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강원경기동부지부
토달지 않겠습니다
향형법사님 두 번째 이야기

오늘은 향형법사님 인생 2막을 함께합니다. 빠지지 않고 매일 기도하고, 정토회 활동 열심히 하니 자신이 무지 고집 센 사람임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남편을 괴롭힌 걸 아니 미안해서 많이 참회합니다. 이번에는 활동하며 겪은 도반과의 갈등, 가까이에서 본 스님의 감동적인 모습 등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합니다.

바쁘니 분별도 자연스럽게 소멸하다

불교대학 다닐 때 문경수련원을 열 번 갔습니다. 입재식도 세 번 참여했고, 특강수련 두 번, 〈깨달음의 장1〉, 〈일상에서 깨어있기〉, 작은 아들 〈일상에서 깨어있기〉 수련할 때 바라지로, 〈나눔의 장2〉, 〈명상 수련〉 등 입학한 3월부터 그 이듬해 2월까지 그만큼 갔습니다. 어느 날 수첩을 정리하는데, 그 시절 깨알 같은 글씨로 법문 적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런 법문에 홀려서 기회만 있으면 문경수련원에 쫓아갔습니다.

법사수계식 날 두 아들, 막내 시누이, 남편과
▲ 법사수계식 날 두 아들, 막내 시누이, 남편과

아버지가 10남매의 장남인데 전 거기서 장녀입니다. 남편은 8남매의 장남인 아버지 밑에 6남매의 장남, 종손입니다. 친정은 열 몇 식구가 같이 살 때도 있었습니다. 가족 간에 부딪히는 걸 보면 불편해하며 눈치를 봤습니다. 부딪히는 게 두렵고 싫었습니다. 그래서 나라도 공부 잘하고 착해서 가족 간에 화합하길 바랐습니다. 그러니 착한 딸, 착한 며느리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습니다.

제가 분별을 일으켜 도반하고 갈등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소소한 갈등은 일상에서 늘 있는 일입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니 그냥 넘어갔겠지만 속으로 각자 분별했을 겁니다. 다리 다쳤을 때도 스님 법문이 귀할 때라 교육, 강의 등 기회 되는대로 들으러 다녔습니다. 저는 학원 운영하면서도 참관자격을 얻어‘교사정토회’에서 주최한 문화역사회관에도 쫓아가서 들었습니다. 그렇게 틈만 나면 다니느라 분별도 자연스럽게 소멸되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하니 분별할 시간도 없이 바빴던 게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럴 수도 있다'라는 관점

한 도반이 저와 불편했던 이야기를 다른 데 가서 했다는 말을 듣고 ‘직접 나한테 말하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불편한 마음을 성격상 그 사람 앞에서 직설적으로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대다 무변심법사님에게 질문했습니다. “그 사람은 그럴 수도 있는 거다”라는 한 마디로 분명하게 관점이 잡혀 바로 풀렸습니다. 그래서 문제 있으면 질문하고, 스님 법문 들은 공덕으로 변명하지 않고 토 달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법사단 워크숍
▲ 법사단 워크숍

불편한 사람을 만나러 갈 때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러 갈 때는 잘 들어만 주라고 하는 무변심법사님의 말씀을 새기며 기도하고 갑니다. 불편한 사람을 만날 때, 기도하고 가면 긴장감에 약간 떨려도 듣는 힘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나는 생각도 나지 않는데 총무 시절 초기에는 제가 도반들에게 자꾸 봉사하자고 해서 저승사자 같았다고 합니다.

활동 중 크게 깨친 사건 하나가 생각납니다. 행정지원국 도반한테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한 말이 상대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나 봅니다. 서로 생각이 달라 계속 “그게 아니고”를 반복하며 말이 길게 오갔습니다. 전화를 끊는 순간, ‘내가 남편한테도 아이들에게도 내 업식으로 구구절절변명하며 말이 많았겠구나’를 알아차렸습니다. 남편에게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제가 집요하게 주장하며 고집을 피운다는 걸 깨달은 순간입니다.

이튿날 기도하면서 정말 깊이 참회했습니다. 그 이후로 집요한 업식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도반들과 부딪히거나 업식을 알아차리면 바로 돌아봅니다. 그러면 도반에게 한 행동을 가족들에게 똑같이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게 참 재미있어서 정진을 빼먹지 않고 계속합니다.

하루 안 하면 하루만 안 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절하는 게, 마냥 좋거나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지금도 아침에 절하기 싫을 때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하기 싫다가도 150배가 넘어가면 그때서야 차분해지며 편안해져 자신을 더 잘 돌아보게 됩니다. 따로 운동하지 않아도 건강한 게 300배 정진 덕분입니다. 기도를 계속하게 된 계기는 간담회 때 선배 도반(현재 주명 마경숙 법사님)의 나누기 영향때문입니다. “기도 하루 빠지면 하루가 아니라 계속 빠지게 되어 하루도 안 빠지고 한다.”라고 했습니다.

법사 수련기간 불교대 졸업식에서
▲ 법사 수련기간 불교대 졸업식에서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서초에서 어딜 가게 되었는데, 다들 자는데 혼자 일어날 수 없어서 기도를 빼먹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다른 사람은 1층에 내려가서 기도했다는 겁니다. 기도는 하기로 했으면 한쪽에 가서라도 한다는 것을 알고, 하루 안 하면 하루만 안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큰 울림으로 남아 하기 싫을 때는 늘 그 생각을 합니다. 순간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오면 ‘그렇구나’ 하고 그냥 합니다. 그래서 도반과 법사님이 참 고맙습니다.

시댁은 단명하는 집안입니다. 시댁 어른들이 40대, 50대 초반에 돌아가신 분이 있어 약간 두려웠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자재법사님이 보시하고 봉사를 많이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원을 세워 수행, 보시, 봉사합니다.

법사 수련 중 지장팀 세미나를 마치고(중간)
▲ 법사 수련 중 지장팀 세미나를 마치고(중간)

스승님에게 배운 대로

2011년부터 스님이 전국을 다니며 ‘희망강연’을 했는데 정말 저도 경기도 강원도를 돌며 열심히 봉사했습니다. 그때 함께하면서 스님한테 배운 점이 정말 많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건, 한 회원이 정성껏 마련해준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답니다. 설사도 하고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였답니다. 그래도 기어가듯 가서 강연했다는 말을 듣고 무척 감동했습니다.

전법의 원을 세우고 집중해서 기도했습니다. 추석 연휴에 여유가 있어서 혼자 삼천 배를 결심했습니다. 일천 배 정도 하니 무릎 쪽에 진물이 나고 너무 아파 500배를 남겨두고 더는 못하겠어 울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스님 식중독 강연이 생각났습니다. 눈물 흘리며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삼천 배를 다했습니다.

부담스럽고 두려우면 절부터 한다

또 다른 일화도 있습니다. 용인 시청에서 희망강연할 때, 강연전, 시장과 차담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제가 중간 역할을 했는데, 스님 입장을 생각해서 시장한테 시간맞춰 차담장소로 오라고 했습니다. 그때 스님은 “상대가 하자는 대로 하면 되지, 우리가 먼저 의견을 제시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제 행동이 진짜 스님을 위한 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스님이 지행합일을 몸소 실천하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감탄했습니다.

법사단 수계식
▲ 법사단 수계식

한참 걸어갈 때도 저는 주변을 잘 못 살피고 갔는데 공공질서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항상 일러주었습니다. “여기 사람들 불편하니까 이렇게 해라, 주차도 제대로 안 하면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늘 모범을 보여주니 봉사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총무라 실무총괄하는데 강연 당일 아침에 굉장히 두려웠습니다. 참모 역할은 잘하는데 일할 때 두려움도 있고 약간 떠는 성격이라 앞장서서 하는 건 잘못합니다. 못한다고 뺄 수도 없어 하라는 대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경전대학 다닐 때 1년 동안 공양간 봉사했습니다. 불교대학 다닐 때 밥을 잘 얻어먹었기 때문에 자원했습니다. 초파일 행사 때 2천 명분 공양 준비하려면 굉장히 힘든데 공양간 담당 도반은(현재 광덕 구언련법사님) 아주 여여하게 하는 걸 보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런 날 아침에는 500배를 하고 나온다고 했습니다. 혼자 3일 동안, 만 배도 가끔 한다고 해서 굉장히 감동했습니다. ‘그래서 저렇게 힘이 나오는가 보다’ 싶어서, 저도 큰일을 맡아 부담스럽고 두려우면 절부터 했습니다. 할 말이 있어 누구를 만날 때도 그냥 가면 변명을 자꾸 하게 되고 듣는 힘이 없어서 꼭 절하고 갑니다. 그러면 두려움도 사라지고 그냥 해나가게 됩니다.


향형법사님의 수행담을 들으며 정토회 법사는 그냥 법사가 아니구나를 느낍니다. 향형법사님의 인생 3막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글_도경화(대구경북지부 구미지회)
편집_권영숙(서울제주지부 서초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2. 나눔의 장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평화로워지는 4박 5일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참여자만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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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희

감사합니다.
법사님 실제로 뵙고 글을 다시 읽으니 참 좋습니다.

2023-03-28 03:51:17

김은주

저승사자에서 빵터졌습니다 ㅎ

2023-01-01 08:37:23

보현

감동입니다

2022-12-31 08: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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