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2.10 필리핀 민다나오 방문 2일째
“마을을 이을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생겨 기쁩니다”

안녕하세요. 필리핀 민다나오에 온 지 2일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까방라산 군 깔라카판 유아원 준공식과 까따블라란 철제 다리 현판식에 참석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2시에 일어나 원고 교정 업무와 한국에서 온 메일을 확인하고 업무를 보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5시에 각자 방에서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하고 아침식사를 한 후 8시에 까방라산 군으로 출발했습니다.

출발한 지 2시간이 지난 9시 30분에 깔라카판 유치원에 도착했습니다. 행사 시작 전에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이 나와 스님 일행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신발 없이 맨발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 지역이 무척 가난하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JTS와 까방라산 군이 처음으로 인연이 된 것이 작년 2018년입니다. 원주민 마을인 까따블라란에 학교 건축을 하면서 인연이 되었습니다. 당시 공사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JTS사업을 아주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군수님 덕분에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고, 그 인연으로 이 지역을 더 답사한 결과 다른 군에 비해 주민들의 삶이 훨씬 더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 원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이 지역에 살고 있었으나 2011년 NPA(신인민군)와 정부군의 큰 충돌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떠돌아다니다 2015년부터 안정을 되찾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이주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군수님은 원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부지를 마련하고 집을 지어 원주민에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면서 JTS에 유치원 건축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30여 명의 아이들이 임시로 천막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JTS에서는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유치원 건립을 추진했습니다.

준공식은 먼저 커팅식, 현판식, 신부님 기도, 필리핀 국가 제창, 내빈소개, 축사, 감사인사, 기념식수, 기념사진 촬영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스님은 유치원 준공을 기념하여 인사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깔라카판 유치원 개원과 준공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협력해 주신 시장님, 면장님, 이원주 대표님, JTS 멤버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은 제때에 배워야 합니다. 그동안 이곳에는 교통이 불편해서 교육시설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도로가 생겼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모든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부형들께서 더욱더 협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시장님 말씀을 들으니 여기에 큰 마을이 들어설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아이들도 더 많아지고 학교가 필요할 것입니다. JTS 이원주 대표님이 저에게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그때를 생각해서 학교를 더 지어야겠습니다.’ (모두 박수)

학부형들께서 아이들을 학교에 잘 보내주셔서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해야 다음에도 학교를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아이들을 유치원에 잘 보내어주셔서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해가 떠서 밝아지듯이 가난한 이 마을에도 학교 교육을 통해 아이들로부터 새로운 희망이 시작되리라 믿습니다.” (모두 박수)

아이들이 희망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교사들 모두가 스님의 마지막 말에 크게 박수를 치며 기뻐했습니다.

남녀를 대표하여 앞으로 나온 아이들에게 체육복을 한 벌씩 입혀주었습니다.

나머지 모든 아이들에게는 학용품을 나누어 주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음은 까따블라란 철제다리 준공식 장소로 출발했습니다. 철제다리는 까따블라란 초등학교로 가는 도중에 있습니다. 차로 20여 분을 이동한 후 더 이상 차가 갈 수 없는 곳에 도착하니 오토바이 14대가 스님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가슴에 1번부터 14번까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스님이 1번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하자 번호 순서대로 14대의 오토바이가 출발했습니다.

오토바이 14대가 산길을 동시에 올라가는 모습은 마치 군사 작전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울퉁불퉁한 오르막길과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기사들이 아주 능숙하게 운전했습니다. 험한 산길을 오토바이로 30여 분을 달리고 나니 철제 다리가 나왔습니다.

작년에 스님이 까따블라란 초등학교 준공식에 왔을 때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 때 주민들이 간절히 원한 것이 철제다리였습니다. 이원주 대표님이 마을 리더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당시 까따블라란 마을 진입로 11km 구간 중에서 6곳의 계곡에 나무 다리가 아주 허술하게 놓여져 있었습니다. 이제 철제다리가 새로 놓여졌기 때문에 말이나 오토바이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철제다리 준공식은 아주 깊은 산속 계곡에서 마을주민들과 군청에서 나온 몇몇 공무원 그리고 JTS 멤버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되었습니다. 이원주 대표님의 건축 경과 보고, 군수님과 마을리더의 감사인사, 스님의 인사 말씀. 기념사진 촬영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먼저 군수님은 감격스러운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제가 처음 군수가 되었을 때는 이곳에 마을이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이제라도 이렇게 마을과 마을을 이을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생긴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 다리를 통하여 우리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 평화의 다리를 잘 지켜 나가서 법륜 스님이 약속했듯이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법륜 스님과 JTS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을 리더도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이제 다른 마을과 소통할 수 있는 다리가 생겨서 너무 기쁩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과 JTS 멤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군수님은 지역 주민의 어려움을 미리 챙기지 못했음을 미안해했고, 주민들은 이런 지원을 해주려고 노력한 관계자들 모두에게 감사해 했습니다.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습니다.

스님도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 다리가 만들어져서 기쁩니까?”

“Yes!” (모두 박수)

“이 지역과 저 지역이 단절된 것을 서로 연결해주는 것을 ‘다리’라고 해요. 한국말로는 걸어갈 수 있게 사람의 몸에 붙어 있는 이것도 다리라고 합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만나려면 걸어가야 하고, 걸어가려면 다리가 있어야 되잖아요.

그것처럼 이쪽에 있는 면과 저쪽에 있는 군이 이제 다리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면과 군이 다리로 연결이 되었으니 면장님이 군수님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마을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많은 다리와 계곡을 건너면서 ‘다리가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서 매년 보수를 하려면 참 힘들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매년 보수를 하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좋죠?”

“Yes!” (모두 박수)

“이 철제다리는 물론 JTS가 지원을 하긴 했지만 군수님과 마을 리더가 아이디어를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저도 직접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다니기가 힘들겠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JTS가 지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까따블라란 지역이 아니더라도 이런 곳이 많을 텐데, 어려운 곳이 있으면 여러분과 JTS가 함께 협력해서 아이들 교육과 주민들의 편리를 위한 일을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준공식 행사가 끝나고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1년 전에 준공한 까따블라란 초등학교로 이동했습니다.

학교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들을 점검한 후 다시 오토바이를 1시간 가량 타고 차가 대기하고 있는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까방라산 근처로 이동하여 늦은 점심을 함께 먹고 나니 오후 3시가 되었습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저녁에는 민다나오 JTS센터로 이동했습니다. 센터까지 3시간 정도 소요되었는데, 이동 중에도 스님은 민다나오 JTS사업에 대한 얘기를 이원주 대표님과 계속 나누었습니다.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JTS스텝들과 함께 2019년 민다나오JTS 사업에 대한 평가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마을개발, 학교건축, 시설사무, 교육물품지원, 의료봉사, 마을리더 연수, 자급자족을 위한 시범농장운영, 그리고 안정적으로 활동하기 위한 비자업무 문제 등 1년 동안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서 발표하고 토론했습니다.

스님은 JTS스텝들의 발표를 다 듣고 나서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격려한 후 앞으로 검토해야 할 일에 대해 하나씩 조언해 주었습니다.

1시간 30여 분 동안 사업 평가를 한 후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다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후 스님은 원고 교정 업무와 한국에서 온 문서를 체크하고 한국과 소통했습니다. 이어서 이원주 필리핀JTS 대표님, 노재국 필리핀정토회 대표님과 함께 내일 있을 2020년 사업계획에 대해 사전 논의를 한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민다나오 주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 분쟁이 없는 세상에서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전체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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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지역주민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2-03 15:48:09

정지나

감사합니다 꾸벅^^

2019-12-25 21:48:55

월광

스승님! 이원주회장님과노재국거사님어 제이티에스지원활동가님들 모두모두 참 고맙습니다. 민다나오 가족분들도 참 고맙습니다.

2019-12-23 15: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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