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성동법당
코로나 대유행 이후,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마지막 법당 울력

2020년 작년 한 해,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 인류에게 많은 고통과 당혹감을 안겨다 주었고, 그로인해 정토회 운영과 수행방식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의 도래 속에서 그 동안 유지해 왔던 많은 지역 법당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송파정토회 성동법당을 정리하며 느꼈던 회원들의 소회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법당이 우리에게 주었던 의미와 새로운 변화

성동법당은 2013년도 초에 상왕십리역 근처의 조그만 2층 다락방 같은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필자가 같은 해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하려고 갔다가 입구에서 잠시 망설이다 들어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시작은 이렇게 미미하였지만 회원들 각고의 노력 끝에 몇 년 뒤에는 방이 두 개나 되는 넓은 곳으로 불사를 하여 더 많은 정토회원들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많은 고생을 하신 선배 도반들이 생각나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현 성동법당 전경
▲ 현 성동법당 전경

성동법당 입구
▲ 성동법당 입구

성동법당은 정토회원들의 단순한 모임 장소만은 아니었습니다. 누구라도 방문하면 따사로이 반겨주고 그들의 괴로움을 공감해 주는 그런 회복의 보금자리였습니다. 이제 그러한 법당의 역할들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행자 모임은 이러한 격변기에 당황하고 낙담하기보다는 그 흐름에 맞게 적응하고 변모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통해 소통하며 수행의 길을 개척하고 모색하는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쉬움은 새로운 희망으로!!

이러한 큰 변화 속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지역법당들이 크게 개편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큰 만큼 기대도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랜선(LAN線 : 현실 공간이 아닌 온라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타고 더 멀리 퍼지는 불법의 길은 더욱 확장되고 빨라질 것입니다. 비록 지역법당들은 사라지게 될지라도 온라인을 통해 개개인의 공간이 법당으로 변모되어 수행도량이 더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의 세대에게 부처님의 진정한 가르침을 더 널리 전파하는 새로운 기회를 재공해 주리라 믿습니다.

온라인 법회(정토회 유튜브 영상 캡처)
▲ 온라인 법회(정토회 유튜브 영상 캡처)

성동법당의 마지막 울력 이야기 그리고 그곳에서의 수행담

불사도 어렵지만 법당을 잘 정리해서 마무리하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이번에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법당을 정리하는 수순이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생겨날 수 있어 다방면으로 여러 도반들의 노고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따라서 이번에 성동법당을 주도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도반들에게 그동안 울력을 하며 느꼈던 여러가지 생각과 마음을 화상미팅으로나마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성동법당 뿐만 아니라 현재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다른 여러 지역 도반들에게도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되어 우리의 이야기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화상 인터뷰_필자, 김현정, 원지원, 김순남, 이봉인, 이건후 님 (왼쪽 위부터)
▲ 화상 인터뷰_필자, 김현정, 원지원, 김순남, 이봉인, 이건후 님 (왼쪽 위부터)

(*그룹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각 도반들의 의견들을 충실히 기술하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하며 바쁜 와중에도 밤늦게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신 도반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드립니다.)

성동법당에서의 마지막 울력

필자가 성동법당을 정리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울력도 하고 기사거리도 찾을 겸 법당을 방문했을 때 바닥에는 처분되고 정리되어야 할 물품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들 나름대로 소박하게 절약하며 법당을 운영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꺼내놓고 보니 처분해야 할 물품들이 꽤 되어서 총무님과 도반들이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일을 도우며 놓여져 있는 물품들을 찬찬히 보니 8년 세월의 법당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펼쳐져 있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물품정리 중인 법당 안
▲ 물품정리 중인 법당 안

물품을 정리하는 법당의 도반들
▲ 물품을 정리하는 법당의 도반들

법당 정리는 현 성동법당 총무인 원지원 님을 주축으로 도반들이 돌아가며 돕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2명씩 한조가 되어 1시간 기준으로 스케줄을 정해서 봉사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일의 진척이 많이 늦어지고 있지만 처분해야 할 물건들은 밴드에 가격표를 붙여 올려놓아 보시금 형태로 처리하였고, 정토회에 필요한 것들은 따로 모아 보시하기로 하였습니다. 가장 큰 일 중에 하나가 인테리어 원상복구인데, 난방 처리된 나무장판부터 외부 간판들까지 일이 좀 많아 보였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전문가 지도하에 날짜를 잡아 남자 분들만 모여 역량이 닿는 데까지 돕기로 하였습니다. 이런 철거 작업은 전문가와 관련 기계들이 필요하여 비용이 발생한다는 부분들이 안타까웠습니다. 정성들여 만든 신성한 법당 공간을 완전히 철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보니 새삼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공감이 되어 안타까웠습니다.

법당을 정리하는 속마음들

현재 성동법당 총무 소임을 맡고 있는 원지원 님은 큰 아들을 잃고 일년 뒤에 지인의 소개로 성동법당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사시예불을 533일 동안 법당에서 해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법당에서 할 수 없게 된 것이 가장 많이 아쉬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개인사로 힘들어 했던 시절들을 이 법당에서 수행정진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아들을 잃고 괴로웠던 시절에 당신을 기복신앙이 아니라 수행의 길로 들어서게 도와주었던 도반들, 그리고 새벽기도가 아들을 위한 기도로부터 시작되어 세상의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로 향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감사하다는 마음도 내어주었습니다. 이치를 깨닫고 수행을 통하여 지옥이란 다만 내 맘속에 존재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고, 그렇기에 성동법당이 결국 나를 세상밖으로 인도한 것이라 생각한다는 원지원 님의 나누기는 인터뷰에 참가한 모든 도반들에게 숙연하게 다가왔습니다.

원지원 님 (오른쪽)
▲ 원지원 님 (오른쪽)

김현정 님은 4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성동정토회(현 송파정토회로 합병)의 총무와 동대문법당의 부총무 소임을 도맡아 하며 안방살림을 꾸려나가며 성동법당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소임을 맡아 한참 활동 할때는 정토회 봉사와 행사들이 많았기에 버스타고 법당을 오갈때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와 돌이켜 보면 그렇게 새벽에 법당에 오가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큰 수행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고 하였습니다. 지난해 초에는 6개월 병가를 내어 법당 활동을 잠시 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얼마 있다 코로나19가 발발하여 법당도 본의 아니게 병가에 들어가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생계활동에 뛰어들면서 배송알바라는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 그동안 하심을 내어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가정주부로써 어려운 시기에 그런 일을 서슴없이 하기란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모든 이들에게 큰 교훈이 될 만한 경험담이었습니다.

이봉인님
▲ 이봉인님

이봉인 님은 법당이 항상 정갈하고 조용한 느낌이라서 좋았고, 마치 삶의 등대와 같다는 표현을 해주었습니다. 아마 우리들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법당이 없었더라면 지금 처럼 새벽기도를 꾸준히 할 수 있었을까라고 말하며 수행 초심자들에게 지역 법당이 큰 역할을 해왔음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이러한 법당이 사라지니 아쉬운 맘이 들고 아직은 비대면이 낯설고 교감이 떨어지지만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는 노력도 중요한 수행의 일부이기에 새로운 시스템에 소외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해 볼 거라는 말씀에 깊은 교감을 느꼈습니다.

이건후 님 (왼쪽)
▲ 이건후 님 (왼쪽)

성동법당에 남자 분 가운데 가장 봉사활동을 많이 하시는 이건후 님은 회사생활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봉사활동을 하는데 도반들의 칭찬이 과분하다고 겸손해 하였습니다. 성동법당을 처음 방문했을때 빌딩 외부와는 달리 법당 안이 깔끔하고 잘 정돈 된 느낌이 마치 산에 있는 절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법당을 운영함에 있어서도 서로 의견을 내어놓고 토론하고 결집하여 나아가는 모습이 좋았다고 하였습니다. 최근 법당 물품들을 정리하며 그동안 쌓아왔던 선배 도반들의 손길이 느껴져서 감회가 새로웠다는 마음 나누기는 이번에 같이 울력을 해 온 모든 도반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수행생활의 친정과도 같은 성동법당을 잃게 되어 좀 허전한 마음이 들지만, 현재의 수행 과제인 직장생활에서 갈등에 부딪혔을 때 그 순간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깨어있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는 노력을 법당의 변화와 상관없이 꾸준히 할 것이라는 다짐도 함께 공유하였습니다.

인터뷰 대상자 외에도 많은 도반들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 인터뷰 대상자 외에도 많은 도반들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김순남 님은 8년 전 성동법당 불사를 처음부터 함께 해오며 지금의 법당자리에 안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많은 노력을 하였던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회계 소임을 하며 법당 살림을 알뜰히 잘 꾸려나가고 계십니다. 사실 누구 보다도 법당에 애착심이 깊을거라 생각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통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새로운 법당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은 필연이 아닐까 생각된다며 오히려 기대감을 나타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지난 한 해가 코로나로 인한 불경기로 어쩔 수 없이 한가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찾는 기회가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시간 날 때 산에도 자주 가고, 부모님을 찾아뵙고 보살피는 시간이 늘어나니 오히려 삶의 활력도 높아지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한 해였다고 개인적인 감사의 마음을 공유하였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긍정적인 마음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수행자의 자세가 아닐까 필자도 한 수 배우게 됩니다.

글쓴이 이재민
▲ 글쓴이 이재민

정리되어 가는 물품들(안녕…)
▲ 정리되어 가는 물품들(안녕…)


그 외에도 2시간 넘게 많은 생각과 마음을 나누어 준 내용들을 여기에 다 전달해드리지 못한 점 많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다가온 도반들의 마음 나누기는 아쉬움과 기대였습니다. 이러한 아쉬움은 교훈으로 승화시키고, 기대는 희망의 불꽃으로 삼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도록 우리 모두 새로운 시대에도 수행자의 마음을 유지하고 평안하고 두려움 없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글_이재민 희망리포터(송파정토회 성동법당)
편집_이정선(진주정토회 진주법당)

전체댓글 9

0/200

다지음

애지중지하던 법당.
너무 허망하다.
댓글은 계속 지워진다.
스님이 아프시다. 다른 스님이 오시면 된다.
아니면 정회원들이 재산 분할하면 된다.
가볍게 살자.

2021-02-23 20:18:16

박신영

정성들인 법당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나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2-07 06:27:06

묘향심

법당 정리 하면서 드는 생각이나 도반님들의 봉사하는 모습이나 우리법당하고 비슷하여 구구절절히 공감이 갑니다.
잘 쓰셨네요

2021-02-06 1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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