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딸이 주고 간 선물

백해은 님은 아픈 딸을 위해 굿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즉문즉설을 듣고 정토회를 만나셨다고 합니다. 그날부터 밤낮으로 즉문즉설을 듣고, 마음공부를 해오면서 스스로 출가하여 재가 수행자로 충실히 살아오고 계십니다. 바라지장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에서 문경으로 오는 길이 수행 놀이터로 놀러 오는 기분이라고 하시는데요. 잔잔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백해은 님의 바라지장 소감문을 함께 맛보아 주세요.

즉문즉설을 통해 법륜스님을 만나다

인도성지순례에서(백해은 님)
▲ 인도성지순례에서(백해은 님)

2016년 6월, 아픈 딸을 위해서 굿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저는 살고 있던 일본에서 한국으로 달려가 굿을 했습니다. 그런데 난생처음 본 그 광경들이 혼란스러워 인터넷에서 굿을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유튜브에서 ‘시어머니가 굿을 너무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을 보고 법륜스님의 영상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그때 즉문즉설을 듣고 굿 때문에 고민하던 제 머릿속은 깨끗이 정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스님은 누구지? 즉문즉설이 뭐지?’ 그날부터 밤낮으로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었고, 정토회를 알고, 법륜스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곧바로 일본 정토회를 검색해 기획법회를 나갔고, 불교대학을 다니고 깨달음의 장을 거쳐 경전대학도 다녔습니다. 이후 여름 명상과 나눔의 장, 인도성지순례로 제 수련을 이어갔습니다.

깨달음의 장 수련을 마치고 언덕을 내려오며 마음먹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지만 이제 나는 출가했다고, 그러니 재가 수행자로 살아가자고, 그동안 이 길을 찾기 위해 먼 길을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인연과보인지 모르나 아이 셋이 참 많이도 아팠고, 큰딸은 그다음 해 우리 가족을 떠나갔습니다. 출가한 덕분에, 또 불법 만난 덕분에 그리고 남아있는 식구들 덕분에 슬픔도 빨리 보낸 것 같습니다.

덤으로 사는 인생

한량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 대한 엄마의 집착 때문에 집안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고, 특히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가 너무 미웠습니다. 아버지에게 지지 않고 말대꾸하는 엄마가 가끔 답답하기도 했지만 언젠가는 꼭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엄마는 65세에 폐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왜 아버지보다 엄마가 먼저 돌아가신 건지 의구심이 들었고 그때부터 제 마음공부는 시작되었습니다.

이런저런 마음공부를 하며 삶에 대한 구슬을 하나씩 줍다가 정토회에 들어와서 출가하는 마음이 되었을 때, 비로소 그 구슬들이 하나로 꿰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가족들에게 65살을 넘기면 덤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62세에 정토회를 만났기에 덤으로 사는 인생이 수월해졌습니다. 불법을 만난 덕분에 저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런 욕심이 없습니다. 이대로 괜찮습니다. 남편과 아이들한테도 감사합니다.

2023년 바라지장(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백해은 님)
▲ 2023년 바라지장(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백해은 님)

또다시 문경의 새벽하늘 별을 보러

일본에 살고 있지만 저는 왠지 늘 문경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갈 수 있는 명목과 여건만 갖추어지면 문경으로 갑니다.

2019년 가을, 문경에서 첫 바라지를 하며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김치 담당이었는데 솔직히 그냥 썰어서 놓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40여 년 나름 괜찮은 주부였는데, 김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인지, 정말 집중하지 않으면 김치가 예쁘게 놓아지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이라는 명심문으로 정성껏 또 정성껏 김치 모양을 예쁘게 만들던 기억이 납니다.

바라지하는 5일 동안 김치만 썰었기에 다음번에 오면 다른 것도 해봐야지 했는데 코로나로 못 오고 2023년이 되었습니다. 이번 바라지장에서는 처음으로 발우공양도 체험했습니다. 발우공양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중에 인터넷에서 소심경을 찾아보니 그 내용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런 식사법은 지구 어디에서도 아마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주석이 딸려 있었습니다. 이번 바라지장이 두 번째라 마음의 여유도 있었지만,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정말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제게 바라지장은 원해서 놀러 오는 놀이터입니다. 그래서 즐겁게 바라지했고, 앞으로도 이런 마음으로 임하려 합니다. 불법 만난 후로 저는 ‘모든 것은 순리대로’라는 혼잣말을 잘 읊조립니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 이루어지니 집착도 바람도 없이 다만 할 뿐입니다. 그래서 정말 만사가 편안하게 지나갑니다.

제 방의 개인 법당도 좋지만, 새벽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보러, 대웅전에서 함께 기도하며 발우공양하고 소심경 들으러 문경에 또 놀러 오겠습니다. 이렇게 올 수 있는 수행 놀이터가 있어서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바라지장을 끝내고 도반들과(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백해은 님)
▲ 바라지장을 끝내고 도반들과(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백해은 님)


이 글은 <월간정토> 2023년 6월호에 수록된 국제지부 백해은 님의 수행담입니다.

글_백해은(국제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투고 및 후기 작성하러 가기
▲ 투고 및 후기 작성하러 가기

법보시 및 정기구독하러 가기
▲ 법보시 및 정기구독하러 가기

전체댓글 28

0/200

광효

고맙습니다
순리대로 ....
가볍게 놀이삼아
거리낌 없이 여여하게... 👍 👍 👍

2024-02-25 07:52:46

풀꽃

감동적인 수행담 잘 읽었습니다. 저도 바라지장 아직 못해봤는데 빨리 해보아야겠습니다.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_()_

2024-02-21 14:59:48

양주경

도반님의 나누기 잘 들었습니다. 순리대로 하니 걸림이 없어서 행복하시네요^^

2024-02-20 16:31:25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