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주례법당
도반은 나의 거울입니다

주례법당 1기 불교대학 졸업생들입니다. 정토 생활 1년 동안 법문, 수행, 봉사로 행복을 외치는 김수아 님과 김민서 님. 그들이 경험한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은 상대를 향한 매서운 시선에서 나를 향한 따뜻한 미소로 꽃을 피웁니다. 심층취재로 다시 만나게 된 주례법당 두 주인공의 수행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김수아 님

제 어린 시절은 고부갈등으로 늘 시끄러웠습니다. ‘나만 잘 하면’ 어른들의 미움이 나를 향하지 않고, 어른들도 싸우지 않을 거란 생각에 애써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시끄러운 집안이 너무 싫었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다른 지역으로 진학해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대 초반 직장을 구해 일을 하였지만 녹록치 않았습니다. 다른 진학을 위해 서울에서 편입했으나 취업을 할 때가 되니 관련자들이 제 나이를 이유로 힘들 것 같다고 했습니다. ‘나만 잘 하면’ 뭐든 될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아니었습니다. 삶의 목표는 특별히 없고 아버지 건강이 나빠져 그 불안감이 저를 외롭고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김수아 님(명상수련 후 미트에서 나누기 진행 중)
▲ 김수아 님(명상수련 후 미트에서 나누기 진행 중)

잘 해야 한다는 강박

30대에 들어서니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막막함이 가슴 한편에 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평생을 가사 한 벌과 발우 한 개로 살아가신 부처님의 삶을 본받아’라는 수행문에 매료되어 저의 수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자매 같은 친구가 자신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대한다는 충격적인 말을 계기로 불교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즉문즉설을 통해 저에게 ‘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법륜스님이 전해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저에게 불교에 관한 궁금증과 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었습니다.

김수아 님(활동가 직무교육, 왼쪽에서 두번째)
▲ 김수아 님(활동가 직무교육, 왼쪽에서 두번째)

생활패턴을 바꾸기 위해 법당에서 새벽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법당에 마음을 두니 자연스레 봉사를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저에게 주어지는 소임이 많아져 부담이 되었습니다. 이 부담감 자체에 죄책감을 느껴 울기도 했고, 상태가 온전하지 못해서인지 점차 도반과의 소통도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다 삼키지도 못했는데 자꾸만 입에 음식을 넣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감정을 법당 총무님에게 말하니 저를 이해해주며 부담을 덜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법당 총무님에게 부담을 가하고 있었습니다. 늘 “괜찮다”고 말했지만, 어느 날 어머니의 모습이 문득 겹쳐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를 통해 어른에 대한 편견을 정토회 활동가들에게 씌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제가 색안경을 벗으니 도반들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소통 또한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수행을 통한 알아차림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온다

저는 이 경험을 불교대학 동기 김민서 님에게 대입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김민서 님이 봉사와 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제가 김민서 님의 대변인처럼 행동했습니다. 김민서 님이 없는 새벽 회의 때, 김민서 님이 모둠장 소임에 대해 갈등 중이라고 말해 버린 것입니다. 그 말을 많이 후회했습니다. 그날 저녁 김민서 님이 저에게 “수아 님이 회의 때 나에 대해 말했어?” 순간 저는 뭔가 잘못한 것같아서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날 밤에 바로 저는 솔직하게 고백했고, 감사하게도 김민서 님이 저의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봄불교대 봉사 중(김수아 님 영상, 김민서 님 사회)
▲ 봄불교대 봉사 중(김수아 님 영상, 김민서 님 사회)

저는 이를 통해 누군가 힘들어 보이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저를 알아차렸습니다.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수행문을 되새기며 저를 다독입니다. 수행문이 조금씩 체화되어갑니다. 수행문을 매일 읽으며 정토회에 대한 편견이 나의 업식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알아갑니다. 수행 덕분에 친구와 도반에게 참회와 용서받음의 경험도 했습니다. 이제 저의 불안은 저를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모르면 묻고, 배우면서 법당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실수하면 자책하기보다 엎드려 절하면서 저 자신부터 존중합니다. 그리고 모둠원들과 함께 행복한 회의하며 진정한 소통으로 주어진 소임 행복하게 가꾸어 보렵니다.

김민서 님

불교대학 입학은 제 인생의 최고의 선물입니다. 수행, 봉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만큼 깨닫지는 못했을 겁니다. 저는 이혼 후 아이 둘과 살고 있습니다. 힘들 때 종일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듣는 날이 많았습니다. 저와 비슷한 사연이 많다 느껴졌고, 그 시간을 통해 저의 관점을 바꾸는 지혜를 얻게 되어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김민서 님(봄불교대학 사회자 봉사 중)
▲ 김민서 님(봄불교대학 사회자 봉사 중)

법당을 다니며 김수아 님의 나누기를 통해 저의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충분히 봉사를 많이 하고 있음에도 거절을 못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주변 사항을 고려해서 자신의 시간을 더 쪼개어 봉사를 하려는 김수아 님의 모습은 제가 살아왔던 방식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10-1차 때 모둠장이었습니다. 봉사는 즐겁지만 생업과 맞물리며 병행이 힘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직장에서도 법당에서도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했습니다. 그 죄책감 또한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이혼의 이유를 깨달아

저는 제가 너무 열심히 애쓰며 법당 소임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이혼 전 저의 모습이 객관적으로 보이며 이별의 이유도 명확하게 알았습니다. 너무 힘들고 지쳐서 나가떨어지듯 이혼을 했습니다. '불교대학 학생으로서의 나, 불교대학 봉사자로서의 나, 모둠장으로서의 나, 법당에서의 나와 직장과 가정에서의 나.' '나'로서 해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제 업식을 선명하게 보았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임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서면 거리에서 JTS 거리모금(김민서 님, 김수아 님)
▲ 서면 거리에서 JTS 거리모금(김민서 님, 김수아 님)

봉사를 하지 않으니 선배 도반들에게 마음이 불편하고, 미안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절대로 이제까지의 방식으로는 살지 않을 거라는 결심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아님이 한 거짓말에 대해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기도 중 알아차렸습니다. '해 왔던 업식대로 또 하고 있구나. 남을 보지 말고 나를 보자’ 되뇌며 제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온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옴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행동할 때 제 마음을 보니, 제가 수행처를 사회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칭찬에 우쭐해서 제가 뭐라도 된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저의 분별심, 시비심의 시선으로 정토 시스템을 바라보았고, 법당의 도반들을 평가했습니다. 부끄러운 저의 모습을 절하며 참회했습니다. 마음의 의심이 사라졌습니다. 소임에 분별없이, 업식에 허우적거리지 않고,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봉사하겠습니다.

요즘 수행의 공덕을 느낍니다. 관점을 바꾸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 저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니 전법이 저절로 됩니다.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이런 마음을 느끼고 싶어 정토회에 왔습니다. 다만 천천히 하겠습니다. 오래 머물러 있고 싶습니다.


1년의 정토 생활로 자신의 아픈 마음을 느끼고 표현하는 시간이 수행의 힘으로 느껴졌습니다. 김민서 님은 사경과 함께 수행, 봉사를 합니다. 김수아 님은 뭐든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너무 다르지만, 밑 마음은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습니다. 배척하기보다 이해하려는 마음입니다. 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모자이크 붓다들!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들입니다.

글_허승화 희망리포터(사하정토회/주례법당)_
편집_조미경(김해정토회/김해법당)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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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화

도반의 힘을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2020-08-06 13:08:46

김은경

봉사하면서 소임맡으면서
잘해보려고하는마음은 누구나에게 있는것일텐데
힘들어지면 내려놓을줄 아는것은
어려운것 같습니다.
수행담 감사합니다

2020-07-25 13:27:02

이화인

나의깨장 동기님이시네요 수아님!!!!!
여기서 뵐 수 있어 더욱 방가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 되어요 함께

2020-07-25 08: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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