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강원경기동부지부
넘고, 넘고, 또 넘는 중
향형법사님 세 번째 이야기

오늘은 향형법사님 마지막 기사로 인생 3막입니다. 법사가 되기 위해 교육받던 중 깨달은 점, 스님이 인도성지순례를 가셨을 때 천 배를 한 이유, 법사로 활동하면서 힘든 점, 스님에게 경책받은 사연 등을 들어봅니다.

열등감 있는 나를 만나다

법사 교육받으며 제가 열등감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이론으로만 열등감이 있는 사람이 우월감도 있다는 걸 알았지, 저 자신이 그런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잘하는 걸 보면 배운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다른 법사님의 어떤 모습이 좋아 보이면 따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유수스님이 그 밑 마음에는 열등감이 있을 수도 있겠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게 질투심도 우월감도 있겠구나를 알아차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기 질투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루벨라가섭도 거기에서 깨달았고, 저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고 위안 삼습니다.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새해에 떡국을 정성껏 준비한 평택.안성.수원도반님들과(2014.1.1)
▲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새해에 떡국을 정성껏 준비한 평택.안성.수원도반님들과(2014.1.1)

그동안 열등감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기에 스님이나 법사님에게 점검받을 때는 귀를 활짝 열고 들었습니다. 유수스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냥 하는 게 없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도반한테 교활하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상대가 그렇게 봤다니까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제가 열등감이 있다는 걸 알고부터는 다른 것보다 우월감에 빠지지 않나 더 세심하게 살핍니다. 열등감과 함께 우월감도 있을테니 제가 그런 자세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돌아봅니다.

분당정토회에 텀블러가 보이지 않는 사연

스님한테 혼났다기보다는 죄송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 번은 강원도로 강연을 하러 갔습니다. 저는 의전하느라 앞에 앉아 있다가 나왔는데 강연 배치를 잘못해서 꼬였습니다. 그래서 스님이 “강연 한 두 번 해보냐?”라고 경책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울컥했을 텐데 아침기도를 하고 가서인지 죄송하기만 할 뿐,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그게 기도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힘은 생겼습니다.

강원경기동부 지부장시절 새물회향 오른쪽에서 두 번째
▲ 강원경기동부 지부장시절 새물회향 오른쪽에서 두 번째

또 한번은 정회원의 날에 있었던 일입니다. 텀블러를 갖고 갔는데 누가 기침이 나서 물을 마셨습니다. 그랬더니 스님이 “그러려면 들어오지 말든지 텀블러 갖고 들어오나?”라고 한마디 했습니다. 앞을 쭉 보니 법사들도 모두 텀블러를 갖고 왔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봐라, 법사들부터 갖고 들어오네”라고 해서 순간 모두 웃었습니다. 그래서 법회에 들어갈 때, 텀블러를 들고 가는 것이 법을 청해 듣는 예의가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그 후로 분당정토회는 텀블러를 법회 시간에 가지고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법사는 소임일 뿐

제가 법사가 되긴 했지만, 법사는 다만 소임일 뿐입니다. 저는 정토회 온 지 오래되고, 경험이 많을 뿐, 특별히 잘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제가 잘한 것보다 시행착오를 많이 해서 나눌 이야기가 많습니다.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라'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법사는 소임일 뿐이다’라고 하면서도 잠시 법사라는 상에 사로잡혔습니다. 또, 공부가 다 된양 그동안 했던 300배 절은 안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300배를 한동안 안 했습니다.

천일결사때 도반들과 함께. 둘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
▲ 천일결사때 도반들과 함께. 둘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

그런데 문득 자재법사님이 떠올랐습니다. 자재법사님이 전철을 무료로 타는 65살 기념으로 백 일 동안 천 배를 하기로 했는데 하다 보니 120일을 했다는 겁니다. 그 생각이 떠올라 제가 겸손하지 못했음을 참회했습니다. 그래서 스님이 인도성지순례를 가고 한가했을 때, 천 배를 20일 동안 했습니다. 절하기 싫을 때, 자재법사님 생각하면 덜 힘들었습니다. 법사가 되어 도반들이 어려운 걸 질문하더라도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아는 만큼만 대답하며 있는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2차 만일에 세운 원

3년 전 정초기도 때 스님이 “한 해 시작할 때 목표를 분명히 하고 지극한 마음을 내어 기도하라”고 했습니다. 지극정성이란 말이 마음에 쏙 들어왔습니다. 저는 천일결사 동안 ‘지극정성으로 기도해보자’라는 원을 세웠습니다. 저는 대중법사니까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있지만 괴로움 없이 자유롭게 살고 세상에 잘 쓰이는 사람이 되는 게 원입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이 정말 어렵게 지어졌습니다. 이제 으뜸절 본부 운영이 잘되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개념 축하 이벤트(강경지부지회법사님들)
▲ 정토사회문화회관개념 축하 이벤트(강경지부지회법사님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어느 쪽을 택하기도 하지만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 생기니까 경제 양극화, 정치 양극화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각 지역의 으뜸절이 잘 운영되기를 바라고, 통일하면 좋지만, 그것이 당장 안 된다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미얀마 로힝야 난민이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같은 전쟁이 없는 인류평화도 기원합니다. 2차 만일에도 이 원을 발원합니다.

정토회 오기 전과 온 후, 가장 달라진 점은 행복해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만 안 해도 행복합니다. 아침 기도하다 가끔 ‘왜 생각을 일으키고 번뇌를 하나’ 이런 게 잡힐 때가 있습니다. 어떤 소리를 듣든, 무엇을 하든, 편해질 때가 있는데 그때 참 행복합니다.


향형법사님은 솔직한 사람이 부럽다고 했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주었습니다. 고집도 세고, 질투도 많고, 약점이 많다는 법사님. 만약 법사님이 원래부터 마음이 평온하고 여여했던 사람이면 감동이 덜했을 겁니다. 그런데 향형법사님은 저처럼 질투 많고, 고집도 세다니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비록 그랬지만 알아차리고 일어서는 모습이 우리의 좋은 본보기가 되니 고맙습니다. 등불 삼아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글_도경화(대구경북지부 구미지회)
편집_권영숙(서울제주지부 서초지회)

전체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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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각월

기도할때 지극하게 기도해야하는걸 알게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기도할때는 지극하게 해보겠습니다.
감동적인 향형법사님 글 잘 읽고 저도 등불 삼아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2024-01-20 01:19:06

이윤주

행복해 보이려 하지 않아도 그것만 안 해도 행복하단 말씀에서 행복이 묻어 나는 듯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3-04-06 07:08:50

신윤희

평온하지 않고 열등감이 많은 저에게 와닿는 글 감사합니다.
다시 지극하게 기도하겠습니다

2023-03-28 03: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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