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3.4 사전투표, 도문 큰스님 인사, 금요 즉문즉설
"외동딸인 저에게 의존하는 엄마가 부담스러워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제법 매섭게 기승을 부리던 추위가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시작됐습니다. 바람은 많이 불지만 따뜻한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북 수련원은 낮 기온이 15도까지 오를 정도로 완연한 봄날입니다. 뜰 앞에는 매화꽃도 피었습니다.

오늘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일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사전투표소로 향했습니다.

새벽 6시에 투표소 문이 열리자마자 투표를 한 후 투표소 입구에서 투표 독려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영상 촬영을 마친 후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오전 7시 30분에 은사 스님인 도문 큰스님을 뵙기 위해 부산 중생사로 향했습니다. 먼저 큰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큰스님은 절을 받으며 삼귀의를 염송 했습니다.

"나모땃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쌈 붓다싸.
붓당 사라낭 가차미.
담망 사라낭 가차미.
상강 사라낭 가차미.”

큰스님은 먼저 의자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바쁘신데 왜 오셨어요? 저는 요즘 허리가 굳어서 아무리 주물러도 안 풀어져요. 치료사가 의자에 앉으라고 해서 이렇게 앉아 있을게요. 이해해 주세요.”

“편히 앉으십시오.”

“오늘 법륜스님이 온다고 해서 어젯밤에 일찍 자리에 누웠는데, 새벽 2시에 눈이 떠졌어요. 예불하고 기도하고 스님에게 전할 말을 좀 정리했어요.

고려대장경 대승방등부에 잡보장경이 있어요. 잡보장경에 ‘무재칠시’가 나옵니다. 재물이 없더라도 몸과 마음으로 복을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재칠시 중에 무재오시는 꼭 행해야 합니다. 첫째, 안시(眼施)입니다. 사람을 대할 때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으로 대하는 거예요. 둘째,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입니다. 자비롭고 미소 띤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거예요. 셋째, 정어언사시(正語言辭施)입니다. 올바른 생각에서 비롯된 올바른 말을 해야 합니다. 법륜 스님은 즉문즉설을 통해 말로 보시를 하고 있는 거예요.

넷째, 봉공신보시(奉公身辭施)입니다. 색수상행식, 즉 오온이 인연 따라 모였다가 사라지는 존재가 우리 인간이에요. 그러니 무아의 경지에서 ‘모두를 위해서 사는 몸이다’ 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며 사는 것을 뜻해요. 법륜 스님이 바로 봉공신보시를 하고 있는 거예요. 다섯째, 자비희사심보시(慈悲喜事心辭施)입니다. 마음으로 행하는 보시를 말해요. 착하고 어진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행에는 다섯 가지 장애가 있어요. 이걸 극복하려면 오정심관(五正心觀)을 닦아야 합니다. 탐애심은 구상부정관 정진을, 진애심은 자비관 정진을, 우치심은 인연관 정진을, 산란심은 수식관 정진을, 아견심은 관불관 정진으로 다스리세요.

무재오시를 행하고, 오정심관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사념처관을 닦아서, 부처님과 조사들의 은혜를 갚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지악수선(止惡修善)을 행해야 합니다. 악업을 그치고 선업을 닦는 불도를 행해야 해요.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과 전 세계 인류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야 합니다.”

큰스님은 한 시간 동안 게송을 읊고 그 뜻을 풀이해준 후 스님에게 세 장의 종이를 전해주었습니다.

“법륜 스님에게 요것만 전해주고 좋은 이야기를 듣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제가 말을 많이 했네요. 이해해주세요.”

스님은 합장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큰스님과 한 시간 정도 더 이야기를 나눈 후 스님은 걸레를 빨아와 큰스님의 방을 구석구석 깨끗이 닦았습니다.


“큰 스님께서는 방이 깨끗한 걸 좋아하시잖아요. 저희가 머물다 갔으니 깨끗이 닦아놓고 가겠습니다.”

“고마워요.”

방을 다 닦고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앞으로는 한 달에 한 번씩 찾아뵙고 발우공양도 함께 하겠습니다.”

“떡 하나, 돈 한 푼 안 준 법륜 스님에게 늘 은혜를 입고 사네요.”

큰스님은 함께 온 행자에게 당부를 했습니다.

“법륜 스님은 금생에 만나기 어려운 스승이니 잘 배우도록 하세요.”

“네. 스님.”

서둘러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늦은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곧이어 오후 3시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난민 문제와 관련하여 국제 구호 단체인 JTS 관계자들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JTS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대량의 난민들을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국경 변을 답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스님은 JTS 대표님에게 국경 변 답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유럽 지도를 컴퓨터에 띄운 후 스님이 도시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기 위해

“지금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서 키예프를 향해 공격해 들어가고 있어요. 현재 키예프 근방까지 도착해 있습니다. 그래서 키예프에 사는 사람들이 도시를 탈출하여 폴란드 쪽으로 많이 넘어가고 있어요. 폴란드로 넘어가는 피난길이 막히니까 슬로바키아로 넘어오는 사람들도 있고, 헝가리로 넘어오는 사람들도 있고, 루마니아로 넘어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크림 반도에 살던 사람들은 몰도바로 넘어오고 있어요. 그래서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몰도바, 이렇게 5개 나라에 70만 명의 난민이 현재 넘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으로 총 400만 명의 난민이 넘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그리고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드네프로 강을 건너 서부 우크라이나로 넘어가는 국내 난민이 300만 명 발생할 것 같다고 합니다. 지금 전쟁이 동부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서부로 넘어오는 거죠. 우리나라도 6.25 전쟁 때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난을 가야 했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국외에 400만, 국내에 300만, 총 7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JTS 대표님께서 우크라이나 국경 변을 답사해 주면 좋겠어요. 국경 변에 숙소를 잡아야 하는데 이미 난민들이 다 머무르고 있어서 숙소를 구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차 안에서 잔다고 생각하고 준비해 가세요. 차 안에 옷과 이불, 식량을 다 싣고 다녀야 합니다.

어떤 경로로 답사를 다니면 좋을지 제가 지도에 다 표시해서 보내줄게요. 지도법사가 함께 동행을 못하니까 여러분이 유럽 지도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 합니다. (웃음)

그리고 독일정토회에서 활동하는 추희숙 보살님 부부가 자신들이 운영하던 치과를 문 닫고 답사 일정을 함께 도와주기로 했어요. 같이 의논해서 답사를 다니시면 됩니다.”

조금 있다가 바로 독일정토회 Scretary 겸 상임이사인 추희숙 보살님과 화상으로 연결해서 JTS 대표님과 같이 어디를 어떻게 가서 무엇을 조사할 지에 대해서 의논하였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지도 공부를 많이 해서 가겠습니다.”

이어서 오후 4시에는 공동체 법사단 회의를 했습니다. 도문 큰스님을 시봉 할 사람이 없어 누구를 파견할 지에 대해 논의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에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46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스님은 오늘 한 일을 소개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20대 대통령선거 열기로 여론이 아주 뜨겁습니다. 그에 반해 지구 저편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서 많은 피난민이 생기고 있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두 가지 일을 했습니다. 오전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사전 투표소로 가서 문을 열자마자 투표를 했습니다. 사전투표일에 투표를 못하신 분들은 3월 9일 본 투표일에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침에 투표하고 온 영상을 잠깐 보겠습니다.”

▲ 영상 보기

스님이 직접 투표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일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오후에는 국제구호단체 JTS에서 우크라이나 국경변에 봉사자를 파견하기로 의논을 하였습니다. 하루속히 전쟁이 멈춰지기를 바라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전쟁이 금방 멈춰질 것 같지 않네요.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도울 수 있을지 답사를 해보려고 합니다.

서아시아 국가인 시리아 난민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난민은 같은 유럽국가라서 그런지 유럽 각국에서 환영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현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크라이나가 어렵긴 하지만 우리가 도와야 할 만큼 어려운 건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고, 6.25 전쟁 때 우리나라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현장에 가서 직접 상황을 파악한 후 결정하려고 합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어머니가 외동딸인 자신에게 너무 의존적인 것이 부담스럽다며 어떻게 하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외동딸인 저에게 의존하는 엄마가 부담스러워요, 어떡하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어머니가 외동딸인 저를 감정적으로 남편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에게 최선을 다 해도 늘 저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엄마와 가까이 있으며 너무 힘들고, 멀어지면 죄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연락을 자주 했는데, 항상 자신의 힘듦과 외로움을 토로하시는 일이 십 년이 넘게 반복되니 저도 제 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입니다. 어머니는 본인이 사는 이유가 저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것도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객관적인 눈으로 저와 엄마의 관계를 바라보고 저를 바꾸고 싶습니다.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생각하는 제가 이기적인 걸까요?”

“질문자는 마치 어머니가 문제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네요. 이것은 이혼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상대편이 문제였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질문자는 자신의 괴로움이 어머니 때문이라고 접근하는데, 그 자세가 잘못되었어요. 어머니가 문제라면 해결책은 어머니의 죽음 이외에는 없다는 것이 됩니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사는 게 힘들기 때문에 질문자에게 의지하는 것인데, 그게 문제라면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 돼요.

자식이 부모가 의지하는 것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말은 엄마가 죽어야 자식이 살기 편해지는 것이 되니까 결국 그 말은 엄마에게 죽으라는 얘기밖에 더 되나요? 관점도 잘못됐고, 해결책도 아니에요. 어머니가 죽는다고 해결책이 나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질문자는 또다시 죄의식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괴로움은 자신의 문제임을 자각해야 됩니다. 어머니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 엄마를 둔 내가 어떤 인생을 살 것이냐!’ 이렇게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우선 어머니와의 관계를 딱 끊고 한 번 살아보세요. 어머니가 죽든지 살든지 상관하지 말고 관계를 딱 끊고 살아보면 내 상태가 점검이 됩니다. 어머니한테서 전화 연락도 안 오고, 어머니와 갈등도 안 생기기 때문에 당장은 마음이 편안한데, 마음속에서 ‘혹시 자살하면 어떻게 할까?’ 하고 걱정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본인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건 어머니의 문제가 아니에요. 어머니와 관계를 끊고서는 도저히 살지 못하는 내 문제라고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질문자한테 어머니는 계속 섭취하면 건강이 나빠지고 끊으면 내가 못 견디는 마약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어요. 정말 그런지 알아보려면 질문자가 먼저 어머니와 관계를 끊어보면 됩니다.

어머니와 관계를 끊어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면 계속 관계를 끊고 살면 돼요. 죄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는데 죄가 안 됩니다. 어머니가 자살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는데 장례를 잘 치러드리면 돼요. 질문자가 죽인 것도 아니고, 죽으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어머니는 성인이기 때문에 스스로 그런 결정을 한 것이고, 질문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와 관계를 끊고 살아보니 ‘돌아가시면 어떡하나?’, ‘자살하면 어떡하나?’ 하면서 도저히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면 그건 질문자 문제예요. 어머니를 안 보면 질문자가 너무 불안하다면 어머니를 모셔서 보호를 해야 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그것이 질문자한테 더 편하니까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겁니다. 앞으로는 ‘어머니가 나한테 의지한다’, ‘어머니가 나를 남편으로 삼는다’ 이렇게 어머니 탓을 하면 안 돼요.

지금 질문자는 심리상담을 한 내용을 자기를 변명하는 데에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는 인생 문제가 안 풀려요. 변명이 딱 끊어져야 합니다. 질문자가 괴로운 이유는 어머니 때문이 아니에요. 어머니를 안 보고는 살지 못하는 자기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어머니를 만났을 때 안심이 되는 이익이 어머니를 못 봤을 때 갖는 부담보다 더 크기 때문에 어머니를 모시는 거예요.

어머니를 위해서 어머니를 모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어머니를 모신다는 관점을 딱 가지면 어머니와 같이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어머니가 남편을 원하면 질문자가 남편 역할을 해주면 되고, 어머니가 엄마를 원하면 엄마 역할을 해주면 됩니다. 관점을 이렇게 잡아야 가부간에 결론이 나요.

어머니와 같이 있으면 ‘나를 너무 의지해서 못 견디겠다’ 하고, 어머니와 떨어져 있으면 ‘어머니가 자살하면 어떡하지?’ 하고, 이런 관점 자체가 본인은 괜찮은데 엄마가 문제인 것처럼 생각하는 겁니다. 이 괴로움은 내 문제라는 관점이 확실히 잡혀야 해결이 가능해요.

내 문제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어머니와 관계를 딱 끊고 일 년간 연락하지 않고 살아보면 돼요. 그렇게 지내도 마음이 편하다면 계속 그렇게 살면 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냐고요? 장례를 치러드리면 됩니다. 죄가 안 되냐고요? 아무 죄도 안 됩니다. 그런데도 도저히 어머니와 따로 떨어져서 못살겠다고요? 그럼 어머니를 모시고 같이 살면 됩니다. 이 괴로움은 엄마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예요. 나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 어머니를 모시는 겁니다. 관점을 이렇게 잡고 있으면 금방 해결이 돼요.

질문자는 지금 심리적으로 마약 중독자와 똑같은 상태예요. 한마디로 ‘먹으면 건강에 나쁘고. 끊으면 힘들어서 못 살겠고, 어떻게 하면 됩니까?’ 이런 질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머니와 관계를 딱 끊어보고 그게 되면 계속 끊고 사세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제가 외국에서 살게 되면서 엄마를 꽤 오랫동안 안 보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다시 한국에 돌아오고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니까 다시 엄마가 힘든 마음을 저한테 토로하세요. 제가 외국에서 살 때는 나름대로 건강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 어떡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요.”

“어머니가 힘들다고 하면 ‘아, 힘드시구나!’ 하고 알면 됩니다. 어머니가 죽겠다고 하면 ‘죽지는 마세요!’ 하고 말하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시게 되면 나중에 장례를 치러드리면 됩니다.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 아니에요. 엄마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질문자가 정신과에 가서 오히려 치료를 받아야 해요.”

“어머니가 자살할 것 같은 언급을 종종 하셔서 두려워요.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어머니가 자살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머니의 그런 말에 신경을 안 쓰면 됩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자살하면 안 된다!’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면 질문자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어머니를 모셔야죠. 질문자는 지금 ‘어머니도 안 모시고, 어머니의 자살도 방지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이 있을까?’ 하고 묻는 거잖아요.

대부분의 부모들이 갖고 있는 최대 약점이 아이를 걱정하는 겁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엄마가 야단치면 아이는 ‘밥 안 먹어!’ 이럽니다. 그러면 엄마들이 ‘원하는 걸 다 해줄 테니 밥은 먹어라’ 하고 싹싹 빕니다. 중학교를 다닐 때는 ‘밥 안 먹어!’ 이렇게 말해도 엄마가 먹지 마라면서 치워버리니까 그때는 ‘공부 안 해!’ 이럽니다. 중학교 다닐 때는 공부를 안 하면 큰일이니까 엄마가 ‘알았다!’ 하고 다 해줍니다. 조금 더 커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공부 안 해!’라고 해도 엄마가 ‘공부하든지 말든지 안 하면 네 손해지!’ 하고 말아 버리니까 ‘집을 나갈 거야!’ 이럽니다. 집을 나가면 큰일이니까 또 원하는 것을 해줍니다. 더 커서 대학교에 다닐 때는 집을 나간다고 말해도 엄마가 ‘안 그래도 귀찮은데 나가라’ 이럽니다. 그러면 아이는 ‘죽어버릴 거야!’ 이러죠. 그럼 또 아이를 말려야 합니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아이가 밥을 안 먹겠다고 하면 밥그릇을 치워버리고, 공부를 안 하겠다고 하면 ‘돈도 없는데 잘 됐다’ 하고, 집을 나간다고 하면 ‘나가라’ 하고 문을 잠가 버려야 해요. 그런데 인간관계를 그렇게 딱 못하죠. 그러니 아이 문제가 아니고 엄마 문제라고 알아야 합니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의 경우도 엄마의 문제가 아니고 질문자의 문제라는 겁니다. 어머니가 정신적인 질환을 갖고 있을 수도 있지만, 어머니로서는 자살할 암시를 줘야 질문자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거예요. 여러분들도 부부지간에 싸우다가 ‘이혼하자’ 하고 말할 때 정말 이혼하려는 게 아니라 남편을 협박하기 위해 그러는 거잖아요. 이혼 카드를 꺼내야 비로소 겨우 남편이 정신을 차리고 내 말을 듣기 때문입니다. 그게 다 상대를 굴복시키려고 하는 약자의 수단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그걸 나쁘다고 볼 게 아니라 그렇게 하는 상대를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는 겁니다.

엄마가 자살한다고 할 때 내가 어떠냐를 봐야 해요. 사실은 나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지만, 그로 인해 만약 내가 후회한다면 어머니를 모셔 와서 그런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그런 협박 때문에 내가 도저히 못 살겠다면 ‘그건 어머니의 인생이고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설령 어머니가 돌아가시더라도 장례나 잘 치러드리면 됩니다.

이렇게 자기 인생을 자기가 결정하라는 거예요. 그게 안 된다면 질문자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문제가 아니고 질문자의 문제라는 관점을 딱 갖고 있어야 어머니로부터 독립할 수 있어요.

제 말이 너무 냉정하게 들리나요? 출가한 스님이라서 저런 소리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 수 없어요. 내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해야지 누가 합니까.

내가 어머니를 해친 게 아니라면, 어머니가 가시는 길은 어머니의 선택이고, 내가 가는 길은 나의 선택입니다. 각자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해 존중해 줄 수밖에 없는 거예요.

어머니가 의지심이 많다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도록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큰 일 아니에요. 누워있는 치매 환자를 모시는 것보다 쉬운 일이에요. 그래도 질문자의 어머니는 자기 손으로 자기 밥 먹고 똥오줌도 자기가 가리잖아요. 그러니 어머니를 모신다 해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질문자가 정신적으로 어머니에게 너무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을 하라는 거예요. 그걸 자꾸 어머니의 문제로 보지 말아야 합니다. 자식이 아프면 그 부모는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요. 부모님이 아파서 누워계시면 자식으로서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러나 수행이란 그런 부모님을 둔 자식도, 그런 자식을 둔 부모도,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관점을 갖는 것입니다. 핑계를 대면 안 돼요. 주어진 조건에 맞춰서 내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살아가는 게 인생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직장 상사가 개인사 등 많은 부분을 지시하고, 본인이 하라는 대로 일하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막말을 하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에 관해 좋지 않은 말을 해요. 사회생활에서 돈을 벌기 위해 어디까지 맞추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 주변에서 주식이나 부동산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음의 안정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제 인생관이 흔들리고 있음을 느낍니다. 부를 쫓으니 제가 부족해 보이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니 먹고 살 게 걱정입니다. 편안한 마음과 부의 추구, 두 가지가 함께 갈 수는 없을까요?

마지막으로 질문자들이 자신의 소감을 말하거나, 방청객이 조언을 하거나 비슷한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머니와의 밀착된 관계 때문에 힘들다는 분도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스님이 마약 중독자라고 비유하는 순간 내 문제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을 다듬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스님이 질문자를 위해 한 번 더 격려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조금 독하게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정신을 좀 차려야 돼요. 집착만 놓으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런데 집착하고 있으면 천 갈래 만 갈래가 얽혀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됩니다. 그러니 자꾸 작은 이익을 너무 따지지 마세요. 크게 멀리 봐야 합니다. 좀 떨어져서 보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다 머리에서 생각이 만들어낸 고민입니다. 한 생각 놓아버리면 별일 아니에요.

‘살아있어서 감사합니다’, ‘밥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아주 기본적인 관점을 갖고 사물을 보면 훨씬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돈을 갖다 버리라든지, 이혼을 하라든지, 인간관계를 끊으라든지, 다 버리고 산으로 들어오라든지,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다니던 직장을 그대로 다니고, 관계를 그대로 두되, 약간 한 발 떨어져서 보라는 겁니다. 그러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인생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어요.

일상 속 행복연습, 정토불교대학

혼자서 즉문즉설만 계속 들으면 지식만 늘어나지 실제로 삶은 안 바뀝니다. 그래서 즉문즉설 대로 살아보는 연습을 해야 해요. 그게 바로 정토불교대학입니다. 제가 일일이 상담을 못 해주니까 앞으로는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서 연습을 계속해봐야 해요.

그래서 정토불교대학에 한 번 입학해 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믿음은 개인의 자유이니까 하느님을 믿든 부처님을 믿든 그건 개인이 알아서 하면 돼요. 그러나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고, 어떻게 하면 마음이 편해지는지, 이 문제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정토불교대학에서 누구나 배울 수 있습니다. 혼자서 공부할 때보다 함께 공부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돼요.”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실시간 댓글창에는 오늘 즉문즉설을 시청한 소감이 쏜살같이 우수수 올라왔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한 후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5

0/200

감사

그저 감사합니다 스님

2023-05-10 04:03:41

굴뚝연기

도문큰스님~가까이 계시면ㆍ제가 자주 찾아뵙고ㆍ조금이라도 돌봐드릴텐데요ㅜ법륜스님의 스승님이시니,법륜스님껜 부모님같으신 분일텐데‥허리찜질기를 사셔서 뜨끈하게 지지시면 좀 풀리시지 않을까싶은데요‥굳어지시니 뜨거운찜질이 나을거같거든요~도문스님 뵙는 법륜스님 우실거같아요ㅜ우크라이나난민 도우실 계획하시는군요‥국경변이니 가시는분들 넘무리하지 마시구,조심히 다녀오십시오~

2022-03-09 16:03:57

정미주

스님 방닦으시는 모습에서 가슴이 뭉클 합니다
은사 스승님의에 대한 존경심 큰 귀감이 됨니다
감사합니다

2022-03-09 1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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