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종로법당
‘집사님표 쿠키’ 를 들고 오늘도 법당에 갑니다

 

작년 여름 개원한 종로법당희망리포터 소임이 생기고 첫 정토행자의 하루’ 이야기를 내어 주실 도반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일단 하고 합니다.”를 일상에서 실천 하시는 오세령 님이 계시니까요.

힘들었던 가족 간에 갈등의 고비를 넘기고 종교가 다른 아내 분께 쿠키를 보시 받으며 법당까지 산책을 함께 하시다니과연 어떤 조화일까요?

오늘도 성실하게 수행·보시·봉사하는 오세령 님을 찾아 법당에 갑니다.

 

제가 뭐 특별 할 게 있나요?”

담담하게 내어 놓으신 불법 만난 이야기

2013년도 여름쯤참 답답했었습니다.

제 아내는 금전적인 문제를 두고 친정어머니와 법정 공방까지 벌이고 있었고 저는 그런 아내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그 와중 장모님께 들은 아내에 대한 뒷이야기는 저를 충격에 빠지게 하였고 아내에게 깊은 불신이 생기게 되었습니다불신이 깊어질수록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고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습니다어느 순간부터 대화조차 멈춰 6개월이 지나고아내를 이해할 수 없는 내 자신이 스스로 감당이 되지 않아 주말만 되면 가족을 뒤로 하고 북한산에 올라 술을 마시고 정처 없이 걷고 또 걸었지만 그 길의 끝에도 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내를 용서할 그릇은 커녕 그저 불신에 휩싸여 화가 가득했던 저는 이 괴로움이 죽어야 끝이 날까이혼을 해야 끝이 날까아직 어린 딸 셋은 어쩌나.” 그야말로 인생 진퇴양난이었습니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지러운 마음은 직장 생활에도 영향을 끼쳐 군인인 저는 직책을 하향조정 당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는 그야말로 절망의 세월이었습니다.

그날도 집을 빠져나와 인왕산에 가는 길에 우연히 법륜스님의 얼굴이 크게 나온 광고를 보고 이 유명하신 분이 이곳에서 법회를 다 하시나보다.’ 하고는 조심스럽게 올라 간 곳이 지금의 서대문법당이었습니다.

막상 법회에 가니 스님은 오간데 없고 영상 속에 스님이 나와 법문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진짜 스님 얼굴은 볼 수도 없고 이게 뭔가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한편 신기함에 이런 게 사이비 종교인가 하는 생각도 순간 들었지만 어디에든 내놓고 싶은 답답한 마음을 나누기 시간을 통해 풀어 놓을 수 있어서 그후 매주 일요법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법회에 참석해서 옆에 누군가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그저 내 심정내 한탄을 내어 놓기에 바빴습니다그렇게 정토회와 인연이 시작되었고 자연스럽게 정토회 가을불교대학 입학을 권유 받았습니다.

부처님 법을 배우고 믿고 따르면,

정말 이 죽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까?

정말 이 괴로움이 사라질까?

정말 될까?

정말 되는지 한번 해 보자!”

이렇게 도전장을 내듯전투하듯 불교대학 공부를 시작했고 불교대학 공부를 하며 유튜브로 스님의 반야심경 또한 듣고 또 듣고쓰다 보면 알까 싶어 하루에도 몇십 번씩 쓰고 또 쓰고.

 

담담히 내 놓으시는 이야기 속에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그때의 절박함이 느껴졌습니다.

 


▲ 
서대문정토회 도반들과 JTS거리캠페인에서 산타 할아버지로 변신한 오세령 님.

 

터질 듯한 나를 이완시켜준 깨달음의장

그러다 깨달음의장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4박 5일 깨달음의장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핸드폰을 켜니 그 간에 밀린 급한 업무들이 잔뜩 올라 와 있는 걸 보고는 급해도 지금은 어쩔 수 없지올라가서 하나씩 해결 해야지 뭐.’ 하는 마음이 생기는 나를 보면서 내 마음에 이런 여유가 생기다니 하고 참 많이 놀랐습니다지금도 그 느낌이 생생합니다하하하.

깨달음의장에 다녀 온 날 밤엔 교회 집사인 아내와 함께 교회에 다니고 있는 딸 셋이 성경책을 읽어 주면 잠이 잘 올 것 같다라며 성경책을 읽어 달라는 겁니다그 전 같으면 내가 괴로움에 쌓여 있으니 온갖 짜증을 내며 아내와 아이들과 대화조차 편하게 하지 않았을 텐데성경책을 읽어 달라는 아이들 요구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이 성경책을 읽어 주며 잠들어 가는 아이들을 편안하게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이 정말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그렇게 시작된 성경책 읽어 주기는 몇 개월 동안 매일 이어졌습니다그러면서 자연스레 집안 분위기가 조금은 편안해지고 몇 개월씩 대화 한마디 없었던 아내에게 밥을 달라라고 말도 하고 간단한 설거지와 빨래도 널며 소소한 집안일을 돕기도 했습니다.

하다 말다 하던 아침 수행도 다시 성실히 시작하며 깨달음의장에서 배우고 깨우친 대로 하나씩 실천했습니다제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하지만 그 간에 골이 너무 깊이 패였던 걸까요아내에 불신은 저 아래 마음에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없이 반복해서 들어온 반야심경의 불구부정(不垢不淨)에 대한 법륜스님의 법문이 아내를 불신하는 내 마음과 닿아 내 안에 맺혀있던 어지러운 마음들과 온갖 구분 짓던 마음이 다시 바라보이게 되었습니다내 마음을 가만히 바라보고 또 바라보니 어느덧 눈이 떠지더군요더듬더듬거리던 어둠에서 환하게 불이 켜지던 그 순간그때서야 아내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괴롭고 무겁던 마음이 눈처럼 스르르 녹아내렸습니다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찹니다그 무렵 풀릴 길 없이 엉킨 실타래 같았던 장모님과 아내의 법정공방도 마무리가 되고 오해로 비롯된 아내에 대한 불신 또한 풀리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슴에 응어리가 스르륵 풀리던 그 순간을 가슴에 소중히 간직하고 그 마음을 기억하며 놓치지 않으려고 성실히 하루 하루 수행을 합니다그렇게 어둡고 괴롭던 마음을 가볍고 환하게 밝혀준 불법을 만나 감사한 마음은 지금 내 앞에 주어지는 봉사를 무조건 ” 하게 하는 힘입니다.

 

간절했던 수행담을 얘기하며 가슴에 손을 지긋히 갖다 대는 오세령 님의 모습에서 스르륵 괴로움이 녹아 내린 그 순간을 귀하게 간직하고 있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2015년 통일체육축전

 

서로를 바라 봐주는 한 지붕 두 종교맛있는 집사님표 쿠키

처음엔 봉사를 한다며 집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니 불편해 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저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가족들과 함께 하는 동안이라도 충실하게 하자라고 마음을 내고 먼저 집안일을 돕고 가족을 챙기니 이제는 불만을 말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제 모습을 바라봐 줍니다.

또 어느 날부터는 아내가 화요일이면 쿠키를 구워 놓기 시작했습니다이렇게 아내에게 보시 받은 맛있는 집사님표 쿠키는 화요일 불교대학 담당자 봉사를 가는 제 손에 들려 불교대학 도반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부탁 한번 한 적 없는데 아내가 늘 먼저 챙겨서 만들어 주는 그 마음이 그저 고마울 뿐이었습니다쿠키 보시 덕에 매주 재료를 구하러 시장에 함께 가는 길은 우리 부부에게 알콩달콩 데이트가 되었습니다.

두 종교가 함께 하는 우리 가족은 아침에 식탁에 둘러앉으면 저는 공양게송을아이들과 아내는 식사기도를 합니다교회 활동을 활발히 하는 아이들을 교회에도 바래다도 주고 행사에도 참여해 아이들의 활동하는 모습도 분별하고 구분 짓는 마음 없이 그대로 받아주며 함께 하니 누구보다 제가 편안합니다.

이제 수행 3년 차가 되어가는 저를 바라보던 아내는 매일 새벽 기도하는 당신 모습이 참 보기 좋고 부럽다라고 합니다간절한 수행을 통해서 내가 괴로움에 벗어나 가벼워 졌음을 경험했기에 아내에게도 당신이 믿는 하나님께 진심으로 기도하라고 권해보기도 합니다.

 


▲ 
사전투표 인증 한 컷집사님과 거사님.

 

우리 아빠 닉네임은 인도 간다

오는 9월이면 30년 공직 생활의 퇴직 1년을 앞두게 되어 출퇴근도 자유롭고 시간이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법당에서 새벽기도도 시작하고 이제 개원 1년이 되어 가는 우리 종로법당에 더 많은 도반들이 함께 하도록 소소한 것들을 챙기며 법당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또 공직자로서 퇴직하면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라는 스님 말씀 따라 1년 뒤 퇴직하면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함께 봉사하고 수행하며 보내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에게도 퇴직만 하면 인도 봉사를 가겠다는 얘기를 늘 했더니 어느새 가족들 핸드폰엔 아빠남편이 아닌 인도 간다로 제가 저장되어 있습니다하하하.

 

하면 할수록 제 마음이 여유로워짐을 느끼게 해주는 봉사는 불법을 만나 공부하며 내가 가벼워지고 괴로움에서 벗어난 것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감사함의 표현입니다그렇기에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겐 행복입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는 그 순간까지 낙숫물에 바위를 뚫듯 성실히 수행하라” 당부하셨던 말씀을 지금 환하게 웃고 있는 오세령 님의 모습을 보며 다시 새기게 됩니다뚜벅 뚜벅 곧게 앞서 가는 도반이 있으니 저도 따라 갑니다.

 

_이금란 희망리포터(서대문정토회 종로법당)

전체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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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자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고맙습니다~!

2016-05-04 07:53:03

조영재

거사님 이야기에 눈물 납니다. 늘 솔선수범하시는 거사님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실 거사님 앞날이 기대됩니다. 금란 법우님도 고맙습니다.

2016-05-03 12:58:03

김명순

불법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해주시는 거사님의 글에서 잔잔한 감동이 밀려옵니다.정토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모든것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2016-05-02 02: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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