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3.3 감나무 가지치기, 텃밭 거름주기
“이혼 후 다시 전 남편이 그리워져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두북 수련원에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스님은 오전에는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후에는 점심을 먹자마자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이야, 홍매화가 피었네요.”

울력복을 입고 나선 길에서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린 홍매화를 만났습니다.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도 부드러웠습니다. 한층 가까워진 봄을 느끼며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울력 일감은 감나무 가지치기와 텃밭에 거름주기입니다. 스님은 감나무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뒤뜰에 감나무가 매해 조금씩 자라더니 전선을 넘나들고 있었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나무 위로 올라가 전선보다 높이 뻗은 나무 가지를 톱으로 베어주었습니다.



그냥 톱질을 해도 힘이든 데, 팔을 들어 올려 톱질을 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스님, 제가 하겠습니다.”

묘당 법사님이 스님과 바꾸어 나무 위에서 가지를 치고, 스님은 땅에 떨어진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잔가지를 다듬어 트럭에 차곡차곡 실었습니다.



오늘 가지 칠 나무는 총 네 그루였습니다.


3시간을 꼬박 울력을 하니 네 그루를 다 가지 칠 수 있었습니다.

“아이고, 시원하다. 그런데 올해는 감을 좀 덜 먹어야 할 거예요.” (웃음)

트럭에 모든 나뭇가지를 싣고 길에 떨어진 나무 조각도 깔끔하게 치웠습니다.


한 편 다른 행자들은 텃밭에 거름을 주고 흙과 뒤섞어 씨앗 뿌릴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수고했어요. 오랜만에 울력을 하니 좋네요.”

저녁에는 원고 교정을 하고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25일에 있었던 금요 즉문즉설 강연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이혼 후 다시 전 남편이 그리워져요, 어떡하죠?

“저는 얼마 전에 이혼 판결을 받았습니다. 남편과 12년 동안 같이 살았어요. 초반 4년은 평범하게 살았고, 이후 7년은 남처럼 밥도 따로 먹고 말도 섞지 않고 각 방 생활을 했습니다. 초등학생 아이 둘이 있습니다. 남편이 경제를 통제하는 게 힘들어서 제가 이혼 소송을 했습니다. 이제 서류상으로 정리가 다 됐는데, 대화를 하다가 아직 서로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귀신에 씌었던 것처럼 하루아침에 남편이 더 이상 밉지 않습니다. 제가 그동안 일방적으로 남편을 매정하게 대해서 한창때인 사람을 오랫동안 외롭게 한 점이 너무 미안합니다. 180도로 변한 저를 보고 남편은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다가 최근에는 이혼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으니 저한테 마음을 정리하라고 했습니다. 소송을 준비한 2년 내내 혼자 잘 살 것이라고 다짐했고 지금도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제야 남편이 이해되니 남편이 그립습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내 떡일 때는 먹기 싫다가 이제 남의 떡이 될 거 같으니까 갑자기 떡이 먹고 싶은가 봐요. 같이 있으면 귀찮고, 헤어지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은데, 막상 헤어지면 외롭죠. 그래서 다시 만나면 해결될 것 같은데, 막상 만나서 살다 보면 또 귀찮거든요. 헤어진 남편이 좋아져서 다시 재혼을 해도 갈등은 똑같이 생깁니다. 그러니 남편의 말처럼 이혼을 무르겠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다시 재혼을 하더라도, 질문자는 외로움이나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더 깊이 느낀 후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재혼을 하더라도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아요. 일시적인 감정에 치우쳐서 이혼을 무르게 되면, 또 똑같은 갈등이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 너무 미련을 갖지 마세요.

제일 좋은 방법은 이혼한 상태로 동거를 해보는 겁니다. 질문자는 지난 7년간 동거를 해왔잖아요. 그때처럼 아이들의 부모로서는 역할을 하되, 부부로서는 일체 관계를 끊고 지내보는 겁니다. 동거를 하면 경제적으로도 서로 도움이 되잖아요. 집을 새로 안 구해도 되고, 음식도 같이 먹으면 절약이 됩니다. 양육비와 생활비를 계산해서 서로 적절하게 나눠서 부담하는 거예요. 친구랑 동거할 때 생활비를 나눠서 내듯이 냉정하게 계산해서 동거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동거를 하면서 연애를 하는 정도는 괜찮아요. 내 남편, 내 아내를 만나는 게 아닙니다. 그냥 같이 살다가 살짝살짝 서로 마음에 들고 뜻이 맞을 때마다 연애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연애를 며칠 했다고 갑자기 결혼하자고 하면 안 돼요. 연애하는 마음으로 살면 관계가 더 오래간다는 뜻입니다. 결혼을 하면 상대에 대한 기대가 확 높아져 버리기 때문에 금방 갈등이 생겨요.

이미 지난 7년 동안 한 집에 살면서 따로 생활을 했잖아요. 이제 법적인 정리를 다 했으니 마음도 정리를 해보세요. ‘전 남편이다’, ‘전 아내다’ 이런 미련은 딱 끊어야 됩니다. 서로를 평생 동안 안 보고 살라는 말이 아니에요. 남남으로 살면서 가끔 데이트하고 싶으면 데이트도 하고, 산책하고 싶으면 산책도 하되, ‘다시 부부로 살까’ 이런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겁니다. 서로 합치지 말고 동거를 제안해 보세요.”

“제가 스님 강의에서 전 남편을 애인처럼 삼으라는 말씀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전 남편에게 제안을 했더니 그 사람은 제도나 관습이 있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 이렇게 생각하더라고요.”

“동거를 하면 언제든지 헤어져도 되잖아요. 같이 살기 싫으면 내일이라도 나가도 되고, 모레라도 나가도 됩니다. 연애는 언제든지 그만두면 돼요. 결혼보다 간단합니다. 그래서 유럽에는 법적으로 결혼을 안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법적 결혼을 하려면 헤어지기 위해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고, 재산 분할도 해야 하니까요. 유럽의 젊은 사람들이 갖는 생각은 왜 우리 둘의 사적 영역에 국가 권력이 관여하느냐는 거예요. 같이 살든, 헤어지든, 재산을 어떻게 분할하든, 그것은 우리 둘의 문제라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간통죄가 폐지된 이유도 사적 영역에 국가의 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람을 피우라고 간통죄가 폐지된 것이 아니에요. 성인이 누구를 만나서 어떤 관계를 맺든 그건 자기 선택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결혼한 두 사람 사이에 약속을 안 지킨 것이니까 민사 소송으로 손해배상을 물어야지, 경찰이 잡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거예요. 어떤 사람이 돈을 빌렸는데 안 갚으면 민사소송을 해야지 형사소송을 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나라 별로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35%에서 많게는 65%까지 법적인 결혼 없이 동거를 한다고 해요. 그렇다고 유럽 사람들은 이성을 만나는 게 자유롭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법적으로만 결혼 신고가 안 되어 있지 동거를 해서 죽을 때까지 같이 살기도 하고, 아이를 낳고 살기도 해요.

예전에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결혼을 안 하고 동거를 하는 사람이었어요. 당선이 되고 나서 대통령 관저에 같이 살았는데, 임기 중에 대통령이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니까 영부인 역할을 하던 분이 관저에서 가방 하나 싸서 나가버렸습니다. 비난이나 소송도 없고 일체 아무 얘기 없이 그냥 나가버렸어요. 유럽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서로에게 언제까지 살자는 구속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자는 겁니다.

특히 재혼한 부부가 이전 결혼에서 각각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갈등이 더욱 생기기 쉽습니다. 이런 갈등을 조금 완화하기 위해서 미국에서는 법적 결혼을 하고도 각자 자기 집에 따로 사는 경우가 있어요. 유럽에서는 거꾸로 동거는 하고 결혼은 안 하는 경우가 있고요. 이렇게 헤어지고 만나는 것이 자유로운 경우도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것처럼 질문자가 놓인 처지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따로따로 자녀를 가진 사람들도 연애를 할 수 있는데, 질문자처럼 같은 자녀를 둔 남녀가 아이들을 위해서 동거를 하는 것이 무슨 문제겠어요? 필요하면 연애를 해도 됩니다. 연애가 필요 없으면 안 해도 되고요. 다만 한 집에 살더라도 각자가 다른 남자나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해 절대 간섭하면 안 됩니다. 부부는 아니니까 서로 몇 시에 들어오든 누구를 만나든 일절 간섭을 안 하고 살아야 해요. 그게 안 되면 따로 살아야 합니다. 이렇게 관점을 갖고 생활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예전에 내가 당신에게 부족했던 것이 있으니 빚을 좀 갚고 싶다. 재혼을 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니까 당신이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안 나가고 싶으면 안 나가도 된다.’

이렇게 자기 의견만 얘기하면 돼요. 결혼을 하자거나 말자거나 이런 주장을 하지는 마세요. 이혼을 이미 했으니까 자유롭게 풀어줘야 됩니다.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은 이제 그의 자유예요. 전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면 내가 전 남편과 친구를 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고, 다른 여자를 안 만나면 친구를 하기가 쉬워지는 겁니다. 이렇게 몇 년 지내보고 다시 생각해보세요.

이미 이혼을 해놓고 감정에 의해서 금방 합치면 또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결혼생활은 한 번 해봤으니까 이제는 조금 시간을 갖고 실험을 더 해보면 좋겠어요. 동거를 몇 년 해봐도 큰 문제가 없다면 동거로 끝까지 가도 됩니다. 유럽은 그런 결혼 형태가 절반이 넘거든요.

새로운 남자와 재혼한다고 생각하면, 결혼을 할 수도 있고, 결혼을 안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질문자는 재혼을 한다고 했을 때 굉장히 유리한 조건에 있는 거예요. 재혼을 하는데 상대편 남자가 실제로 애들 아빠니까 자녀 갈등은 전혀 없잖아요. 그러나 집착하면 안 됩니다. 남편은 냉대받은 것에 대한 상처가 있기 때문에 질문자에게 마음이 가도 조금 망설여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구속하지 말고 좀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 남자에게 ‘남편’ 또는 ‘전남편’이라고 부르면 안 돼요. ‘남자 친구’라든지 ‘애들 아빠’라고 불러야 합니다. 그래서 부부라는 생각을 딱 끊어야 진짜 친구가 됩니다. 남편이라는 생각이 마음 밑에 끈적끈적하게 남아있으면 친구가 되기 어려워요.”

“뒤늦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것이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겠네요. 스님 말씀대로 집착하지 말고 제가 빚을 갚는다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연애를 해보겠습니다.”

“연애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마세요. 연애란 같이 살다가 정이 들어야 연애가 되는 겁니다. 또 상대도 좋아해야 연애가 성립하지 나 혼자 좋아한다고 성립하는 게 아니에요. 일단 동거를 먼저 해보고 마음에 들면 연애도 해보다가, 완전히 같이 살아도 되겠다 싶을 때 결혼 문제를 고민하면 됩니다. 결혼은 이미 한 번 해봤으니까 결혼 문제는 아예 고려하지 마세요. 같이 지내보고 둘 다 서로를 원할 때 그때 가서 재혼을 말하는 게 좋습니다. 재혼을 자꾸 내세우면 상대는 속박을 느껴서 도망갈 위험이 있어요.” (웃음)

“네, 잘 알았습니다.”

내일은 우크라이나 난민 발생 상황에 대해 온라인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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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화

감사합니다.

2022-03-13 20:18:13

케이

제마음이 괴로워 뒤적이다 글을 읽게되었습니다
이혼후 다시 같이살게되었지만 또 똑같은 괴로운삶을 살고있습니다 스님의 모든 말씀이 와닿고 끄덕이게됩니다
상처주고 상처받고 .. 사는게 너무 힘듭니다
스님말씀 많이 읽어보겠습니다

2022-03-13 15:26:05

김종서

스님! 감사합니다 ㅎㅎ

2022-03-08 17: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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