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읍법당
농촌에서 불법을 외치다!

벌집에서 나오는 밀랍을 원료로 한, 항균 작용이 탁월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랩(wrap)이 있습니다. 친환경 랩 만드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정토회에 보급한 사람, 바로 전주정토회 정읍 법당 고창 법회 경전반의 이상준 님입니다. 게을러지기도 하고 때로는 결심한 것을 잘 실천하지 못하지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며 미소 짓는 이상준 님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정토회를 만나다

저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자라 사회적 성공에 대한 열망이 컸습니다.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기업에 취직하고 몇 번의 이직을 하면서,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고자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고,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가면, 삶이 더 여유로워지고 자신의 삶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습니다. 더 높은 직위에 오르고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겨갈수록, 삶은 더욱 긴장되고 경직되었습니다. 또한, 작은 성공들은 제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허상과 “내가 옳다.”는 고집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나는 잘 살고 있을까?’라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고, ‘내가 삶의 행복을 잘못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2017년에 ‘좀 더 자립적인 삶을 사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아내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귀농을 결심하고 먼저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국내와 해외를 오가는 여행 중에 즐거웠던 시간도 많았지만, 서로의 고집과 오해로 많은 갈등도 겪어야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옳다.”는 생각을 붙들고 제 고집을 꺽지 않아 생긴 일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그런 자신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1년여간의 여행 끝에 2018년에 저희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고창에서 귀농 생활을 시작했고, 여행 중에 아이가 생겨 육아도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젖어있던 저에게 귀농과 육아는 모두 쉽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직장사회로부터의 은퇴였지만, 저 자신과 내적 싸움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책을 찾아서 읽고 답답하면 절에 가서 부처님께 절도 했지만, 마음의 그늘은 쉽게 털어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해서 아내와 다툼도 많았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가운데줄 오른쪽에서 첫번째)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가운데줄 오른쪽에서 첫번째)

이번에도 아내가 정토회와 법륜스님을 새로운 길로 저에게 제안했습니다. 예전부터 베트남 출신인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좋아했던 아내는 이미 2011년에 정토회와 〈깨달음의 장〉1을 경험했습니다. 저의 마음 앓이를 눈치챈 아내가 법륜스님의 법문 영상을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평소 불교에 관심은 많았지만, 변질한 모습의 종교단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래 한 번 가보지 뭐.’라는 마음으로 2019년의 시작과 함께 정토회 고창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작지만 탄탄한 고창 법회에서 불법을 배우다

작은 부동산 사무실을 빌려서 진행하는 다소 열악한 환경의 고창법회였습니다. 법회 모임을 이끄는 두 명의 도반은 저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2016년 여름 수행 법회로 시작한 고창법회는, 모이는 사람이 적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지치거나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법회를 이끄는 두 도반 덕분에 든든히 지속되었고, 저희 부부도 덕분에 정토회를 만났습니다.

법회에서 듣는 법륜스님의 법문과 도반들과의 마음 나누기는 그 자체로도 언제나 좋은 배움의 기회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주었고, 함께 수행하는 도반들이 있어 지치지 않고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행 법회를 다니다가 2019년 봄에 불교대학에 입학했고, 올해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반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천일결사 입재식에서(뒷줄 왼쪽)
▲ 천일결사 입재식에서(뒷줄 왼쪽)

고창법회에서 만난 정토회는 제가 그동안 의심해왔던 종교단체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JTS(Join Together Society)와 같은 사회활동과 환경실천 등, 평소 제가 관심을 가졌던 다양한 활동에 앞장서고 있어 놀랐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이 그동안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정토회를 통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그동안 오직 사회적 성공만으로 찾고자 했던 ‘행복한 삶’에 대한 저의 관점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부 도반으로 함께 수행하니 삶 속으로 행복이 저절로 녹아들다

첫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이를 업고 달래가며 참여하기 시작한 수행법회와 불교대학 과정을 겪으면서, 저희 부부는 지금 서로에게 좋은 도반이 되었습니다. 혼자서 불법을 만나 행복을 찾는 것도 물론 의미 있고 좋겠지만, 삶을 나누기로 약속한 사람과 좋은 것을 나눔은 그 자체로도 큰 기쁨을 줍니다. 또한, 같은 가치를 공감하고 나눌 수 있어서 하루 24시간 동안 함께 있어도 즐겁습니다.

불교대학 봉사 중(왼쪽에서 두번째)
▲ 불교대학 봉사 중(왼쪽에서 두번째)

정토회에서 불법을 배우면서 많은 변화를 겪은 쪽은 아무래도 아내보다 저입니다. 우선 화를 덜 내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평소 성격이 급한 편인데다가 사회생활의 급격한 변화로 다소 의기소침해져 있던 저는 쉽게 버럭 화를 내거나 술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습니다. 쥐약인 줄 알면서도 향과 맛에 취해 죽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화를 밖으로 내기 전에 화가 나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려놓는 연습을 지속해서, 지금은 전보다 차분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습니다. 화를 내지 않으니 오히려 스트레스도 덜 쌓이고, 화로 인한 2차, 3차의 문제도 생기지 않습니다. 당연히 술도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예전보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고 덜 생각합니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기준을 두고 다투는 일이 많았고 과학 분야를 전공해서 정확한 답과 딱 떨어지는 논리를 바탕으로 시비를 가리는 것에 익숙했습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라는 생각에서 화가 났고, 저만의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며 제 생각대로 되어야 한다고 고집했습니다.

법륜스님의 “저 산은 동쪽 산도 아니고, 서쪽 산도 아니다. 또한, 동쪽 산이고, 한편으로 서쪽 산이기도 하다.”라는 말씀에서 배운 것이 많습니다. ‘상대도 맞고, 나도 맞는다.’라는 생각으로 돌이킬 수 있게 되었고, 옳고 그름이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이렇게 해도 좋고 저렇게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니 누구보다도 저 스스로 편안하고 삶이 즐거워졌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삶에 대한 자신감도 되찾고, 가장 가까운 도반인 아내와의 다툼도 거의 사라지니 행복이 저절로 찾아왔습니다. 행복은 늘 가까운 곳에 있고 스스로 만든다는 것을 말로만 알고 있던 제가 수행을 통해 실제로 경험하면서 한발 한발 행복한 삶 속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잘 안될 때도 무척 많습니다. 하지만 매일 매일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수행을 통해 제가 얻게 된 가장 값진 보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내, 아기와 함께 법회 참여 중
▲ 아내, 아기와 함께 법회 참여 중

진정한 행복을 찾아 과감히 변화를 시도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서로를 거울삼아 하루하루 꾸준히 정진하고 있는 젊은 부부를 만났습니다. 그 삶을 들여다보니, 우리나라 농촌의 앞날이 참 밝다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를 지었습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씨뿌리고 일구고 거두어 갈 부부의 앞날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글_김보성_희망리포터(전주정토회_정읍법당)
편집_성지연(서초정토회_서초법당)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17

0/200

장세미

멋지십니다~^^

2020-12-23 06:45:02

정안주

행복한 삶이 눈에 그려집니다.
비교적 일찍(?) 불법을 만나 살아가시니 얼마나 좋으실까요?😍

2020-12-16 12:31:18

무량안

고창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부부 사이에 태어난 아기는 참 좋겠습니다~

2020-12-16 07: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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