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사천법당
깨달음을 돕는 바라지 부부

사천법당 정영순, 박영구 부부는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휴가철이면 함께 바라지를 갑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는 걸 돕는 일이라 즐겁게 봉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내는 회계 소임으로 남편은 경전반 꼭지로 부부가 함께 어떤 소임이든 가볍게 받아들여 도반을 도와주는 부부의 수행담이 궁금합니다.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2016 <깨달음의 장> 바라지(왼쪽 정영순 님, 오른쪽 박영구 님)
▲ 2016 <깨달음의 장> 바라지(왼쪽 정영순 님, 오른쪽 박영구 님)

정영순 님의 수행담

즉문즉설에 흠뻑 빠지다

지인에게 받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테이프를 듣고 스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질문자가 법문을 듣고 고민의 관점을 탁 바꾸도록 하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즉문즉설 테이프를 자주 들으며 자연스럽게 법륜스님의 팬이 되어, 가족 모임으로 펜션에 가서도 불교방송을 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절하는 방법이라도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넘은 고비

남편을 만나 큰 싸움 없이 서로 배려하며 살았습니다. 대전에서 창원으로 이사를 와서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던 남편이 회사에 원칙이 없다며 노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이마에 ‘투쟁’이라는 두 글자를 붙이고 가족에게는 관심 없이, 노조 활동만을 위해 사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회사와 힘들게 싸웠지만 결국 해직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서로 예민해지고 불편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말을 안 하고 지내기도 하고, 누가 말을 걸면 눈물부터 났습니다. 거기다가 아이들의 사춘기까지 겹쳐서 더욱 힘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아이들은 '어떻게 아빠는 본인 생각만 하셨나?'라고 원망하는 말을 했습니다. 저와 남편만 힘든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힘들었던 것입니다. 남편은 실직 후 알코올중독자는 되지 않겠다고, 직장을 다닐 때보다 더 바쁘게 생활했습니다. 저와 아이들도 각자의 일에 열중하며 한고비 넘기게 되었습니다. 나쁜 게 다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의 실직이 힘든 경험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아이들은 부모에게 의지하는 마음 없이 독립하려는 힘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남편과 서로 이해하는 마음이 생겨 감사합니다.

2020년 부처님오신날(왼쪽 다섯번째 정영순 님)
▲ 2020년 부처님오신날(왼쪽 다섯번째 정영순 님)

우물 밖 세상에 눈 뜨다

아이들을 군대와 대학에 보내고, 남편의 새로운 직장을 따라 사천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어 우울증 걸리기 딱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사천에는 법당이 없어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진주법당 경전반에 입학했습니다. 경전반을 다니며, 첫 소임으로 불교대학 수업 접수를 맡았습니다. 처음엔 불교대학 소임을 맡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더 진주까지 가는 것이 귀찮게 여겨졌습니다. 접수 소임은 불교대학 시작 30분 전에 와서 명찰 챙겨놓고 출석부 동그라미 치고, 보시물 적기였습니다. ‘이 작은 일을 하라고 사천에서 진주까지 오라고 하나?’ 싶었습니다.

반년이 지나 사천법당이 생기면서 소임을 놓게 되었습니다. 그때 내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저를 보았습니다. 불교 대학생 한 명, 한 명이 떠오르면서 ‘출석은 잘하고 있을까?’, ‘졸업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야 총무님이 불교대학 접수 소임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후 추운 날 마산 어시장에 채소를 파는 할머니, 꽁꽁 언 시장바닥에서 찬물에 손 담그고 무표정하게 새조개를 까는 부부를 보았습니다. 힘들게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삶이 보였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구나’ 싶어 참 부끄러웠습니다.

모자이크 붓다로

경전반에 가서 봉사하면서 정토회를 알게 되었고, 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교육을 받으며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앞서가는 봉사자, 법사님을 뵈면서 도움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잘 쓰이는 삶, 바라지 않고 베푸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컴맹에다 가계부도 쓰지 않던 제가 법당 회계소임을 맡게 되어, 처음엔 막막하고 작은 실수로 힘이 들었습니다. 진주법당 회계소임 도반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 ‘보시금만 안 떼먹으면 된다’라는 격려를 듣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실수로 당황할 때도 있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실수를 했을 뿐 어렵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가끔 구멍이 되기도 하고, 어리바리 실수할 때가 있어도 이해해주는 도반이 있어 모자이크 붓다로 소임을 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0년 백중 입재식(앞줄 왼쪽 정영순 님)
▲ 2020년 백중 입재식(앞줄 왼쪽 정영순 님)

나를 돌아보는 기도

경전반에 다닐 때인 천일결사 8-2차부터 아침기도를 해오고 있습니다. 처음 기도할 때, 부모님이 떠올라 눈물을 흘리고, 함께 성장한 형제들에게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또한 친지, 이웃에 감사한 마음이 늘어났습니다. 요즈음 기도는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소심한 나, 고집이 세서 내 마음대로 하려는 나, 친절하지 못한 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를 돌아보며 참회도 하고, 괜찮다고 위로도 하게 됩니다. 일은 인연에 따라 순리대로 될 것이기에 걱정을 내려놓는 연습을 합니다. 지금으로 돌아오면 선물 같은 새날이 제 앞에 있습니다.

박영구 님의 수행담

해직으로 달라진 삶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사립대학으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몇 년 동안 학생 가르치면서 부조리한 학교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동료들과 학교의 부조리를 잡아 보겠다고 나섰습니다. 1인 시위, 거리 시위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학교와 교육부를 상대로 시위를 하고, 감사청구를 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돌아온 것은 크리스마스이브 날의 해직 통보였습니다.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2017 <깨달음의 장> 바라지(왼쪽 박영구 님, 오른쪽 정영순 님)
▲ 2017 <깨달음의 장> 바라지(왼쪽 박영구 님, 오른쪽 정영순 님)

해직 후 처음으로 든 생각이 ‘나락으로 떨어진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 알코올 중독자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 강의, 명리학, 붓글씨, 박사학위 논문 준비 등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쉬지 않게 일정을 잡았습니다. 쉴 수 있는 시간은 월요일 오전뿐이었습니다. 돌아보니 해직자가 과로사할 수도 있었겠다 싶습니다.

그러던 중에 스님의 반야심경 유튜브 강의도 듣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연 덕으로 불교대학을 다니기 전 양력 설날부터 아침에 108배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침 기도를 할 때는 부처님 사진 액자를 올려두고 108배를 합니다. 불교대학 입학 전에 시작해 지금까지 7년 동안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에 집중하며, 물들듯이 조금씩 편안해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내의 선물

아내가 창원법당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공부한 후 아내가 불교대학에 접수를 해주어 2013년에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실천적 불교사상 1강을 듣고,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어느 선물보다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처음 불교대학을 갔을 때, 정토회는 일반 절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불교 공부를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불교대학을 다니고 있었기에 나누기, 참회게 등이 조금 어색했습니다. 그러나 불교대학을 다니며 ‘나 자신의 아집이 매우 강했구나’, ‘아직도 아집을 내려놓지 못하는구나’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2016 <깨달음의 장> 바라지(아래 왼쪽 박영구 님, 아래 오른쪽 정영순 님)
▲ 2016 <깨달음의 장> 바라지(아래 왼쪽 박영구 님, 아래 오른쪽 정영순 님)

바라지로 한 번 더 깨닫다

아내가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고, 다음 해 제가 다녀왔습니다. <깨달음의 장>에서 정성을 다해 주는 바라지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수련이 끝난 후 ‘내가 받은 것을 갚아줘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휴가철이면 아내와 <깨달음의장> 바라지를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바라지를 가면, 잡념 없이 맡은 일에만 집중할 수 있고,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는 데 도움이 되어 좋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확산으로 바라지 신청을 못했지만, 내년에는 바라지 신청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실천하는 삶

요즈음에는 환경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30년 된 장갑을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누가 장갑을 선물하면 새것으로 바꾸지 않고, 장갑이 필요한 사람에게 줍니다. 그리고 식당에서는 반찬을 적게 받아 남기지 않으려 하고, 미세 플라스틱이 있는 물휴지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개인 물컵은 꼭 가지고 다니며,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몇 년 동안 지렁이 통을 집에 두고 음식물을 분해하기도 했습니다. 정토회가 지향하는 적게 먹고, 적게 쓰는 삶을 실천할 수 있어 좋습니다.

2019 통일체육축전(오른쪽 첫 번째 박영구 님, 오른쪽 두 번째 정영순 님)
▲ 2019 통일체육축전(오른쪽 첫 번째 박영구 님, 오른쪽 두 번째 정영순 님)


서원이 무엇이냐고 묻는 저에게 정영순 님과 박영구 님은 큰 욕심이 없고, ‘지금 이만하니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대상자는 큰 서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사로잡혔음을 깨달았습니다. 두 사람은 ‘나도 편하고, 남에게도 편한 사람’이 되고 싶고, ‘나보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 고 합니다. 희망리포터인 저를 더 배려해 주며 도반으로서 함께 모자이크 붓다를 실천하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글_정영순, 박영구 (진주정토회 사천법당)
정리_ 구지숙 희망리포터(진주정토회 사천법당)
편집_임도영 ( 광주정토회)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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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성

부부가 함께 하시는 모습이 정말 편안해 보이시고 아름답습니다.

2020-08-17 11:37:06

정주현

오랫동안 부부가 함께 정토회를 다니며 수행정진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입니다. 글을 읽는 동안 제마음이 편안해 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20-08-13 20:17:18

자재왕

흐뭇합니다. 두 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옵니다.

2020-08-13 19: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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