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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정토회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 아니었나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결혼 후 처형과 아내의 대화에서 정토회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정토회에 이미 발을 담고 있던 처가 댁 식구들을 위해 천일결사 입재식 장소까지 운전해주었습니다. 그저, 처형과 아내가 좋다고 하니 자연스레 입재식도 참석하게 되었지만, 사실 정토회에 뜻을 두고 있진 않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번뇌가 많아진 직장생활에서 염증을 느끼던 것이 가정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고 아내는 저에게 <깨달음의장>에 한번 다녀오라고 권하더군요. 3년 동안 계속 권유했지만 핸드폰도 반납하고 4박 5일을 합숙한다는 말에 거절 했었죠. 직장인이 어떻게 핸드폰을? 나 때문에 회사에 문제라도 생기면? 하는 생각 때문에 3년 만에 간신히 <깨달음의장>을 다녀오게 됩니다. 8년 전에도 <깨달음의장>에 가는 아내를 위해 방문했던 문경수련원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참 희안하게도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우려했던 일은 발생하지 않더라고요. 수련이 끝나고 돌려받은 핸드폰 전원을 켰는데 별 소식 없었고, 세상은 여전히 무난하게 돌아가고 있던 겁니다. 그때 머리를 ‘띵’ 하고 내리치는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나는 내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보고 책임감을 무겁게 지니고 살았었구나' 라고…. 그리고 최근에는 이런 책임감은 아무도 강요한 적 없는데, '1남 2녀의 장남으로 막연하게 뭐든 잘 해내고 싶은 장남 콤플렉스가 문제였구나’ 라는 저의 업식도 보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의장>을 통해 느꼈던 마음 가짐의 울림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내가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살았구나” 고, 나머지 하나는 정말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내가 힘든 게 힘든 게 아니었구나”입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삶은 불행한 인생이 아니었습니다. 그 후 자연스레 <깨달음의장>에서 만난 도반들의 권유로 작년 3월, 불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불교 대학을 다니면서 7차년도 3차 천일결사에 입재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은 9차년도 1차에 입재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몇 차인지 정확하게 알았어요.
첫 마음은 '좋은 법문 들으면서 마음 공부를 해보자' 였습니다. 그런데 3월에 입학하고 불과 2개월만에 당시 법당의 김은정 부총무님의 권유로 봉사를 시작해 법당 사회활동 담당이 되었고, 발심행자로, 통일의병으로 소임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첫 소임은 JTS 거리 모금이었습니다. 낚인 거죠 한마디로. (호탕하게 웃음) 봉사는 그 후 단발성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지속되었고 지금은 서대문정토회 사회활동 팀장으로 소임을 이어가고 있어요.
그래도 전 '무엇이든 할거면 제대로 해보자'란 생각으로 소임을 맡았고, 적응도 빨랐습니다. JTS 거리모금에서 느꼈던 희열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성금을 호소하는 저의 멘트에 기부하는 시민과 눈을 마주칠 때면 감동이 있었어요. 목덜미가 오싹해지는 전율이랄까요? 그 감동이 쉽사리 잊히지 않아 계속해서 봉사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 후 점점 늘어나는 소임들. 눈을 떠보니 제가 정토회 활동가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6개월이 지나 정회원이 되었고 "발심행자" 라는 단어가 매우 큰 울림이 되어 저에게 사명감도 주었지요. 이놈의 몹쓸 장남병! 하하.
<깨달음의장>에서 배운 대로 정토회 활동을 통해 모든 것을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그런데 요즘은 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깨달음의장>을 권유했던 아내가 서운해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활동을 하리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나 봅니다.
처음 소임을 맡으면서 활동 내용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투박함과 무심함에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적응을 한 건지 마음을 내려 놓은 건지 둘 중 하나로 마음은 편해졌어요. 이왕 할거면 제대로 하고 그 무엇을 대하더라도 주저함 없이 사람들 앞에 나서서 가볍게 마음을 내고 싶습니다.
요즘은 조금 고갈된 제 자신을 보며, 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라요. 소임을 수행적 관점에서 해야 하는데, 어느덧 일이 되어 버린 것 같아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지는 않는지 고민이 됩니다. 수행이라는 윤활유로 활동 소임의 바퀴가 잘 굴러가게 해야 되는데, 수행과 기도에 대한 마음은 흐려지고 봉사가 일처럼 다가와서 요즘은 슬럼프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런 분별심은 활동 중에 계속 있을 것이라 생각되고요. 그래서 스님의 가르침 대로 수행과 기도를 놓치지 않고 분별심에서 평정심으로 돌아오는 힘을 키우라는 말씀을 명심하려고 합니다.
장남으로서, 직장인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짊어지고 살던 무거운 책임감을, 정토회를 만나 내려놓은 우경원님. 오늘도 수행의 윤활유를 고루 바르며 소임의 바퀴가 잘 돌아가도록 살피겠지요. 종로법당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든든한 바퀴가 되어주는 발심행자, 우경원 님의 수행정진을 응원합니다.
글_ 남형아 희망리포터(서대문 정토회 종로법당)
편집_권지연 (서제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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