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인천지회
가정! 직장! 수행! 인생의 삼박자
오늘도 잘 돌아갑니다!

청년기에 스님의 즉문즉설을 받아들이고, 일찌감치 자신의 삶을 가꾸는 젊은이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가정사의 고통을 수행으로 해결하면서 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인천지회 김형국 님이 그런 경우입니다. 직장과 가정과 봉사를 인연법으로 풀어내는 김형국 님의 지혜를 소개합니다.

가족과 함께 , 가운데 김형국 님
▲ 가족과 함께 , 가운데 김형국 님

법륜스님은 스트레스 해결사

직장 상사와의 갈등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지만, 대기업이라는 집착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고 고민할 때였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며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애쓰던 중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었습니다. 제게 꼭 필요한 스님의 조언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2013년 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직장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안고 퇴근한 후, 인천법당에서 화면에 나오는 법륜스님을 보고 있으면 그날의 스트레스가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그러던 중 상사와 갈등하는 이유에 저와 아버지의 갈등이 깊게 뿌리내려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16년 전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아버지가 폭력을 쓰고 흉기로 위협한다는 누나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는 술 마시면 폭력을 행사했고 그로 인해 가정불화가 자주 생겼습니다. 그때 저는 아버지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습니다.

제대 후, 아버지에게 또 폭력을 쓰면 어머니와 이혼을 각오한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는 어머니와 결국 이혼했고 저는 마침내 아버지에게서 해방되었습니다. 그 후 3, 4년 정도는 아버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잠에서 깨고 나면, 어떻게 지내는지, 밥은 제대로 챙겨 먹고 사는지 미안함과 죄책감에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친구에게 아버지 흉을 보려고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눈물이 쏟아져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거사 나들이에서
▲ 2019년 거사 나들이에서

동지기도의 선물

불교대학을 졸업할 무렵까지 아버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졸업을 한 달 앞두고 법사님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하다 세상에서 아버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마음속이 시원해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대로였습니다. 여전히 아버지에게 연락할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동지기도를 했습니다. 100일을 꾸준히 하면 나를 알게 되고, 3년을 꾸준히 하면 봄날이 오듯 개인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법문이 와닿았습니다.

이때부터 108배를 시작하여 50일 정도 기도하던 중, 아버지를 이해하는 마음은커녕 직장에서 저를 괴롭히는 상사가 떠오르면서 화가 났습니다. 그때, ‘화를 안 내야지’ 결심하고 기도하는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솟았습니다. ‘아, 그랬구나, 아버지도 나와 약속할 때는 폭력을 안 쓰려고 했지만, 본인도 어쩔 수 없었구나’ 알게 되니 연락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다행히 7년 만에 재회한 아버지는 술도 끊었고 점잖아지고 재혼도 해서 잘살고 있었습니다. 동지기도를 통해서 아버지 문제를 해결했고, 첫 108배 수행을 동지부터 시작한 덕에 지금도 동지가 되면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이런저런 때 ‘내가 화를 냈다면 큰 과보로 돌아왔을 텐데 기도의 힘으로 막고 있구나. 꾸준히 기도할 수밖에 없구나’ 생각합니다.

2023 부처님오신날 정토사회문화회관봉사(왼쪽 두 번째 김형국 님)
▲ 2023 부처님오신날 정토사회문화회관봉사(왼쪽 두 번째 김형국 님)

고마운 청년 법회

대중부 불교대학에서 나누기를 하는데 청년 법회 담당자가 찾아와 일요일 청년법회에 나오라고 했습니다. 당시 인천법당은 인천경기서부지부에서 유일하게 청년법회가 있는 법당이었는데, 돌아보니 제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같은 고민에 공감할 수 있는 청년끼리의 만남은 재미있었고, 아내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청년법회에서 ‘나는 독립된 존재이니 부모의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스님 법문에 충격받았습니다. 부모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한 저에게 이런 말을 해준 사람은 지금까지 스님밖에 없습니다.

이 무렵 3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진작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스님 법문을 듣고 3년은 넘기자는 마음과 대기업 타이틀에 대한 미련으로 미루어 왔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못했던 〈나눔의 장1〉, 〈명상 수련〉, 인도성지순례를 몰아서 다녀왔고, 부평법당에서 청년 불교대학 진행도 맡았습니다.

2015 인도성지순례 (오른쪽 두 번째 김형국 님)
▲ 2015 인도성지순례 (오른쪽 두 번째 김형국 님)

회사를 그만둔 지 5개월 정도 되었을 때입니다. 1박 2일간의 진주 통영 역사기행에 참가하는 중, 사건이 터졌습니다. 우리 식구들이 제가 사이비에 빠졌다면서 부평법당과 인천법당을 거쳐서 진주 통영까지 내려와서 저를 데리고 가겠다고 소란을 피웠습니다. 가족에게 법륜스님은 힐링캠프에도 나왔고, 사이비가 아니라고 설득해보았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결혼 전까지는 정토회에 나가지 않기로 약속하고, 어머니에게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려주고 설득해 겨우 방을 얻어서 나왔습니다. 아버지로 인해 힘들었던 가족에게 저는 지나치게 밀착되어 있었습니다. 20세가 넘으면 독립해야 한다는 법문을 머리로만 알았지 용기가 없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실행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독립의 반전

처음 방을 얻어 나와서 자고 일어난 새벽, 놀랍게도 정진하려고 일어났는데 정진이 너무나 하기 싫었습니다. 가족으로 인해 정토회 활동을 방해받는다고 생각했고, 그토록 힘들게 독립했는데 막상 따로 나와서 새벽 정진을 하려고 하니 정말 하기가 싫어 당황했습니다. 이때, 들었던 생각은 가족이 수행의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원동력’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또, 수행의 마장은 저의 게으름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매일 거의 빠짐없이 새벽 정진을 하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그때 가족이 진주로 찾아와서 난리를 쳤기 때문에 독립할 수 있었고, 그런 과정 없이 결혼했다면 아내를 괴롭게 하면서 힘겨운 결혼생활을 했을 거 같습니다.

2013 수원화성 역사기행(맨 오른쪽 김형국 님)
▲ 2013 수원화성 역사기행(맨 오른쪽 김형국 님)

직장, 가정, 정토회의 삼박자

결혼하고 아기가 태어나자 회사일, 가정생활로 봉사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족은 뒷전이고 정토회를 우선시하는 것에 아내는 힘들어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되고 집에서 온라인회의 참석이 잦았습니다. 아내 눈치를 보며 아기를 돌보고 회의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아기를 어깨띠에 매고 서서 참석했습니다. 당시는 전법 활동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불교대학 진행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전법 활동가가 되고 싶어서 아내를 졸라서 겨우 허락을 받아내고, 다음날 새벽 정진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만약 아기가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면 아기는 내가 진행자를 하는 것을 찬성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방문을 닫고 있으면 엄마가 옆에 있어도 문을 두드리며 우는 아기입니다. 분명 반대하리라. 한 달 정도 고민하다가 진행자 소임을 포기하고, 대신 좀 가벼운 지회 회계를 맡았고 이후 지원 담당 소임을 맡았습니다. 그 덕에 각종 온라인 기술들을 배우고 회사 업무에도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입니다.

2023년 상반기 정일사 사전정진(아이와 함께)
▲ 2023년 상반기 정일사 사전정진(아이와 함께)

회사에서 과중한 업무와 인간관계로 받는 스트레스는 정진과 정일사 중 법사님과의 상담으로 극복해나갔습니다. 회사에서 업무를 극복해내니 일머리가 생겼고 이것을 다시 정토회에서 봉사하는 데 사용합니다. 가정에서는 정토회 소임을 통해 화가 일어나는 업식을 계속 알아차리고, 아내에게 고개를 숙입니다. 소임을 하려면 시간 될 때마다 미리 집 안 청소, 설거지부터 해놓고, 아이와 놉니다. 돌 때부터 거의 매일 공원을 산책한 덕에 지금 아이는 건강하게 성장하여 잘 뛰어다닙니다. 모두 정토회 소임 덕분입니다.


직장, 가정, 봉사의 삼박자 균형이 깨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김형국 님은 매주 한 번 프로그램개발을 위해 도반들과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정토회 자원봉사 시스템의 기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보여주는 좋은 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정토회 꽁무니에 붙어있는 저마저도 대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_이경분 희망리포터 (서울제주지부 관악지회)
편집_홍윤미 (인천경기서부 부천지회)


  1. 나눔의 장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평화로워지는 4박 5일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참여자만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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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한참 가정과 직장이 바쁜 인생시기임에도 정토회 소임을 감당하는 지혜에 존경과 찬사를 드립니다.

2023-08-05 12:14:25

윤은주

아이를 업고 서서 봉사 하셨다는 말씀에 눈물이나네요…🙏🏻

2023-08-02 07:02:49

보현

고맙습니다

2023-07-21 09: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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