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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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24 경전반 특강수련 및 경주불교학생회 동문회

nbsp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벽 6시부터 경전반 특강수련에 참여해서 즉문즉설을 한 후 오후에는 경주 불교학생회 동문회 초청으로 통일암에서 법회를 가졌습니다.nbspnbsp어제 오후부터 문경 정토수련원에서는 전국에서 400여 명의 경전반 수강생들이 모인 가운데 특강수련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특강수련 이틀째로 새벽 6시부터 9시까지 그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궁금했던 점에 대해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nbspnbspnbsp새벽 4시 30분에 시작된 천일결사 기도가 끝나고 6시 정각이 되자 스님이 법상 위로 올라와 환한 웃음과 함께 “잘 주무셨어요?” 하고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대답이 별로 크지가 않았습니다. 아마도 집에서 혼자만 자다가 대중이 여러 명 모여서 자니까 코를 고는 사람도 많고, 잠이 잘 오지 않았을 겁니다. 스님은 잠을 제대로 못 잔 사람들을 위로해주기 보다는 “대웅전에 올라가서 삼천배라도 좀 하지 그랬어요?”라며 농담을 던졌습니다. 그러면서 “코 고는 소리에는 잠을 못자면서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는 어떻게 그렇게 잘 주무실 수가 있어요?”라고 말하자 모두 박장대소를 하였습니다.nbspnbspnbsp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이었지만, 스님의 농담 덕분에 모두들 잠을 확 깰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거두절미하고 곧바로 질문에 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질문지를 모두 작성해서 제출했는데, 스님은 질문지 한 장 한 장을 직접 읽고 답변해주는 방식으로 강연을 이어갔습니다.nbspnbspnbsp14개의 질문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한 가지 질문과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상을 짓는 것과 원을 세우는 것이 과연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는데, 스님은 상을 짓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양한 비유를 들어가며 쉽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금강경에는 상을 짓지 말라는 구절이 수없이 반복되어 나옵니다. 마침 경전반 수강생들은 금강경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스님의 명쾌한 답변 덕분에 아주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습니다.nbspnbspnbsp“상을 짓지 않는 것과 뜻을 세우는 것이 양립할 수 있나요? 스님의 금강경 강의에서 ‘무주상보시’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들었습니다. 분별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통일을 염원하거나 정토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상을 짓지 않는 것과 배치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만일 정토세상을 염원하게 되면 정토세상과 배치되는 사람들 또는 그들의 행동에 대해 분별심이 날 것 같습니다. 통일을 방해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행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고요. 상을 짓지 않고도 뜻을 세워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번뇌 없이 인생을 의미 있게 살 수 있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nbspnbsp“그런데 질문자가 약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상을 짓는 것과 뜻을 세우는 것은 상반되는 문제가 아닐 뿐만 아니라 양립할 수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nbspnbsp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지금 전쟁이 일어난다면 죽는 사람이 수십만 명 생기겠죠. 수십만 명이 죽으면 그 가족들은 아마 백만 명이 될 것이고, 이 사람들은 굉장히 심적으로 괴롭겠죠. 또 난민이 많이 생기게 되겠죠. 그럼 여러분들도 집과 재산을 다 두고 도망을 다녀야 하고, 다른 나라에 가서 천막을 치고 산다든지, 학교 같은 데에 임시로 수용돼서 살아야 하니까 생활도 굉장히 불편하고, 마음도 굉장히 괴롭겠죠. 이 때의 괴로움은 지금 여러분들이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괴롭다고 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남편이 술 먹고 들어와서 못 살겠다 하는 것과도 비교가 안 됩니다. 회사에서 부하가 말을 안 듣는다, 상사가 잔소리를 해서 괴롭다 하는 것과도 비교가 안 됩니다.nbspnbsp물론 그런 상황 속에서도 수행자는 남을 도우면서 싱글벙글하고 살 수 있어야 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럴 때 제가 지금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을 상담해 줘서 인생이 행복해지게 하는 것도 물론 필요한 일이긴 합니다만, 그것보다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이야 말로 절대 다수 국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이 되겠죠. 그러니까 우리가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라면, 같은 조건하에서는 개개인들이 노력해서 행복도를 더 높이도록 하는 것이 과제가 될 테지만, 개개인들을 둘러싼 이 환경이 조금 더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거나 조금 더 나은 쪽으로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가 있겠죠. 즉, 같은 조건에서 개인이 마음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서 괴로움이 줄어들고 행복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을 ‘수행’이라 말하고, 주어진 환경이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거나 조금 더 나은 쪽으로 개선함으로 해서 사람들의 행복들을 높이는 것을 ‘정토세상 만들기’라고 말합니다. 이해가 되세요?”nbsp“네.”nbsp“그러면 ‘수행’과 ‘정토세상 만들기’, 이 두 가지가 다 필요해요, 그냥 개인이 수행만 하면 될 것 같아요?”nbspnbsp“두 가지가 모두 필요합니다.”nbspnbsp“예. 그렇다면 ‘불교를 믿는 사람이 개인 수행만 하면 되지 왜 세상 문제에 관심을 갖느냐?’ 이렇게 말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얘기가 됩니다. 그렇게 말하는 불교는 잘못된 불교입니다.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불교잖아요.nbsp그래서 부처님의 원래 가르침은 두 가지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환경이 어떻든 자기 수행을 해서 그 주어진 환경 안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이런 환경 자체가 악화되는 것을 막고 개선되는 쪽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부처님이 계급 제도를 부정하거나 남녀 차별을 부정하는 얘기를 하실 필요가 없었겠죠. 지금도 인도는 계급 차별이 얼마나 심합니까? 그런데 부처님은 그런 것들을 다 부정하셨습니다.nbspnbspnbsp그것처럼 지금 남북이 분단되어 있으니까 서로 미워하고 군비 경쟁을 하는데,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것이 이렇게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보고 그런 통일을 추구함으로 해서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중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수행자가 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전쟁을 해서라도 통일만 되면 된다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통일을 하자는 것인데, 전쟁을 해서라도 통일하자는 것은 사람들이 괴롭든지 말든지 통일만 하면 된다는 통일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생각입니다.nbspnbsp이렇게 ‘통일만 하면 된다’고 고집하는 것을 ‘상을 짓는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와 달리 분단된 상태보다는 통일된 상태가 그래도 사람들에게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행복도를 높여준다고 보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통일에 대한 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을 짓는 것과 원을 세우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nbspnbsp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무조건 ‘우리 나라가 옳고, 일본은 틀렸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분별심에 해당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옳다고 하는 상을 가진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이 우리를 억압하고 한국 사람들을 차별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 차별에서 벗어나는 것은 한국 사람들의 행복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독립운동을 펼치는 것은 상을 짓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여성이 만약 차별을 받는다면 이 차별을 없애는 것은 바로 정토세상을 만드는 일에 해당합니다. ‘남자들은 나쁜 놈들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nbspnbsp상이 무엇인지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만약 제 안경에 파란 색깔이 입혀져 있다고 칩시다. 그러면 이 흰색 벽이 제 눈에는 파랗게 보이겠죠. 이 때 진실은 저 벽은 흰색인데 내 눈에는 파랗게 보인다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안경을 끼고 있는 상태에서는 그렇게 인식이 안 되고 ‘저 벽이 파랗다’ 이렇게 인식이 됩니다. 여기서 안경에 입힌 색깔과 같은 것이 바로 ‘업식’입니다. 여러분들은 다 자기 나름대로의 업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자기의 업식으로 사물을 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사물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에게 그렇게 인식이 될 뿐인 겁니다. ‘저 인간은 나쁜 놈이다’라고 말할 때 그 사람이 본래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내 업식에 비춰진 인상이 나쁜 놈으로 인식되는 겁니다. 똑같은 행위라 하더라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리 인식된다는 얘기입니다. 어떤 행동은 본래 좋은 행동도 아니고 나쁜 행동도 아닌데 그것을 인식하는 과정에서는 그 행동을 나쁜 행동으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고, 좋은 행동으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죠.nbspnbspnbsp그런데 우리는 나에게 나쁜 행동이라고 인식이 될 때 ‘그 사람이 진짜 객관적으로 나쁜 행동을 했다’라고 착각한다는 겁니다. ‘저 벽은 내 눈에는 파랗게 보이는구나’ 이렇게 알고 있지 않고 ‘저 벽은 본래 파란색이야’ 이렇게 알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주관을 객관화시키는 것을 ‘상을 짓는다’라고 말합니다. 상을 짓는다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셨어요?”nbsp“네.”nbsp“상을 안 짓는다는 것은 저 벽을 곧바로 하얗게 보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저 벽이 파랗게 보일 때 ‘내 눈에는 저 벽이 파랗게 보이는구나’ 이렇게 아는 것도 또한 상을 안 짓는 것이 된다는 겁니다. ‘내 눈에는 저 행동이 나쁘게 보이네’ 이렇게 자각하는 것은 상을 짓는 것이 아닙니다. 그 행동이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는 나도 몰라요. 그러나 ‘내 눈에는 나쁘게 보이네’라고 아는 겁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저 벽을 보고 ‘빨갛다’라고 주장해도 ‘눈이 삐었나?’ 이렇게 화내지 않는다는 겁니다.nbspnbspnbsp상을 짓기 때문에 시비가 일어나는 겁니다. 상을 짓지 않으면 시비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네 눈에는 저 벽이 빨갛게 보이는구나’ 이렇게 될 뿐입니다. 상을 짓지 않으면 이렇게 서로 다르게 봐도 시비가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저 벽이 빨갛게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상을 지은 것이 아닙니다. ‘내 눈에는 저렇게 보이는구나’ 하고 자각하는 것이 상을 짓지 않는 겁니다. 그러면 ‘다시 한번 살펴보자’ 이렇게 나오게 되고 서로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죠. 한 사람은 빨갛다고 하고 한 사람은 파랗다고 해도 서로 소통이 가능해지고 갈등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저 벽은 파랗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여기니까 상대가 빨갛다고 하면 ‘저 사람이 미쳤나?’ 이렇게 시비하게 되는 겁니다.nbspnbsp그러나 상을 짓지 않으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도 서로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상을 어떻게 안 지어요’라고 반문하겠죠. 예, 맞습니다. 우리는 상을 지을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주관적으로 인식된 것을 객관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수행자라면 ‘파랗다’라고 할 때 얼른 자각을 해서 ‘아, 내 눈에는 파랗게 보이는거지’ 이렇게 사실대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합니다. 저 벽은 하얗다고 인식하는 것만이 사실이 아니라 ‘내 눈에는 파랗게 보인다’라고 인식하는 것도 사실인 거에요. 이렇게 상을 짓지 않으면 우리의 삶이 더 행복해지고, 인간관계가 더 좋아지고, 세상이 더 평화로워질 수가 있습니다.nbspnbsp그러니 이렇게 상을 짓는 것과 ‘지구 환경을 보존해야겠다’, ‘저 가난한 사람들을 좀 도와야겠다’ 하고 원을 세우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남을 도와주어야겠다는 것도 상을 지으면 본질에서 어긋나게 됩니다. 남을 도와야 한다는 상을 지으면 상대가 도움이 필요없다고 하는데도 돕겠다고 고집하게 됩니다. 도움이라는 것은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잖아요. 상대가 필요하지 않는 것을 돕겠다고 하는 것은 내 기분에 불과한 것이지 실제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상대에게는 고통이 되는데도 자기는 돕는다고 난리인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행동은 사실 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행동에 불과한 겁니다. 그래서 상을 짓는 것은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다 일을 그릇되게 만듭니다.nbspnbspnbsp예를 들어 ‘깨달아야 되겠다’ 하는 것도 상을 짓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깨달음이라는 것을 객관화시키는 순간 깨달음이라고 하는 허상에 매이게 됩니다. 그래서 깨달았느니 못 깨달았느니 하는 것으로 상대를 시비하게 됩니다. 이것은 깨달음이라는 것으로 또 하나의 상을 만든 것입니다. 질문자는 의문이 좀 해소가 되었어요?”nbsp“아니요. 아직 해소가 안 되었습니다. 뜻을 세워서 그것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염원하게 되면, 그것이 안 될 때 실망을 하게 되잖아요.”nbsp“실망을 하게 되면 그것은 상을 지은 것이 됩니다. 안 되었다고 왜 실망을 해요? 안 되면 될 수 있게 다시 하면 되죠.”nbsp“그럼 ‘안 되어도 좋다’ 이렇게 생각해야 하나요?”nbspnbsp“안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안 된 것이잖아요. 안 되는 것이 뭐가 좋긴 좋아요?”nbsp“그렇게 안 이루어졌을 때 어떻게 하면 다시 에너지가 생길 수 있을까 궁금하거든요.”nbspnbsp“뜻을 세우는 것은 좋은데 상을 짓게 되면 그것이 안 되었을 때 괴로워집니다. 그러나 상을 짓지 않게 되면, 안 되었을 때 괴로워하지 않고 다시 노력하게 됩니다. 괴로워하고 있을 시간에 한번 더 노력하지 왜 괴로워하고 있어요? 기분이 나쁘면 ‘아, 내가 집착을 했구나’ 하고 알아차려서 탁 놓고 다시 시작해야죠.nbspnbspnbsp어떤 결과를 보고 기분 나빠하면 내가 상을 지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집착을 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결과가 좋도록 최선을 다하되 결과가 주어지면 받아들이고 다시 개선을 위해서 노력해야죠. 부족하다 싶으면 ‘다음에 또 잘해야지’ 이렇게 다짐하고요.nbspnbsp그래서 ‘보살은 다만 할 뿐이다’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지장보살도 상을 지으면 성질이 나서 지옥에 오래 못 있습니다.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네요. 지옥에 떨어진 것은 자기가 잘못해서 떨어진 건데 너무 힘들어하니까 구제를 해줬단 말이에요. 그렇게 한 번 구해줬으면 정신차리고 다시는 지옥에 안 와야 하잖아요. 그런데 조금 있으면 또 지옥에 떨어진단 말입니다. 구제해주면 또 떨어지고, 구제해주면 또 떨어지고를 반복합니다. 저 같으면 세 번만 반복하면 그냥 포기해버릴 겁니다. 그 이유는 ‘내가 구제했다’ 하는 상을 짓기 때문입니다.nbspnbsp그러나 지장보살은 ‘지옥에 떨어지는 것은 그 사람의 일이고, 그것을 구하는 것은 나의 일이기 때문에 나는 구하기만 할 뿐이다’라고 하면서 ‘저 사람은 두 번 떨어졌다, 세 번 떨어졌다’ 하고 따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원본존 지장보살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 원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대원’이라고 표현하는 겁니다.nbspnbsp상대가 실수를 하더라도 보통 세 번까지는 봐주는데 그 이상이 되면 여러분들도 도저히 못 봐주잖아요. 지장보살을 염한다는 것은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그 폭을 점점 넓혀간다는 것을 말합니다. 억울하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벌받을 짓을 한 사람들까지도 불쌍하게 여겨서 돕고자 하는 것이니까 그 원이 얼마나 큽니까. 그러니까 남편이 바람을 피워놓고 그 상대 여자와 관계가 안 풀려서 너무 너무 괴로워하고 있는데,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지장보살이다 이 말입니다.nbspnbspnbsp왜 지장보살을 ‘대원’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좀 되세요? 그러니 상을 짓게 되면 원이 그렇게 커질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 마음을 내었다가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성질이 나서 금방 집어치워 버리게 됩니다. 여러분들도 그동안 통일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 같으니까 절망감이 들지요? 이 때 절망감이 드는 이유는 ‘내가 노력했다’ 하는 상을 짓기 때문이에요. 뒤로 밀리게 되면 물러나서 다시 밀면 되거든요. 우리가 차를 밀다보면 밀고 있는데도 뒤로 밀릴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바보 같은 짓을 한 것이냐. 아니에요. 내가 밀지 않았다면 뒤로 밀릴 때 더 멀리 밀려나가게 되었을 겁니다. 내가 밀어서 앞으로 간 것도 성과이지만, 가만히 내버려두면 뒤로 10m 밀려날 것을 그래도 내가 열심히 밀어서 5m만 밀리게 했다면 이것도 큰 성과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것을 성과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죽어라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안 좋아졌다고 여깁니다.nbspnbspnbsp이런 어려운 시기에도 포기하지 않고 통일운동을 계속 해나가는 것은 앞으로 못 간다 하더라도 뒤로 덜 밀리도록 막는 효과는 있는 겁니다. 즉 5000원 손해 날 것을 3000원만 손해나게 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라도 해야 역사를 발전시킬 수가 있는 겁니다.”nbsp“이제 이해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nbspnbsp몇 번의 문답이 오가고 마침내 질문자가 환하게 웃자 청중들도 큰 박수로 공감을 표했습니다. 질문자가 계속 질문을 해주었기 때문에 스님으로부터 더 분명한 가르침을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nbspnbsp십여 개의 질문에 모두 답하고 나니 어느덧 법문을 시작한지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설명을 해준 스님에게 경전반 수강생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nbspnbsp법문을 마치면서 스님은 수행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nbspnbspnbsp“목표로 세운 일이 잘 안 된다고 쉽게 절망하지 마세요. 반대로 잘 된다고 너무 흥분해서도 안 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통일의 희망이 별로 없어 보이죠? 그렇지 않습니다. 꾸준히 해나가면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nbspnbsp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100일 해보고 안 된다고, 200일 해보고 안 된다고 ‘에잇, 수행해도 소용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분기점을 넘으려면 시간이 좀 걸려요. 보통 그 시간을 못 참습니다. 그래서 작심삼일이 됩니다. ‘일은 사람이 하고 뜻은 하늘이 이룬다’는 말도 있잖아요. 다만 할 뿐이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야 합니다. ‘남편한테 잘하면 남편이 바뀐다던데 어떻게 하면 바뀌지?’ 이런 마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더 성질이 나게 되어서 ‘이 인간은 내가 노력해도 안 되네’ 하고 포기하게 됩니다. 수행은 내가 하는 것이고, 바뀌는 것은 남편이 할 일인 겁니다. 연관을 지으면 안 됩니다. 그래야 내가 꾸준히 할 수가 있습니다.”nbsp이렇게 법문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은 세 가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nbspnbsp“세 가지를 저와 약속해야 합니다. 첫째, 경전반을 졸업해야 합니다. 중간에 그만두면 안 됩니다. 둘째, 기도를 빼먹지 말고 매일 해야 합니다. 셋째, 깨달음의장은 다 다녀왔을 테니 나눔의장이든 명상수련이든 둘 중에 하나는 올해 중에 반드시 해야 합니다. 할 수 있겠어요?”nbsp“네.”nbspnbsp“이 세가지를 다 했으면, 그 다음에는 정토회 정회원 가입신청서를 제출해서 발심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정회원이 되었다면, 그 다음에는 통일의병이 되어야 합니다. 통일의병이 되어야 동북아 역사기행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올해 8월에 가는 동북아 역사기행에는 처음으로 러시아 연해주에도 가게 됩니다. 그러니 이 모든 과정에 부지런히 참여하시기 바랍니다.”nbsp경전반 수강생들은 큰 박수로 스님과 함께한 세 가지 약속을 꼭 지킬 것을 맹세했습니다.nbspnbsp문경 정토수련원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경주로 향했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경주 남산자락의 통일암 너른 터에서 경주 불교학생회 동문회 초청으로 법회가 열렸습니다. 스님이 통일암에 도착하자 이미 도착해 있던 많은 동문들이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nbspnbspnbsp경주 불교학생회는 스님이 고등학교 시절에 열심히 활동했던 서클이었습니다. 스님은 이 불교학생회 회장을 했던 인연으로 불심 도문 큰스님을 만나 분황사에서 출가를 하게 되었지요.nbspnbsp경주 불교학생회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동문회는 그 명맥이 잠시 끊겼다가 4년 전에 신심있는 몇 사람에 의해 다시 복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법회 역시 경주 불교학생회 동문회가 다시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준 사람들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도모하고자 마련된 자리라고 합니다.nbspnbsp스님이 통일암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오전에 경주 남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후였습니다. 오랜만에 모인 동문들은 같이 점심식사를 하면서 옛시절을 회상하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동문회에서 만든 새책 출간 기념식을 간단히 한 후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nbspnbspnbsp100여 명의 동문들이 참석한 가운데 삼귀의 반야심경으로 스님에게 법을 청하자 스님은 환한 웃음과 함께 편안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nbspnbsp“우리가 어린 학생시절이었지만, 민족 중흥과 불교 중흥이라는 큰 원을 세웠습니다. 후배 여러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분황사에서 살 때는 황룡사 대종과 9층 목탑을 한번 복원해 보겠다고 원을 세웠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주말마다 리어카를 끌고 고철을 주우러 다녔어요. 그걸로 황룡사 대종 만든다고 하면서요. 또 황룡사 터에 호미 들고 가서 기와 조각을 주워 와서는 집집마다 건네면서 이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입니까? 금은보화입니까? 아닙니다. 조상의 얼입니다. 여기 조상의 얼이 담겨 있는 기와 조각을 하나씩 보낼 테니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하십시오.’ 요즘 같으면 문화재관리법 위반으로 잡혀갈 일이죠. 하하하.nbspnbsp우리가 그 꿈을 아직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런 우리들의 꿈이 있었기에 그 꿈은 언젠가 새로운 불교의 꽃으로 피어나게 될 것이고, 민족 중흥의 꿈도 또한 통일 대한민국으로 실현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nbspnbsp그런데 제가 여러분들을 가만히 지켜보니까 첫 번째는 군대에 다녀오면서 그 꿈이 희미해지더니, 두 번째는 결혼을 하고 나서 더욱더 희미해져버린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그 꿈을 많이 잊어버리셨을텐데, 이제는 결혼도 했고 사회에서도 자기 나름대로 한 분야에서 역할도 해보셨잖아요. 그렇다면 지금에 이르러서는 우리가 무엇으로 인생의 의미를 가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이런 제안을 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어릴 때 가졌던 그 꿈을 다시 한 번 실현해보자구요.nbspnbsp저희 스승님께서 어린 우리들을 앉혀놓고 수계를 할 때마다 ‘네가 출가를 하든지, 네가 못하면 너의 자식들 중 하나를 출가시키든지, 그것도 못하면 손자들 중에라도 하나 출가를 시켜서 불교를 중흥하겠느냐?’라고 말씀하셔서 우리들 모두 ‘네’ 하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기억이 안 나요?nbspnbspnbsp여러분들이 기억을 하든 못하든 큰스님께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오늘 제가 여기 온 이유는 큰스님을 대신해서 그 빚을 좀 받으려고 온 겁니다. 하하하. nbspnbspnbsp그러니 늙었지만 지금이라도 출가를 하든지, 안 그러면 자식을 출가시키든지, 어쨌든 옛 일을 추억으로만 여기지 말고, 그 때 같이 꾸었던 꿈을 앞으로 한번 만들어 봤으면 합니다.”nbsp이렇게 오늘 모임의 취지에 대해 스님의 생각을 들려준 후 곧이어 질문을 받았습니다. 많은 동문들이 스님에게 평소 궁금하던 것들을 질문했고, 스님은 지혜로운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nbspnbsp법회를 모두 마치고 나서는 현수막을 펼치고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화창한 봄날 오랜만에 옛 인연들과 뜻깊은 만남을 가졌습니다.nbspnbspnbsp스님의 설법이 있었기에 오늘 모임이 더욱 유익했던 것 같다며 모두들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통일암을 나와서는 울산 두북으로 이동한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nbspnbsp ※ 2016년 봄,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갑니다. 강연일정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입장입니다. 질문자 접수는 강연장에서 받습니다.

2016.04.26. 57,559 읽음 댓글 23개

2016.4.23 평화리더십아카데미 경주 워크숍

nbsp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제14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강생들을 위해 “신라의 삼국통일로 본 통일코리아의 전망”을 주제로 경주역사기행을 안내한 후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nbspnbsp새벽 6시에 서울에서 출발한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강생들은 11시가 다 되어 경주 법흥왕릉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법흥왕릉에 도착한 수강생들을 환한 웃음으로 반겨 주었습니다.nbspnbsp이번 경주역사기행은 참가자가 총 26명이어서 단촐하게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마치 260명에게 설명을 할 때와 같이 아주 열정적으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nbspnbsp▲ 법흥왕릉nbsp우선 법흥왕릉 앞에서는 반도의 동남쪽에 치우친 작은 부족국가에 불과했던 신라가 어떻게 삼국통일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 비결은 신라와 가야의 합의통일에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그 일이 일어난 때가 법흥왕 때였음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수강생들은 문명이 월등히 발달한 오늘날 남한도 북한을 포용해내기가 쉽지 않은데 당시 신라와 가야는 어떻게 평화적인 통합을 이뤄낼 수 있었는지 모두들 감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더욱이 어떤 역사학자들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스님의 예리한 통찰력에 모두들 큰 박수를 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nbspnbsp스님은 법흥왕릉에 온 김에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습니다. 영상으로만 뵙던 스님을 하루 종일 가까이 할 수 있게 된 수강생들은 “개인 과외를 받는 기분”이라며 아주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nbspnbspnbsp다음은 태종무열왕릉으로 향했습니다. 태종무열왕릉 앞에는 거북이 문양을 한 큰 비석이 참가자들을 가장 먼저 맞이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이 비석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nbspnbsp▲ 태종무열왕릉비nbsp“이것은 이 무덤이 태종무열왕릉임을 알려주는 비석입니다. 다른 무덤은 전해내려오는 전설인 경우가 많은데, 이 비석을 보면 이 앞에 무덤은 태종무열왕릉이 확실한 겁니다.nbspnbsp비석의 받침을 한번 보세요. 거북이 모양으로 만들었어요. 거북이 등 위에 비신을 높이 세우고, 비신 위에 용 문양을 올려놓은 겁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비신이 없습니다. 보통 비석의 머리 부분과 받침 부분은 많이 남아있는데 비신은 별로 남은 게 없습니다. 그 이유는 비신은 돌을 깎아서 판판하고 네모지게 되어 있어서 빨래할 때 빨랫돌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사천왕사지에도 가면 비석에 비신이 없는데 동네 수돗가에서 빨랫돌로 쓰고 있던 것을 한조각 다시 찾았습니다.nbsp거북이 문양을 한 번 보시면, 1300년이 되었는데도 마치 방금 조각을 한 것처럼 깔끔합니다. 비석의 머리 부분에는 여섯 마리의 용이 그려져 있습니다. 옆에서 보시면 이쪽에 세 마리, 저쪽에 세 마리가 그려져 있죠. 여의주를 가운데 두고 서로 다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보입니다.”nbspnbsp동네 사람들이 비신을 주로 빨랫돌로 사용했다는 얘기에 모두들 크게 웃었습니다. 지금도 살아있는 것 같은 거북이 받침대를 스마트폰으로 한 장씩 사진을 찍은 후 태종무열왕릉 앞에 모두 자리했습니다.nbspnbsp▲ 태종무열왕릉nbsp신라의 발전은 국가 형성기, 국가 발전기, 통일시기 이렇게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앞서 법흥왕릉에서 국가 형성기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면 이곳 태종무열왕릉에서는 국가 발전기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nbspnbsp nbsp“신라의 국가 발전기는 총 150년 정도 되는데, 이것을 다시 셋으로 나누면 법흥왕진흥왕 때의 비약적 발전 시기, 진지왕진평왕 때의 안정적 시기, 선덕여왕진덕여왕태종무열왕 때의 통일 준비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 남한도 지난 50년은 비약적 발전기를 겪었으니까 이제는 남은 50년은 통일 준비기가 되어야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21세기 말에는 통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중심으로 발돋움해서 세계 문명의 중심으로까지 나아가야겠죠.nbspnbspnbsp태종무열왕이 된 사람이 김춘추인데, 통일 준비기 때 대당 외교를 담당한 사람이 김춘추였습니다. 그래서 신라의 삼국통일에 있어서 첫 번째 공로자가 바로 태종무열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두 번째 공로자가 김유신이고, 세 번째 공로자가 문무대왕입니다.nbspnbsp결국 신라는 가야와 합병을 함으로 해서 국가규모가 커진 반면에 주위로부터 원한을 사게 되면서 다시 위기를 맞이합니다. 그 국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 첫째, 정치군사적인 역할을 해낸 사람이 김춘추와 김유신이었고, 둘째 정신적인 역할로 선덕여왕이 황룡사에 9층탑을 쌓고 기도를 했던 것이죠. 이렇게 정신적인 역할과 정치군사적인 역할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되면서 삼국통일의 주역이 된 것입니다. 그 중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이 김춘추가 담당했던 외교였습니다. 자체적인 힘보다는 외교적인 성과가 더 컸다는 겁니다.nbspnbsp그러다보니 일부에서는 ‘외세와 손잡고 동족의 나라를 없앤 것 아니냐’고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비판은 일리가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지금의 우리가 봤을 때의 아쉬움이지 그 당시의 신라, 고구려, 백제가 과연 동족 의식이 있었느냐 하는 것은 새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볼 수 있어요.nbspnbspnbsp신라는 꼭 이웃나라를 멸망시키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어요. 영토를 넓힘으로 해서 이웃 나라와 원수가 되었고, 이웃 나라가 쳐들어오니까 그것을 막는데 급급했고, 이웃 나라와 화친이 안 되니까 결국 당나라에 협조를 요청해서 동맹을 맺게 되었고, 그런 와중에 결과적으로 삼국통일이 이뤄진 겁니다.”nbspnbsp뚜렷한 국가 목표 없이 국난 극복의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삼국통일을 하게 되었다는 얘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아마도 지금 남한도 통일이라는 뚜렷한 국가 목표 없이 그저 좁은 안목에서 우리만의 살 길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봐지면서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nbspnbsp태종무열왕릉 뒤로는 4개의 큰 무덤이 있는데 아직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큰 무덤들을 한 바퀴 돌아 선도산 남쪽 아래에 자리잡은 진흥왕, 진지왕의 무덤을 둘러본 후 김유신장군묘로 향했습니다.nbspnbspnbsp김유신장군묘에 도착해서는 양지 바른 곳에 앉아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김유신장군의 성품을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일화들을 얘기해주어서 어느 때보다 많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nbspnbsp▲ 김유신장군묘nbsp“김유신은 훌륭한 장군이었던 것과 동시에 자신이 어떻게 해야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정무적인 감각도 뛰어났던 것 같아요. 김춘추는 황태자였는데, 황태자와 친한 친구 사이였거든요. 그런데 친구 사이만으로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자기의 여동생을 김춘추와 결혼시킵니다. 김춘추가 왕 위에 오르자 왕의 처남이 되었고, 김춘추의 아들인 문무왕이 왕위에 오르자 왕의 외삼촌이 되었죠. 그렇게 되니까 신라가 삼국통일을 하는데에 김유신의 영향력 또한 막강해졌던 겁니다. 김유신은 원래 가야 사람이었는데, 신라 안에서 이민자로서 가질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한계를 이렇게 극복함으로해서 삼국통일에도 기여를 하게 된 겁니다.”nbspnbsp이 외에도 김유신장군이 가졌던 굳은 심지와 자주적인 민족 의식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하고도 당나라가 이 땅을 떠나지 않고 도독부를 설치하자, 신라는 이에 반발하고 나당 전쟁을 8년 동안 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 김유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두고 스님은 “만약 한미연합군이 한반도를 통일했을 때 미군이 북한을 통치한다면 과연 남한이 미국과 다시 전쟁을 해서라도 통일할 수 있겠는가?”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신라의 삼국통일을 두고 외세와 결탁했다고 비판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nbspnbsp역사기행 일정이 빠듯하다 보니 별도로 점심 식사 시간을 가지지 않고, 이동하는 중에 차 안에서 다과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nbspnbsp이어서 도착한 곳은 황룡사지입니다. 아주 너른 들판에 기초석만 부분 부분 남아 있었는데, 스님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이곳에 얼마나 어마어마한 규모의 절과 탑이 세워져 있었을지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황룡사지 발굴 조감도에는 건물이 세워졌던 대략적인 위치가 잘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nbspnbspnbsp“황룡사의 건축은 이미 진흥왕 때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대에 100년 가까이 지난 후인 선덕여왕 때에 삼국통일을 발원하면서 이곳에 9층 목탑을 세웠습니다. 첫째는 외부로부터 침입이 잦으니까 국난극복을 발원하면서 세웠고, 둘째는 이런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통일이었기 때문에 삼국통일을 발원하고 탑을 세웠습니다. 이 탑을 세운 후 30년이 지나서 통일이 되었기 때문에 선덕여왕은 바로 통일의 기초를 닦은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nbspnbsp이 탑은 그 높이가 227척, 67m 였습니다. 제가 지난주에 중국에 가서 42m 높이의 요나라 시대 탑을 직접 봤는데, 밑에서 쳐다보니까 고개가 아플 정도였어요. 그런데 67m 높이라고 하니까 얼마나 높았겠습니까. 몽고가 아홉 번에 걸쳐 침입을 했는데, 9차 친입 때 이곳을 다 불질러 버렸습니다.”nbspnbsp어마어마한 규모의 절과 탑이 불에 타버리고 말았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이어서 금당 자리에 도착했습니다.nbspnbsp▲ 황룡사지nbsp“여기가 금당 자리입니다. 380평 정도 되는데 그 당시에 이렇게 큰 규모의 건물을 지었다고 하니까 굉장하죠. 여기에 장육존불을 모셨는데, 불상이 워낙 크고 무거우니까 기초를 돌로 만들었던 거에요.nbspnbsp여기가 옛날에는 다 동네였는데. 제가 어렸을 때도 이 자리는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그런데 이 자리를 그 때 무엇으로 사용했느냐면 소를 여기다가 둘러메어 놓았어요. 그래서 이 주위가 다 소똥밭이었습니다.nbspnbsp제가 황룡사지 앞에 있는 분황사에서 출가를 했는데, 어린 시절에 이곳에 살면서 황룡사 대종과 이 9층 목탑을 복원하겠다고 원을 세웠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손도 못 대고 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는 주말마다 리어커를 끌고 다니면서 고철을 주우러 다녔어요. 고철 주워서 복원 하겠다고 말이죠. 실현되고 안 되고에 관계없이 그럴 정도의 간절한 원을 세웠다는 겁니다.”nbsp역사 의식이 투철했던 스님의 학창 시절 이야기에 모두들 크게 웃었습니다. 이곳 경주에서 나고 자란 스님이 아니면 이런 설명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nbspnbsp▲ 황룡사 9층 목탑 복원 모형도가 그려진 비석nbsp이제 참가자들은 능지탑과 선덕여왕릉, 사천왕사지가 있는 낭산 자락으로 향했습니다. 능지탑에서는 문무대왕의 호국정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선덕여왕릉에서는 여왕이 가졌던 선견지명과 지혜로움, 다양한 인재를 발굴해낸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일화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nbspnbsp▲ 선덕여왕릉nbsp드디어 역사기행의 마지막 코스인 사천왕사지에 도착했습니다. 사천왕사지에서는 삼국 통일의 과정에서 외세의 개입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신라는 당나라 20만 대군의 침입을 앞두고 이곳 사천왕사지에서 나라의 명운을 비는 기도를 올렸는데, 만약 우리도 남북통일의 과정에서 강대국의 영향력을 통일에 유리하도록 활용하려면 바로 이곳 사천왕사지를 잘 복원하고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스님의 말씀에 참가자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nbspnbsp▲ 사천왕사지nbsp스님의 열정적인 설명 덕분에 1500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아주 유익한 시간 여행을 한 기분입니다. 이렇게 역사기행을 모두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온 참가자들은 저녁 식사 후 다시 강당에 모였습니다.nbspnbspnbsp저녁 7시부터는 “신라의 삼국통일로 본 통일코리아의 전망”을 주제로 특강이 열렸습니다. 스님은 먼저 여는 이야기로 신라의 삼국통일이 오늘날 남북통일에 주는 교훈에 대해 설명을 한 후 곧바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nbspnbsp총 4명이 손을 들고 오늘 역사기행을 하면서 들었던 의문에 대해 질문을 nbsp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nbspnbsp항상 통일을 이야기할 때마다 북한의 핵문제를 빼놓고서는 어떤 얘기도 진전이 될 수가 없는데, 스님은 어떻게 해야 북핵 문제가 해결되어질 수 있는지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nbspnbspnbsp“북한에서 핵실험을 했을 때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이 ‘북한이 핵을 가지면 안 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우리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데 북한이 핵을 가진 상태에서 남북통일이 되면 아무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할 테고,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nbspnbsp“물론 북한이 핵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남한에서도 일부가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잖아요. 그럴 수도 있고요. 핵을 꼭 강대국만 가져야 한다고 정해진 법은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 전에 ‘우리의 국가발전 전략을 어떻게 세울 거냐 하는 것을 먼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제가 볼 때는 우리가 중국, 일본, 미국 같은 다른 국가들과 적대해서 이겨야 한다는 국가발전 전략을 세운다면 오히려 국가 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지만 강한 나라’ 같은 국가 전략을 세워야지 ‘강대국’이 되겠다는 국가발전 전략을 세우면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해요.nbspnbspnbsp그런 면에서 생각해보면 핵을 굳이 가져서 우리에게 이익 될 게 뭐가 있을까요? 오히려 국제사회에 갈등만 유발시키기 쉽습니다. 특히 우리는 그동안 국제협력 속에서 국가가 발전했는데, 핵을 소지하겠다고 하면 지금의 국제사회와 엄청난 갈등을 겪어야 해요. 그러면 경제를 비롯해 많은 분야에서 오히려 추락하는 결과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핵보유국들은 중국은 물론이고 이란만 하더라도 영토나 인구의 규모가 크니까 외부에서 좀 차단을 해도 자급자족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전체 사회구조가 그렇게 안 되어 있습니다.nbspnbsp그리고 핵을 가져야겠다 할 때는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해요. 통일 이후에는 모르겠어요. 그건 또 그때 가 봐야겠지요. 그러나 일단 통일할 때까지는 주변국들로부터 양해와 도움이 필요합니다. 주변국의 눈치를 보는 것과는 달라요. 그런 중요한 상황에서 핵을 갖겠다고 하면 오히려 주변 국가들로부터 굉장히 경계를 받아서 통일에도 큰 장애가 된다고 저는 판단합니다.nbsp다음으로, 저는 우리가 ‘우리 민족만 잘 되면 된다’ 이런 국가발전 전략을 세우면 오히려 발전이 더뎌진다고 봅니다. 인류의 평화나 인류 전체의 공영을 추구하는 입장에 서 있을 때 오히려 국가의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구 환경을 함께 보존해내자’, ‘인권을 더 신장하자’, ‘평화 공존을 하자’ 이런 주장을 해서 작지만 어려운 약소국가들의 이익도 대변해준다면, 그들의 지지를 받아서 국제사회에서 강대국 못지않은 지위를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익만 추구하는 입장이 되면 국제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매우 작아집니다. 일본이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일본은 그동안 세계에서 2위의 경제력을 지녀왔고, 지금 중국한테 밀려도 아직 3위인데다가 인구는 우리의 2.5배나 되는 큰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일본이 국제사회에 영향력이 크지 않은 것은 너무 자국 중심의 사고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국력에 걸맞는 국가위상을 못 가지고 있는 거예요.nbspnbsp그런 면에서, 우리가 핵을 가질 수는 있지만 굳이 가질 필요가 없고, 가진다 해도 그게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미 간의 원자력 협약 같은 걸 좀 개선할 필요는 있습니다. 현재의 협약 내용에 따르면 완전히 에너지 주권이 없고, 전부 미국에 하청을 받는 식으로 되어 있어요. 재처리 시설 같은 걸 우리가 운영할 수 있도록 해서 비록 핵은 만들지 않지만 만의 하나 최종적으로 국가위기가 왔을 때는 단시간에 방어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는 가능성만 열어놓으면 되지, 핵을 굳이 가질 필요는 없지 않느냐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nbspnbsp“제가 질문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가 핵을 갖는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이 갖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꼭 결사적으로 반대해야 하는지가 궁금합니다.”nbsp“북한이 핵을 갖는 것을 우리가 결사적으로 반대한다고 북한이 핵을 안 가지는 건 아닙니다. 북한의 입장과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북한은 핵을 가질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경제 규모나 수준이 한국의 50분의 1밖에 안 되고, 인구도 절반이 안 되고, 우리는 한미군사동맹 같은 군사동맹을 갖고 있지만 북한은 외부와 일절 군사동맹이 없는 상태잖아요. 자력으로 방어를 해야 하는데 재래식 무기만으로는 도저히 방어할 수가 없겠다고 생각하니까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해서 ‘우릴 건드리지 마라. 건드리면 너 죽고 나 죽는다’라는 벼랑끝 전술을 쓸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이해를 한다면 적어도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nbspnbspnbsp그런데 그런 전략은 굳이 안보 하나만 떼놓고 보면 이해가 되지만, 요즘 국력이라는 것은 안보만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아요. 경제, 인권, 민주주의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주민들 스스로가 ‘내 나라를 지켜야겠다’ 하는 조국 사랑을 가져야 해요. 북한은 옛날에는 그런 게 비교적 강한 편이었지만 지금 주민들이 저렇게 일부 이탈하는 걸 보면 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 너무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점점 개인들이 못 견뎌서 마음이 자꾸 이반되고 있는 상태거든요. 제가 보기에 이런 상태는 고구려가 천리장성을 쌓은 것과 좀 비슷하지 않을까 해요. 거대한 당나라를 막기 위해서 군사적으로 천리장성을 쌓는 것은 맞지만, 그 성을 쌓는다고 백성들을 너무 힘들게 만들어서 민심 이반이 일어났어요. 민심 이반이 일어나니까 결국 백성들 입장에서는 내 나라를 지켜야 할 필요성이 없어진 거예요. 그래서 천리장성 축조는 고구려 국방의 필요성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구려 패망의 원인이기도 했습니다.nbspnbsp북한이 핵을 갖는 것은 그런 양날의 칼이지 않을까 합니다. 한쪽으로 보면 필요하지만 다른 한쪽으로 보면 그게 북한을 안보 면에서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두 가지 문제가 있어요. 그런데, 북한은 안보 문제에만 너무 집착되어 있으니까요. 이번에 새누리당이 국민 누가 봐도 ‘저러면 안 될 것 같은데’ 싶은 일들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한쪽으로 인식이 쏠리면 그게 안 보여요. 북한도 지금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종합적으로 보는 눈이 약합니다. 자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절박한 심정이 이해는 돼요. 그러나 그렇게 너무 한쪽으로만 사물을 보기 때문에 오히려 국가를 존립시키는 데 커다란 걸림돌을 또 하나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nbspnbsp그래서 현재 북한 스스로 이 문제를 풀기는 좀 어렵다고 봅니다. 한국이 한국의 발전은 물론 민족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도 이 문제를 풀어야 할 텐데, 그렇다고 당장 북한더러 ‘핵을 완전히 없애라’ 이렇게 을러대는 것은 북한의 경직성을 푸는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진짜 만들었는지, 어느 정도 만들었는지를 북한 말만 듣고 어떻게 믿겠어요? 다른 건 북한 말을 잘 안 믿으면서 그건 또 굉장히 믿더라고요.nbspnbspnbsp일단 자기들이 만들었다고 하니까 그렇다고 치고, ‘여기서 일단 멈추자’라는 주장이 중요해요. 실제로 만들었는지 안 만들었는지는 따지지 말고, 일단 여기서 세 가지를 멈추자고 해야 합니다. 첫째, 핵물질을 더 이상 생산하지 말 것. 둘째, 기술개발을 더 이상 하지 말 것. 즉 핵실험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것이죠. 셋째, 운반수단인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더 이상 하지 말 것. 없애라는 것보다는 이 상태에서 멈추자는 겁니다.nbspnbsp그렇게 입구 전략으로 ‘개발중지’를 하고, 출구 전략으로 시간을 좀 두고 폐기하는 걸 목표로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대신에 너희가 우려하는 게 뭐냐?’라고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북한 쪽에서 제기한 게 한미군사훈련을 중지하라는 요구였어요. 저는 중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미군사훈련을 중지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공격형 훈련은 안 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참수 작전’은 공격형 훈련이잖아요. 이런 거는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훈련하는데 너희가 무슨 상관이냐’ 이렇게 나온다면, 이것은 북한이 ‘우리가 핵무기 만드는데 너희가 무슨 상관이냐’라고 나오는 것과 똑같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북한이 위협으로 느끼는 것은 어느 정도 조정을 해주면서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것 같은 부분만 일부 제재를 가하고, 나머지 부분은 열어주는 식으로 해서 공동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출발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핵을 완전히 없애야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는 현재의 상황을 풀 수 없는 길이라고 생각해요.nbspnbsp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걸 인정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는 없어요. 첫째, 우리 국민 여론이 받아내기 어렵습니다. 설령 일리가 있다 하더라도 정치라는 것은 옳고 그른 것만 가지고는 안 되잖아요. 부부관계도 꼭 옳고 그른 것만 갖고는 안 되는 것과 같아요. 정서적인 부분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너무 기분에 치우쳐서는 안 되겠지만 국민 정서를 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북한의 진지한 노력도 같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무조건 ‘핵은 절대 안 된다’고만 하고, 북한은 미국에게 ‘적대적 정책을 폐기하라’고만 하니 이 두 가지가 부딪히면 해결책이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보다 더 나서서 북한과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국제사회의 요구인 핵 폐기는 동일한 정책노선으로 나가되 절차에 있어서는 약간의 여유를 주는 식으로 우리가 중재를 해야 해요. 핵개발 중지를 우선 입구 전략으로 삼고, 폐기를 출구 전략으로 삼아서 그 과정에서 협상해 나가야 합니다.nbspnbsp예컨대 북한에서 ‘적대 정책을 폐기해라’라고 요구하면, 우리는 ‘그럼 적대 정책이 뭐냐?’라고 물어보고, 구체적으로 공격형 군사훈련을 중지하라고 요구한다면 우리는 사드 배치를 중지시켜 준다든지 할 수 있을 겁니다.nbspnbspnbsp평화협정 문제도 있어요. 과거 노태우 정부때 맺었던 남북 간의 불가침 협정 같은 걸 다시 확인하고 미국과 중국이 보증을 서줘야 합니다. 전에는 미국과 중국이 보증을 안 서고 국회비준도 안 되었거든요. 남북관계를 가장 전향적으로 진척시킨 것은 김대중 대통령 때나 노무현 대통령 때가 아니라 노태우 대통령 때입니다.nbspnbsp또 북한은 한국이 아닌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자고 말하지만, 저는 남북이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북한의 주장은 첫째, 전쟁 당사자가 미국과 북한이지 남한이 아니라는 거예요. 휴전협정 당사자가 미국하고 북한이지, 남한은 당사자가 아니라는 옛날 주장을 계속하고 있거든요. 옛날에 그랬다 하더라도 지금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가 북한하고 미국은 아니잖아요. 물론 북한은 ‘너희는 전시작전권도 없지 않느냐’ 이런 주장도 하지요. 그래서 저는 한미동맹을 유지하더라도 전시작전권 같은 것은 우리가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권 국가가 군사 주권을 안 갖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nbspnbsp이렇게 해서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남북 간에 불가침 협정을 맺거나 더 나아가 전쟁 종식 선언을 해야 합니다. 한국전쟁은 아직 공식적으로는 끝이 안 났거든요. 그렇게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을 맺되 남북이 당사자가 되고 미국과 중국이 보증을 서줘야 해요.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과 북한만 협정을 맺어서는 신뢰가 안 간다는 것이지요. 미국이 공격해버리면 끝나잖아요. 그렇다고 남, 북, 미 3자만 참여하면 중국이 ‘미국이 참여하는데 왜 우리는 빼놓느냐’라고 시비를 걸 겁니다. 옛날에는 남, 북, 미 3자만 가지고도 됐지만 지금은 중국을 빼기에는 이미 너무 커졌어요. 그렇다고 중국이 너무 개입하는 것 또한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 남북이 중심이 되고 미국과 중국이 보증을 서는 식으로 점진적으로 조금씩 풀어나가야 해요.nbspnbsp가장 우선적인 것은 경제협력입니다. 정치군사적인 것은 시간이 걸려요. 전쟁까지 하고 오랫동안 서로를 적대하며 으르렁대던 걸 당장 내일 아침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통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통합은 가능해요. 지금 한국경제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그 출구는 통일경제, 북한개발입니다. 북한도 지금 굉장히 어려운데 그 출구가 남북협력입니다. 통일경제로 가기 위해서 우선 남한은 투자에 대한 안전보장이 우려되고, 북한은 개방에 대한 우려가 있겠죠. 주민들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을 테니까요. 이런 서로의 우려를 고려해서 협상을 통해 점진적으로 풀어나가는 한편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불신을 우리가 중재해서 조금 완화시켜 나간다면 저는 충분히 진척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nbspnbsp그 초안이 잡힌 게 2005년에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자 간에 이루어진 9·19 합의입니다. 에너지 지원을 해주는 대신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와 북미간 신뢰구축 등을 끌어낸 그 합의가 지금까지 있었던 합의 중 가장 현실적인 합의예요. 그건 미국의 조야 인사들 사이에서도 동조세력이 많고 중국에서도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일부 강경세력과 북한의 일부 강경세력이 그 문제를 놓고 서로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고, 일본이 중간에 자기 책임을 다 하지 않고 뒤틀어 버렸죠. 다른 나라들은 다 에너지를 얼마씩 지원하기로 했는데 일본은 납치 문제를 들고 나와서 책임을 회피했거든요. 납치 문제는 당연히 풀어야 하지만 이 합의에서 다루는 동아시아 평화 문제와 직결된 것은 아닌데 이걸 끝까지 걸고넘어져 자기 임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6자 회담이 파탄 나는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nbspnbsp그런 문제들을 풀어나가면서 한국이 중심 역할을 해야 해요. 한미 간의 동맹은 굳건히 하되 종속적인 입장에서는 벗어나야 합니다. 지금의 한미동맹은 미국의 이익을 위한 대 아시아 전략에 한국이 바둑돌이 되어 있는 종속적 한미동맹이에요. 한국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그만둬서는 안 됩니다. 한미동맹은 더욱 견고히 다져야 하되, 한국의 자주적인 입장은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마음대로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즉, 전 세계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이익에 우리가 동조를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즉, 평화와 통일이라고 하는 우리의 이익만큼은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이것을 ‘자주적 한미동맹’이라고 합니다.nbspnbspnbsp지금처럼 미국한테 가서 부탁하고, 중국한테 가서 부탁하는 방식으로는 풀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이익이 중심이지 우리의 이익이 중심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의 얘기를 들어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할 뿐인 겁니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에 너무 지나친 기대를 했어요. 그러다 이번에는 중국에 대한 실망을 또 너무 빨리 드러내버렸습니다. 사드배치 카드를 이용해서 미국과 중국을 다 견인해야 하는데 카드를 너무 빨리 꺼내버렸기 때문에 중국은 결국 이 문제를 한국하고 안 풀고 미국하고 직접 풀기로 해버린 거예요. 중국이 지금까지는 한국을 어떻게든 구슬리고 달래서 사드 배치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막아왔는데, 한국이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버리니까 ‘아, 이 문제는 한국하고 풀 게 아니라 미국하고 풀 문제다’ 라고 해서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서 오바마 대통령과 푼단 말이에요. 이제 우리는 아무런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주도권을 빼앗겨 버린 셈입니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미국과 풀려다가 잘 안 되니까 우리하고 의논하도록 만들었어야 하는데, 오히려 카드를 잘못 빼들어서 우리와 의논하던 것을 미국과 의논하도록 만들어버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것이 외교 문제에 있어서 큰 실책이었다고 봅니다.”nbsp핵을 가진 북한과 통일하면 좋은 점도 있지 않느냐는 가벼운 질문이었는데, 우리의 국가 발전 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북한 핵문제 해법까지 명쾌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nbspnbsp인생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통일에 대해서도 스님은 그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해법을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이어진 세 명의 질문에 대해서도 스님은 속시원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nbspnbsp마지막 질문자는 통일을 위해서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강생들이나 우리 국민들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스님은 이렇게 답변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nbspnbspnbsp“통일 문제의 해결은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주변국을 설득하는 외교를 해야하고, 통일비용을 감당하는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하고,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정치적 결단을 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국가가 나서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선거가 중요하고 투표가 중요한 겁니다. 이 선거야말로 국가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옛날처럼 왕조국가라면 왕이 잘못해서 그렇다고 왕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데, 지금 우리는 주권 재민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나라가 잘못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책임입니다. 우리가 주권자이기 때문에 그 책임이 우리에게 있지 정치인들에게 있지 않습니다. 왜 우리가 그들을 선택했느냐는 것이죠. ‘나는 저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말이에요. 그런데서 여러분들이 소극적으로 투표만 할 것이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살려내는 역할을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nbsp통일 강연을 할 때마다 늘 강조되었긴 했지만, 다시 한 번 투표와 선거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처럼 하루 종일 신라의 삼국통일과 역사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다시 이 얘기를 들으니 그 깊이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왕조국가였던 삼국시대, 임진왜란 때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선조들이 있었는데, 또 나라를 빼앗긴 일제강점기에도 자기를 희생한 의병들이 있었는데,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오늘날 우리가 통일을 이룩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겠죠. 스님의 말씀을 곱씹으며 통일코리아의 희망을 가슴에 품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 봅니다.nbspnbsp강연장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새벽 6시부터 9시까지 정토회 경전반 수강생들을 위해 즉문즉설을 해준 후 오후에는 경주 불교학생회 동문회 초청으로 통일암에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nbspnbsp ※ 민족의 역사를 올바르게 정립하고,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의 성지인 신한촌의 역사 회복과 재건을 위해 대중 여러분들의 후원금을 받습니다. 소정의 기금 출연으로 역사 회복에 동행하는 마음과 정성을 함께 담아 주시기 바랍니다.nbspnbsp 계좌번호 국민은행 57860101272869 예금주 좋은벗들nbsp

2016.04.25. 61,507 읽음 댓글 21개

2016.4.22 (저녁) 대구 통일이야기 강연

nbsp안녕하세요? 낮에 있었던 정토회 전국 모둠장 봄나들이 행사에 이어서 저녁 7시부터는 대구 수성대학교 대강당에서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nbspnbsp오늘 강연을 주관한 단체인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은 화해와 상생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만든 비영리 민간단체로 올해 6월 17일이면 설립 3주기가 되며 법륜 스님은 이곳에서 고문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nbspnbsp같은 장소에서 지난 3월말에 강연을 했을 때는 벚꽃이 막 피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여름이 온 듯 땀이 날 정도였습니다. 오후 5시, 강연 2시간 전부터 대중들을 맞이할 준비를 끝낸 봉사자들은 꼭지별로 모여 손을 모아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 기를 북돋웁니다. 얼굴엔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기합소리 만큼은 활기차 보입니다.nbspnbsp강연을 한 번 치르려면 50명에서 60명의 봉사자가 필요합니다. 무대, 내부안내, 접수, 지원, 책 판매 등 꼭지별로 봉사자가 배치됩니다. 대부분 통일시민학교에서 교육을 받아 의병번호를 부여받은 통일의병들입니다. 통일의병이라고 특별한 어떤 사람들이 아니라, 의병이니 이름을 드날릴 마음은 없고, 그저 우리나라의 통일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온 힘을 다해 한다는 열정으로 모인 평범한 대구시민들입니다.nbsp오늘 강연에는 3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습니다. 스님이 무대에 등장하자 대구시민들은 “와”하는 함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며 스님을 맞이했습니다.nbspnbspnbsp스님은 먼저 왜 젊은 사람들이 통일에 무관심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만약 통일이 된다면 우리에게 어떤 희망이 생기는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nbspnbsp“통일을 하면 오히려 돈이 많이 드는 것 아니냐고 많이들 얘기합니다. 젊은이들이 특히 통일에 반대하거나 무관심한 이유는 ‘돈이 든다’, ‘우리 세대에 부담이 클 거다’ 하는 게 제일 큰 이유입니다. 어른들은 반대를 하더라도, 또 경제적으로는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그래도 고향엔 가야 되고 통일도 해야 된다는 게 정서적인 공감대입니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이런 정서적인 공감대가 없어요. 왜냐하면 태어날 때부터 분단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생각만 있을 뿐이지 정서적으로는 북한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불편해요. 오히려 거부반응이 일어나요. 거기다가 이해관계에 있어서도 손해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입니다.nbspnbspnbsp그런데 북한과 남한이 서로 협력을 하게 되면 경쟁관계에 놓이지 않고 서로 상생 효과가 발생합니다. 북한은 노동력이 아주 값싸단 얘기 들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생활용품이든, 일반상품을 만들어서 이윤을 남기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전부 다 중국으로 나갔는데, 이제는 중국도 인건비가 비싸져서 중국도 버리고 다시 방글라데시나 인도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나마 한국에 있는 공장들도 한국 노동자의 인건비가 비싸니까 공장만 한국에 있지 노동자는 다 동남아시아에서 데리고 와요. 한국 사람들은 적어도 100만 원 이상 임금을 줘야 하는데, 동남아 사람들은 50만 원에서 70만 원만 주고 일을 시킬 수가 있거든요. 이렇게 기업들이 다 외국으로 나가니까 일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고, 또 기업들이 한국에 있다 하더라도 여러분들의 일자리 하고는 관계가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기업주는 노동력이 싼 곳으로 공장을 옮기든지, 값싼 노동자를 한국에 데려오든지, 이렇게 두 길로 지금 버티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거예요. 이렇게 지금 우리 경제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동안 중국으로 진출해서 유지했는데, 지금은 중국에서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어요. 그렇게 하지 못하면 포기하거나요.nbsp그런데 중국보다도 더 값싼 노동력이 있습니다. 요즘 중국에서도 자국민들 노동력이 너무 비싸지니까 북한에서 노동력을 데려다 쓰고, 중국에서 북한으로 옮겨가서 가공무역을 합니다. 북한의 노동력은 우수할 뿐만 아니라 값이 싸거든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임금이 70불 정도 됩니다. 수당하고, 뭐하고, 밥 먹는 것까지 전부 합하면 한 150불 되거든요. 150불이면 우리 돈으로 17만원 정도 밖에 안 돼요. 지금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도 그렇게 값싸게는 임금을 지불할 수가 없어요. 세계 어디를 가도 그런 노동력은 없어요. 그러니까 북한은 이렇게 값싸고 양질의 노동력을 갖고 있고, 남한은 자본과 기술을 갖고 습니다. 이 둘이 잘 결합하면 150불이 아니라 300불을 줘도 그런 노동력은 전 세계에 없어요. 우리 한민족은 일을 잘 하잖아요. 그동안 한국이 생산기지 역할을 해오다가 다시 중국이 세계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는데, 중국도 노동력이 비싸지니까 지금은 인도가 생산기지가 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기술과 자질을 갖고 있으면서 우리나라 바로 옆에 있고, 임금은 더 싼 것이 바로 북한의 노동력입니다. 거기다가 북한이 갖고 있는 지하자원은 그 양이 한국의 수십 배에 달합니다. 이렇게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이 결합을 하면 인도나 중국만큼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지만 북한이 세계 생산기지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도 급격하게 발전하지만 그것은 곧 한국경제의 출구가 될 수 있습니다.nbspnbsp그리고 북한에 사회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 우리는 북한 때문에 섬이 되어 있어서 유럽에 가려면 비행기밖에 못 타고 가잖아요. 그런데 만약 북한을 통과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연결된다면 물류 비용이 대폭 떨어집니다. 여러분들이 중국으로 가는 여행 경비도 대폭 싸지고요. 그러면 북한의 철도를 개선해서 연결할 때 돈이 수십조 원이 들 수 있겠지요. 그런데 그것은 10년, 20년 지나면 본전을 다 뽑을 수 있는 돈이에요. 즉 광산을 개발하든, 도로를 닦든, 철도를 놓든, 이런 일들은 전부 소비가 아니고 시간이 흐르면 다 본전을 뽑을 수 있는 투자란 말입니다. 그러니 북한에 철도를 놓는 일은 우리한테 엄청난 이익이에요. 물류혁명이 가져오는 효과의 크기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nbspnbsp그렇기 때문에 이런 투자는 우리 돈이 있으면 우리 돈 들여서 건설하고, 우리 돈이 없으면 외자를 유치하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에게도 출구가 열리는 겁니다. 여러분들 개개인이 운영하는 상점도 다 좋아집니다. 예를 들어 제주 감귤 장사를 한다고 합시다. 남한의 5,000만 명만 놓고 생각하면 판매량이 제한되어 있잖아요. 그러니까 과잉생산이 되어서 밭을 팔거나 농장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인데, 북한에는 감귤 농사가 안 되니까 2,000만 명의 수요가 생기게 되니 수익이 올라가지 않겠어요?nbspnbspnbsp또 건축업을 한다면 북한을 개발하기 위해서 건물을 많이 지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철근이 들어가고 시멘트가 들어가고 무엇이든 많이 들어가야 할 것 아니에요? 그렇게 되면 일단 우리 가게의 물건이든 우리 기업의 생산품이든 많이 팔릴 수밖에 없게 되지요. 외형적으로만 계산해서 돈이 얼마든다고 말하면 ‘헉’ 이렇게 되지만, 그것은 실제로는 전부 다 생산유발 효과를 내는 투자인 것입니다.nbsp우리가 올림픽을 하나 개최할 때도 돈이 엄청나게 들어 가잖아요. 그러나 그것을 비용이라고 보지 않고 생산유발 효과가 얼마라는 식으로 투자로 계산하잖아요. 그것처럼 통일 경제는 우리에게 출구가 될 수 있는 거에요. 그러나 통일 경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만약 남북이 서로 상생경제를 하게 되면, 서로 죽기살기로 싸우는 안보문제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남북이 각각 국방비에 투자할 돈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겠지요. 지금 이걸 못하는 이유는 불신 때문입니다. 첫째, 서로 못 믿기 때문입니다. 둘째,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간의 경쟁 사이에 우리가 끼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두 가지 요인 때문에 이 좋은 길을 가지 못하고, 더 나쁜 길로 가고 있는 겁니다.nbspnbsp그러니 앞으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제가 경제를 성장시키겠습니다’라고 공약을 펼 때 만약 그 논거로 ‘남북문제를 풀어서 통일경제로 이 답을 풀겠습니다’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가능성이 있는 얘기예요. 그러지 않고 그냥 ‘제가 경제를 성장시키겠습니다’라고 주장하는 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인 겁니다. 아시겠어요?”nbsp“네.”nbsp“만약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어서 남북문제를 잘 풀면, 이것은 동아시아에도 희망을 주는 일이 됩니다. 제가 말하는 통일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정치 군사적으로 남북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통일의 핵심은 ‘통일 경제’입니다. 하나의 통합 경제를 운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본과 노동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사실상의 통일인 겁니다. 정치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당장은 쉽지가 않고 시간이 좀 걸립니다.nbsp그것처럼 얼마 전 총선 때 대구에서 야당이 절반 이상 당선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일어난 변화만 보더라도 이것은 사실상 정치혁명이 일어난 것과 같은 거에요. 나머지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점 발전해 나갈 테니까요. 이런 것을 보면 새로운 시대는 바로 국민들의 힘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젊은이들도 너무 좌절하지 마세요.nbspnbspnbsp만약에 통합경제가 되면 경제성장만 되는 게 아니라 복지의 증진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자꾸 가진 사람 것만 빼앗아서 복지하겠다고 하면, 가진 사람이 안 내놓습니다. 물론 성장이 없을 때는 복지가 더 필요합니다. 그러나 성장 없는 복지는 사회적 저항이 엄청납니다. 사회적 갈등이 어마어마하게 생기게 됩니다. 현재의 경제 구조를 바꾸려면 구조조정을 엄청나게 해야 되는데, 만약 현대중공업에서 3,000명의 직원을 내보낸다면 시끄럽겠지요. 노동자도 어려워지고, 자본가도 그렇게 하기 어렵고, 모든 상황이 어렵습니다. 내가 부당하게 가졌든 어떻게 가졌든 가진 걸 내놓으라고 하면 사람의 심리가 안 내놓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남북 문제를 풀어서 성장의 길을 새로 열면서 있는 건 그대로 두고, 앞으로 만약 70이 더 성장했다면 50만 가져가고 20은 내어놓으라고 하면 그건 비교적 쉬운 일이 됩니다. 내 손에 아직 안 들어온 걸 적게 가져가라고 하면 저항이 작아진다는 겁니다.nbspnbsp이렇게 통일 경제를 통해 한 쪽으로는 성장을 풀면서 다른 쪽으로는 분배문제를 개선해야지, 그냥 분배문제만 풀겠다고 하면 사회가 너무 시끄러워져서 배가 산으로 가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니 통일이야말로 안보문제도 해결하고, 평화문제도 해결하고, 성장문제도 해결하고, 분배문제도 해결하는 길이 되는 겁니다.nbspnbsp또 통일은 민주주의도 발전시켜 줍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충분히 자유롭게 구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뭡니까? 남북이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자꾸만 ‘네가 그런 생각을 하면 북한한테 이롭다’ 하는 식의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서독은 통일하기 전에 이미 서독 안에서 자유롭게 공산주의 활동을 허용했거든요. 그것처럼 우리도 남한 안에서 공산주의 활동을 허용한다면, 북한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통일된 뒤에도 자기들의 정치활동이 자유롭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니까 지금처럼 막 죽기살기로 반대를 안 할 것 아니에요. 지금은 ‘건드리기만 해봐라’ 이렇게 나오는데 이것은 자기들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두려움 때문에 그런 겁니다.nbspnbsp이렇게 어떤 변화를 우리가 만들어내야 우리의 안전도 담보하고, 미래의 비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통일로 나아가면 젊은이들의 직장도 많이 생기겠죠? 괜찮은 직장들이 급속도로 생겨 납니다. 북한에 철도 놓고, 뭐 놓고 하면, 밑에 막노동은 북한 노동자가 하겠지만 측량도 하고, 기술 지도도 하는 건 다 남한에서 해야 될 것 아니에요? 남한이 선진 기술을 갖고 있으니까요.nbspnbspnbsp그러니 젊은 사람들은 ‘통일이 되어도 우리와는 관계없다’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투표는 우리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젊은이들이 투표하러 많이 가니까 변화가 일어났잖아요. 투표가 우리의 주권을 행사하는 정당한 권리이듯이 수행 차원에서는 여러분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그러듯이 통일에 있어서도 여러분에게 권리가 있는 겁니다. 그 권리를 행사해서 우리가 통일 대한민국을 만들어낸다면 외국의 어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된다는 발표도 나왔습니다.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북한을 생산기지화 할 수만 있게 되어도 일본을 능가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릅니다. 일본은 지금 우리처럼 통일이라는 그런 출구가 없거든요.nbspnbsp지금까지는 분단이 우리에게 큰 장애였는데, 만약 통일 경제를 이룩해 낸다면 분단은 우리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하게 해주는 큰 혜택이 될 수 있습니다.”nbspnbsp통일에 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시민들은 모두들 감탄을 하며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nbspnbsp서론이 길었습니다. 강연 주제가 ‘통일이야기’이니까 여기까지가 본론인 것이지요. 여기까지 설명을 마치고 스님은 질문지 함에 수북이 쌓인 질문지들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질문이 많아 다 답해주지 못할 것 같아서 저 혼자 길게 이야기했어요. 그래도 질문을 더 받아볼까요?”nbspnbsp청중들이 “네” 하고 간청을 하자, 스님은 질문지를 뽑았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다른 사람에게 질문할 기회를 양보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뽑힌 질문자는, 대구의 선거 결과가 전과 다르게 나와서 희망적으로 보고 있는데 정부 여당은 자신의 잘못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총선 이후 전망을 물었습니다. 세 번째 질문자는 두 돌 된 아기를 키우려 휴직 중인데, 신랑이 본인보다 심성이 더 나은 것 같아 남은 1년을 신랑이 키우게 하는 게 맞는지 질문했습니다.nbspnbsp그 중에서 오늘은 총선 이후 전망에 대해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질문자는 이번 선거를 보며 무척 희망적이라는 낙관론을 제기했는데, 스님은 꼭 단정할 수는 없다며 장단점을 두루 설명해 주었습니다.nbspnbspnbsp“이번 여소야대 정국이 저에게는 매우 희망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뉴스를 보면 정부 여당은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현재 상황에서 희망적이다가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희망을 가져도 될까’ 싶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습니다.nbspnbsp남북관계에서도 개성공단이 재개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되고, 이번 정권 3년 동안 일어났던 문제들이 남은 2년 동안 좀 바뀌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되는데, 그런 희망을 갖는 제가 좀 순진한가 싶기도 합니다. 통일문제도 그렇고요. 스님께서는 희망적이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nbsp“좀 순진하네요. 저는 즉설을 하는 사람이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번 총선에서 일어난 변화의 원동력은 국민이 각성을 했거나, 야당이 잘 했거나, 신당이 나와서 비전을 제시했거나 해서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법륜 스님이 강연을 많이 다녀서 이렇게 된 것도 아니에요. 저는 오히려 친박들의 횡포가 이런 변화의 시초가 됐다고 진단합니다.nbspnbspnbsp그렇기 때문에 정부 여당이 이번 결과를 두고 ‘어, 우리가 좀 교만했다’고 주춤할 정도까지는 되더라도 여론을 받아들여서 확 바뀔 가능성은 좀 낮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 대통령이나 일부 정치인들은 이번 결과를 두고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느끼기보다는 ‘진의를 국민이 못 알아주고 오해했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투표한 결과를 가지고 ‘국민이 어리석다’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반면에 ‘아, 내가 잘못 생각했다. 국민의 뜻을 몰랐다. 앞으로는 국민의 뜻을 반영해서 의회와 의논을 해서 진행하겠다’ 이런 표현도 일절 없고요.nbspnbsp그렇기 때문에 첫째, 이것 하나는 확실합니다. 지금 잘못된 것을 시정할 가능성은 없지만 계속 잘못된 것을 밀어붙이는 힘은 좀 약해졌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만 해도 피해가 많이 줄어들 거예요. 100원 손해날 걸 80원 손해보도록 만든 것만 해도 저는 위대한 승리라고 봅니다. 이익 보도록까지는 못 만들어도 이것만 해도 잘 된 거에요. 둘째, 여당 안에 친박 세력이 많아졌어요. 여당의원의 절대적인 숫자는 적어졌지만 그 안에서의 비율을 따져보자면 친박 세력이 굉장히 많아진 셈이에요. 전에는 전체의 3분의1 정도였지만 지금은 60 이상 됩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여당 안에서도 합리적인 사람들의 발언권이 좀 커질 거예요. 그러면 여당이 대권 후보를 정할 때 ‘네가 해라’ 하고 줄 세워서 지명하는 사람보다는 그 안에서 경쟁을 해서 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어요.nbspnbsp설령 여당이 또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여당이 이렇게 좀 좋게 변하면 상황이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겁니다. 저는 여당이 정권을 잡으면 절대로 안 된다는 생각은 안 해요.nbspnbsp야당이든 여당이든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고,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남북관계를 어느 정도 풀어나가고, 미국과도 싸우지 않고 잘 협력하되 미국의 하수인은 되지 않아야 해요. 다시 말해 미국과 협력은 잘 하되 자주적인 한미동맹을 해야지 종속적 한미동맹을 하면 안 됩니다. 일본과도 무조건 싸우는 건 안 되지만 자존심은 지켜가면서 관계를 풀어야 해요.nbspnbspnbsp예를 들어 위안부문제는 함께 협력해서 풀어나가되, 안 풀리면 이것 때문에 한일관계를 끊기보다 이 문제는 잠시 덮어두고 한일관계를 풀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식으로 자존심을 구겨서 돈 몇 푼 받고 푸는 건 안 돼요. 피해 할머니들의 한을 생각하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되지요. 이런 건 무효화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한일관계를 전부 백지로 돌리자는 건 아니에요. 이건 일단 덮어두고 풀고, 이 문제는 다음 정권이나 후손들에게 넘겨야 해요. 그래야 후손들이 이 문제를 계속 풀 수가 있잖아요. ‘이걸로 끝이다’ 누구도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이 문제가 안 풀린다고 한일 관계를 다 단절하는 것도 안 돼요. 그건 우리에게도 손해예요. 독도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문제가 있지만 한일관계를 풀어야 해요. 그러나 그 문제를 제대로 못 풀면 유보시켜야지, 이렇게 적당하게 푸는 것은 도움이 안 됩니다.nbspnbsp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문제나 국정교과서 문제도 합리적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국정교과서는 무조건 반대한다거나 다 폐지하라는 게 아니에요. 합리적이라는 건 이런 뜻입니다.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다수는 아니더라도 일부 있긴 했잖아요. 다수가 반대하면 이걸 강행하면 안 돼요. 그러나 이것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타협을 해야 합니다. 물론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국정교과서를 백지화하면 제일 좋겠지요. 그러나 국정교과서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검인정교과서가 7개라고 할 때 국정교과서를 하나 더 만들어서 8개를 자유경쟁에 부쳐보는 거에요. 국정교과서가 좋다면 갈수록 채택률이 높아지겠죠. 국민이 선택해서 채택률이 점점 높아지면 그때 가서 이걸 하나로 만들자고 하면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습니다.nbspnbsp4대강 개발도 무조건 안 하는 게 좋다는 건 아니고, 좋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으면 무조건 자기 임기 안에 밀어붙여서 강행할 게 아니라 네 개 중 한 개만 먼저 해보는 거예요. 이게 타협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예 하나도 하지 말자고 하거나 한꺼번에 다 하자고만 합니다. 국민이 다 내 마음 같으면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기 좋겠지만 서로 의견이 다른 국민이 있잖아요. 그러면 ‘어느 한 개를 먼저 해보자. 괜찮으면 다음을 이어서 하고, 안 괜찮으면 그만두자.’라고 해야죠. ‘네 개 강을 다 하되 각각 일부 구간에서만 해보자’ 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게 타협이라는 거예요.nbspnbsp질문자는 지금 ‘이제는 전부 개선이 될 것이고, 잘 되지 않겠냐’라고 낙관하지만 그리 될 수가 없어요. 개인도 자기의 천성을 못 고치는데 질문자는 어떻게 여러 개의 집단을 금방 고치려 들어요? 그렇게는 안 돼요. 다만 이번에 여당이 이겼으면 지금까지 문제가 많거나 잘못된 것들을 계속 강행했을 텐데 그건 어느 정도 멈췄으니까 그것만 해도 큰 성과예요.nbsp그러면 야당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이번에 두 번째 당이 1등을 했다는데, 그게 자기 힘으로 이긴 거예요? 아니에요.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지지해줘서 이긴 게 아니라 수도권 사람들의 경우에는 최악을 견제하려다보니 2번을 찍을 수밖에 없었던 거에요. 그래서 전국 정당 지지로는 3위인데 의석수로는 1당이 된 겁니다. 그것만 봐도 최악을 견제하려다 보니 차악이 선택된 것이지 그게 좋다고 선택한 것은 아닌 줄 알 수가 있죠.nbspnbsp신당은 참신한 것을 내서 희망을 줬기에 표를 얻었을까요? 아니에요. 여당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곧바로 야당을 찍기는 좀 그래서 제3당을 찍었고, 전라도 사람들은 기존의 야당을 좀 혼내주려고 제3당을 찍은 거예요. 그래서 자기들이 생각한 것보다 표가 더 나온 거예요. 지금 이걸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라 하는 것 같아요.nbspnbsp그러니 ‘아, 정치에 희망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 곧 실망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나쁜 정책을 펼치는 1당 독주는 견제가 됐어요. 무조건 밀고 나가거나 무조건 발목 잡는 건 이제 없어졌어요. 그 동안은 그렇게밖에 할 줄 몰랐는데 이제 새로운 판이 됐으니까 처음에는 좀 혼란스럽겠죠. 그런데 혼란이 꼭 나쁜 건 아니에요. 혼란을 겪으면서 이제 새로운 걸 또 만들어나갈 거예요.nbspnbsp국민들이 좋아서 찍은 게 아니라 어느 쪽이 더 싫은가, 그나마 덜 싫은가를 따져서 나온 게 지금의 결과이기 때문에 앞으로 1년쯤 지켜보면 아예 쫄딱 망하는 곳도 생기고 세를 확 불리는 곳도 생길 거예요. 이번 같은 경우에 이것도 저것도 싫어서 제3당을 찍은 건 제3당의 입장에서는 어부지리거든요. 아무리 하라 그래도 용기가 없어서 못 했는데 나서서 어부지리를 얻는 것도 자기 실력이에요. 어부가 바닷가에 가서 조개와 새가 싸우는 걸 구경하고 있다가 잡는 것도 어부의 재주예요. 다른 사람은 아예 바닷가에 안 갔는데 그 사람은 갔으니까 그런 걸 잡을 수 있었잖아요.nbspnbsp그런 면에서 너무 큰 기대는 걸지 마세요. 그러나 희망의 길은 열렸습니다. 다시 말해 절망은 막았다는 말이에요. 저는 그렇다고 아직 ‘야, 희망이다’ 이렇게 볼 건 아무것도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조금 진정하세요. 그러나 절망은 막았다, 새로운 길의 출발에 섰다, 이제 약간은 가능성이 열렸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nbspnbsp더 가능성을 열기 위해서는 다음 대선에 또 예의주시해서 더 잘하는 쪽을 선택하면 되겠죠. 예컨대 통일문제는 국가권력의 문제잖아요. 외교, 국방, 경제, 안보의 문제니까 국회의원 선거 정도 갖고는 안 돼요. 아무리 진보적인 사람들이 다수당이 된다 해도 통일은 국가과제이기 때문에 해결이 안 돼요. 이제는 ‘대통령과 정권을 어떻게 선택하느냐’라는 진짜 중요한 과제를 우리가 안고 있습니다.nbspnbspnbsp그러나 저는 이걸 두고 미리 ‘무조건 야당이면 된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좀 더 나은 사람, 희망을 걸 만한 사람이 없으면 현실에서는 최소한 더 나쁘게는 안 만드는 쪽을 찍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우리가 조금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면,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들이 보여준 변화된 모습이 여당 안에서도 야당 안에서도 ‘아, 정말 세상이 바뀌었구나’라고 느끼고 좀 더 공심이 있고 합리적인 사람이 정치의 전면에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점입니다. 전에는 줄 서서 정치해야 하고, 앞에 나가면 얻어맞으니까 말도 못하고 뒤에 숨어 있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싶어서 너도 나도 백가쟁명식으로 나설 거예요. 어떻게 보면 혼란스럽지만, 저는 그걸 혼란스럽다고 보지 않고 가능성이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크게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러나 질문자처럼 낙관적으로까지는 안 봐요.”nbsp“예, 스님. 개인적으로 8년여 만에 처음으로 희망을 봐서 약간 흥분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진정하겠습니다.” nbsp“이 자리를 빌려서 말씀드립니다. 여러분들이 누구를 찍었든 그건 개인의 자유예요. 특정 정당을 찍었다고 해서 잘못 됐고, 다른 당을 찍었다고 해서 잘 됐다는 식으로 평가하면 안 돼요. 그러나 대구 시민 전체의 입장에서는 우리 정치의 골수 병폐인 지역주의를 어쨌든 이번에 조금이라도 극복했잖아요. 이건 정말 칭찬해주고 싶은 일이에요. 잘했습니다”nbspnbsp스님의 칭찬에 대구 시민들도 박수갈채로 화답했습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고 다시 진정을 되찾겠다고 말하는 질문자를 보며 모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nbspnbsp통일이야기라 진지하고 다소 엄숙한 분위기에서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던 즉문즉설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스님의 유머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 중 경허 스님이 역행보살행을 한 일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나쁜 일을 하여 다른 사람에게 본을 보여주는 것이 더 어렵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번 선거에 그와 같은 역행보살행을 한 사람이 있다는 말씀에 모두 한껏 웃기도 했습니다. 누구일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nbspnbsp강연을 마치면서 스님은 다시 한 번 통일이 우리의 희망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일의 유일한 대상이면서 현실적 위협이기도 한 이 모순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고 덧붙였습니다. nbspnbspnbsp“통일 문제를 푼다면 한일관계도 풀기가 쉬워지고, 창조성의 문제도 풀기가 쉬워집니다. 통일이 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일이 되면 그렇게 되기가 쉽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당장 정치적으로 통합하자는 얘기도 아닙니다. 남북이 통일 지향적인 관점을 분명히 가지면 그것이 곧 통일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목표를 같이 인식하고 있으면 둘 사이에 갈등이 생겨도 조율을 할 수가 있습니다. 두 남녀 사이에서도 결혼이라는 목표만 분명히 갖고 있으면 갈등을 조율할 수가 있는데, 지금은 서로 결혼을 할지 말지 결론조차 안 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제가 얘기하는 통일은 “서로 결혼하자”라고 결론을 먼저 내놓고 조율할 것은 또 싸우면서 조율해 나가자는 것을 말합니다.nbspnbsp통일하자고 해서 무조건 북한이 하자고 하는대로 끌려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하자는 대로 북한이 절대 안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미국과 친하다고 미국과 통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북한은 원수이긴 하지만 우리가 통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북한밖에 없어요. 그러니 목표는 통일로 하되 현실에서는 우리의 최대 위협 세력이 북한이라는 점을 또한 인정해야 합니다. 현실에서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북한이 더 큰 위협 세력이 맞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는 북한과 함께 가야 합니다. 이 모순을 극복해가는 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우리가 희망을 한번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nbspnbspnbsp대구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고들 하지요. 마지막으로 스님은 대구가 통일운동의 중심이 되어보면 어떻겠느냐고 당부했습니다. 모두들 스님의 당부에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nbspnbsp강연을 마친 후 다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강연의 열기가 아직 생생하게 남아서 그런지 노래 가사가 오롯이 가슴에 새겨지는 것 같았습니다.nbspnbspnbsp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으로 모든 분들을 반갑게 응대해 주었습니다.nbspnbspnbsp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준비한 대구경북 지역 통일의병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통일의병들이 “의병이 통일해 버리자”라고 힘차게 구호를 외치자 스님도 활짝 웃음을 띠었습니다.nbspnbspnbsp강연장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울산 두북으로 이동해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수강생들을 위해 경주역사기행 안내를 해준 후 저녁에는 통일코리아의 비전에 대해 특강을 할 예정입니다.nbsp ※ 2016년 봄,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갑니다. 강연일정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입장입니다. 질문자 접수는 강연장에서 받습니다.

2016.04.24. 60,454 읽음 댓글 21개

2016.4.22 정토회 전국 모둠장 봄나들이

nbsp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회에서 모둠장 소임을 맡고 있거나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봉사자 190여 명과 함께 대야산 용추계곡으로 봄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nbspnbsp새벽부터 전국에서 출발한 자원활동가들은 9시 30분에 대야산 용추계곡 주차장에 모두 집결했습니다. 출발하기 전 입재식에서 스님은 “아침 일찍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그동안 활동하느라 수고하셨어요. 감사드립니다.”라고 인사를 건넨 후 “오늘은 정해진 길이 아닌 정해지지 않은 길로 산책을 할 예정”이라고 하면서 앞장 서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nbspnbsp▲ 입재식nbsp입재식이 끝난 후 10시부터 용추 계곡 주차장을 가로 질러 용추폭포 쪽으로 산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초입부터 좁은 산길이라 한 줄로 길게 늘어선 대열은 스님의 설명을 수신기로 들으면서 계곡을 따라 걸었습니다. 널찍한 바위와 높은 키의 나무들, 계곡을 따라 흐르는 힘찬 물소리는 봄소풍 나온 우리들을 반겨주는 듯 하였습니다.nbspnbsp용추폭포는 문경시가 지정한 문경팔경 중 하나입니다. 3단으로 흘러내리는데 제일 상단은 거대한 암반이 수천 년 동안 물에 닳아서 원통형의 홈이 파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홈을 타고 맑은 계류가 엿가락처럼 꼬아 돌며 아래로 떨어집니다. 중단은 상단보다 넓은 소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마치 잘 다듬어놓은 천연의 목욕통을 연상시킵니다. 하단은 중단에서부터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3m가량 암반을 타고 물이 흐르다가 얕고 넓은 소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용은 물을 상징하는 신령스런 동물이라 날이 가물 때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고 합니다.nbsp상단에 이르니 계단 모양으로 된 용추폭포 물줄기가 시원하고 우렁찼습니다. 스님은 “여기는 옛날 전설에 명주실 끝에 돌을 달아 떨어뜨리면 명주실 한 타래가 다 들어가는 깊이에요”라며 이곳이 얼마나 깊은지 비유를 들어 주었습니다.nbsp특히 스님은 “용추계곡의 넓직한 바위는 천연 미끄럼틀”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정말로 미끄럼틀처럼 넓직한 바위를 보니 맨몸이어도 좋고, 튜브를 타고 내려와도 짜릿한 슬라이딩을 경험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nbspnbsp▲ 용추계곡nbsp30분쯤 올라 갔을 쯤 스님은 분홍색 연달래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색이 진한 진달래보다 연달래가 더 좋아요”라는 말씀부터 시작해서 봄꽃과 자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nbspnbsp▲ 연달래nbsp계곡의 중반쯤에서는 물이 불어난 탓에 계곡을 건너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법복 상의를 벗고선 손수 돌다리를 놓아 주며 대중들이 쉽게 건널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대중들은 스님이 놓아준 돌다리를 밟고 사뿐히 계곡을 건넜습니다.nbspnbsp▲ 대중들을 위해 돌다리를 놓고 있는 스님nbsp스님은 틈틈이 “경치 좋지요?”라며 연달아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넓은 길이 나왔을 때는 뒤따라오는 모둠장 중 한 명에게 노래도 시키기도 했습니다. 경산 정토법당 총무 소임을 맡고 있는 장선옥님의 ‘아리랑 고개’ 노랫 소리는 시원한 물소리 만큼이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었습니다.nbspnbsp즐겁게 산행을 하다보니 12시가 다 되어 선유동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아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펼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선유동 산장 뒷마당에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nbsp즉문즉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몇 분이 앞에 나와 함께 박수치며 여흥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통일활동을 담당하는 이숙영님의 힘찬 통일 노래에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습니다.nbsp스님은 “봄볕이 참 좋지요”라는 인사 말씀과 함께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모둠장들과 자원활동가들은 그동안 봉사 활동을 해오면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다양한 고민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을 들려주어 대중들을 기쁘게 해주었습니다.nbspnbsp▲ 즉문즉설 시간nbsp오늘은 그 중에서 스님의 법문을 주위에 전할 때 상대의 눈치를 자꾸 보게 된다며 어떤 마음으로 이 법문을 전해야 하는지 물었던 활동가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불교에서는 법문을 주위에 전하는 일을 ‘전법’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스님은 전법을 하는 마음 자세에 대해 아주 재미있고 속시원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nbspnbspnbsp“저는 전법팀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전법팀에서는 천일결사 입재식, 모둠 관리, 즉문즉설 강연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둠 관리를 열심히 하려고 하면 그것은 자원활동팀 업무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하고, 강연 준비를 열심히 하려고 하면 그것은 일회성 행사이니까 전법팀답게 전법을 제대로 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업무 특성상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전법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거든요. 저희 전법팀의 정체성이 굉장히 혼란스러워서 질문드립니다.nbsp그리고 소임을 맡은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다른 업무는 괜찮지만 주변 지인들에게 법회나 불교대학을 안내할 때 부담스러워서 고민입니다. 스님의 법문을 주위에 전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상대의 반응이 어떨지, 혹시 그 사람에게 내가 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가볍게 전법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nbsp“우리가 상대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좋겠죠. 부처님의 다섯 가지 신통력 중 ‘타심통’이 상대방의 마음을 미리 헤아릴 수 있는 힘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여기 있는 우리는 누구도 그런 능력이 없어요. 수십 년을 같이 산 배우자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가 낳아 키운 아이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는 세상에서 사람의 마음을 미리 헤아린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nbspnbsp그것처럼 우리가 전법을 할 때는 상대가 이 법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모르죠. 원하는데 내가 전하지 않으면 그 사람과 인연을 지어주지 못하는 것이 되고,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법을 전하려고 하면 그 사람은 싫어하는 마음을 자꾸 내겠죠. 그걸 미리 알 수 있으면 좋겠지만 미리 알 수 없다면 일단 찔러는 봐야 될 것 아니에요? 그래서 그냥 찔러보는 거예요.nbspnbspnbsp일부 종교인들처럼 아니라고 하는데도 계속 달라붙어서 남을 귀찮게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찔러보지도 않고 내버려두는 것은 전법의 정신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전화를 걸었는데 상대가 반응이 좋으면, 나도 물론 기분이 좋겠죠. 그런데 내 기분 좋자고 전법하는 건 아니잖아요. 전화를 받은 아홉 명이 거절하고 한 명이 호응을 한다면 우리는 열 번 전화해서 한 명을 찾아낸 거잖습니까. 그러면 백 번 전화하면 열 명을 찾는 셈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해요.nbspnbsp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팜플렛을 나눠준다면, ‘열 명 중 한 명 정도만 이걸 받는다’라고 처음부터 알고 가야 해요. 또 팜플렛을 받아주는 사람 중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 꼴이에요. 아홉 명은 받은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한 명이 집에 가져가는 겁니다. 그렇게 전단지를 집에 가져간 사람 열 명 중 한 명이 전화를 해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전단지 천 장을 뿌려야 한 명이 오는 셈입니다. 그러니 오늘 전단지를 나눠줬는데 열 명 중 여덟 명이 안 받았다면 그래도 두 명이나 받아갔으니 고맙게 여겨야 합니다. 전단지를 받아도 읽지 않고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이 태반인데 두 명이 내용까지 읽었다면 큰 성공인 겁니다. 또 내용을 읽은 열 명 중 한 명이 연락해 와도 다행인데 그 중 두 명이 연락해 왔다면 그건 대성공인 거예요.nbspnbsp이처럼 확률을 잘 계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토불교대학 전단지 천 장을 뿌려야 신청자가 한 명 온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서른 명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삼만 장을 인쇄해서 뿌려야겠다’ 이렇게 계산하고 나눠주면 힘들지 않아요. 그런데 여러분은 열 장을 나눠주면 열 명이 오고, 백 장을 나눠주면 백 명이 오리라고 생각하니까 힘든 거예요. ‘욕심으로 한다’, ‘어리석다’, 혹은 ‘너무 쉽게 생각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기 때문에 힘이 드는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전화를 할 때는 거절당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전화해야 해요.nbspnbsp늘 홍보물을 가지고 와서 문 두들기고 귀찮게 하는 종교인들 아시죠? 그런데 그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절대로 귀찮게 하는 게 아니에요. 진실로 권유할 뿐 해꼬지하는 것도 아니에요. 문 두드린다고 열어주는 집은 열 집에 한 집이 안 될 거예요. 열 집을 두드리면 사람 있는 집이 한 집이 안 되고, 사람 있는 집 열 집 중에 문 열어주는 집이 한 집 안 되고, 그 문 열어준 집 열 집 중에 이야기를 들어주는 집이 한 집이 안 됩니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꾸준히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신문배달 하듯 하루에 100집을 간다고 하면 상대가 문을 열어주든 안 열어주든, 사람이 있든 없든 그 사람들은 신경 안 써요. 제가 보기에는 우리보다 그 사람들이 훨씬 수행자답습니다. 예컨대 한 달에 천 집을 다닌다고 계획해서 실천한다면 한 달에 한 명을 전교하는 셈이에요. 그러면 1년에 12명이에요. 1년 동안 12배로 늘어나는 셈입니다.nbspnbsp겉으로 잘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그 한 명은 불교신자 천 명보다 믿음이 강합니다. 그런 사람이 십만 명이라고 하면 엄청난 위력이에요. 그 사람들은 몇 십 년을 꾸준히 그렇게 전교해온 거예요. 스님이 강연할 때 이렇게 구름떼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 사람들은 그냥 평소에 꾸준히 하는 거예요. 우리가 볼 때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저기에 갈까’ 싶지만 실제로 보면 착실히 수가 늘어납니다. 꾸준히 계속 하니까 그 수가 수십만이 되죠.nbspnbsp이 사람들은 굉장히 편향되어 있기도 하고 소위 세뇌됐다고 할 정도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믿음이 아주 견고해요. 그래서 죽인다고 협박해도 자기 믿음을 바꾸지 않고 꾸준히 전교를 해나갑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탄압하거나 사회에서 비난해도 버티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불교 신자들은 비록 천만 명이라 해도 힘이 없어요. 그냥 자기 복빌러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하기 때문이에요. 스님이고 신도고 할 것 없이 정치적으로 조금 손해나겠다 싶으면 다 그만두고, 정치적으로 좀 이익 되겠다 싶으면 거기에만 다 가서 붙어 있어요.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사회 변화까지는 못 시키더라도 자기라도 지키는 수준이 되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고 그저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다닙니다.nbspnbsp질문자는 지금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거예요. 정토회에 와 주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굉장히 귀하게 여겨줘야 합니다. 그냥 일이 있을 때마다 대중을 모아서 대충 쓰고, 떨어져 나가면 떨어져 나가는 대로 내버려두니까 잘 안 되는 거예요. 전화를 해서 ‘법회 오세요’라고 권할 때 열 명 중 다섯 명만 거절해도 성질나죠? 앞으로는 ‘열 명 중 한 명만 전화 받아줘도 고맙다’라고 목표를 정해 보세요.nbspnbsp사람을 소중하게 여겨야 해요. 전화해서 그 사람이 호응을 할지 안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일단은 전화를 걸어봐야 해요. 전화할 때는 전화하는 번호에 표시를 해두세요. 우선 강력하게 거부하는 사람이 있겠죠. ‘전화하지 마라 나는 정토회 탈퇴했는데 왜 전화하냐’ 이렇게 성질내는 사람은 X표를 해두고 다음 전화를 1년 후에 해요. 거부한다고 아예 전화를 안 하는 게 아니에요. 1년 후에 사람이 바뀔 가능성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1년 후에 하는 거예요.nbspnbspnbsp좀 싫어하는 사람은 6개월 후에 하고, 귀찮아하는 사람에게는 1달 후에 하고, 전화를 안 받으면 1주일 뒤에 다시 해보는 거예요. 이렇게 분류를 해보면 부정적인 사람이 있고, 긍정도 부정도 아닌 사람이 있고, 긍정적이지만 전화를 잘 못 받는 사람이 있어요. ‘아이고, 요새 바빠서 못 갔다’라고 대답하면 어떻게 대응하고, ‘깜빡 잊어버렸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어떻게 대응한다는 걸 생각해두세요. 이런 식으로 전화 받아주는 열 명 중 긍정적인 한 두 명을 먼저 확보해두고, 중립적인 사람에게는 꾸준히 전화를 더 걸고, 부정적인 사람은 모아서 1년 뒤에 전화한다고 날짜를 표시해 두는 겁니다.nbspnbsp성질내는 사람에게 오늘, 내일, 모레 연달아 세 번 전화하면 폭발하겠죠. 그러나 아무리 성질내는 사람이라 해도 1년 후에 전화하면 또 성질은 낼지언정 그렇게 폭발하진 않아요. 그렇게 1년마다 한 번씩 전화해서 3년 동안 3번 권해봤지만 이 사람은 계속 부정적이라면 명단에서 지우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해야 해요. 조금 거부한다고 버리면 안 돼요. 사람 마음이라는 건 늘 바뀌니까요. 정토회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가 박혀서 기분 나쁘게 생각했는데, 어쩌다 언론보도 같은 걸 보고 이미지가 바뀔 수도 있고요. 그러니 부정적이라고 무조건 빼면 안 되고, 그런 경우에는 간격을 조금 두었다가 다시 연락을 취해 봐야죠. 이렇게 전법을 하면 돼요.nbspnbsp질문자는 그나마 정토회 일을 하고 있으니까 다행이지, 사업이나 영업을 그렇게 했으면 망하기 십상이에요.nbspnbsp장사를 해도 그렇게 체계적으로 고객을 찾아내야 해요. 너무 귀찮게 하면 거부 반응이 생기니까 그런 경우에는 템포를 조금 늦춰야 해요. 조금만 관심가져 주면 오지만 관심을 안 가져주면 안 나오는 소극적인 유형은 관심을 자꾸 가져줘서 당겨줘야 해요. 적극적인데도 잊어버렸거나 다른 일이 생겨서 못 나오는 사람은 확인을 한 번 더 해주고요. 이렇게 사람들에게 인연을 맺어줘야 해요. 장사로 말하면 고객관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고객관리가 목적이 아니잖아요. 이 좋은 법을 그 사람이 모르고 놓칠 수 있으니까 어느 정도 자기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옆에서 도와줘야 합니다. 아이가 자립할 때까지는 부모가 도와주듯이 우리도 인연을 맺어서 일정하게 수행을 관리를 해줘야 그 사람이 수행자로 정착할 수 있어요.nbspnbsp여러분도 정토회에 오게 된 과정을 생각해 보세요. 처음에 어떤 인연이 닿아서 오게 됐듯이, 첫째, 그 인연을 맺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둘째, 오긴 왔는데 중간에 마음이 좀 안 내킬 때가 있잖아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안 가져주니까 혼자서는 쑥스러워서 안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 때 조금만 누가 관심을 가져주면 나오게 됩니다. 그런 과정을 생각해서 전법을 하면 좋겠어요. 전법팀에서 할 일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nbspnbspnbsp정토불교대학 입학생 모집도 그렇습니다. 입학식이 있는 봄과 가을에만 모으지 말고 365일 꾸준히 모아야 해요. 지금부터 계속 불교대학 문의를 받아서 ‘입학은 언제입니다. 그 전에 법회에 나오세요. 그 전에는 스님 책을 읽어보세요’ 이렇게 안내하고 관리하다가 입학식 날짜가 가까워지면 다시 안내해주고요. 불교대학 입학 공고 내기 전에 절반을 이렇게 모아놓고 나머지 절반을 또 모아야 할 텐데, 여러분들은 내내 내버려뒀다가 불교대학 입학 한 달 전에 급하게 난리를 피우고 SNS 홍보를 하라는 둥 독촉을 해댑니다. 그런 난리가 어쩌다가 한번 정도가 아니라 연례행사예요.nbspnbsp학생들이 시험 치는 것과 똑같아요. 월말고사를 치고 후회가 되었다면 시험 끝난 다음날부터 공부를 해야 할 텐데, 시험 치기 전에는 ‘내가 이번 시험만 끝나면 열심히 공부한다’ 다짐해놓고 시험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놀다가 또 시험 일주일 전부터 밤샘 한다 뭐 한다 난리를 피워요. 그게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 반복돼요. 반복되는 걸 윤회라 그래요. 이건 어리석은 중생입니다. 저녁에 술 마시고, 아침에서 후회하고, 저녁 되면 또 마시고, 다음날 또 후회하는 거예요. 한두 번은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한두 번 해보고 ‘아, 이건 아니다’ 싶으면 딱 대책을 세워서 대응을 해나가야죠. 전법팀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나중에 저한테 물어보면 평생 해도 남을 일을 알려드릴게요.nbspnbsp다른 팀에서 일을 달라면 다 줘버리세요. 일은 무궁무진하게 많아요. 그걸 두고 ‘다른 팀에 업무를 다 줘버리면 우리는 할 게 뭐 있냐’라고 하는 것은 전법이 얼마나 소중한지, 어떤 게 전법인지 몰라서 그래요. 사회활동팀이 좋아보이면 부서를 바꾸든지요.nbspnbsp정토회는 전법이 중심이어야 해요. 전법이 중심이고, 그걸 기초로 해서 사회활동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아무래도 바깥으로 드러나는 건 사회활동이다 보니까 기초가 되는 전법보다는 사회활동이 정토회의 중심인 양 느껴지는 거예요. 얼굴이 우리 몸의 전부가 아니잖아요. 정작 얼굴은 없어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어요. 그러나 다른 부위는 다 옷 아래 숨겨져 있고 얼굴만 드러나 있으니까 잘생겼다느니 못생겼다느니 난리잖아요. 다들 그것만 보고 결혼해서 지금 이 고생들인 거예요.nbspnbsp얼굴이 아닌 다른 부분을 보면 괜찮은 사람인 줄 금방 알 수 있는데,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 얼굴을 따지느라 자꾸 착각이 생기는 거예요. 관상이 어떻더라, 키가 작더라 하면서 사람 됨됨이나 능력은 안 보잖아요.nbspnbsp질문자는 전법팀의 정체성이 불분명하다고 했지만 저는 지금 정체성이 분명하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전법팀의 업무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첫째, 사람들이 스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게 수요법회에 오도록 홍보를 해가는 거예요. 둘째는 불교대학을 다니도록 하는 것이고, 불교대학을 다닌 사람은 경전반에 다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깨달음의 장에 가도록 하는 것, 천일결사에 입재하도록 하는 것, 책을 사보도록 하는 것, 유튜브 동영상을 보도록 하는 것도 다 전법이에요. 다른 팀 업무라고 하면 다 빼서 나눠주세요. 예를 들어 전법의 가짓수가 10개쯤 되는데 그 중 5개가 다른 팀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이라면 5개의 업무는 다 나눠주고 남는 업무는 다 전법팀 업무인 거예요. 남는 업무가 얼마 안 된다는 건 사실이 아니에요. 전법팀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늘 행사 때만 반짝 하려고 하니까 불교대학 모집 같은 것도 어려운 거예요. 일상적으로 전법을 해야죠.nbspnbsp그런데 여러분들은 이 좋은 법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요?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면 ‘아이고, 누구도 깨달음의 장에 보내봐야지’ 이런 마음이 들어요 안 들어요?”nbsp“들어요.”nbsp“그런 것처럼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불교대학을 다른 사람들한테도 소개시켜 주고 싶다’, 스님 즉문즉설을 들으면 ‘아이고, 우리 누구도 저 즉문즉설을 들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아, 이 좋은 법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 말이에요. 우선 주변의 아는 지인들이 알았으면 좋겠고, 지인이 아니라도 길 가는 사람들이 이걸 많이들 알았으면 좋겠다 싶으면 이걸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nbspnbsp그런데 여러분들이 이것을 꺼리는 것은 자꾸 남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무슨 세력을 늘리거나 돈을 벌려고 이걸 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을 위해서 좋은 길을 안내하는 건데 꺼릴 이유가 뭐 있어요? 상대가 불법을 모르니까 거부할 수는 있어요. 그러니 거부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야 해요. 그런데 여러분은 거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요. 그러면 전법을 못 해요.nbsp미국의 모르몬교를 보세요. 기독교 국가인 미국 안에서도 이단으로 취급받아 처지가 어려운데도 꿋꿋이 미국 안에 자리를 잡고, 모르몬교가 뭔지도 모르는 한국 같은 곳까지 와서 전교하잖아요. 미국 사람들이 둘씩 짝지어서 넥타이 매고 양복 입고 서투른 한국말 하면서 집집마다 찾아다녀요. 우리보다 100배는 더 효율이 떨어져요. 그런데도 꾸준히 해서 그 사람들이 지역마다 자리 잡은 걸 보세요. 이런 종교들은 교리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었어요. 오직 꾸준히 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어요. 남이 보면 턱도 없을 것 같지만, 꾸준히 하면 같은 성향이거나 거기에 감동하는 사람이 생겨요.nbspnbsp그러니 여러분도 법당을 내든, 집에서 법회를 열든, 이런 정도의 마음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자기 혼자서라도 꾸준히 동영상 틀어놓고 법문을 듣는 겁니다. 그런데 옆에 누가 오면 ‘아, 내가 마침 보고 있으니까 같이 듣자’라고 권해서 같이 들으면 됩니다. 처음 개척할 때부터 총무니 부총무니 직함을 붙여가며 부담스럽고 힘들게 할 필요가 없어요. 나는 이 법이 너무 좋아서 나 혼자라도 듣고 싶으니까 요일을 정해놓고 듣는 거예요. 그러다 친구나 주변 사람을 만나면 권해 보고요. 내가 어차피 듣는데 다른 사람 하나 더 온다고 뭐가 문제겠어요? 차 한 잔 더 끓여주면 되죠.nbspnbsp‘내가 좋아서 어차피 하는데 한두 명 더 붙는다.’ 이런 마음으로 해야 하는데 여러분들은 자기는 안 하면서 늘 사람만 긁어모으려고만 해요. 오라고 다 연락해놨는데 막상 아무도 안 오고 자기밖에 없다면 법문 영상도 안 틀고, 사람이 안 온다며 문까지 닫아버려요. 그게 잘못됐다는 거예요.nbspnbsp내가 좋아서 내가 보는 게 기본이고, 어차피 내가 하니까 이왕이면 같이 와서 보고 같이 나누자고 권하는 거예요. 어차피 내가 하는데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와서 본다고 부담될 이유가 없잖아요. 그렇게 해서 남이 오면 좋은 일이고, 안 와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어차피 나는 볼 거니까요.nbspnbsp이런 자세로 하면 되는데 여러분들은 이걸 자꾸 ‘일’로 만들어요. 이왕 하는 것이니 열 명, 스무 명이 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안 오면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안 오면 나 혼자 하면 돼요. 그러면 별로 힘이 안 들어요. 그러면 또 ‘스님은 안 해봐서 몰라요’ 하겠죠. 저도 다 해봤어요. nbspnbsp답사를 할 때도 ‘이건 답사다. 저기까지 올라가야지. 저기까지 내려가야지. 갔던 곳 또 가야 하네’ 이렇게 생각하면 일거리가 되지만 운동삼아 하면 괜찮아요. 요즘 봄날이 좋으니 일부러 산꼭대기까지 등산 다니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러니 어차피 운동 삼아 하고, 한 번 더 갔다 오라 해도 운동은 더 하면 좋은 거니까 기분 좋게 갔다 오고, 마음을 이렇게 내야 해요. 농사일도, 봉사도 마찬가지에요. 이렇게 좋은 날 시골에 가서 밭일을 운동삼아 한다고 생각하면 괜찮은데 그걸 자꾸 봉사로 생각하고 점수로 계산하려 드니까 ‘바쁜데 가야 한다’라고 부담스럽게 여기게 되잖아요.nbspnbsp일을 놀이삼아 해야 해요. 놀이화 한다고 해서 대강 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놀자고 하면 다들 열심히 놀잖아요. 디스코텍에 가보면 죽기 살기로 뜁니다. 일이 아니라 놀이로 하면 집중력도 높아지고, 기분도 좋아지고, 몸이 좀 피곤해도 금방 회복돼요. 저도 즉문즉설이며 이런 활동들을 모두 놀이삼아 하니까 하지, 일로 생각했다면 벌써 과로사했어요.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놀이삼아 하는 거예요.”nbsp“감사합니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nbspnbsp스님의 답변을 듣고 나니 힘이 불쑥불쑥 다시 생겨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님이 “속이 시원해요?”라고 묻자 모두 큰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이어서 “저를 따라 산책하며 재미있게 걷겠습니다.”라고 하자 대중들도 가뿐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nbspnbsp스님은 “이곳 선유동계곡은 상류 용추계곡으로 이어지고 고개를 넘으면 충청북도의 화양동계곡과 선유동계곡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nbspnbsp중간에 벚꽃잎이 가득 내려 앉아 바위를 뒤덮은 곳이 나타나자 스님은 “아따, 좋다 꽃잎을 고이 즈려밟고 오소서”라며 시구절을 읊어주기도 해 대중들 모두 “너무 이뻐요” 하며 즐거워 했습니다.nbsp굽이굽이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제6곡 탁정대를 지나고 제3곡 관란암을 지났습니다. 진달래와 개나리를 예쁘게 심어 놓은 모습이 너무나 예뻤습니다.nbspnbsp선유동촌 구름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는 용추계곡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오래된 고목이 떡 하니 지키고 있는 제2곡 영사석에서는 10분 간의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유시간 동안 너른 바위 위에서 지부별로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활짝 웃는 모습이 참 편안해 보입니다.nbspnbspnbsp자유시간 동안 계곡에 발을 담그는 사람, 삼삼오오 계곡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 바위에 누워 햇살을 느껴보는 사람 등 모두들 오랜만에 봄을 만끽해 봅니다.nbspnbsp▲ 지역별 기념 사진 촬영nbsp큰 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 쌓인 경치가 나타나자 스님은 “정토수련원 근방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지 몰랐죠? 정토수련원이 있는 곳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에요”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대중들은 “네” 하고 같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nbsp오던 길을 되돌아 대야교를 지나 고선사에서 활짝 핀 왕벚꽃을 뒤로 한 채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며 스님은 “매일 아침마다 108배를 안 하나봐? 힘들어하는 걸 보니...” 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nbspnbsp주차장에서 후미의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어떤 대중이 “스님께서 어릴 때 잃어버린 걸 찾아왔다”며 구슬을 스님에게 건넸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잃어버린 건 한 단지인데, 하나만 찾아왔네” 라고 대답해 또한번 한바탕 웃을 수 있었습니다.nbspnbsp용추계곡 주차장에서 오늘 봄나들이를 마무리하는 회향식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수고한 봉사자들에게 다시 한번 격려 말씀을 해주면서 기운을 북돋워 주었습니다.nbspnbsp“스님을 좋아하면 과로사 한다는데, 모두 다 공감해요? 제가 좀 심하게 노는가 봐요.nbspnbsp▲ 회향식nbsp지난 봄에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격려를 보냅니다. 이제 5월에는 초파일 행사 잘 준비해 주시고요. 초파일 때는 늘 손님 대접하느라 바쁘기만 한데, 그러지 말고 올해는 활동가들끼리 친목도 도모를 할 수 있도록 너무 행사 위주로만 하지 말았으면 해요. 여름에는 명상수련과 동북아 역사대장정이 있고, 하반기에는 해외 순회 강연이 있어요. 지금 남북 관계가 많이 안 좋은데, 남북 관계를 잘 풀어서 국제 관계도 좋게 하고, 우리 후손들에게는 통일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죠? 그러려면 첫째, 개인 수행을 잘해야 합니다. 둘째, 그렇게 수행한 힘으로 정토 세상을 만들어가는 정토행자가 했으면 좋겠습니다.”nbspnbsp회향식을 모두 끝내고 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악수를 건네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모둠장들과 자원활동가들은 오늘 스님으로부터 듬뿍 기운을 받고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nbspnbsp몇몇 대중들에게 오늘 봄나들이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다들 이구동성으로 “매일 같이 법을 설해주는 것도 너무나 감사한데 봉사자들도 세심히 챙겨주는 스님의 따뜻한 마음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nbspnbsp모둠장과 활동가들의 봄나들이를 모두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대구로 향했습니다. 대구 수성대학교 성요섭관 대강당에서는 저녁 7시부터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이어집니다...nbsp ※ 2016년 봄,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갑니다. 강연일정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입장입니다. 질문자 접수는 강연장에서 받습니다.

2016.04.23. 75,498 읽음 댓글 31개

2016.4.21 (저녁) 여수 즉문즉설 강연

nbsp안녕하세요? 오전에 해운대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 이어서 저녁 7시부터는 한반도 남쪽의 아름다운 도시 여수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nbspnbsp어제 밤부터 봄비가 많이 내려서 강연을 준비한 여수정토법당 봉사자들은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오후가 되자 비가 뚝 그쳤습니다.nbspnbsp오늘 강연이 열린 곳은 여수 시민회관입니다. 960석을 가진 대강당입니다. 좌석을 가득 메우기 위해 여수정토법당 자원활동가들은 한 달 전부터 홍보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오늘은 인근 지역인 순천 정토법당과 광양 정토법당에서도 강연을 도와주러 많은 봉사자들이 함께해 주었습니다.nbspnbspnbsp소개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 위에 오르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봄날씨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습니다.nbspnbspnbsp“날씨 좋죠? 긴 겨울이 지나고 춥지도 덥지도 않는 봄날이 왔습니다. 이런 날씨를 비유로 들어서 우리들의 마음을 표현할 때가 많죠. 우리가 괴로워할 때는 한 겨울이라고 표현하고, 그 괴로움을 극복하고 편안함이 찾아오면 봄날 같다고 그러잖아요. 이렇게 바깥에는 봄이 왔는데 여러분들의 마음에도 봄이 왔습니까?”nbsp“네.”nbspnbspnbsp“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오늘 질문하실 분들은 봄이 왔으되 아직 마음의 봄은 오지 않은 사람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와 대화를 하면서 따뜻한 봄날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nbsp이렇게 여는 이야기를 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서두가 길어지면 질문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며 거두절미하고 곧바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nbspnbsp오늘도 역시 제비뽑기 방식으로 질문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강연이 진행되었는데, 많은 분들이 질문지를 제출하였지만 시간 관계상 9명이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nbspnbsp오늘은 그 중에서 무슨 일이든 너무 열심히 해서 금방 지치고 자꾸 일을 그만두게 되는 젊은 남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nbspnbspnbsp“일을 한 번 시작하면 최소한 3년은 해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왜 3년이라고 말씀하시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서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입학했고, 열심히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지 대학에 가서도 열심히 하니까 조기졸업도 하고, 졸업과 동시에 7급 공무원에도 합격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면 우등생이 되는데, 사회에서는 일을 열심히 하니까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7급 공무원도 그만두게 되었어요.”nbsp“7급 공무원을 그만두었다고 얘기하지 말고, 업무를 열심히 해서 7급 공무원을 조기에 졸업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nbsp nbspnbsp“네. 진짜 정년 퇴임하는 기분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쳤어요. 그리고 나이 서른을 앞두고 다시 수능시험을 봐서 교육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공무원을 그만둔 이유가 조직생활이 힘들었기 때문인데 막상 교사가 되어보니 여기도 조직생활이라 또 힘들어서 작년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서 일단 사직서를 접긴 했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이미 습관이 형성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현 교육제도하에서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월급도 안 오르고, 끊임없이 조직에 맞춰서 계속 일을 해야해서 또다시 그만둘까 하는 고민이 듭니다. 최소한 3년은 해보는 것이 수행이라고 생각하고 다니고는 있는데, 그냥 지금 그만두는 게 좋을지, 3년은 다녀보는 것이 좋을지 고민입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명쾌한 답변 부탁드립니다.”nbsp“어떤 일이든 내일 당장 그만둬도 돼요. 그런데 방금 한 얘기를 주욱 들어보면, 첫째, 질문자는 어떤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어떤 일을 하다 그만두는 업식이 있어요. 이런 업식을 갖고 있는 한은 앞으로 새로운 직장을 구해도 하다 보면 또 의미가 없어 보여서 직장을 그만둘 확률이 높아요.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둘째, 이런 업식이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연애나 결혼도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아요. 연애도 너무 열심히 하면 상대가 질려서 도망가 버려요.nbspnbspnbsp하다가 그만두는 것을 반복하는 이런 업식을 고치려고 할 때 이 ‘3년’ 이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그냥 아무 때나 3년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이 업식을 내가 한 번 고쳐봐야 되겠다고 한다면, 교장이 뭐라 하든, 학생들이 어떻든, 학부형이 뭐라 그러든, 무슨 사고가 생기든 수행삼아 3년을 버텨보는 겁니다. 그러면 고비가 찾아오는데, 이런 고비를 한 번 넘기고, 두 번 넘기고, 세 번 넘기면 그 다음에는 큰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이런 업식이 있는 사람은 조그만 일에도 도저히 못할 것 같고 그만둬야 할 것처럼 느끼거든요. 그런데 이런 고비들이 두 세 번 넘어가면 ‘아, 별 것 아니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가 이 업식을 한번 바꿔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대로 살면 질문자의 인생이 너무 피곤해질 것 같아요.”nbsp“네. 저도 이래저래 너무 피곤합니다.”nbsp“교사 그만두면 다음에는 무엇을 하려고 해요?” nbspnbspnbsp“학원 강사를 할까 생각 중입니다.”nbsp“제가 보기에는 그건 1년 안에 그만둘 것 같은데요.”nbspnbsp“개인 과외를 해보니까 보수는 적지만 많이 자유롭더라고요. 그래서 학원 쪽이 저와 더 맞다는 생각이 들거든요.”nbsp“그것은 파트 타임으로 잠시 했던 거잖아요. 파트 타임으로 하면 출구가 있기 때문에 내 업식이 안 드러나요. 왜냐하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직장이라는 틀 안에 딱 묶이게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업식이 발동하게 됩니다. 장가는 갔어요?”nbspnbsp“아직 안 갔습니다.”nbsp“그러면 학교 교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가져야 결혼하기 쉬울까요? 학원 선생처럼 뜨내기로 있어야 결혼하기 쉬울까요?”nbsp“그런데 저는 결혼할 마음이 전혀 없어서요.”nbsp“그 결심 하나는 아주 잘했네요.”nbspnbspnbsp“상대 여자분을 너무 고생시킬 것 같아서요.”nbspnbsp“그 수준에서 결혼하면 부인이 신뢰를 못해요. 자기 꼬라지를 잘 알고는 있네요. 그것만 해도 굉장히 훌륭한 겁니다. 그래도 이왕에 시작한 거 3년은 해보세요. 학교 교사 3년 한 후에 학원계로 진출한다고 해서 그렇게 지장을 받는 것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학교 경력 3년을 하면 학원계로 진출하는데 유리해요. 그러니 한 3년은 해보시지요.”nbsp“네. 3년 동안 아이들 열심히 가르쳐 보겠습니다.”nbsp“너무 열심히 가르치면 안 돼요. 그러면 또 그만두게 돼요. 대충 가르치세요.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치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아이들은 오히려 힘들어 해요. 위에 상사가 너무 열심히 일을 하면 밑에 직원들이 힘들어 해요. 시장이 되어서 일을 너무 열심히 하면 밑에 직원들은 죽어나요. 그러니 너무 열심히 하면 안 돼요. 잘리지 않을 수준으로만 대강 해보세요. 질문자는 너무 열심히 하는 것이 병이기 때문에 그냥 대강 하는 연습을 해야 돼요.nbspnbsp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이걸 아셔야 해요. 내가 낳아서 내가 키웠는데도 내 말을 안 듣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그런 아이들만 스무 명을 모아 놓은 것이 교실이에요. 자기가 낳은 조그마한 아이 한 명도 엄마가 키우기 힘들어서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그런 아이들 스무 명을 질문자가 가르쳐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 아이들이 질문자의 말을 잘 들을까요?”nbsp“말을 안 듣죠.”nbspnbspnbsp“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안 듣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해요. 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잘 들어야 된다고 생각하면 선생 노릇하기 힘들어요. 내 말을 안 듣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그 중에 가끔 말을 잘 듣는 아이가 생기면 너무 기뻐요. ‘그래도 말을 듣는 아이도 있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게 선생님 말을 안 들을 수가 있어’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힘들어져요. 지금 한 반에 몇 명이에요?”nbspnbsp“18명입니다. 그런데 제가 열심히 했던 게 꼭 아이들을 힘들게 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이유가 제가 오늘 아이들에게 법륜 스님에게 질문해보고 이 일을 그만두라고 하면 너희들은 내일 다른 선생님한테 배워야 한다고 하니까 그러지 말라고 하는 아이들이 대다수였어요. 내일부터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아이가 여섯 명이었고요.”nbsp“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얘기하는 거에요? 좀 모자란 사람 같은데요. 법륜 스님 만나러 오는 걸 초등학교 아이들하고 의논을 해요? 그것도 모자라서 나 좋은 사람 손들어 보라고 묻고요. 그 수준으로는 선생님 하면 안 될 것 같은데요. 그런 얘기는 아이들과 하는 게 아니에요.nbsp그러니까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내일 안 왔으면 좋은 사람?’ 하고 물었을 때는 한 명만 손들어도 그것은 99명이 손 든 것과 같은 겁니다. 왜냐하면 선생님 면전에 대고 손을 들 수 있는 아이는 거의 없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여섯 명이나 손을 들었다는 것은 절반 이상이 선생님을 싫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선생님이 내일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했을 때 절반 이상 손든 것은 두 명 정도만 손을 든 것과 같아요. 여러분들도 사석에는 다 대통령을 욕하지만 막상 대통령 앞에 가서는 아무도 욕을 못하는 것과 같아요. 수준을 보니까 진짜 선생을 그만둬야 할 것 같은데... nbspnbspnbsp그러니까 3년은 해야 됩니다. 대신에 너무 열심히 하면 안 되고,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다음 네 가지만 잘 지키는 한도에서는 야단을 치면 안 돼요. 첫째, 남을 때리지 않는다. 둘째, 남의 물건을 뺏거나 훔치지 않는다. 셋째, 성추행하지 않는다. 넷째, 욕하고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 네가지만 잘 지킨다면 아이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수업 시간에 조는 것은 이 네가지 들어갑니까?”nbsp“안 들어갑니다.”nbsp“그러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졸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느냐? 수업 시간에 조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기에게 손해입니다.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기 때문에 선생님은 이것을 깨우쳐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흔들어 깨워줘야 합니다. 그러나 야단을 치면 안 됩니다. 다섯 번을 흔들어 깨워도 계속 존다고 욕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남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업 시간에 떠드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지적을 해주고,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밖에 나가서 놀아라’ 하고 교실 밖으로 내보내면 됩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피해를 안 보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어지간하면 간섭을 안 하는 것이 좋아요.nbspnbsp또 공부를 못하는 것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야단치면 안 돼요. 그렇다고 내버려 둬야 하느냐. 아니에요. 공부를 하도록 깨우쳐줘야 합니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 남에게 좋은 일을 한 것이에요. 남의 성적을 올려준 거잖아요. 칭찬을 못해 줄 망정 야단을 쳐서는 안 됩니다.nbspnbsp이런 원칙을 가지면 별 문제 없어요. 내가 아무리 몰라도 아이들보다는 많이 알잖아요. 그러니 아이들이 모르는 것 있으면 가르쳐주고, 또 아이들이 묻는 것 중에 내가 모르는 것도 있을 수 있어요. 그것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선생님도 그건 잘 모르겠다. 알아보고 내일 다시 알려줄게’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nbsp“아이들은 대충 가르칠 수 있는데, 윗 분들이 시키는 것이 많아요.” nbspnbsp“무슨 일을 시키는데요?”nbsp“과학실 정리정돈하고 청소해 놓으라고 하고, 또 이것저것...”nbsp“그런 건 좀 하면 되죠. 아침 일찍 출근해서 해놓든지, 아이들 보내놓고 나서 해놓든지요. 그래도 공무원 중에서 가장 상하관계가 느긋한 곳이 교직에에요. 조직사회 중에서도 아랫 사람이 비교적 존중받는 곳이 또한 교직이고요. 물론 그 속에 들어가면 교장이 교사를 무시하고 그런 문제가 있긴 하지만요. 그러나 다른 조직에 비해서는 그런 측면이 좀 덜한 편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 곳에서도 못 버텨서 자꾸 뛰쳐나온다면 숫제 시골에서 농사 짓는 것이 제일 좋아요.nbspnbsp그러니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아이가 밥도 안 먹고 만화를 본다고 할 때 ‘열심히 만화를 본다’고 표현 안하잖아요. 게임에 빠져서 밥 먹으라고 두 번 세 번 불러도 대답이 없을 때 ‘게임을 열심히 한다’고 표현합니까. 안 해요.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에요. 열심히 한다고 표현할 때는 하기 싫은 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할 때 열심히 한다고 표현해요. 그래서 열심히 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니에요.nbspnbspnbsp그럼 하기 싫은 것은 안 해야 됩니까?nbsp하기 싫은데 안 해도 되면 안 하면 됩니다. 그러나 세상 일은 하기 싫어도 해야 될 때가 있잖아요. 교장 선생님이 ‘과학실 정리정돈을 좀 하세요’라고 하면 그 사회에서는 하기 싫어도 해야 되잖아요. 그럴 때는 기꺼이 하는 겁니다. 열심히 하지 말고요. 열심히 하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기꺼이 할 뿐이지 열심히 하지 마세요.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에요.”nbsp“네. 잘 알겠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nbsp질문한 선생님은 마침내 환하게 웃으며 큰 목소리로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청중들도 공감이 컸던지 큰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nbspnbspnbsp이 외에도 8명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직장생활 20년 경력의 여성분은 신입사원에게 야단을 쳤더니 직장을 그만둔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회사가 어려워지니까 이제는 야단도 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고민을 말했고, 한 어머니는 딸이 식물인간 상태로 1년째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잘 모르겠다고 질문했고, 32살된 남자 교사분은 나이에 비해 지위가 높아서 어떻게 동료들을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질문했고, 또 다른 직장인 한 분은 동료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기고 싶다는 탐욕에 휩싸인 자신의 모습을 얘기하면서 이렇게 계속 가도 괜찮은지 질문했습니다.nbspnbsp또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는 여성분은 남편이 정치에 발을 들여 선거 때마다 떨어져 재산을 탕진하는데 어떡하면 좋을지 질문했고, 29살 된 여성 분은 직장이나 모임 때문에 가끔 밤 12시 넘어서 집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이해해 주지 못하는 아버지 때문에 고민이라고 질문했고, 50대 여성분은 결혼한 조카가 부부싸움을 심하게 한 후 별거 중인데 어떻게 좋은 말로 화해를 시켜줄 수 있는지 물어 보았고, 32살 남자 분은 2년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사는 것이 우울하기만 해서 고민이라고 질문했습니다.nbspnbsp같이 박수치고, 같이 웃고, 질문자들의 하소연에 같이 공감하다 보니 벌써 강연을 시작한지 두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nbspnbsp마지막 질문자의 답변을 마치고 스님은 다람쥐가 살 듯 토끼가 살 듯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가볍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nbspnbspnbsp“너무 잘 살려고 하면 못 삽니다. ‘다람쥐도 살고 토끼도 사는데 내가 왜 못 살겠노’ 항상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개도 새끼를 낳아 키우는데 내가 왜 아이를 못 키우겠노’ 이렇게 생각하면 아이 키우는 것이 쉬워져요. 엄마가 아이 키우는 것을 힘들어 하면 아이가 불효를 하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조그만 아기가 벌써 부모를 고생시키는 것이 되잖아요. 엄마는 아이 키우는 것이 힘들지 않고 재미가 있어야 해요. 그러면 조그만 아이가 벌써 엄마를 기쁘게 하잖아요. 얼마나 효자입니까. 그러니 저절로 아이가 잘 되는 거에요. 아이 키우는 걸 힘들어 하지 말고 재미있어 하며 키우세요. nbsp nbspnbsp조금 가볍게 생각하고 살면 좋겠어요. 삶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니까 사는 게 피곤한 거에요. ‘다람쥐도 잘 사는데 내가 못 살게 뭐 있노?’ 이렇게 가볍게 생각해야 돼요. 인생이 별 것 아니에요. 토끼 한 마리 사는 것이나 사람 한 명이 사는 것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인생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사는 게 피곤해지는 겁니다. 그렇게 가볍게 즐겁게 사시기 바랍니다.”nbspnbsp스님의 주옥같은 말씀에 오랜 동안 박수가 이어졌습니다.nbspnbsp스님이 무대 아래로 내려가고 추첨으로 선정된 법륜스님의 사인이 담긴 책 선물을 받을 세 분의 명단이 발표되자 부러워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퇴장하는 청중들의 얼굴에는 유쾌하고 활발한 기운이 가득했습니다. 모두들 강연 내용에 너무나 만족해 하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습니다.nbspnbsp로비에서는 책 판매 창구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와글와글했습니다. 200권이 넘게 준비한 스님의 책 “깨어있기”, “행복”, “기도”, “야단법석” 등이 다 팔리고 남은 책이 없었습니다. 스님의 사인을 받고자 늘어서 있는 줄이 길어 한 시간 가까이 사인을 해야 했지만 끝까지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nbspnbspnbsp끝으로 오늘 강연을 준비한 여수, 순천, 광양에서 온 정토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들 강연을 성공적으로 잘 마쳤다는 자부심에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nbspnbspnbsp여수를 출발한 스님은 문경 수련원으로 가서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하루종일 정토회 주간반에서 봉사활동하는 모둠장과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봄나들이를 다녀온 후 저녁에는 대구 시민들을 위해 통일이야기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nbspnbsp ※ 2016년 봄,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갑니다. 강연일정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입장입니다. 질문자 접수는 강연장에서 받습니다.

2016.04.23. 111,198 읽음 댓글 36개

2016.4.21 (오전) 해운대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에 위치한 부산MBC 삼주아트홀에서 부산 시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nbsp어제 저녁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니 더 강한 빗줄기와 바람까지 동반해서 행사를 준비하는 봉사자들은 내심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봉사자들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연장 주변의 영산홍과 철쭉은 봄의 절정을 향해 그 예쁜 빛을 한껏 뽐내며 아름다운 장관을 이루고 있었구요.nbspnbsp아직 강연 시작하기도 전인 9시부터 강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단비와 같은 법문을 들으려는 사람들의 열기가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nbspnbsp강연 시작 30분 전부터 구름같이 몰려오는 청중들로 인해, 강연장은 이미 좌석을 가득 메우고도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소개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에 오르자 900여 명의 청중들은 가뭄에 단비를 반기는 듯 환호와 박수로 스님을 맞이합니다.nbspnbsp스님은 비가 오는데도 많은 분들이 참석한 것을 보고 날씨 이야기와 함께 강연을 시작했습니다.nbspnbsp“봄비가 오니까 좋지요?”nbsp“예.”nbsp“이렇게 봄비가 오는 날은 뭐하면 제일 좋을까요? 여러분들은 커피집에 앉아서 커피 마시는 것이 좋죠? 저는 아니에요. 봄비가 올 때는 고추모종이든 배추모종이든 모종을 내는 게 제일 좋아요. 저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비가 오기에 ‘야, 오늘은 모종을 내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번 봄에는 밭에 여러 가지 채소를 심었는데, 어떤 데는 소복소복 나고, 어떤 데는 듬성듬성 났어요. 그래서 오늘은 그걸 전부 고르게 했어요. 아직 모종이 작으니까 소복소복 난 데서 모종을 뽑아서 볼펜 같은 걸로 땅에 구멍을 뚫어서 아까 뽑은 걸 쏙쏙 집어넣었어요. 비오는 날은 모종을 아무렇게나 심어놓아도 잘 살거든요. 그런 생각 안 해 봤죠?nbspnbspnbsp이렇게 사람은 다 다릅니다. 저처럼 농사짓는 사람은 비오는 날에는 모종을 내고, 맑은 날에는 비료를 칩니다. 그런데 농사를 잘 지을 줄 모르는 사람은 ‘오늘 모종 내려했는데 날이 맑다’고 nbsp불평하고, ‘비료 치려는데 비가 온다’고 불평합니다. 그렇게 날씨 탓하면서 농사 못 지어먹겠다는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미리 모종 낼 준비도 해 놓고, 비료 칠 준비도 해 놨다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비가 오면 모종을 내고, 맑으면 비료를 칩니다. ‘비야, 오려면 와라. 맑으려면 맑아라’ 하는 식으로 날씨가 어떻더라도 좋습니다. 비도 가끔 와야 농사가 잘 되고, 또 맑기도 해야 농사가 잘 되잖아요. 그런데 그게 내 입맛에 딱 맞게 되진 않습니다. 그저 나는 형편대로 준비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 똑같이 촌에 살면서도 한 사람은 신경질 내면서 살고, 한 사람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살게 되는 겁니다.nbspnbsp우리 인생살이도 똑같아요. 여러분들은 늘 ‘남편이 이래서 문제다’, ‘시어머니가 저래서 문제다’, ‘애가 이래서 문제다’, ‘회사가 저래서 문제다’라고 하지요. 좀 있다가 질문자들 하는 얘기 들어보세요. 다 그런 얘기일 거예요.nbspnbsp그런데 생각을 조금 달리 해보면 어떨까요. 인생의 행복은 재물을 많이 모으고, 출세를 하고, 인기가 높다고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행복할 수 있다면 부처님께서 왜 출가를 하셨겠어요? 그냥 왕자로서 사셨겠지요. 그게 아니기 때문에 출가를 하셔서 이 길을 발견하신 거거든요. 그러니까 스님이 꼭 돼야 행복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생각해 보세요. 머리 깎는다고 해탈할 수 있을까요? 그럼 이발소만 다녀오면 누구나 다 해탈할 수 있게요?nbspnbspnbsp승복을 입는다고 해탈할 수 있을까요? 그럼 옷만 맞춰 입으면 되잖아요. 이런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결혼을 했든 안 했든, 고기를 먹든 안 먹든, 이런 거하고도 아무 관계가 없어요. 고기를 먹고 안 먹는 건 그냥 그 사람의 식성일 뿐이에요. 결혼을 하고, 안 하는 건 각자 선택한 생활방식일 뿐입니다. 그런 것과 관계없이 ‘이치를 알아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그러니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수가 있다’는 건 ‘누구나 nbsp부처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도 그런 대화를 나눠보고자 하는 겁니다.”nbsp스님의 여는 이야기에 벌써부터 청중들은 마음이 활짝 열린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편안한 가운데 문답이 시작되었습니다.nbspnbsp오늘도 질문자들의 질문지를 스님이 제비뽑기 통에서 뽑으면, 뽑힌 질문자의 물음에 스님이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총 5명이 질문을 했는데 모두들 기나긴 문답 끝에 결국 활짝 웃었습니다.nbspnbspnbspnbspnbsp스님의 답변 덕분에 오랜만에 호탕하게 웃었다는 질문자들에게 청중들도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 주었습니다.nbspnbspnbsp이 외에도 많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한국남자와 결혼한 후 15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데 한일관계가 나빠지면 주눅이 들 때가 많다며 어떤 마음을 가지며 살아야 하는지 묻는 일본인 여성분, 부산에서 이변에 가까운 총선 결과가 나온 것과 현재 안철수 의원과 그가 속한 국민의당에 대해 묻는 분, 뇌졸중으로 십년간 몸져 누워 계신 어머니의 문제로 누나와 갈등하는 것을 해결할 방법을 묻는 분,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신랑에게 과도한 집착을 하는 것 때문에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결혼 2년차 주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스님은 명쾌한 대답을 들려주었습니다.nbspnbsp5명의 각양각색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은 2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유쾌, 상쾌, 통쾌한 한마당이었습니다. 강연장을 가득 매운 청중들은 때로는 박장대소를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거나 안타까운 탄성을 내며, 질문자와 한마음이 되어 스님의 법문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nbspnbsp마지막 질문자에게 답변을 마친 후 스님은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여러분, 행복하게 사세요”라고 하며 강연을 마무리 했습니다. 청중들도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nbspnbsp강연이 끝난 후 로비에선 스님의 새 책 ‘행복’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으로 한 명 한 명에게 정성껏 사인을 해주었습니다.nbspnbspnbsp스님은 사인회를 마친 후 오늘 강연을 주관한 해운대정토회 대연법당과 해운대법당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궂은 날씨에 내심 긴장을 놓지 않던 봉사자들은 성황리에 끝난 강연을 자축하며 큰 소리로 “화이팅”을 외쳤습니다.nbspnbspnbsp강연장을 나서는 청중들은 세차게 몰아치던 비가 거짓말같이 갠 것처럼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듯 보였습니다.nbsp이어서 스님은 정토회 해외지부 소속 하일숙님의 아버님이 오늘 아침 6시에 돌아가셔서 부산에 있는 장례식장에 들러 조문을 하고 대중과 함께 염불을 한 후 여수로 출발했습니다.nbspnbsp저녁 7시부터는 여수 시민회관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이어집니다. nbsp ※ 2016년 봄,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갑니다. 강연일정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입장입니다. 질문자 접수는 강연장에서 받습니다.

2016.04.22. 256,601 읽음 댓글 82개

2016.4.20 광주 청년 즉문즉설 강연

nbsp안녕하세요? 오늘은 광주교육대학교 풍향문화관에서 청년대학생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nbspnbsp어제밤 목포에서 강연을 마치고 새벽 2시가 넘어서 서울에 도착한 스님은 잠시 눈을 붙인 후 아침 7시부터 오전 내내 평화재단에서 미팅과 회의 일정을 가졌습니다. 평화재단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친 후 오후 3시에 강연이 열리는 광주로 향했습니다.nbspnbspnbsp강연이 열리는 광주교육대학교 풍향문화관에는 흐린 날씨와 강풍 때문인지 좌석이 다 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300여 명이 넘는 청년대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스님의 강연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nbspnbsp저녁 7시 30분, 소개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에 올라서자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습니다.nbspnbspnbsp스님은 먼저 봄소식을 전하면서 사는 게 재미있느냐?는 질문을 던진 후 강연을 시작했습니다.nbspnbsp“사는 게 재미있습니까?”nbsp“.......”nbspnbsp“젊은 사람들은 대답이 없고, 늙은 사람들만 대답을 하네요. 어떤 일이든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재미가 있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재미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니까 이왕이면 재미있게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누구한테 좋을까요? 자기한테 좋습니다.nbspnbsp누가 나한테 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입장에서는 속이 시원할지 몰라도 몸에는 열이 오르기 때문에 건강에 안 좋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상대가 화내는 걸 보고 ‘그렇게 화내면 자기만 손해인데…….’ 이렇게 측은하게 생각해 주세요.nbspnbspnbsp여기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가 입으로 쓰레기를 뱉어 나한테 던졌어요. 그런데 나는 그걸 얼른 받아서 그 쓰레기를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면서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런 쓰레기를 던질 수 있느냐’라면서 그것을 10년씩 들고 다니며 내내 곱씹어요. 그건 바보 같은 짓이에요. 내가 받은 게 쓰레기인 줄 알면 얼른 버리면 됩니다. 제일 좋은 건 처음부터 받지 않는 것이지만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지요. 상대가 던지면 넙죽 잘도 받게 되잖아요.nbspnbsp그러니 ‘어떤 상황에 처하든 내가 어떻게 대응할거냐’하는 건 ‘어떻게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거냐’의 문제입니다. 누가 내 대신 인생을 살아주지도 않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도 않아요. 그러니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해야 합니다. 오직 자기만 할 수 있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거예요. 그래서 부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nbspnbsp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nbsp그럼에도 우리는 이 행복과 불행을 다른 사람이 나에게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분들은 ‘나를 행복하게 해 주십시오’라며 매달리고, ‘왜 나한테 이런 불행을 주느냐’고 원망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니까 한평생을 자기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 못 살고, 남에게 매여 사는 거예요. 자, 그러면 오늘도 여러분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을 주제에 제한 없이 대화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시작하세요.”nbspnbsp상대가 던진 수많은 쓰레기들을 가슴에 안고 사는 것 같다는 말씀에 정신이 번쩍 차려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작부터 머리가 시원해진 느낌입니다.nbspnbsp이어서 본격적으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고, 2시간 동안 7명이 질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낯선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덜 외롭고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는지 묻는 분,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살아와서 언제까지 계속 열심히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여성 분, 공부를 하고 싶은데 취업을 할지 대학원에 진학 할 지를 묻는 분,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놀기만 하는 것이 걱정이라는 분, 출산을 앞두고 출산휴가와 직장일을 고민하는 여성분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nbsp오늘은 그 중에서 아버지가 재혼을 했는데 새어머니와 친어머니 중 누구를 결혼식에 모셔야 할지 고민이라는 여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스님은 답변 도중 지금까지 즉문즉설 중 이렇게 어려운 질문은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로 해결책을 내기가 쉽지 않았던 질문이었습니다.nbspnbspnbsp“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 재혼하셨는데, 저는 새어머니도 친어머니 못지않게 아끼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올해 결혼을 하게 됐는데, 두 어머니 모두 제 결혼식 당일에 부모님 자리에 앉으시길 희망하셔서 고민입니다.”nbsp“어떤 사람은 앉을 사람이 없어서 고민인데, 질문자는 너무 많아서 고민이네요. 두 분 다 모시면 되지요.”nbspnbsp“그 생각도 해 봤는데, 그건 시댁 측에서 원치 않으십니다.”nbspnbspnbsp“질문자는 누굴 모시면 좋겠어요? 두 분 어머니 모두 모시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는데, 그래도 한 분만 선택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어쩔 수 없이 어떤 분을 모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nbsp“처음에는 아버지랑 오래 사신 새어머니께서 앉는 게 맞다 생각했는데, 친어머니께서는 여태 혼자 외롭게 사셨기 때문에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할 기회마저 빼앗기신다면 너무 힘들어하지 않으실까 염려됩니다.”nbspnbsp“친어머니는 재혼을 하셨어요?”nbsp“안 하셨어요.”nbsp“아버지는 누가 앉기를 원해요?”nbsp“아버지께서는 당연히 새어머니와 앉기를 희망하시는데, 그래도 제가 원한다면 결혼식 당일만큼은 친어머니와 앉겠다고 말씀은 하셨습니다.”nbspnbsp“그러면 새어머니한테 양해를 한번 구해 보세요. ‘마땅히 어머니께서 앉으셔야 되는데, 그래도 어머니는 제가 앞으로 계속 뵈면서 모시고 살 분이고, 생모는 혼자 사시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 이런 기회는 없으실 테니 섭섭하실 겁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말씀드려 보세요. 아버지와 새어머니 사이에도 자녀가 있어요?”nbsp“없습니다.”nbspnbsp“아이고, 이거 보통 일이 아니네요.”nbspnbsp“새어머니께서는 제가 힘들어하는 걸 아시고는 ‘우선은 네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제가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새어머니를 위로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nbsp“두 분 어머니 모두 앉히면 어떨까요?”nbsp“아버지께서 ‘만약에 친어머니가 앉게 되면 새어머니는 결혼식에 못 오신다’고 말씀하신 상태입니다.”nbspnbsp“여태껏 누가 나한테 물었을 때 내가 답하기 쉽지 않은 일이 없었는데, 이번엔 쉽지 않네요. 친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자녀는 질문자 한 명뿐이에요?”nbsp“아니오, 오빠가 있습니다.”nbspnbsp“오빠는 결혼 했어요?”nbsp“안 했습니다.”nbspnbspnbsp“만약 오빠가 결혼한다면 예식장에 누굴 앉힐 것 같아요?”nbsp“오빠는 친어머니를 모시고 결혼한다고 했습니다.”nbspnbsp“그럼 질문자는 친어머니한테 양해를 구해 보세요.”nbspnbsp“제가 그 말씀도 드려봤는데 친어머니께서는 ‘그래도 내가 앉겠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십니다.”nbspnbsp“친어머니는 질문자를 몇 살까지 키웠습니까?”nbspnbsp“제가 3살 때 쯤 이혼하셨다고 들었습니다.”nbspnbsp“아버지는 질문자가 몇 살 때 재혼했어요?”nbspnbsp“제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으니까 10살쯤입니다.”nbspnbsp“그 사이에는 누가 질문자를 키웠나요?”nbsp“할머니께서 키우셨습니다.”nbspnbsp“그럼 할머니가 앉아야 되겠네요.”nbspnbsp“예, 그런데 할머니께서는 돌아가셨습니다.”nbsp“아이고, 이거 점점 어려워지네요. 내가 즉문즉설 한 뒤로 이렇게 곤란한 질문은 처음입니다.”nbspnbsp“제가 너무 괴롭습니다. 저는 한 분이라도 서운한 분이 없도록 하고 싶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해 봤는데, 뾰족한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두 분이 서운하시든말든 나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팟캐스트를 통해서 스님 법문을 들었을 때 스님께서 ‘어른들이 생각하시게 놔두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기에 저도 ‘부모님들께서 서운함을 느끼신다면 그것은 당신들께서 감당해야 할 몫이다’라며 마음을 다잡고 지금은 크게 고민 안 하고 있지만 그래도 스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스님 생각은 어떠신가요?”nbsp“저도 잘 모르겠어요. 거 진짜 어렵네요.”nbspnbsp“예.”nbsp“제가 왜 질문자에게 꼬치꼬치 물었느냐 하면요, 만약 친어머니가 질문자를 9살까지 키웠다면 저는 질문자에게 친어머니를 모시라고 했을 거예요. 또 새어머니가 질문자를 3살부터 키웠다면 ‘새어머니가 엄마다. 누가 낳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를 했을 겁니다. 엄마는 낳은 사람이 아니라 기른 사람이 엄마거든요. 그런데 질문자의 중요한 시기를 사실은 할머니가 키워주셨네요. 그런데 그 할머니는 돌아가셨다고 하니, 이제 남은 두 어머니는 모두 ‘엄마의 절대적 자격’이 없습니다. 친어머니도 ‘내가 이 결혼식에 반드시 참여해야 된다’고 할 자격이 없어요. 질문자의 육신은 친어머니가 만들었지만 그렇다는 거예요. ‘육신’이라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거든요. 왜 그럴까요? 앞으로 정자와 난자를 인공수정해서 제3자의 자궁에서 기른 뒤에 데리고 와서 키우면, 그 아이는 낳은 사람의 외양은 하나도 안 닮았을 거잖아요? 그래도 낳긴 그분이 낳았잖아요. 그렇지요?”nbsp“예.”nbsp“또 미래에 인공자궁이 발명된다면, 그때는 부부가 결혼해도 아기를 안 낳을 겁니다. 인공수정을 해서 인공자궁에 넣어달라고 회사에 주문해 놓고는 아홉달 반 뒤에 가서 아기만 받아오면 될 거예요. 그런 것까지 생각해 보면 낳은 사람이 아니라 기른 사람이 엄마입니다.nbspnbspnbsp그리고 실제 육체는 생물학적으로 친부모를 닮지만 우리의 정신, 이 마음바탕은 기른 사람의 것을 다운 받습니다. 예를 들어서 애를 낳자마자 프랑스에 입양시켜서 프랑스인 어머니가 양육하도록 했다면, 그 사람은 외양만 동양인일 뿐 마음의 바탕이 되는 업식은 다 프랑스인 어머니의 것으로 형성됩니다. 그래서 한국적인 사고방식은 전혀 없는 사람이 되지요. 그런데 한국에서 3살까지 크다가 4살 때 입양을 가면, 마음바탕은 기본적으로 한국적인 것 위에 서양 것이 더해지기 때문에 생각은 서양식이라도 정서적으로 마음이 작용하는 건 한국식입니다.nbspnbsp그러니까 두 분 어머니 모두 엄마의 절대적 자격이 있다고도 말할 수 없고, 또 두 분 모두 자격이 없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두 분 중에 한 분이 양보를 하든지 해야지, 이건 질문자가 합당하게 결정하기가 어려운 문제예요. 이럴 때는 친어머니와 의논해 보는 게 좋겠어요. 새어머니는 자손이 없으니까 이런 기회가 앞으로도 없을 거잖아요.”nbsp“예.”nbspnbsp“그런데 친어머니는 앞으로 질문자 오빠의 결혼식에 참석할 기회가 남아있으니까, 먼저 친어머니한테 양해를 한번 구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질문자는 종교가 있어요?”nbsp“예, 천주교입니다.”nbspnbsp“천주교라니 잘 됐네요. 그러면 질문자는 결혼식을 두 번 하면 되겠어요. 성당에서 신부님을 주례로 모시고 가족만 초대해서 천주교 식으로 한 번 하고, 또 한 번은 예식장에서 친척들 초대해서 하는 겁니다. 두 분 어머니 중에 어느 분이 천주교 신자예요?”nbsp“새어머니요.”nbspnbspnbsp“그러면 예식장에서 결혼할 때는 친어머니를 모시고 하고, 친구들과 모여서 성당에서 결혼할 때는 새어머니를 모시고 하면 좋겠네요. 신랑과 시어머니한테는 ‘저희 집안 사정이 이러이러해서 제가 어느 분도 외면하기가 어려우니, 대외적으로는 생모를 모시고, 대내적으로는 양모를 모시고 결혼식을 하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의논을 드려보세요. 그렇게 하면 두 분 어머니 중 누구도 섭섭하지 않으시겠지요. 그러나 역시 제일 좋은 방법은, 친어머니한테는 다음 기회가 있으니까 양해를 해 달라고 말씀드려보는 겁니다.”nbspnbsp“예, 감사합니다.”nbsp“네. 젊은 사람들은 성당에 좀 다니세요. 그래야 이런 문제가 생길 때 해결책이 나오지요.”nbsp스님도 선뜻 해결책을 내놓기가 어려웠던 질문은 정말 오늘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스님이 제시해준 해결책에 질문자도 환하게 웃었고, 청중들도 큰 박수로 격려를 해주었습니다.nbspnbsp7명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마쳐갈 때 쯤 되자 시간은 어느덧 2시간을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쉼없이 답변을 이어가던 스님은 이제 마쳐야 될 시간이 되었다며 마무리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오늘도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며 강연을 마쳤습니다.nbspnbspnbsp“자꾸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잘 나갈 때라도 너무 교만하면 안 됩니다. 교만은 재앙을 불러옵니다. 반대로 아무리 안 된다고 해도 좌절하면 안 됩니다.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해 뜰 일이 생깁니다. 이렇게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욕하는데 에너지를 허비하지 말고, 세상을 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건 ‘다 좋다’는 얘기와 다릅니다. 넘어지면 ‘아, 이래서 내가 넘어졌구나’ 하고 교훈을 얻어서 다음에는 안 넘어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해요. 그러면 결과적으로 넘어진 게 안 넘어진 것보다 더 좋은 일이 됩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넘어지자는 게 아니라 결과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또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자세를 가지면 ‘실패가 곧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현실이 되고, 늘 웃고 살 수가 있어요.nbspnbsp이런 공부를 하는 게 원래 불교이지 복 비는 게 불교가 아니에요. 그러니 틈 날 때마다 와서 종교에 상관없이 이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볼 때 보통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종교심’이라는 게 저한테는 있는 것 같아요? 없는 것 같아요? 없어요. 저 같은 사람도 이 공부를 하는데 여러분들이 왜 못 하겠어요? 믿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서 각자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가지느냐. 그래서 어떻게 스스로 행복하게 사느냐’에 대한 이 공부는 누구나 하셔야 됩니다. 꼭 이 마음공부를 하셔서 여러분 모두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nbspnbsp오늘도 스님으로부터 행복의 기운을 듬뿍 선물 받은 기분입니다. 열정적으로 강연을 해준 스님에게 청년대학생들은 큰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nbspnbsp강연이 끝나고 로비에서는 스님의 새 책 ‘행복’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스님은 책에 사인을 해주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 많은 분들에게 웃음을 건넸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에게 자신의 이름도 사인과 함께 적어달라고 했는데 스님은 “자기 이름은 자기가 적고, 내 이름은 내가 적겠다.”고 웃으며 거절해서 모두를 웃게 만들기도 했습니다.nbspnbsp질문을 했던 여성분에게 스님의 답변을 듣고 어땠는지 소감을 물어보니 “혼자만의 생각에 갇혀서 답을 찾기 어려웠던 문제를 스님께서 잘 꿰뚫어보시고 대답해 주셨다.”며 수줍은 듯 만족스러운 얼굴로 강연장을 나갔습니다.nbsp끝으로 오늘 강연을 주관한 광주 청년정토회 자원봉사자들과 스님은 “지화자, 좋다”라는 힘찬 구호로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밝고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관객들을 맞이해준 봉사자들 덕분에 무사히 강연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nbspnbspnbsp내일은 오전 10시에 부산MBC 삼주아트홀에서 부산 시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저녁 7시에는 여수 시민회관에서 여수 시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nbspnbsp ※ 2016년 봄,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갑니다. 강연일정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입장입니다. 질문자 접수는 강연장에서 받습니다.

2016.04.21. 178,320 읽음 댓글 53개

2016.4.19 (저녁) 목포 즉문즉설 강연

nbsp안녕하세요? 오전에 충주에서 열렸던 즉문즉설 강연에 이어서 저녁 7시부터는 목포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nbspnbsp오랜만에 미세 먼지와 황사 없는 파란 하늘을 구경한 날입니다. 목포 부주산 자락을 따라 소풍나온 듯한 시민들이 강연장인 시민문화체육센터로 속속 들어왔습니다.nbspnbspnbsp강연 시작에 앞서 스님 소개 영상만으로도 큰 박수를 보내는 500여 명의 청중들은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에 오르자 큰 함성으로 환영을 해주었습니다.nbspnbspnbsp스님은 따듯한 봄날에 만나서 더욱 반갑다고 하며 이럴 때에는 바깥에도 많이 나가보라는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nbsp원래는 청중들이 강연장 입구에서 질문지를 적어 낸 것을 추첨하는 방식으로 강연이 이루어지는데, 오늘은 진행측에서 꼭 질문을 해야 할 두 분이 있다고 해서 우선 두 분의 질문을 먼저 받은 후 추첨식으로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nbspnbsp총 7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한 여성분은 어머니가 정신질환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서 힘들다며 질문했고, 사회 초년생 한 분은 서울에서 대학 졸업 후 부모님 권유로 지방으로 내려와 취업을 했는데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는 친구들이 부럽고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해서 재취업을 고민중이라며 어떡하면 좋을지 질문했고, 한 여성분은 가정사를 벗어나 자신의 열정을 받쳐 큰일을 하고 싶지만 각종 종교, 사회단체, 직장 등 모든 곳에서 문제점만 보이는 것이 고민이라고 질문을 했고, 남편이 말 잘하는 방법을 자주 묻는다는 한 여성분은 스님이 제일 말을 잘 하는 것 같다며 말 잘하는 방법을 질문했고, 국민참여운동을 15년째 해오고 있다는 한 남성분은 이러한 사회운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질문했습니다. nbspnbsp오늘은 그 중에서 고3 수험생을 둔 한 어머니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질문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작부터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nbspnbspnbsp“고3 수험생의 엄마입니다. 딸이 운이 너무 없다며 제게 어디 가서 기도 좀 해주시면 안 되냐고 해서,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고 유명하다는 절을 찾아갔어요. 비바람이 엄청 몰아쳤지만 저는 너무 간절해서 열심히 기도했어요. 돌에 돈을 붙여봐서 붙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서 동전을 던져보니 두 개 다 돌 위에 올라갔고요. 집에 왔더니 아이가 말하길, 엄마가 기도해줘서 자기 운이 좋아졌대요.nbspnbsp그런 뒤에 시험을 봤는데 평상시에는 대략 채점해 봐도 1등급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가채점해보니 다 틀렸대요. ‘기도발’이 너무 빨리 끝났으니 다시 가서 기도를 해달래요. 제가 계속 기도를 해야 할까요?”nbsp“본인도 질문해놓고 좀 우습죠?”nbsp“네. 그래도 고3 엄마여서 좀 절박하긴 해요.”nbsp“이왕 기도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이야기할게요. 질문자는 절에 나가요? 평소엔 안 나가는데 지금 답답해서 나가는 중이에요?”nbsp“평소에는 안 나가는데 지금은 절박해서 108배를 하고 있습니다.”nbspnbsp“네, 그러면 매일 아침에 108배 절하면서 ‘부처님, 우리 딸은 합격 안 해도 괜찮습니다. 제가 돌볼게요. 시험에 합격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다른 집 아이들 먼저 합격시켜주시고, 혹시 자리가 비거들랑 우리 아이도 넣어주세요. 자리가 없어서 떨어져도 우린 괜찮아요.’ 이렇게 기도하세요. 이해가 안 되나 봐요?”nbsp“예. 잘 안 돼요.”nbsp“제 말 이해되는 사람 손들어 봐요.nbspnbsp......여러분들도 대부분 이해가 안 되시는 것 같네요. 그럼 다시 설명을 해 드릴게요. 질문자는 자기 욕심만 내서 동동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좋아 보여요? 미워 보여요?”nbsp“미워 보여요.”nbsp“자기가 손해를 좀 보면서도 남을 돕는 사람들은 예뻐 보여요? 안 예뻐 보여요?”nbsp“예뻐 보여요.”nbsp“부처님은 질문자보다 더 정의롭고 마음이 넓으실까요? 더 속좁은 분이실까요?”nbsp“넓으시죠.”nbsp“그런 정의로운 부처님이 공부 못하는 아이의 부모가 ‘우리 아들 합격시켜 주세요’ 하고 돈 좀 갖다내고 절 좀 한다고 해서 ‘그래, 넣어줄게’ 하고 넣어주실까요?”nbsp“아니요.”nbspnbspnbsp“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공부를 못하지만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건 꼭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이 다 갖는 마음이에요. 그런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공정한 경쟁에 의해서 들어가는 게 정의로운 사회잖아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든 총장이든 어떤 권력을 이용해 줄을 서서 몰래 들어갔다면 이건 부정입학이 됩니다. 돈을 한 보따리 갖다 주고 들어가도 부정입학이에요. 기부입학제가 있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불법입니다. 부정입학은 돈 보따리를 갖다 주고 하는 것과 권력에 기대 줄을 서서 하는 것, 보통 두 가지예요.nbspnbsp그런데 전교 1등하고 전국 모의고사에서도 늘 1등하는 집 아이나 그 부모는 ‘서울대학교에 넣어주세요’ 이런 기도를 할까요? 제 힘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할 필요가 뭐 있겠어요? 자기 실력으로는 도저히 못 갈 사람이 죽기살기로 기도하는 거예요.nbspnbspnbsp청와대든 이사장이든 총장이든 줄이 있거나, 돈을 재벌처럼 몇 십 억을 갖다 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역시 기도하지 않고 바로 줄을 대든 돈을 쓰든 하겠죠. 그것도 들통나면 난리니까 은밀하게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이나 하나님은 워낙 힘이 세서 돈을 조금만 갖다 주거나 조금만 줄을 대도 효과가 나더라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거기 가서 매달리는 거예요.nbsp우리 아이가 공부는 좀 못하지만 그래도 기도해서 서울대에 넣었다고 하는 경우에 그 넣는 방법을 한 번 생각해봅시다. 정원 외로 한 명 넣는 게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정원 외로 들어가는 경우를 실제로는 못 봤잖아요. 그러니 성적 되는 아이를 하나 빼버리고 대신 내 아이를 집어넣는 방법이 있겠죠. 그런데 나와 아는 사이라고, 나한테 엎드려 절했다고, 나한테 돈을 갖다주었다고 집어넣어주는 건 부정입학이에요. 부처님이나 하나님이 부정입학 시켜주는 입시브로커는 아니잖아요. 이걸 해 준다면 입시브로커가 되는 거예요. 입시브로커가 아니라면 이 일을 안 할 테고, 입시브로커라면 우리가 존경할 만한 분은 못 되는 거예요.nbsp그런데 우리는 하나님이나 부처님이 훌륭하신 분이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입시브로커이길 원해요. 뇌물 받고 자기 아는 사람을 집어넣어주는 부정직한 분이 되어야지만 내 소원이 성취되니까요.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그래요. 그러니 절에 가서는 그런 기도를 하면 안 돼요. 부처님은 그런 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산신이나 동자신, 부엌신이나 뒷간신한테 가서 뭘 주면서 기도하면 그건 좀 될지도 몰라요. 그러나 법당이나 교회에 가서 그런 기도를 할 건 아니에요. 하나님이 보시기에 그렇게 부정한 생각을 갖는 사람이 예뻐 보일 리 없잖아요. 은총이 있을 수가 없어요. 지금 교회마다 절마다 그런 걸 영험이네 가피네 은총이네 하는데 그건 다 브로커들 집단이에요.nbspnbspnbsp그러니 질문자가 기도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자만 답답한 게 아니라 다른 학부모도 지금 답답하겠죠. 그러니 그 사람들을 좀 생각해줘야 해요.nbspnbsp‘저는 그래도 불자니까 우리 딸이 떨어져도 제가 감당할 능력이 있지만 저 분들은 그걸 감당 못합니다. 부처님이 능력이 없으면 할 수 없지만 능력이 있다면 저보다 더 답답한 사람들을 먼저 해결해주세요.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도 혹시 빈자리가 있으면 넣어주세요.’nbsp이렇게 기도하면 부처님 보시기에도, 하나님 보시기에도 좋아 보이겠죠. 그래야 은총이 내리죠. 이제 무슨 말인지 좀 알아들었어요?”nbsp“네.”nbspnbspnbsp“그렇게 기도해서 ‘기도발’이 받으면 떨어질 테고, 재수 없이 ‘기도발’이 안 받으면 걸릴 거예요. 그러니 기도발이 받아서 떨어져도 좋고, 기도발이 안 받아서 재수 없이 걸리더라도 그런 재수는 좀 없어도 괜찮아요. 재수 없이 걸리면 그냥 받아들이세요. 그렇게 하면 떨어지고 걸리고 여부에서 내가 자유로워집니다. 아시겠어요?”nbsp“감사합니다.”nbspnbsp“제 이야기 들어보니 그럴듯하죠? 그런데 왜 그럴듯한 건 안 하고, 얼토당토 않은 건 그리들 좋아해요? 이치에 맞는 일을 하세요.”nbsp스님으로부터 새로운 기도문을 받은 질문자는 얼굴이 환해지며 크게 웃었습니다. 청중들도 본인들의 문제가 해결된 것 마냥 함께 기뻐하며 질문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nbspnbsp용기 내어 질문한 분들과 스님의 지루할 틈 없는 답변 덕분에 어느새 2시간이 금세 지나갔습니다. 마지막 답변을 마치며 “재미있어요?”하고 물으니 청중들은 일제히 “네”라고 대답을 합니다.nbspnbsp강연을 마무리하며 스님은 언제 어떤 상황이든 긍정의 마인드로 분노 없이 재밌게 세상을 바꾸어보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nbsp“세상을 바꾸는 일도 그것이 무엇이든 웃으면서 바꿔나가야 합니다. 남편이 화를 내거나 술을 마실 때도 웃으면서 대해야 해요. 술 마시지 말라고 싸우면 나만 손해입니다. 마시지 말라고 해서 안 마실 인간이면 벌써 안 마셨지요. 그러니 ‘그래, 얼른 마시고 죽어라’라고 기도해야 해요.nbspnbspnbsp내가 아무리 얘기해도 남편은 어차피 마실 거잖아요. 그런데 방금 전에 얘기했듯이 하나님이나 부처님은 이기적인 소원은 잘 안 들어주시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기도해봐야 그 인간도 그리 빨리 안 죽어요. 그래서 마시고 죽을까 봐 겁낼 필요가 없어요. ‘실컷 마시거라.’ 이렇게 마음을 탁 바꿔 버리면 마시는 걸 봐도 괴롭지가 않아요.nbspnbsp그러니까 길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남편이 술을 안 마셔서 안 괴로운 길이 있고, 남편이 술을 마시는 데도 불구하고 안 괴로운 길이 있어요. 그런데 남편이 술을 안 마셔서 안 괴로운 길은 내가 결정할 수가 없으니 늘 거기 매달려서 살아야 해요. 그런데 남편이 안 바뀌어도 내가 안 괴로울 수 있는 길은 내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내가 뭐라고 하든 어차피 마시는 거니까 ‘마셔라’라고 하면 돼요. ‘부처님, 우리 남편 술 많이 마시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하면 100퍼센트 들어주십니다.nbspnbsp부처님이 들어주실 수 있는 기도를 해야지, 부처님도 못 들어줄 기도를 자꾸 하니까 부처님도 힘들어요. 부처님 제자라면 부처님이 별로 할 게 없어서 편안하도록 해드려야죠. 이런 기도를 하면 기도의 효험도 확실합니다.nbspnbsp이런 걸 갖고 괴로워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에요. 우리는 다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행복하게 산다는 말은 세상이 어찌되든 좋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물론 바꿔야 할 일이 있으면 바꿔야 해요. 회사에서 상사가 ‘미스 김, 커피 한 잔 갖다 줘’ 이러면 ‘내가 커피 배달원이에요?’ 하고 화낼 필요 없어요. ‘네, 알겠습니다’ 하고 커피를 갖다 줄 때 ‘어이쿠’ 하고 넘어지면서 부어버리고는 ‘아이고, 죄송해요, 부장님’ 하고 사과하세요. 이렇게 세 번만 엎어버리면 그 뒤로는 안 시켜요.nbspnbspnbsp이렇게 좀 유머러스하게 대처해야 해요. 괴로워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 인간 때문에 내가 괴로워하면 나만 손해예요. 그렇다고 시킨 대로 할 필요도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괴로워하면서도 또 시킨 대로 해요. 남편 욕하면서 한편으로는 또 밥하고 그러잖아요.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인생을 산단 말이에요.nbspnbsp그러니 재미있게 사세요. ‘커피 끓여오너라’ 하면 ‘너는 손이 없냐?’ 이런 소리 하지 마세요. ‘알았다’ 해놓고 거기에 소금을 듬뿍 넣어 주든지 해봐요. 세 번만 그러면 끓여준다고 해도 ‘아냐, 아냐, 내가 타 마실게’ 이래요.nbspnbsp아이들이 방 안 치운다고 아이들과 싸울 필요가 없어요. 내가 치워주든지, 안 그러면 내버려두면 돼요. 자기 방을 자기가 어떻게 하든 나와 무슨 상관이 있어요? 아이들더러 밥 먹으라고 부르는 것도 절대로 두세 번씩 부르지 마세요. ‘밥 먹어라’ 하고 한번 알려줘도 안 먹으면 그냥 먼저 먹고 치워놓으면 돼요. 나중에 나와서 밥 달라고 하면 ‘찾아 먹어라’ 하면 돼요. 울면 ‘목청 좋네. 실컷 울어라’ 하고 두세요.nbspnbsp끌려다니면 안 된다는 말이에요. 성질내는 건 곧 끌려다니는 거예요. 부처님은 상대가 시키는 대로 해주라고 가르치신 적이 없어요. ‘화내지 말라’, ‘괴로워하지 말라’ 이런 말씀을 하셨지, ‘남의 노예가 되라’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어요. ‘내가 주인이 되라’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걸 여러분들이 오해하는 거예요. 이제 뭐가 문제인지 대충 감 잡았어요?”nbsp“네”nbsp“그렇게 해서 인생을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nbspnbsp강연이 끝나는 순간까지 스님은 청중들을 웃게 해주었습니다. 강연장을 빠져나가는 청중들도 하나같이 얼굴이 밝고 발걸음도 가벼워 보였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괴롭지 않을 수 있다는 스님의 말씀이 오래토록 가슴에 남았습니다.nbspnbsp강연장 밖에서는 스님의 새책 ‘행복’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100여 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다 스님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네며 사인을 청하자 스님은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책을 건네주었습니다. nbspnbsp질문했던 분에게 스님의 답변을 듣고 어땠는지 소감을 물어보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을 스님이 이야기해 주신 것 같다”며 “정말 신선했고, 가슴이 후련해진 기분이다”라고 답해주었습니다.nbspnbsp사인회를 마친 스님은 오늘 강연을 준비한 목포정토회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스님과 자원봉사자들 모두 희망세상을 만들어간다는 기쁨으로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습니다.nbspnbspnbsp강연장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목포에서 서울까지 4시간 동안 부지런히 차로 달린 끝에 새벽 2시가 넘어서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nbspnbsp내일은 아침 7시부터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하루종일 미팅 및 회의를 한 후 다시 광주로 내려가 저녁 7시부터는 광주교대 풍향문화관에서 청년대학생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nbspnbsp ※ 2016년 봄,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갑니다. 강연일정 확인하시고 가족, 이웃, 친구와 함께 오세요. 강연은 선착순 무료입장입니다. 질문자 접수는 강연장에서 받습니다.

2016.04.21. 91,521 읽음 댓글 39개

2016.4.19 (오전) 충주 즉문즉설 강연

nbsp안녕하세요? 오늘은 충주 문화회관에서 충주 시민들 70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nbspnbsp강연이 열리는 충주 문화회관 주위에는 아침부터 나무들이 연푸른 잎들을 드러내며 싱그러운 아침을 열어 주었습니다. 충주와 근접해 있는 제천, 음성, 청주 등 정토회 대전충청지부에서 많은 봉사자들이 새벽부터 도착해 강연을 준비했고, 강연장을 찾는 한 분 한 분을 환한 미소로 맞이해 주었습니다.nbspnbspnbsp강연장을 가득 메운 700여 명의 충주 시민들은 스님이 무대 위로 걸어나오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스님을 맞이하였습니다.nbspnbspnbsp스님은 봄소식을 전하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nbspnbsp“요즘 날씨 좋지요? 바람이 좀 심하게 불긴 했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고운 봄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4월과 10월의 날씨는 전 세계 어느 나라의 날씨보다도 더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좋은 봄날,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nbspnbspnbsp우리 인생에서도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지나 행복해지는 것을 날씨에 많이 비유하잖아요. 그래서 행복하면 ‘내 인생에도 봄날이 왔다’고 말하고, 불행하면 ‘봄은 왔으되 아직 내 마음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고 말하잖아요. 여러분들 마음에는 지금 봄이 왔습니까?”nbsp“네.”nbspnbsp“다행입니다. 그러나 아직 마음에 봄이 오지 않은 분들, 아직 한겨울을 사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봄날을 맞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을 하실 것 같은데요. 오늘 강의는 특정 종교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제가 불교 얘기를 하려면 굳이 이런 강당에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불교 얘기를 하려면 저는 절에서 하는 게 유리하거든요. 절에서 불교 얘기를 하면 저는 법상에 떠억 하니 앉아서 하고, 대중들은 마룻바닥에 앉아서 들어야 되니까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여러분들이 사는 세속으로 오니까, 여러분들이 유리하지요? 여러분들은 의자에 앉아서 편히 등을 기대고 듣고, 저는 이렇게 서서 얘기를 하니까요. 그래서 스님들은 이 세속에 안 나오는 게 좋은데... nbspnbspnbsp그러나 제가 산다는 것 자체가 다 여러분들 덕분이니까 은혜도 갚을 겸 여러분과 대화도 할 겸 해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자, 살면서 여러분들이 겪는 인생문제에 대해서 저와 함께 대화를 해 보시지요.”nbspnbsp대중들은 2시간 동안 선 채로 열정적인 강연을 해 줄 스님에게 큰 박수갈채를 보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nbspnbsp2시간 동안 총 5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 중 두 번째 질문자는 얼마 전 치뤄진 총선을 언급하면서 총선 이후 당선자나 시민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면 좋겠는지 스님에게 한 말씀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스님이 그 질문이 진짜 본인의 고민인지 되물으면서 시작부터 청중들은 박장대소를 했습니다.nbspnbspnbsp“선거를 치른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아니면 사전에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과 다른 결과가 나와서 그런지, 국민들이 전과 달리 정치 뉴스에 관심을 많이 두는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가 보다 더 발전하기 위해서 당선된 이들과 우리 국민들에게 각각 어떤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한지 스님께서 당부의 말씀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모두에게 이롭고 안락한 사회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임 있는 자세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신다면, 더 나은 방향을 찾는 저희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nbspnbsp“그게 진짜 질문자의 고민이에요? 혹시 기자예요?”nbsp“기자를 한 번 한 적은 있었습니다.”nbsp“방금 질문자의 질문은 꼭 기자가 질문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지 마시고, 선거 관련해서 지금 본인이 뭐가 궁금한지를 말해 보세요. 당선자가 나한테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묻는다면 제가 할 얘기가 있겠지만 질문자는 당선자가 아니잖아요. 혹시 청중 중에 이번 선거의 당선자가 있으면 손을 한 번 들어보세요. 한 명도 없네요.nbspnbspnbsp저는 여기 있지도 않은 당선자를 위해서 얘기할 게 아니라 여기 있는 청중들을 위해서나 질문자를 위해서 얘기를 해야 되지 않겠어요? 그러니 질문자가 진짜 궁금한 걸 얘기해 보세요.”nbspnbsp“제가 만약 스님의 위치에서 그런 말을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할 수 있다면 무척 영광일 텐데, 지금의 제가 그런 말을 한들 아무도 귀담아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스님께 청했던 겁니다.” nbspnbsp“질문자는 저더러 막연히 좋은 소리를 해 달라고 하는데, 그런 건 제가 안 해도 매일 TV에 나옵니다. 질문자가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진짜 궁금했던 게 뭐예요?”nbsp“……”nbsp“별로 없나 보네요.”nbspnbsp“저는 직원 170명 규모의 중소기업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생산관리도 하고, 산업안전도 맡고, 회계도 맡는 등 이것저것 다하고 있어요. 딱 부러지게 고민을 말하자면, 특별한 기술이 없어서 미래가 불안합니다. 그래서 정치를 잘 해주셔야 우리 회사도 잘 돌아가고, 그래야 저도 구조조정 안 당하고 오래오래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어떤 정책으로 인해서 8년 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을 때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는 현자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질문을 드렸던 것입니다.”nbspnbsp“질문자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제가 왜 자꾸 질문자가 진짜 궁금한 걸 얘기하라고 하느냐 하면, 오늘 이 자리는 공중에 붕 뜬 얘기, 막연한 얘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문즉설이라는 것은 진짜 궁금한 얘기나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자리예요. 그런데 질문자가 그런 얘기를 안 하니까 제가 오히려 질문을 해 볼게요. 질문자는 지금 제 얘기를 듣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자기 생각을 스님이 대신 말해 주기를 원하는 거예요? 제 생각에는 지금 질문자는 자기가 원하는 말을 스님이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앞에서 좀 해달라는 것 같아요. 질문자는 지금 본인이 저한테 한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지요?”nbspnbsp“예, 그렇습니다.”nbspnbspnbsp“그러면서 스님한테 여기까지 온 이 어리석은 사람들을 좀 깨우쳐달라는 거지요? 그런데 여기 계신 분들은 질문자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는 걸 아셔야 해요. 늘 ‘국민의 뜻’ 어쩌고 하지만 국민의 뜻과 아무 관계없이 자기 생각만 얘기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 문제가 되는 것과 같아요. 자, 시간을 5분 줄 테니까 ‘정치인들은 이랬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질문자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한번 해 보세요. 질문자가 나중에 충주 시의원으로 출마할 수도 있으니까요.”nbsp“후회가 엄청 밀려듭니다만, 간단히 한 말씀만 드리고 다음 분께 빨리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모두 다함께 잘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nbspnbsp“여러분이 봤을 때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 ‘나라나 국민을 위해서, 공공성을 위해서 내가 가진 재능을 좀 써봐야 되겠다’하는 사람들이 많나요? 아니면 ‘줄을 잘 서거나 눈치를 잘 봐서 출세 좀 해 보겠다’하는 사람이 많나요? 제 생각에는 후자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애초에 정치가 잘 될 수 없는 거에요.nbspnbsp예를 들어 열 명 중에 한두 명은 어릴 때 부모나 학교 선생님이 봤을 때 ‘쟤는 개인적 이익보다는 항상 공동체, 즉 가족이면 가족, 학급이면 학급의 이익을 위해서 봉사하거나 헌신하려고 노력한다’라고 평가받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래서 부모조차도 ‘이 바보야, 너는 왜 그러니?’ 하고 야단치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공무원을 해야 돼요.nbspnbsp또 열 명 중에 한두 명은 어릴 때부터 누가 아프다고 하면 잘 보살펴 주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 사람들이 주로 의사가 되나요?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의사가 되잖아요. 아이가 조금만 공부를 잘 하면 부모는 ‘너는 돈 많이 버는 의사가 되어라’ 라고 하잖아요. 돈을 많이 벌려고 의사가 되었으니 실제로도 돈을 많이 벌어야 되잖아요. 부모들도 기대를 걸고 있고, 특히 거기에 맞춰서 결혼을 했으니까 부인도 기대를 걸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환자가 적으면 돈이 안 벌리니 고민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다 보면 과잉진료를 하게 되거든요.nbspnbsp또 예를 들어서, 열 명 중에 한두 명은 어릴 때부터 억울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변호사가 되어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문과에서 공부 좀 잘 하면 법대 가라고 하지요? 그 말에는 ‘변호사 되면 돈 많이 번다’는 뜻이 숨어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대법관을 했거나 고등법원 원장을 했거나 검찰총장을 지내면 퇴직 후에 다 최대 규모의 법무법인에 들어가잖아요. 거기 들어가서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변호하기 보다는 탈세하다가 걸린 재벌기업을 도와서 벌금을 깎든지, 무효로 만드는 일을 하잖아요. 그렇게 해서 세금으로 낼 돈을 자기네 수임료로 몇십억 원씩 받아갑니다. 그건 법을 교묘하게 빠져나가서 이익을 취하는 거잖아요. 변호사는 주로 그런 일을 해야 돈을 벌지, 억울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변호해 주다가는 밥 벌어먹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이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겁니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nbspnbspnbsp또 예를 들어서, 공심 있는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지 않고 의사협회 회장이나 간호사협회 회장, 또는 전국 단위 노동단체의 대표처럼 무슨 ‘장’이 되고 나면 그 다음 단계가 ‘국회의원’이잖아요. 지금 시스템이 이렇습니다. 정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있거나, 아니면 정말 어릴 때부터 공심이 있어서 시민들에게 봉사하며 살다가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우리나라에선 극히 드뭅니다.nbspnbsp여러분들이 투표할 때도 ‘공심이 얼마나 있느냐’가 투표의 기준이 아니잖아요. 여러분들 중에는 본인은 고등학교도 안 나왔으면서 누가 하버드대 나왔다고 하면 무조건 찍어주는 분이 계실 겁니다. 또 본인은 여자이면서 ‘여자가 무슨 정치를 해?’라고 하면서 남자 찍어주는 분도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투표의 기준이 ‘우리의 의사를 얼마나 잘 반영해 줄 수 있는 사람이냐’ 하는 것이 아니고, ‘당에서 지명을 받은 사람이냐, 공천을 받은 사람이냐’ 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경상도도 무조건 특정 정당, 전라도도 무조건 특정 정당을 찍는데 후보자들이 국민의 의사를 헤아릴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nbspnbsp이런 걸 보면 북한과 똑같아요. 북한에서도 투표를 하긴 하지만 당에서 지명한 한 명에 대해서 찬반 투표만 하잖습니까.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투표를 하기 전에 이미 누가 당선될 것인지 결정이 되어 있어요. 그런데 경상도와 전라도도 마찬가지였잖아요. 이번에 비로소 바뀌기 시작했지만, 그 동안에는 특정 정당에서 공천 받은 사람이 당선되리라는 것, 나머지 후보들은 해 봐야 안 된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후보자들이 자기를 공천해주는 사람들을 쳐다보지, 왜 국민들을 쳐다보겠습니까.nbspnbsp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충청도는 멍청도라는 놀림을 좀 받았는데, 제가 볼 때는 가장 영리한 곳이 충청도민입니다. 한 번은 1번 찍고, 한 번은 2번 찍어서 그동안 실속을 좀 챙기는 편이었잖아요. 경상도와 전라도는 이미 패가 딱 갈려져 있으니까, 대통령이 되려면 왔다갔다 하는 충청도 민심을 잡아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충청도가 실제 투자를 많이 받았잖습니까. 그래서 저도 경상도와 전라도에 갈 때마다 여러번 ‘충청도를 좀 본받으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좀 섞이는 결과가 나왔어요.nbspnbsp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고, 제2조에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은 실제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하느님의 계시인지, 국민들의 각성인지, 지역주의에서 많이 벗어난 투표를 함으로 해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봤을 때는 이것도 며칠 지나면 또 전과 같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기본 자질이 그렇기 때문이에요.nbspnbsp그러니 제가 당선자들한테 무슨 얘기를 해 봤자 그 사람들이 제 말을 듣겠어요? 당선자 본인이 저한테 직접 질문을 해서 제가 그에 대한 얘기를 해줘도 그가 안 들을 판에, 질문자가 저한테 질문을 해서 제가 얘기해 주는 걸 그 사람들이 듣겠느냐고요. 그런데 질문자는 그걸 저더러 하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바보가 아니에요. 제가 왜 그런 얘기를 하겠어요? 제 입만 아프게.nbspnbsp그렇지만 이 자리에 있는 국민, 즉 충청도민들에게 당부하는 얘기를 해 볼게요. 후보자들은 선거기간에만 와서 우리한테 ‘한 표 부탁합니다’ 하고 절을 하지, 선거 끝나면 절대 절 nbsp안 합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시의원, 시장, 국회의원들한테 가서 절할 일 밖에 없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4년 중에 선거 기간인 보름 동안만 유효합니다.nbspnbspnbsp그러니 앞으로는 첫째, 보름이 아니라 365일 ‘우리가 주권자다’ 하는 각성을 우리가 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우리가 월급 주고 우리를 대신해서 일하라고 위임한 사람들이지, 주인들이 아닙니다. 만약 그들이 주인이라면 대한민국은 북한과 똑같고, 왕조시대와 똑같은 겁니다. 왕조시대에는 모든 권한이 왕한테 있었고, 당시 백성들은 신민, 즉 왕의 신하였습니다. 그래서 왕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이 되었잖아요. 왕이 주인인 나라에서 백성이 주인인 나라로 바뀐 거예요. 우리가 이걸 각성해서 그에 맞게 투표를 해야 합니다.nbspnbsp둘째, 투표를 할 때 ‘저 사람 괜찮다. 공심이 있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제가 조언하지 않아도 여러분은 그 사람 찍을 거잖아요. 또 ‘그만큼은 안 되지만 딴 사람보다는 그래도 낫다’ 싶은 사람이 있어도 여러분은 그 사람 찍으러 가겠지요. 그런데 ‘후보로 나온 사람들이 다 신통치 않다. 다 꼴 보기 싫다’ 싶을 때는 기권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기권이 문제입니다. 이럴 때는 ‘둘 다 나쁜데 누가 더 나쁘냐’를 봐서 ‘저건 정말 아니다’ 하면 이것도 아니지만 저걸 막기 위해서 이쪽을 찍어야 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손해를 좀 덜 보거나 나라가 좀 덜 거덜 납니다. 이걸 주권자인 우리가 결정해야 합니다.nbspnbsp그런데 ‘둘 다 꼴 보기 싫다’고 투표를 안 해 버리면 ‘최악’이 어부지리를 얻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독재를 하려면 국민들이 정치에 신물이 나도록 만들어버리면 됩니다. 그러면 국민들이 투표를 안 하러 가거든요. 그래서 국민 10명 중에 절반만 투표하러 가게 되면 셋을 가진 사람이 이깁니다. 첫 번째, 조직을 가진 사람이 이깁니다. 열 명을 다 조직은 못 하지만 한 명은 조직할 수 있잖아요. 두 번째, 언론을 가진 사람이 이깁니다. 선전, 선동을 해대면 열 명이 다 속지는 않지만 한 명은 속을 수 있거든요. 세 번째, 돈 가진 사람이 이깁니다. 열 명을 다 돈으로 매수할 순 없지만 한 명은 매수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조직, 언론, 돈’을 가진 사람은 벌써 열 명 중에 세 명을 확보 했잖아요. 그러니까 투표율이 60이고 승률이 50라면, 열 명 중에 세 명만 잡으면 항상 당선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국민이 정치혐오를 하면 할수록, 그래서 투표를 안 하면 안 할수록 ‘조직, 언론, 돈’을 가진 사람이 당선되는 일은 계속 될 수 있는 겁니다.nbspnbsp그런데 이번 선거 전에도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엄청나게 혐오감을 줬으니까 국민들이 기분 나빠서 투표하러 많이 안 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투표율이 더 높아졌지요. 그리고 국민들이 진짜 꼴 보기 싫은 사람을 배제하고 덜 꼴 보기 싫은 사람을 선택하는, 진짜 현명한 선택을 해서 선거문화가 조금 나아졌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nbspnbspnbsp그러니 첫째, 집권층이 이번엔 반성을 많이 해야 합니다. ‘국민을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그렇게 횡포를 피워서는 안 되는구나’, ‘교만하면 재앙이 따르는구나’ 하는 걸 집권층이 알아야 합니다. 둘째, 야당도 국민들이 자기들을 진짜 지지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최악을 피하려고 차악을 선택한 것이지 좋아서 선택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셋째, 이번에 가장 성공한 당이 ‘국민의당’이라고 하던데, 그것도 1번, 2번이 다 싫어서 3번을 찍었을 뿐이지 좋아서 찍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사실이 이렇다는 걸 우리나라 정당들이 알게 되면 나라가 좀 잘 될 텐데, 제가 볼 때는 정당들이 이런 사실을 알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nbspnbsp이번 총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면서 머리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청중석에서도 큰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정치인들도 스님이 이야기해 준 이런 민심을 잘 알고 있기를 바라봅니다.nbsp이 외에도 아들이 고2 중퇴를 하고 도박에 빠져 돈을 탕진하는데 어떡하면 좋을지 묻는 분, 행복이 무엇인지 묻는 교사 분, 남편의 말투가 거칠고 막말을 자주해서 고민이라는 분, 아들이 술을 먹고 나면 난폭해지고 이 문제로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기도 해서 그 사이에서 엄마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묻는 분 등 각각의 질문에 대해 스님읜 지혜로운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nbspnbsp스님과 질문자가 오고가는 대화 속에 강연장은 웃음바다가 되어 듣는 분들 모두 즐거워했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스님이 들려준 지혜에 큰 박수가 연이어 쏟아졌습니다.nbspnbsp마지막으로 스님은 누구에게나 투표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nbspnbspnbspnbsp“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얼굴이 검든 희든, 남자든 여자든, 건강하든 장애가 있든, 종교가 뭐든, 자랄 때 어떤 경험을 했든, 예를 들어 성추행을 당했든 가난하게 자랐든, 지금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제 말에 동의하세요?”nbsp“예.”nbspnbsp“지금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핑계를 대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릴 때 가난했기 때문에’, ‘나는 어릴 때 성추행을 당했기 때문에’, ‘나는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이런 핑계를 대면서 ‘나는 이래서 행복하지 못하다’ 라고 자신의 불행을 합리화하기 때문에 불행한 거예요. 불행이 그렇게 좋아요? 얼마나 좋으면 불행을 붙들고 안 놓는 거예요?nbspnbsp남편이 화를 내든 술주정을 하든 그건 남편의 문제이고, 그런 남편하고 살면서도 나는 행복할 수가 있는 겁니다. ‘이것만 바뀌면 나는 행복할 수 있을 텐데’라고 조건을 붙이는 조건부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닙니다. 그러면 영원히 경계에 끌려 다니며 불행하게 살아야 해요.nbspnbsp여러분들은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행복해야 되는 겁니다. ‘결혼 했으니까 행복하다’, ‘자식이 있으니 행복하다’, ‘늙어서 취직할 일 없으니 행복하다’, ‘혼자 살아서 행복하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행복하세요. 주어진 조건은 행과 불행의 기준이 아닙니다. 그것은 다만 그것일 뿐이에요. 그것을 행복한 쪽으로 생각하는 걸 ‘긍정적 사고’라고 합니다. 불행한 사람들은 부정적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에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가능하면 긍정적 사고를 갖도록 해보세요.nbspnbsp대학생들은 지금 공부하기 힘들지요? 그런데 밥만 먹고 공부만 해도 되는 시절은 지금밖에는 없어요. 그래서 나중에 취직해서 지금을 돌아보면 ‘대학시절이 좋았다’ 라고 할 거예요. 처녀, 총각 때는 결혼한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만 결혼해서 살다보면 ‘처녀, 총각 때가 참 좋았다’ 라고 할 겁니다. 그러니까 인생은 항상 좋은 거예요. 그런데 늘 당시에는 죽겠다고 하고 지나놓고 나서야 그 때가 좋은 줄을 알게 된다는 것이 문제죠.nbspnbspnbsp그러니 여러분들도 지금이 행복한 줄 아세요. 이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일체중생 개유성불’ 입니다. 즉 모든 중생은 다 부처될 소질이 있고 부처의 성품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무슨 구슬처럼 생긴 걸 갖고 있다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은 다 해탈, 열반을 성취할 수 있고, 상황과 조건에 관계없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에 투표권을 잘 행사했던 것처럼 그렇게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행복할 권리를 잘 행사하셔서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nbspnbsp투표권에 대한 얘기에서 시작해 행복할 권리에 대한 얘기까지 감로의 법을 설해준 스님에게 다시 한 번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nbspnbspnbsp로비에서는 스님 책 싸인회가 열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의 책을 가슴에 안고 줄을 서 있었는데 모두들 얼굴 표정이 아주 가벼워 보였습니다.nbspnbspnbsp특히 질문을 했던 분에게 다가가 소감을 물어보니 한 분은 “관점을 잡아 주셔서 많이 편해졌고 앞으로 수행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으며, 다른 한 분은 “마음이 홀가분하다”며 웃었습니다.nbspnbsp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 모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환하게 웃는 얼굴 표정이 봄꽃보다 아름다워 보였습니다.nbspnbspnbsp사진 촬영 후 스님은 곧바로 이동을 했는데, 스님이 가시는 뒷모습을 보며 봉사자들은 큰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nbspnbsp이어서 저녁 7시부터는 목포 시민문화체육센터에서 목포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이어집니다.

2016.04.20. 54,315 읽음 댓글 3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