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더딘 하루하루가 모여 이룬 기적

지난 11월 26일부터 27일까지 1차 만일 결사를 회향하는 1박 2일의 회향수련이 있었습니다. 개인 법당에서 수행자로서의 '나'와 활동가로서의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부별 회향수련 소감문 발표시간도 있었는데요, 오늘은 지부에서 선발된 용인지회 전법회원 정윤희 님과 안양지회 전법회원 박정화 님의 소감문을 다시 읽어 봅니다.

용인지회 전법회원 정윤희 님

오래된 이야기 같아서 좀 낯설기도 하고 함께 해서 친숙하기도 한 역사를 만나는 시간으로 설레기도 하고 기대감이 컸습니다. 역시나 기대한 만큼 감동에 감동이 더해졌습니다. 정토회에 20여년 가까이 몸담아 왔는데 내가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수많은 이들의 노고 속에 지금 정토회가 있었구나. 숙연해지기도 하고 옷깃을 여미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진을 허투로 할 수 없었습니다. 수많은 선배님들, 스승님들, 함께 해오며 같이 울고 웃었던 도반들의 모습이 스쳐갔습니다. 제가 없었던 시기에는 가상공간을 만들어서 참여해보기도 하고, 제가 있었던 시기에는 그 시절로 돌아가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면서 수련에 함께 했습니다. 순간순간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섭섭해 하면 본인 손해지’ 하는 법문에 큰 웃음과 당부처럼 다가와 마음이 참 따뜻했습니다.

정윤희 님
▲ 정윤희 님

다시 마음을 모아 정토회 역사 1장을 마주했습니다. ‘한 수행자의 원이 인이 되고, 그 스승이 연이 되어‘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탑 앞에 소나무가 되라’는 문구에서 제가 비춰졌습니다.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탑들을 만들었는가, 도반들의 얼굴이 스칩니다. 법당 확장불사와 활동하면서 갈등했던 제가 돌아봐집니다. ‘내가 일에 집착해서 그랬구나, 미안합니다.’ 참회가 저절로 되었습니다.

2장은 정토회 기틀이 마련된 시기로 보였습니다. 가정법회를 열고 불교대학이 시작되던 시기. 얼굴 없는 수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가 되놰졌습니다. 저도 이 시기에 정토회와 인연이 되었습니다. 둘째 아이 업고 동네 엄마들이랑 우리집에 초대해서 열린법회를 열어두고, 행복을 나누고 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습니다. 법문 녹취도 하며 정토회에 젖어들었습니다.

3장과 4장은 정토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이듯, 저 역시 정토회 활동에 온 마음으로 함께 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정토회 활동을 물심양면 지원하던 남편이 온갖 구박을 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참으로 많이 배우고 깨지고 성장하며 지금의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요즘 내가 나를 참 몰랐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참회합니다. 정토회 그렇게 다니면서도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가족과 도반들을 대했습니다.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이 얼마나 태산 같은 허물을 쌓는지 알게 되어 다행스럽습니다. 참회합니다.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하고 원망하며 살아온 지난날들을. 저절로 한 배 한 배 숙여집니다.

제 모습을 알아가니, 어제보다 오늘이 더 새롭습니다. 수행자로 살아가는 것을 저는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수많은 좌절과 시련을 겪으며 정토회가 있듯이 저 역시도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 앞에 좌절하기도 하고 기죽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18년 정토회 정진을 놓치지 않고 해온 덕분에 정진의 힘으로 다시 털고 일어서고 한 발 한 발 내딛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하루하루 이 법과 나에게 의지해 꾸준히 수행 정진하여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안양지회 전법회원 박정화 님

지도법사님의 권유 말씀에 마지못해 회향수련을 시작했다는 말이 알맞을 것입니다. 지난 주말 시어머님과 함께 김장을 하느라 무리하여 감기몸살로 고생하고, 일터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인데 쉬지 못해 입안은 까끌까끌하고 감기는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아이는 아파 병원에 가야하는데, 명상만 시작하면 쏟아지는 졸음에 쉬어야 하는데... 끝이 없는 핑계거리가 머릿속을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했습니다. ‘그래도 1080배 정도야 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회향수련을 시작합니다.

박정화 님
▲ 박정화 님

정토회 역사를 돌아보며 영상 속 반가운 법사님들의 얼굴과 도반님들의 얼굴이 보이니 흐뭇하고 반갑고 또 정겨운 마음이 물씬, 마음이 찰랑찰랑 기쁘고 또 감탄이 올라왔습니다. ‘이렇게 시작하셨구나, 이렇게 고생하셨구나, 또 이렇게 지나왔구나!’ 흐뭇하고 재미있게 정토회의 초기와 중기, 그리고 지금의 모습들을 만났습니다.

제496차 깨달음의 장을 통해 정토회를 알고 6-1차 천일결사를 시작으로 맺어진 정토회와의 인연으로 불교대학, 경전대학을 다니며 조금씩 바뀌었던 제 모습을 생각하며 정토회의 역사를 만나니 더욱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정토회의 지난 40년의 모습을 한꺼번에 바라보니 마치 천지가 개벽한 것과 같이 수없는 시행착오와 변화가 있었구나!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변화는 작은 힘을 보태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찬찬한 노력과 피땀이 일구어낸 것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니 큰 변화이나 하루하루의 변화는 더디고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과 법사님들의 평생을 바친 공덕이 쌓이고 쌓여 이 정토회를 일구었구나 생각하니 감사하고 또 회향해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1080배 정진을 하며 차분히 그동안의 저를 살펴보니 조금씩 삶이 편안해지고 또 어리석은 생각들이 안개가 걷히듯 사라지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들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부족하고 또 이기적인 나를 성찰하며 내 모습을 여러 면에서 관찰하고 이해하고 살피고 돌보고 또 이 악물고 살던 성질 더러운 나와 화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스승님과 법사님들의 지도와 정토회와 인연 놓지 않고 도반님들과 함께 수행하며 나누기했던 덕분이었습니다.

전법활동으로 힘들다, 시간이 없다, 일에 나는 발전이 없다며 불평하는 마음이었는데 행복이라는 큰 선물을 받고도 작은 돌멩이를 주워가지 못했다고 떼쓰는 어린아이와 같았구나 생각해 봅니다.

정토회가 해 온 모든 사업은 세상 사람들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 기획하고, 실천한 일이었음을 그리고 그 모든 힘은 모자이크 붓다의 일이었음을 알겠습니다. 정토회의 발전이 세상 모든 이들의 평안과 행복을 일깨울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한 힘을 보태야 겠다 생각해 봅니다. 정토회의 일원인 것이 참 자랑스러운 날입니다.


글_정윤희(용인지회), 박정화(안양지회)
편집_정토행자의하루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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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애자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이
얼마나 태산 같은 허물을 쌓는것 인지를
글을 읽으며 알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022-12-26 15:14:05

안명순

감사하게 잘 보았습니다

2022-12-25 15:16:02

사공엽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저에게까지 정토회가 왔네요. 감사드립니다. 🙏

2022-12-20 16: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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