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사천법당
고양이,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진주정토회 사천 법당에는 어떠한 참여 권유에도 항상 ‘예’하고 답하는 안미애 님이 있습니다. 늘 긍정적이고, 밝은 미소를 띠며 열심히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만나봤습니다. 지금부터 안미애 님의 수행담을 나누겠습니다.

힘겨웠던 어린 시절

진주에서 태어나 자란 저는 아버지의 술주정으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매일 술에 취해 들어 온 아버지는 제일 먼저 어머니에게 화풀이했습니다. 아버지가 집에 들어와 가재도구를 집어 던지고 어머니에게 폭력을 쓰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집 밖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대신하여 동생들을 보살폈습니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언제 들어와서 어떤 폭력적인 행동을 할지 몰라서, 어머니는 항상 양말을 신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동생들과 저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고, 해가 지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남산순례에서 도반들과 점심식사 중(오른쪽에서 세번째)
▲ 남산순례에서 도반들과 점심식사 중(오른쪽에서 세번째)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 뜻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아 답답해서 가족들에게 화풀이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동생들을 돌보고 어머니를 걱정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저와 형제자매들 모두가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라고 권유해서 어머니는 집을 나갔습니다. 아버지는 계속 어머니를 찾으러 다녔지만, 끝내 이혼하지 않고 별거만 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어린 시절을 보상받듯이, 부처님 같은 남편을 만나 아들 둘 낳고 별일 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는 항상 농사일에 힘들고, 술에 취한 아버지를 피해 도망가야만 했던 어머니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제가 식당을 할 때, 어머니는 된장, 고추장, 간장, 콩, 팥, 들기름, 참기름을 매번 직접 만들어서 줬습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항상 안타깝고 그립고 고마운 마음으로 뒤섞였습니다.

어머니가 이어준 정토회

그런 어머니가 2018년 5월에 암 선고를 받고 보름 만에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세상이 뒤집히는 것 같았고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었습니다. 제 마음에 크게 자리하고 있던 어머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유품에서 반야심경, 천수경 등의 경전 테이프와 보시함이 나왔습니다. 어머니가 생전에 보시함에 돈을 넣어서 절에 가지고 갔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그래서 저도 절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절에 갈지 고민하다가 평소 친분이 두텁던 남편의 이종사촌에게 들은 정토회가 떠올랐고 바로 정토회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생긴 공허하고 혼란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정토회에 저 스스로 갔습니다. 사실 어머니가 저를 정토회로 연결해 준 셈입니다.

불교대학 졸업장 수여중
▲ 불교대학 졸업장 수여중

어머니가 돌아간 2달 후인 7월부터 진주정토회 사천 법당, 주간 수행 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처음 본 사천 법당은, 제가 흔히 갔던 절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산속 기와지붕에 불상과 탱화가 있는 그런 절이 아니었습니다. 현대식 3층 건물 2층에 부처님 사진만 있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이곳이 절이 맞는지 어리둥절했습니다. 법당 안을 살펴보며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닌가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이종사촌이 다니는 곳이라면 괜찮을 것으로 생각하며 계속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자유로워지는 길, 수행

약 1년 동안 수행 법회에서 법륜 스님의 법문을 듣는 것이 좋았고, 부처님 법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19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했고, 불교대학에서 소중한 도반들을 만나서 입학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을 불교대학 졸업 후에 바로 경전반에 입학했습니다. 처음에 경전반 온라인 교육이 익숙하지 않아 조금 힘들었는데, 도반들이 챙겨줘서 익숙해졌습니다.

정회원이 되기 위한 발심 행자 교육도 좋았습니다. 같이 발심한 도반들과 매주 온라인으로 만나 ‘스님의 하루’를 강독하며 함께 불법을 배웠습니다. ‘스님의 하루’ 강독에서 다른 도반의 말에 공감하고, 제 마음을 내어놓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도반들이 모두 유하고 배운 것을 행하는 모습에 감동했고, 저 또한 정토회에 다니기 시작한 후 날마다 깨달음으로 향해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 스스로 행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체득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왼쪽에서 두번째)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왼쪽에서 두번째)

저는 12년 전에 교통사고로 다친 강아지를 살려서 얼마 전까지 키웠고, 11년 전에 유기된 고양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마당에서 키우고 싶어 주택으로 이사했습니다. 고양이를 마당에 자유롭게 놀게 하니, 다른 길고양이들이 와서 같이 놀았습니다. 저의 고양이에게 밥을 주면서 길고양이들에게도 밥을 조금씩 챙겨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길고양이들에 저의 집에 자주 와서 밥을 먹고, 비어 있는 옆집에 가서 배설했습니다. 이렇게 길고양이들과의 동거 아닌 동거를 이어갔습니다.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길

그러던 중 올해 봄 옆집에 새로 이웃이 이사를 와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옆집 아주머니는 제가 고양이에게 밥을 주니 자신의 집에 와서 배설한다면서 앞으로는 밥을 주지 말라고 화를 냈습니다.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났습니다. ‘내가 고양이들에게 옆집에 가서 배설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나에게 화를 내지?’라고 생각하니 억울했습니다. 화를 내는 이웃을 이해할 수 없어서 괴로웠지만, 고양이들이 굶을 것을 걱정해 불편한 마음을 갖고도 몇 번 더 밥을 주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이제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자고 했습니다. 남편의 말에 곰곰이 돌이켜서 다시 생각했습니다. 고양이 밥을 주는 것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상대방에게도 좋은 일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저에게 좋은 것이 남에게는 좋은 것이 아닐 수 있고, 저에게 싫은 것이 상대방에게는 싫은 것이 아닐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만든 틀에서 갇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침기도 시간마다 ‘현관문만 열면 얼굴을 마주치는 옆집 사람과 불편한 관계를 풀고 이웃을 이해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습니다.

한참 지나 여름 즈음, 옆집 아주머니가 허리 수술을 하고 몸이 편찮다고 들었고, 아들에게 갈치를 옆집에 가져다주라고 했습니다. 한 달 후, 옆집 아주머니와 우연히 마주쳤을 때 먼저 "고양이가 불쌍해서 그랬습니다."라고 말했더니, 아주머니는 "저도 말하지 못하는 짐승들에게 뭐라고 하는 게 편치 않았어요. 갈치 잘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또한, 담장에 가시철망을 쳐서 고양이들이 옆집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치했습니다. 그 후로, 옆집 아주머니와 웃으며 인사하는 편안한 사이가 되었고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두번째)
▲ 부처님 오신 날에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두번째)

굶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조금 챙겨주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몰랐던 제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길임을 체험했습니다.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매일 기도를 하면서 제가 만든 틀을 내려놓고 상대를 바라보고 배려하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수행 덕분입니다.

수행이 곧 행복

저는 평범한 사람으로 장사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어머니를 잃은 슬픔 속에 정토회를 만난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특별히 무엇을 이루어야겠다거나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삶 속에서 수행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또한,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수행하고 봉사하리라 다짐할 뿐입니다.

사천 법당에서 제 소임은 환경 꼭지 담당입니다. 법당에서 생긴 쓰레기에 어떤 것이 있고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빠짐없이 조사하여 기록한 것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냉장고에 붙여놓습니다. 이 소임을 제가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맡아야 하기에 가볍게 받아들였습니다. 제 소임으로 받아들이고 나니 허투루 해선 안 되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요즘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법당에서 법회와 소모임을 하지 않아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가 진정되어 제 소임을 충실히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법을 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복학교를 홍보할 때, 저의 관세음보살 명호를 듣고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기를 바라면서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며 걷습니다. 아는 사람이 없다고, 못한다고 포기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계속 이 좋은 법을 전하고 싶습니다.

즉문즉설 책부스 봉사 중(왼쪽에서 두번째)
▲ 즉문즉설 책부스 봉사 중(왼쪽에서 두번째)

코로나19로 밖에서 마음껏 봉사활동을 할 수 없어 아쉽지만, 법륜스님이 온라인상에서 이끌어주니 지금 이대로 수행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힘든 시기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사람이 부처님 법을 만나 ‘세세생생 보살의 길’로 나아가길 기원합니다. 또한,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발원합니다.


이웃에게 들은 억울한 소리에 깨달음을 얻고, 어머니를 잃은 슬픔도 수행으로 극복한 안미애 님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안미애 님의 수행담을 정리하며 저절로 수행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볍고 자유로워지는 길을 함께 갈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글_안미애(진주정토회_사천법당)
정리_구지숙_희망리포터(진주정토회_사천법당)
편집_성지연(서초정토회_서초법당)

전체댓글 17

0/200

이영숙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2021-01-12 19:57:54

유경민

수행담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2020-12-31 05:09:32

박신영

수행담 잘 읽었읍니다 감사합니다

2020-12-30 06: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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