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의정부법당
천일을 하루 같이 기도하는 어느 교도관의 수행담

* 이 기사는 김주수 님의 기고글입니다.

김주수 님은 작년 <월간 정토> 2016년 5월호의 ‘어느 교도관의 전법 이야기’라는 기사로 정토행자들에게 알려진 분입니다.

이번에 이 분이 천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여 <천일을 하루같이> 상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매일 새벽 5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기도하는 분,
의정부법당에서 유일하게 <천일을 하루같이> 상을 받은
김주수 님의 천일기도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새로운 삶을 만나다

나는 교도소에서 25년째 근무하는 교도관입니다.
무교였던 제가 2006년 8월경 수용자 불교 업무를 담당하면서 불교를 접하게 되었고, 그다음 해인 2007년 초부터 정토회에서 보내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테이프를 차 안에서 출퇴근하며 자주 들었습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옴을 알게 되었고, 옳고 그름이 없다는 제법이 공한 가르침을 조금이나마 알아감으로써 제 가치관은 송두리째 바뀌게 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8-10차 천일결사 회향식에서 <천일을 하루같이> 상을 받는 모습. 맨 왼쪽이 김주수 님.
▲ 8-10차 천일결사 회향식에서 <천일을 하루같이> 상을 받는 모습. 맨 왼쪽이 김주수 님.

그 이후로 혼자서 열심히 마음공부 한 덕에 편안한 일상을 보내던 중, 교도소 종교위원인 여자 집사님이 1년 넘게 저를 전도하기 위해 애쓰는 것에 불안을 느껴 2011년 처음으로 정토회와 인연을 맺고, 그해 3월경 7-1차 입재식부터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나에게 절 선물을 주자

처음엔 초발심을 내어 정말 열심히 했지만, 첫 백일기도 중 5일 빼먹고, 그다음 백일은 15일, 그다음 백일은 20일, 또 그다음 백일은 30일, 그렇게 빼먹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다른 것에는 괴로움이 없는 사람, 얽매임이 없는 사람으로 사는 것 같은데 오히려 기도로 인해 스트레스받는 자신을 보며 헛웃음이 났습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아침에 못하면 저녁에 와서라도 빼먹지 말고 기도하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못하면 저녁에 하면서 300일가량 빠지지 않았지만, 회식 등으로 늦게 오는 날에는 회식에 집중하지 못하고 ‘빨리 집에 가서 기도하고 자야 하는데’라며 오히려 걱정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7-8차 입재식에서 저보다 경력이 짧은 정토행자님의 수행담 발표를 듣게 되었습니다. “자신은 기도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나면, 무조건 천배를 한다. 그러니 절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수행담을 듣고 자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 나도 앞으로는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하면 퇴근해 300배 벌을 주자.’ 마음먹었습니다. 오른쪽 무릎을 수술해 천배 하면 무리일 수 있으니, 우선 300배만 하자는 결심을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누기 한 후 지금까지 제시간에 일어나 기도하고 있습니다. 게으른 마음이 일어나면 늘 ‘천배의 벌을 주겠다’는 마음을 새기니 정말 시간에 벨이 울리면, 벌떡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월간 정토> 2016년 5월호에 실린 김주수 님의 기사.
▲ <월간 정토> 2016년 5월호에 실린 김주수 님의 기사.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아침에 못하면 퇴근 후 300배의 벌을 주겠다는 마음을 먹고 55일가량 벌떡 일어나 잘 해왔는데, 고향인 보령에서 제사 지내고 차 막힐 것을 고려하여 밤 11시경에 출발했으나 예상과 달리 심한 교통체증으로 새벽 4시 30분 도착할 때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기도하고 자면 1시간 밖에 못 자고 출근해야 하는데 근무에 지장이 없을까? 빼 먹고 2~3시간이라도 자고 출근하고, 퇴근 후 300배 벌 받자, 아니다. 지금까지 해온 게 아깝다. 그냥 하자, 자존심 상한다.’

그렇게 두 마음이 왔다 갔다 갈등하다 결국 ’그래 죽어도 좋다‘ 는 마음을 내고 잠 한숨 못 자고 돌아와 기도하고 1시간가량 자고 출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마장 중의 가장 큰 마장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아침기도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일로 갈등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천일결사 모둠원들과 모둠 활동 후 단체 사진. 가운데가 김주수 님.
▲ 천일결사 모둠원들과 모둠 활동 후 단체 사진. 가운데가 김주수 님.

수행이 삶이 되다

가족과 함께 하계휴가로 대천해수욕장에 놀러 갔다가 새벽 3시에 잠자리에 들어 2시간 자고 일어난 후 5시에 일어나 깔 방석이 없어 베고 잤던 베개를 방석 삼아 기도했던 일, 큰어머님이 돌아가시어 장례식장에서 모두 자고 있는데 일어나 기도했던 일, 평소엔 주간근무 하는데 한 달에 두세 번 야근근무자 결원 시 지원 근무하는 경우에는 주간 근무한 후 계속해 새벽 2시까지 근무하고 ( 새벽 2시에부터 6시까지 취침할 수 있었지만 ) 기도로 인해 피곤하지만 5시에 일어나 기꺼이 기도하는 일, 저녁에 커피를 많이 마셔서 그런지 잠이 안 와 한숨도 못 자고 일어나 기도하는 일 등 순탄치 않은 일이 많았지만 할까 말까 갈등하거나 망설이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그것은 저의 의지가 강해서가 아니라, 해야겠다는 간절함에 안 했을 경우 무시무시한 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게 된 후, 왜 스승님께서 반드시 제시간에 일어나서 기도하라고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세운 다른 많은 일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천일기도를 제대로 하기 전까지는 그토록 술을 끊으려 했으나 잘 안되었는데 기도 이후 쉽게 끊을 수 있었습니다. 결심과 달리 술을 먹고 새벽 12시에 돌아온 어느 날, 이것저것 어긴 일이 많아 돌아오자마자 800배를 시작해 새벽 2시 40분까지 기도하면서 ‘새벽에 이게 무슨 짓인가!’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절을 마친 후 땀을 씻고 새벽 3시경 잠을 잘 때는 정말 다시는 이런 일 만들지 말자는 마음이 굴뚝 같이 올라왔습니다.

천일기도 하면서 벌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몸소 체험했기에, 꼭 하고 싶은 일이나 하지 말아야 할 일에는 이렇게 벌을 부과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아들이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돌아왔다는 이유로 손찌검했던 일로 천배, 또 한 번 딸에게 훈육 차원으로 휴지말이로 딸의 머리를 한 대 때렸던 일로 천배, 그리고 관리하는 수용자들에게 화낼 때마다 집에 돌아가 100배씩 벌을 주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도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일에 벌을 부과하다 보니, 피곤해 자다가도 일어나 그 날 할 일은 반드시 하고 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마약으로, 본드 흡입 등으로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어 자주 들어오는 수용자들에게도 제가 체험한 벌의 효과를 전하면서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습니다.

법당에서 독서모임에 참석한 김주수 님.
▲ 법당에서 독서모임에 참석한 김주수 님.

아직도 알아차림이 부족하고 명상시간에는 망상이 가득하지만 꾸준한 천일기도를 통해 후회가 적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하여 괴로움이 없는 사람, 얽매임이 없는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글_김주수 님, 이승진 희망리포터(남양주정토회 의정부법당)
편집_전은정(강원경기동부)

전체댓글 19

0/200

유민선

정말 대단하십니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매일 같이 하기란 벌칙이 없다면 못할것 같네요
저도 9차년도 천일결사 부터 해봐야겠어요

2017-01-21 21:19:18

최윤정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단하십니다.

2017-01-21 09:30:42

고명주

우와 대결심이란게 이런건가 봐요??

2017-01-21 09:23:30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의정부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