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의정부법당
의정부법당 이경희 님 이야기

수행자로서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기보다는 불법의 연을, 이왕이면 정토회와 인연을 맺어주고 싶었다는 의정부법당 책임팀장을 소임을 맡고 있는 이경희 님을 소개합니다.

내 마음의 안식처를 찾다

남편은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 놀기를 즐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가정에 소홀하다며 남편을 원망했었고 그럴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져 외롭고 저만 소외되어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들 둘을 키우고 있던 터라 어찌할 수 없어 ‘막내가 고등학교 졸업만 하면 그때는 미련 없이…’ 이런 마음으로 한 해 두 해 시간은 흘렀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둘째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 무렵 지금껏 참고 잘 견딘 나 자신을 위해 보상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이 절 저 절 찾아다니며 마음의 안식처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친구를 통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법문에 관심이 생겨 집 근처 법당을 수소문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의정부 지역에는 불교대학이 개설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상황이라 시간이 녹록하지는 않았지만, 간절했기에 의정부에서 서초동으로 불교대학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입재식에서 반갑게 도반들을 맞이하는 이경희 님
▲ 입재식에서 반갑게 도반들을 맞이하는 이경희 님

보석 같은 우리 집의 든든한 도반 ㅣ첫째

불법 공부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좋은 불법을 아이에게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군대에 장교로 근무하는 큰아들에게 <깨달음의 장>을 권유했습니다. 저는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아들은 흔쾌히 수련에 참여했습니다. 아들에 이어 저도 <깨달음의 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수련 마지막 날 바라지를 해준 분들 소개에서 아들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아들은 말없이 제가 수련하는 동안 바라지 봉사를 해주었던 것입니다. 그때 그곳에서 아들의 모습을 본 것은 제 인생 최고의 감동적인 순간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감동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내가 아들에게서 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은 이미 다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 돌아보아도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잊히지 않는 감사한 시간입니다.

그 후 큰아들과 저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도반이 되었습니다. 아들은 직장인 이천과 서초를 오가며 불교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이후 청년 활동을 계속하며 우리는 <명상수련>도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첫째 아들과 명상수련원에서
▲ 첫째 아들과 명상수련원에서

보석 같은 우리 집의 든든한 도반 ㅣ둘째

아이들은 사춘기를 겪으면서 서로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허락 없이 서로의 물건이나 옷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데서 오는 미묘한 갈등으로 신경전이 일어났습니다. 불법 공부를 시작한 큰아들의 영향인지, 둘째 아들은 <청년역사기행>을 다녀왔습니다. 그것을 인연으로 <깨달음의 장>도 다녀왔습니다. 아들은 수련을 통해 물건이나 옷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형제 사이에 있었던 사소한 갈등은 없어지고 둘의 관계는 통 큰 형제애로 거듭났습니다. 작은아들은 이후 불교대학을 마치고 2018년 33기 백일출가를 다녀왔습니다. 백일출가 전 새벽 법당에서 우리는 함께 500배 정진을 했습니다. 정진 후 나누기를 통해 알지 못하던 아들의 깊은 속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나눠준 아들에게 참 고마웠습니다. 요즘 집에서 둘째는 김 법사로 불립니다. 제가 남편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생길 때면 제 마음을 곧 알아차릴 수 있도록 일깨워줍니다. 아들은 저와 마음을 나눠주는 소중한 도반이 되었습니다.

백일출가한 둘째 아들과
▲ 백일출가한 둘째 아들과

지금은 아이들이 직장 때문에 해외에서 지냅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지내지만 엄마에게 효도하는 길이 자신이 잘사는 것이란 걸 두 아들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두 아들과 함께 수행하며 도반으로 함께 가는 이 길이 정말 든든합니다.

도반으로 함께하는 두 아들
▲ 도반으로 함께하는 두 아들

내 마음의 성장

서초동에서 경전반 졸업 후 의정부에 활동가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냥 흘려들을 수 없어 확 내키지 않았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불교대학, 경전반 담당을 맡게 되었습니다. 또한 법당 하루명상담당 소임을 3년간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그렇게 활동을 계속해 오다 책임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소임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으나, 지나고 생각해보니 소임을 통해 제 역량이 많이 커졌음을 깨달았습니다. 봉사활동 속에서 제 마음 또한 많이 성장하였음을 느낍니다. 소임이 복이라는 말이 이런 거구나 체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수행이 도반뿐만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도 부드럽게 이어주는, 행복으로 가는 도화선임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도 부지런히 수행 정진합니다.

글_양미영 희망리포터(남양주정토회 의정부법당)
편집_장석진(강원경기동부)

전체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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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일

의정부법당 위치 알려주세요

2023-04-18 20:13:19

지명화

두 아드님과 도반이 되신 것 참 부럽습니다.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2022-05-11 11:10:12

김태현

두고두고 읽는 수행담입니다
이경희보살님 수행담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4-03 0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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