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오산법당
방긋 웃으며 "예" 하고 합니다.

정년퇴직 후 서울에서 오산법당으로 옮겨온 후 어떤 소임이든 “예, 하고 합니다.”를 실천하는 이주현 님. 그저 부처님의 제자로서 부처님을 조금이라도 더 닮아 가기 위해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며 법당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가운데 수행자의 여여함까지 겸비한 오산법당의 모자이크 붓다의 표본 이주현님의 수행담, 지금 나누겠습니다.

전쟁반대 평화협정 참가 중
▲ 전쟁반대 평화협정 참가 중

일등을 위해 달려온 삶

저는 뭐든지 잘해야 되고, 못하면 직성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이왕 했으면 잘해야지’라는 삶을 살았습니다. 학급 담임을 할 때도 이런 저의 성격 때문에 반 아이들에게 1등을 강요하게 되었고, 환경미화 마저도 꼭 1등을 해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편과 아이들도 그렇게 몰아갔습니다. 제가 만들어 놓은 기준으로 아이들을 엄마의 눈이 아닌 선생님의 눈으로만 보았습니다. 남편은 언젠가 “내가 당신 학생인줄 알아?” 라고 이야기 한 적도 있었습니다.

어느날 지인이 SNS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팟케스트를 보내 주었습니다. 그때가 2013년 5월입니다. 너무나 통쾌한 설명에 출퇴근길에 늘 틀어 놓고 살았습니다. 듣다 보니 제가 잘 못한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있는 그대로 보지 못했구나!’ 그때서야 제가 보였습니다. 그래서 정토불교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남편과 아이들을 위한 제 나름의 108배 참회기도를 시작 하였습니다.

성북법당시절 도반들과 백중기도(아랫줄 왼쪽)
▲ 성북법당시절 도반들과 백중기도(아랫줄 왼쪽)

그 이후 노원법당 불교대학에 입학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8-1차 천일결사1에도 입재 하였습니다. 천일결사 대열에 끼어 들어간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 지금 까지 거의 빠지고 않고 기도 중입니다. 이렇게 좋은 법을 만나니 한편으로는 ‘법륜스님을 내가 좀 더 젊었을 때 알았다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50대 후반에 알았으니 내가 앞으로 몇 살 까지 살까? 앞으로의 시간이 살아온 날 보다 적을 텐데' 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 좋은 법을 만났으니 정말 얼마나 다행인가'하며 꾸준히 수행을 해야 겠다 생각합니다. 출장 가서도 하고, 연수 가서도 하고, 해외여행에서도 수행은 이어졌습니다. 스님이 행하는 모습을 닮아 가려 노력했습니다.

스님을 닮고 싶다

법륜스님과 저는 나이대가 비슷합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집, 학교, 가족’ 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냥 복닥복닥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법륜스님은 ‘환경, 통일, 빈곤타파’ 등과 같이 큰 원을 가지고 많은 활동을 하시는 모습을 보자니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동시대를 살아 왔는데, 스님은 저렇게 스케일이 크고 나는 우리 가족 건사하는 것도 힘들어 하며 살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서부터 저도 주변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빈 그릇 운동, 통일운동 등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리고 일단 정토회에서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그렇게 스님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저는 사립학교에서 오랫동안 근무 했습니다. 2015년에 학교의 교장이 된 이 후, 스님의 뜻을 학교에 펼쳐 보고 싶었습니다. 사립학교 교장단에서 캄보디아 초등학교와 교류를 하겠다고 해서 같이 갔습니다.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의 60, 70년대 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있었습니다.

19년 오산법당 가을 불교대학 학생들과 (아랫줄 오른쪽 2번째)
▲ 19년 오산법당 가을 불교대학 학생들과 (아랫줄 오른쪽 2번째)

제가 교장으로 있는 동안 2년을 캄보디아 오지의 한 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여러 지원을 했습니다. 지금껏 하지 않았던 일들이라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설득하였고 가정통신문을 보내며 설명회도 실시하였습니다. 자발적인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성금 그리고 제가 아는 지인들에게 후원을 받아 도움은 시작되었습니다.

워낙 낡은 학교여서 캄보디아 정부에서는 건물만 새로 지어주었습니다. 우리가 교실에 선풍기도 달아주고 화장실도 지어주고 놀이터도 만들어주었습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헌옷과 학용품들을 지원받아 마을에 전달도 하였습니다. 우리 학생들 중 지원자를 받아서 캄보디아초등학교 학생들과 교육봉사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한국의 전통놀이도 가르쳐주며 다함께 배우고, 어울리게 하였습니다. 이심전심이라고 하였던가요?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오고가는 눈빛 속에 정이 싹텄습니다.

캄보디아 마을에 생필품 전달 모습
▲ 캄보디아 마을에 생필품 전달 모습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학생들과 함께한 나누기는 아직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그 어려운 형편 속에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밝은지, 자신이 한국에서 얼마나 풍족한 사람이었는지, 불평만 하였는지... 새삼 감사의 나누기를 듣고 보니 캄보디아봉사는 정말 잘 한 선택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우리 학교 내에서는 빈 그릇 운동을 실천해 보았습니다. 급식시간에 아이들에게 가서 급식 지도를 하고 아침에 훈화 때에는 전 세계 굶어 죽는 아이들, 식량난, 먹을 만큼 받되 남기지 말고 다 먹을 수 있도록 이야기하며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잔반을 남기지 않을 수 있게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만들었습니다. 스님이 하시는 일을 보고 배워 저도 조금이나마 흉내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학교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다 보니 내 뜻과 반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왜 그런 것을 하냐”, “저 교장은 왜 저러나?” 이런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보왕삼매론에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라는 구절이 제가 교감과 교장을 하면서 제일 많이 저를 일깨워 준 말씀이었습니다. 대통령도, 더 훌륭한 사람도, 하다못해 부처님도 죽이려고 했던 그 당시 그 사람들도 있었는데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순 없다.’ 생각했습니다.

19년 인도성지순례 중(윗 줄 오른쪽 3번째)
▲ 19년 인도성지순례 중(윗 줄 오른쪽 3번째)

그냥 합니다

8차 천일결사는 천일을 안 빠지고 기도를 잘 하였습니다. 천일이 끝날 무렵 지인들과 문경으로 산악 바이크를 타러갔다가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왼쪽 다리는 부러지고 오른쪽 발가락은 금이 갔으며 턱뼈가 으스러지는 큰 사고였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저는 ‘천일동안 정성으로 기도를 했는데 내가 왜 다쳐야하지?’하며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병문안을 온 도반이 “그 동안 기도를 했기에 그만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생각과 마음이 돌이켜졌습니다. ‘아! 내가 이렇게 무지 했구나, 내가 천일동안 기도 했다는 오만함. 거만함이 있었구나!’

그 후 저는 '내가 했다'는 것에 전혀 연연하지 않고 그냥 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27년 동안 매일을 하루같이 하시는데 몇 년 조금 했다고 티를 내고 자랑하고 싶어 한 제가 참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기도를 합니다. 정토회를 만나지 않았다면 저는 제가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몰랐을 겁니다. 이 모든 것은 정토회를 만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행동하는 법륜스님을 만나 가능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승님,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꾸준히, 그냥 하겠습니다.

통일의병대회에서 성북법당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네번째)
▲ 통일의병대회에서 성북법당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네번째)


교직 생활을 하며 스승님의 모습과 부처님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흉내 내 보고 싶었다는 말씀에 참으로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바른 법을 만나고 내가 할 수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이주현 님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모자이크 붓다의 위대한 힘을 느꼈습니다. 오늘도 ‘다만 그냥 한다.’는 수행자의 모습으로 정진 하는 이주현 님이 있어 오산법당은 참으로 밝게 빛납니다.

글_조학수 희망리포터(수원정토회/오산법당)
편집_정지혜(해운대정토회/반여법당)


  1. 천일결사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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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화

캄보디아 활동, 응원합니다.

2020-08-06 13:12:48

이경숙

멋지십니다♡감동입니다♡

2020-07-26 17:01:29

신현주

부처님 법을 만나고 스승님을 만나고 또 이렇게 멋진 도반님들을 만나고 정토회는 희망입니다..
저도 꾸준히 연습하고 또 연습하겠습니다..
수행담 나눠주셔서 감사하고 덕분에 힘을 얻고 갑니다..

2020-07-26 11: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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