아까도 말했지만 남편은 젊어서부터 아팠어요. 병원에서 오래 생활했어요. 그래서 일 갔다가 퇴근하고 병원에 있는 남편을 돌봤어요. 그런데 남편은 자기 몸이 아프니까 신경질을 많이 냈어요. 나도 나대로 화가 났죠. 본인이 몸 관리를 안 해서 이 지경이 된 건데 왜 나한테 짜증을 내나, 이해를 못 했어요. 이렇게 고생시킬 거면 얼른 죽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남편이 죽고 나니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내가 죽으라 해서 죽은 건 아니지만... 죽을 때까지 이 사람에게 참회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도 이제는 많이 편안해요. 지금은 남편에게 고마워요. 자식들 건강하고, 또 그 사람 덕분에 예쁜 자식들 낳아 대접받고 살고 있으니 고맙지요. 내가 복이 많아요.
사실 내 목소리가 곱지 않아요. 사는 게 힘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자식들에게도 자상한 목소리로 말해야 좋은데 그러질 못했어요. 제가 그런 의도로 말하지 않았는데 남들이 들을 때는 오해하기도 해요. 그런데 지도 법사님이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하지 않았어도 상대방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알려주셔서 시원했어요. '남은 그렇게 들을 수도 있구나.' 그 법문을 듣고, 환희심이 많이 났어요.
나이가 들어서 몸이 무겁고,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요. 그러니 다른 사람들처럼 소임을 많이 할 수가 없어 마음이 불편해요. 젊었으면 컴퓨터도 잘 활용해서 다른 도반들도 도와주고, 정토회에서 글도 쓰고 이것저것 해볼텐데... 법당에라도 나가면 뭐라도 하겠는데 코로나때문에 못나가니 답답해요. 수행도 봉사도 기회가 있을 때 해야하는 것 같아요. 특히 젊은 엄마들이 지도 법사님 말씀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내 생각이지만, 젊을 때 이 법문을 많이 들었으면 애들에게도 남편에게도 안 그랬을 텐데 싶어요. 다들 이 좋은 법을 일찍 많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바뀐 시대 흐름을 어렵지만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유정자 님. 정토회와의 인연이 소중해서 죽을 때까지 놓지 않겠다는 말씀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겸손하게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유정자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를 돌아봅니다. 욕심도 많이 부리고, 저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도 온라인 모둠활동에 접속하시는 유정자 님. 앞으로도 건강하게 법당에 나와주시길 기원합니다.
글-박희진 희망리포터(노원정토회/강북법당)
편집_조미경(김해정토회/김해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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