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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달 23일에 서울로 이동하여 3주 동안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 일정을 마치고 한 달 만입니다.
새벽 4시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아침 7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아침 식사를 한 후 밭과 논을 전체적으로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9월 초에 태풍으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있었는데 어느 정도 복구가 되었는지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 점검했습니다.
먼저 비닐하우스 1, 2, 3, 4동을 차례대로 둘러보았습니다.
이어서 아랫논과 윗논을 살펴보았습니다. 아랫논에는 산사태가 나서 울타리가 넘어지고 벼가 일부 쓰러졌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벼는 누랗게 익어서 곧 수확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윗논 위에 저수지에는 아직 물이 많이 고여 있었습니다. 산밑밭에는 목화가 통통하게 여물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산아랫밭과 산윗밭을 차례로 둘러보았습니다. 들깨가 모두 넘어져 있었지만, 위를 향해 순이 다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도라지밭은 꽃이 지고 씨방이 검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도라지 씨앗이 벌써 떨어지고 있어요. 빨리 수확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태풍이 지나간 흔적은 대부분 복구가 되어 있었고, 한 달 사이에 곳곳이 가을로 변해 있었습니다. 산 위 밤나무 밭 아래는 토실토실 익은 알밤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밤을 많이 주웠지만 올해는 자리를 비운 바람에 밤을 제대로 줍지 못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 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129번째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방송실 카메라 앞에 앉은 스님이 먼저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금 한국 남부 지방의 날씨는 아침 기온이 13도, 낮 기온이 21도입니다. 좀 서늘하고 쌀쌀한 가을 날씨입니다. 저는 오늘 한 달 만에 두북 수련원으로 왔습니다. 들판에는 벼가 노랗게 익어있고요. 밤나무 밑으로 가봤더니 밤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제 완전히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고, 봄은 따뜻하고, 가을은 시원하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춥다’, ‘덥다’ 하는 표현은 부정적 느낌의 표현입니다. ‘따뜻하다’, ‘시원하다’ 하는 표현은 호의적 표현입니다. 그래서 봄과 가을을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봄은 잎이 나고 꽃이 피는 계절이지만 따뜻함으로 인해서 약간 마음이 들뜨는 계절입니다. 그러나 가을은 약간 차분하게 가라앉고 곡식이 익어가는 결실의 계절입니다. 그래서 가을은 수행하고 명상하기에도 좋은 계절입니다. 명상이라는 것은 마음이 가라앉고 편안하고 조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머리가 따뜻하기보다는 시원해야 합니다. 어떤 날씨에서든지 수행을 할 수 있지만, 가을 날씨는 명상하기에 더 알맞은 계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질문이 들어온 게 없어서 곧바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긴장을 풉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갖습니다. 조급하거나 들뜨지 않습니다. 애쓰지도 않습니다. 한가한 마음을 갖습니다. 한가하고 편안한 가운데 마음을 콧구멍 끝에 딱 모아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명상은 멈춤과 알아차림입니다. 모든 동작과 생각을 멈춥니다. 그리고 마음을 한곳에 집중합니다. 이것을 멈춤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들숨과 날숨을 분명히 알아차립니다. 생각과 동작을 멈추고 오직 들숨과 날숨의 호흡만 알아차립니다. 알아차리려고 애쓰지 않고 다만 알아차립니다. 안 되면 다시 합니다.”
탁, 탁, 탁!
30분씩 두 타임 명상을 이어서 했습니다. 명상이 끝나자 다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명상을 마쳤습니다. 졸았든 힘들었든 어떤 것도 다 명상 중에 일어나는 경험입니다. 명상하면서 느낀 소감을 댓글창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실시간 댓글창에 올라온 소감들을 스님이 직접 읽어주었습니다.
“My mind still got distracted frequently by thoughts but i felt less fustrated and my leg felt less painful.”
(망상이 계속 올라왔지만 다리는 덜 아프고 또 덜 답답했습니다.)
“Though many thoughts were unfolding like movie scenes towards the end my mind became focused.”
(영화처럼 너무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는데, 끝날 무렵에 집중이 더 잘 된 것 같습니다.)
몇몇 소감들을 함께 나눈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의 느낌이나 소감이 이렇든 저렇든 명상을 했기 때문에 경험한 겁니다. 자전거를 처음 탈 때는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하지만 넘어지는 것이 결국은 자전거를 타는 과정입니다. 그것처럼 꾸준히 정진해 나가면 편안한 상태를 더 많이 가지게 될 겁니다. 나아가 편안한 상태를 일상에서도 조금씩 유지해 나갈 수가 있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과 저녁에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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